오늘도 어김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그리고 문득 깨달은 사실 한가지. 난 꿈을 잃어가고 있었다.
파란 화면 앞에 앉아 잠시 가만히 있었다. 무언갈 쓰고 싶었지만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한다. 그리고 마음을 굳히고 타자를 두들긴다.
아무생각없이 두들기는 타자의 타다닥- 소리에 맞춰, 머리속에 떠다니는 단어의 나열을 아무렇게나 늘어놓는다. 그 단어는 하나의 문장이 되고, 문장은 문단이 되어 파도치듯 아무렇게나 일렁거린다. 일렁거리는 글들 사이로 내 생각이 넘나들고, 넘쳐버린 생각들이 쓸데없는 사족이 되어 문단 끝에 아무렇게나 들러붙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글은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듯이 이리저리 자신의 참혹한 얼굴을 내비친다.
내가 쓰고 싶던 글은 이런게 아닌데.
내가 되고 싶던 글들은 이런게 아닌데.
내가 써야만 할 글은 이런게 아닐텐데.
나는 아무렇게나 쓰인 내글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숙인다. 내 머리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지 나 자신조차도 알지 못한다. 머리속에서 떠다니는 단어들은 내 머리속을 죄어오는 옥쇄같다. 단어의 감옥에 갇혀버린 내 머리속은 항상 어지러움에 고통을 호소한다. 두통이 밀려온다. 가슴 속에서 욱씬거리는 슬픔, 자괴감, 나의 본성에 대한 절망. 온 몸에서 무기력함이 새어나온다. 나는 타자를 치고 있는 마지막 기력마저 흘러나갈까 두려워, 손놀림을 빨리 한다. 손은 더욱 꼬이고, 더욱 알 수 없는 단어를 내뱉는다.
마지막 문장을 마치고 엔터기를 누른 나의 글은 온갖 음담패설과, 잔혹함과 끔찍함. 그리고 인간에 대한 회의와 절망, 나 자신에 대한 비판과 저주. 이어지지 않는 끝없는 단어의 나락들만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다. 이어지지 않으며 끊기지 않은채로. 그렇게 말이 되는듯하면서도 되지 않는 나의 글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참을 그렇게 자판에 손을 올린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차마 누군가에게 들킬까 두려워 한참을 고민하다 마우스를 잡고 삭제키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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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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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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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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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때마다 느끼는 내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