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가족(happiness fam) 02
w.사랑하DO
"경수야, 도경수. 많이 아프면 병원가자."
병원은 죽어도 싫은지 대답도 제대로 못하면서 고개를 젖는 경수에 준면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아침보다 열이 많이 내렸지만 여진히 뜨거운 이마에 속상한 준면이다. 늦어도 6시면 일어나던 경수가 왠일인지 제가 눈을 뜰 때까지도 침대에 있나 싶어 제 품으로 끌어안던 준면은 열이 올라 뜨끈뜨끈한 경수의 몸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만 꿈뻑거리며 경수를 쳐다봤다. ...경수야? 제 부름에도 끙끙 앓기만할 뿐 대답없는 경수로인해 모든 사고가 정지된 준면의 머리 속에서 단 하나의 생각만이 자리 잡았다. 도경수가 아프다.
1년 열애. 4년 결혼생활. 5년이란 시간동안 경수가 아팠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추위에 약해 감기와 절친하기로 유명한건 준면이였고, 아픈 김준면을 간호해주던 도경수는 존재했지만, 아픈 도경수를 간호해준 김준면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열기에 들떠 끙끙 앓으며 뒤척이는 경수의 모습은 준면에겐 새롭기도했지만 새로움보단 가슴이 아파왔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하는 모습은 그를 바라보는 사람마저 아프다는 걸 오늘에서야 처음 깨달은 준면은 그 동안 제가 아플때마다 같이 아팠을 경수를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도는것 같았다. 괜히 눈가를 꾹꾹 누른 준면이 아직 잠에서 깨지않은 종인을 조심스럽게 앉아 들었다. 잠투정에 칭얼거리며 제게 기대오는 종인의 등을 어루만지며 경수를 한 번더 내려보다 침실을 나왔다. 혹시라도 종인이까지 감기에 걸려 경수가 자신때문이라고 자책할까 싶어 종인을 거실 소파에 눕혀 담요를 덮어주곤 부엌으로 향했다. 아들, 오늘은 아빠가 우리 집 요리사다.
"....망했다."
준면은 앓는 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았다. 패기롭게 부엌까지 걸어들어온 것 까지는 정말 좋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준면이 할 줄 아는 요리는 라면과 다 태운 계란 후라이가 전부였고, 그나마 요리라고 할 만한건 만인의 연인 3분요리를 레인지에 돌려 꺼내놓는것 뿐이였다. 그렇다고 인스턴트 죽을 사서 먹이기엔 제가 아플때면 늘 정성스레 죽을 만들어주던 경수였기에 인스턴트 죽을 과감히 포기하고 결의에 가득 찬 표정으로 거실 구석에 놓여있는 경수의 노트북을 꺼내왔다. 준면은 경수를 위한 일에 불가능은 없다 생각하며 열심히 포털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GG.
지금 이 상황이 게임이라면 준면이 하고싶은 말은 딱 하나. GG 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지도 2시간. 준면은 울고 싶어졌다. 제 아무리 김준면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도경수를 위한 일이라고는 하나 불가능은 존재하다는걸 깨달았다. 분명 고소한 냄새의 흰 죽이 완성됐어야 할 냄비는 탄내 나는 죽만이 남아있었다. 왜? 준면의 머리로는 이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가장 유명한 요리 블로거가 올린 죽 레시피를 한 치의 오차도없이 그대로 따라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저런 처참한 죽이라는걸 준면은 믿을 수 없었다. 제 요리를 경수에게 먹인다면 경수는 감기를 떠나서 바로 저승행 열차를 탈 것 같아 조용히 냄비 뚜껑을 덮고 생각했다. 인스턴트가 제 음식보다 덜 해로울거라는 판단을 내리며 찬장에서 인스턴트 죽을 꺼내 레인지에 돌렸다.
"괜찮아, 김준면."
잘생겼으면 됐어. 준면은 애써 웃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김준면 인생에서 가장 다이나믹하게 보낸 2시간의 현장을 둘러보곤 한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엄마는 위대해
준면은 11시를 향해 달리는 시계를 뒤로한 채 동분서주하며 난장판이된 부엌을 정리 하고 있었다. 자신이 끓인건 탄 죽 하나 뿐인데 부엌은 폭격이라도 맞은 듯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어 열심히 치우면서도 민망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어느새 잠에서 깼는지 차마 부엌에 발은 들이지 못하고 밖에 멀뚱히 서서 준면을 쳐다보는 종인이다. 제 아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괜히 헛기침만 하며 서둘러 부엌을 치우는 준면을 잔뜩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종인은 용기 내어 부엌 안으로 작은 발을 한 발짝 내딛었다. 준면은 좀 처럼 깨끗해지지 않는 부엌을 바라보며 천장을 바라보다 무언가 잡아당기는 느낌에 고개를 내려 아래를 내려다 봤다. 종인이 제 바짓단을 움켜쥐고 낑낑거리며 잡아당기고 있자 의아한 목소리로 종인을 불렀다.
"..아들? 왜그래요?"
"아빠아, 여기 이쓰면 안대여! 조닌이 따라오세여!"
종인의 말을 듣는 순간 준면은 쥐구멍을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 아직 어린 아들이 보기엔 난장판이 된 부엌이 위험해 보였는지 제 아빠를 구해보겠다며 작은 몸으로 저를 잡아당기는 모습을 보니 고마움과 민망함이 동시에 밀려들어 얼굴이 붉어졌다. 아들, 믿기 힘들겠지만 여기 굉장히 안전한 곳이야... 준면은 차마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우는것도 웃는것도 아닌 애매한 표정을 하고선 아직 제 다리에 매달려 잡아당기는 종인을 안아들고 부엌을 빠져나왔다. 준면에게 안겨서는 칭찬을 바라는듯 눈을 빛내며 바라보는 종인의 모습에 손을 올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구해줘서 고마워요 아들.
"조닌이 차함 자래써요~"
제 말을 기다렸다는듯이 입을 움직이며 종인이 작은 손을 제 작은 머리 위에 올려놓고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에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보인 준면이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자 침실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침대 위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힘들어하는 경수의 모습에 김씨부자는 웃던 표정이 단번에 울상이 된 채 경수가 누워있는 침대로 향했다.
물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아주던 준면은 조금 전 보다 편한 안색으로 잠을 자고 있는 경수를 바라보며 땀에 젖은 앞머리를 정리해주다 괜히 혼자 분위기를 타며 이마에 한 번 입을 맞춘 준면은 중얼거리며 이마 위에 물수건을 올렸다. 짜다. 땀 때문인가...
*
"무우울.."
"아빠아아아아빠아아아아!!!물!무우우우울!물! 주세여!!!!!"
경수가 눈도 제대로 뜨지못하고 갈증에 잔뜩 잠긴 목소리로 물을 찾자 종인은 문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고는 경수의 품에 파고들었다. 저녁때가 되도록 일어나지 못하는 경수를 보며 이미 한 차례 준면의 품에서 눈물을 쏟았던 종인은 경수의 목소리를 듣자 울컥했는지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경수를 불렀다. 엄마아아아..,우우웅.. 결국 참지못하고 울음이 터져 경수의 품에서 꺼이꺼이 숨넘어 갈 듯 울자 종인의 등위로 손을 올려 토닥이며 미안하다 말하며 종인을 끌어안은 경수는 문 쪽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살짝 고개를 들다 쟁반에 물을 들고 들어오는 준면과 눈이 마주쳤다. 경수야아아.... 애절하기 까지한 목소리로 저를 부르는 준면을 향해 살짝 미소지어보인 경수가 한 쪽 팔을 들어 올리니 재빨리 협탁 위에 쟁반을 내려놓고 경수를 안는 준면이다. 경수는 비좁은 제 품에 안긴 김씨부자를 다독이며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 편으론 저를 걱정해준 두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더군다나 준면의 넘어로 보이는 쟁반 위 죽을 보니 한 번씩 아픈것도 나쁘진 않을것 같다 생각하며 김씨부자를 꼬옥 안아줬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진정이 됐는지 제 옆에 앉아 재잘재잘 작은 입을 움직이며 제가 아파 잠들었을 동안의 얘기를 해주는 종인을 웃으며 바라보니 더욱 신이나 얘기하는 종인의 모습에 준면도, 경수도 웃어보이며 종인의 말에 집중했다.
"엄마엄마, 그래서여 조닌이가여! 아빠를 나쁜곳에서 얍얍해서 데려와써여"
"우와아- 우리 종인이 멋지다!"
박수를 쳐주며 칭찬해주는 경수의 모습에 종인은 더욱더 열심히 자신의 무용담을 내뱉었다. 어느덧 신이나 말을 하던 종인도 지쳤는지 꿈 속을 헤매고 있었고, 그제서야 준면이 경수를 끌어안곤 하루사이 마른 것 같은 등에 고개를 파묻어선 비비적 거렸다. 이제 좀 괜찮아? 꽤나 지친 음성에 경수는 준면의 손을 잡았다. 종인에게 들은 준면의 활약상이 느껴지는것만도 같아 한 번 쓸어보곤 고개를 돌려 미안한듯 웃어보였다. 응, 형 덕분에..고마워요. 제 노고를 알아준 경수를 다시 한번 껴안았다. 고마우면 뽀뽀해줘. 입술을 쭉- 내민 준면의 모양새에 웃던 경수가 짧게 뽀뽀해주자 만족하지 못한듯 키스.. 라고 중얼거리자 고개를 저으며 거부 의사를 표한 경수가 입을 열었다. 감기 옮아요. 틀린 말은 아닌지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경수의 손에 약을 쥐어주며 말했다.
"아프지말기."
"네."
"사랑해 경수야. 무병장수하자."
"그게 뭐에요."
뜬금없는 준면의 말에 웃어보인 경수가 약을 먹고 침대에 누워 준면에게로 손을 뻗고 작게 중얼거렸다. 나도 사랑해요. 작은 목소리에도 정확히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경수의 목소리에 웃어보인 준면이 경수가 내민 손을 잡고 잠을 청하며 생각했다. 앞으로는 우리 가족 누구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는 악마로부터 연락이 온지도 모른 채 달콤한 잠에 빠진 준면이었다. 준면의 핸드폰이 연신빛을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한 준면이 회사에 가기 싫다며 현관문에 매달렸지만 경수는 준면의 손에 가방을 쥐어주며 웃으며 문을 닫아버렸다. 경수야아아. 빈 거실에 짧게 울린 목소리에 웃은 경수가 아직 잠든 종인이 있는 침실로 들어갔다. 민석이 준면을 기다리며 야구방망이를 들었지만 나름 평화로운 종인이네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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