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추운 어느 겨울 날, 아기는 엄마의 품에서 떨어져야 했다.
다 해진 흰 색의 치마와 밑창이 다 떨어진 고무신을 신은 여인이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검은색의 빛 바랜 고무신이 추운지도 몰랐던 그녀의 얼굴은 애뜻함 그 자체였다. 아기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 위로는 슬픔이 한 가득이었고, 그녀의 품에 안긴 아기의 얼굴은 아무것도 모르는 천사의 얼굴이었다.
불쌍한 내 아기.
여인의 충혈 된 눈 아래로 가득 고여 있던 눈물 방울들이 주르륵 흐르며 턱 끝에 아스라이 걸려있었다. 그 눈물 위로 더해지는 무게에 방울들이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결국에는 곤히 잠든 아기의 포동포동한 볼 위로 추락해 버렸다. 여인은 그 눈물을 닦아 내며 생각했다. 이 아기의 얼굴, 그리고 이 값진 눈물. 평생에 가슴 깊은 곳에 아로새겨질 것이라고 말이다.
한편, 꽁꽁 얼어붙어 까칠해진 여인의 손이 부드러운 아기의 볼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곧 세상으로부터 빌려온 잠시간의 기간이 끝나고 말 것이다. 그 시간이 연채되기 전에 이 인연을 끝내야만 했다.
그녀는 윤이 반짝반짝 흐를 것만 같은 녹색의 철문 앞에 멈추어 섰고, 추운 겨울바람은 귓가를 얼릴 만큼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옷 광주리에 여러 겹 둘러 쌓인 아기는 코끝이 빨갛게 익어서는 엄지 손가락을 물고 잠들어 있었는데, 그녀는 그 사랑스러운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차마 아기를 품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마음을 가다듬은 여인이 떨리는 손을 들어 굳게 닫힌 쇠문을 두드렸다.
곤히 잠들어 있는 아기를 억지로 품에서 내려놓으며 여인은 끝내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영하의 날씨에 바닥이 얼어버린 시멘트가 등 뒤로 닿아오자 추웠는지, 아니면 엄마의 품에서 영원히 떨어질 것이란 걸 알아 챈 것인지. 아기는 엄마를 따라서 울기 시작했다. 두 모자의 눈물 어린 이별을 뒤로하고 철문이 두터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마치 둘의 마지막을 방해하듯 꽤 시끄러운 소리였다.
바닥에서 엉엉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한 철문 안의 남자가 한숨을 푹 내쉬며 문을 닫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후줄근한 모양새가 화려한 이 집과는 거리가 멀어보였고, 아기의 생모는 낮게 쌓인 벽돌 담 아래 숨어 눈물을 꾸역꾸역 흘리며 세월이 흘러가라 그렇게 울어댈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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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수염이 꺼뭇꺼뭇 난 남자는 방긋 웃으며 저를 바라보는 아기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이렇게 힘든 세상에 환히 웃는 아기의 얼굴을 보자니, 못 본 척 돌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키울 수도 없는 것이, 한낱 식모살이에 불과한 이 남자가 키운다고 키울 수 있는 게 아니였기 때문이다. 아기는 이 집의 주인인 오 씨에게 달린 운명이었다. 남자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제 속도 모르고 아직도 웃고 있는 아기를 향해 원망하듯 말했다.
"널 어쩌면 좋으니, 아가야."
남자의 뜻을 알아들을 리 없는 아기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기하게도 웃음을 뚝 그치더니, 목청이 찢어져라 울기 시작했다. 저를 버릴 수도 있다는 걸 느꼈는지 작은 아랫집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처음으로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남자는 허허허 인심 좋게 웃으며 아기의 양 팔 밑의 오목한 곳에 손을 넣어 자신의 얼굴 앞으로 아기를 끌어왔다. 남자의 두 눈은 한껏 신이 나 있었다.
"그래, 그게 좋겠구나! 우선은 앞으로 너의 이름을 정하도록 하자구나."
".........."
"흐음....뭐로 하는게 좋을까, 생김새를 보아하니 눈망울이 참 똘망똘망 한 것이...."
눈망울이 또랑한 게 꼭 사슴 같으니 사슴 록(鹿)을 써서......
남자가 멀뚱멀뚱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아기를 조심스럽게 눕혀주며 옆에 자그마한 상 위에 있는 연필을 들었다. 흑연이 많이 달은 게 쓴지는 족히 몇 주일은 된 듯 해 보였다. 오래 쓴 만큼 익숙해진 연필을 손에 쥔 남자가 한지 위에 글자를 끄적거리며 아기의 이름을 써내려갔다.
아기의 이름은 '록함, 사슴 록(鹿)에 날샐 함(晗). 새벽에 만난 사슴' 이란 뜻으로 남자가 만족한 듯 이름을 되새겨 불러보았다.
록함, 너의 이름은 앞으로 록함이다. 아기야. 남자가 크게 웃으며 연필로 또 다시 한지 위로 글씨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록함, 로한, 루한....
루한? 흠, 로한은 너무 영어같고 록함은 너무 발음이 어렵고, 아무래도 루한이 낫겠구나.
남자가 혼자서 중얼 거리더니 이내 뿌듯해진 목소리로 어느 새 잠들어 있는 아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
루한
鹿 晗
루한이 집에 들어오게 된지 얼마 전, 선선한 바람이 불던 따사로운 봄 날 세훈은 모두의 축하 속에서 태어났다.
마당과 큰 대문이 있는 저택에서 사모님의 아들로, 순탄한 삶을 살것만 같은 자제로 말이다. 가난의 고통, 가족과의 생이별. 한 끼의 행복. 세훈은 어쩌면 그런 것들은 모르고 사라갈 운명을 타고 난건지도 모른다.
발 하나도 쫙 피고 누울 수 없는 그 작은 방에서 어느 누구 축복의 소리 없이 누추하게 태어난 루한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그림이었다. 이렇듯 루한과는 현저히 비교되는 탄생은 둘의 인연을 만들어 주었고, 그 인연은 한데 단단히 꿰며진 두 개의 심장과도 같은 것이었다.
세훈의 생모는 힘에 겨워 며칠을 꼬박 앓으면서도 자신의 곁에 아이를 꼭 두게 하였다. 오르지 본능에 따라 충실하게 움직이는 동물들과 같이 세훈의 생모 역시, 모성의 본능인 모성애에 의해 따른 것이다.
4월의 향기로운 봄 날, 그렇게 둘은 다른 세상에 태어나 약 팔 개월 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만나게 되었다.
아장 아장 걷기 시작한 루한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김씨 아저씨는 이제 막 돌이 지난 아기를 향해 두 손을 뻗었다.
한아, 이리와. 옳지! 이 아빠한테 와야지. 처음에는 그렇게도 어색했던 게 이제야 익숙해진 '아빠' 라는 단어. 김씨 아저씨는 처음 저를 향해 루한이 '아빠'라고. 아니,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해 '빠빠' 라고 불렀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기분이 얼마나 묘했던지, 그때 이후로 본인이 자청해서 루한의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과 함께 언약을 해버렸으니. 그 충격이 상당히 컸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김씨 아저씨는 비록 안방 주인네 자식처럼 말끔한 새 옷은 사 입히진 못했지만, 투박한 손길로 한땀 한땀 정성들여 만든 옷들을 보면서 위안을 삼곤 했다. 다 능력 없는 저에게 맡겨진 탓이라. 그리 여기며 루한을 안방 주인인 오 씨네 자식보다 더 귀하게, 정성들여 키우겠다 생각하며 실천으로 옮기는 중이었다.
루한이 두 눈을 반으로 접할 만큼 환하게 웃으며 김씨 아저씨의 너른 품으로 뛰어 들어왔다. 이젠 민둥민둥 자라있던 머리도 세월에 따라 변화하듯 듬성듬성 안난 곳 빼곤 다 나있었다. 거뭇하게 자라난 머리카락 위로 모진 일 때문에 굳은살이 잔뜩 배긴 손이 내려앉았다. 루한이 즐겁게 웃으며 아빠라고 여기고 있는, 양부인 김씨 아저씨의 목에 두 팔을 둘렀다.
한가한 봄날이 다가 올 때쯤이었다.
.
"루한, 여기야!“
한 남자 아이가 마당의 말라버린 잎사귀들을 쓸고 있는 루한을 조심스레 불렀다.
자신의 몸보다 큰 빗자루를 쥐고 멀뚱히 서있는 루한이 몹시도 답답했던지, 잠시간의 대답할 틈도 없이 성큼성큼 다가와 아이의 앞에 우뚝 섰다. 빗자루와 마찬가지로 루한보다 한 뼘은 더 큰 남자아이가 미간을 찡그리며 주위를 스윽스윽 살폈다.
"도련님. 또 몰래 나오신 거예요?"
"쉿! 조용히 좀 해."
네에.... 도련님이라 불린 세훈이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갖다 대며 소리를 낮추자 루한도 죄인마냥 저절로 목소리가 쪼그라들었다.
세훈은 일주일에도 몇 번씩이나 이렇게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탈출을 감행하였고, 그 책임자는 언제나 루한의 몫이었다.
"사모님이 아시면 큰일 나요!"
작게 소리를 지르느라 언뜻 쉰 소리가 들어간 듯 한 목소리에는 세훈을 조금, 모래 한 알 만큼 책망하는 뜻도 섞여있었다.
하지만 세훈은 언제나 아이가 제 편 일거라는 걸 알았기에 루한에겐 미안하지만 얼굴에 철판을 단단히 깔았다. 그리고는 아이를 내려다보며 부탁의 말을 뱉었다.
"잠깐이면 돼. 정말 잠깐만 밖에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 오는 거니깐, 응?"
"안 돼요. 저 또 사모님한테 혼나요...."
"루한, 부탁이야. 이 은혜 안 잊을게. 보은, 꼭 갚는다니깐?"
아아....안 돼는데에...
걱정 어린 상념의 얼굴을 하고선 연신 안 된다며 우물쭈물 거릴 때였다. 세훈의 방 안에서 작은 기척이 들려왔다. 그 조그마한 기척에 둘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이 크게 뜨였다. 그리고는 안절부절. 결국에는 세훈이 부탁한다는 짧은 인사와 함께 반 강제적으로 루한을 홀로 남겨두고 큰 대문을 나섰다.
루한은 그의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셨다. 올해로 열두 살로 접어 든 둘은 허물것도 없는 그런 둘도없는 단짝이 되어있었다. 순전히 세훈이 루한을 꼬봉처럼 놀리긴 했지만은, 루한이 동네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들어온 날일 때면 이를 부득 갈며 집을 나서는 것이 또 그냥 저냥한 사이는 아닌 게 확실했다.
집안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세훈의 뜻하지 않은 부재에 루한이 대신하여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중이었다. 뻐꾸기도 이만큼 까딱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쯔음에 김씨 아저씨가 헐레벌떡 쫒아와 루한을 대신하여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선생님."
"루한, 너는 뭐하길래 얘가 나가는 것도 하나 못 말리니?"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김씨 아저씨가 아이를 뒤에 숨기며 고무신을 짝짝이로 신고 온지도 모르고 연신 사과만 하고 있었다. 오래 전, 아주 어릴 적에 루한과 마찬가지로 버려진 김씨 아저씨가 오 씨를 따라 지금까지 살아 온 정이 있는지라 세훈의 엄마는 차마 김씨 아저씨에겐 쓴 소리를 내지 못하고 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사모님이 들어간 자리에 홀로 남은 선생이 반복되는 이 상황이 멋쩍은 것인지, 질려버린 것인지. 뒷목을 멋쩍게 긁으며 단정하게 놓여있는 운동화에 발을 집어넣었다. 큰 뿔테의 안경이 마치 잠자리의 큰 두 눈같이 생겼다 하여 세훈이 붙여준 별명의 잠자리 선생님은 특유의 온순한 성격 때문에 세훈이 유독 더 말썽을 부리는 과외 시간이었다.
아마, 우락부락한 게 꼭 조폭같이 생긴 선생님이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을.
루한이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접으며 잠자리 선생님을 올려다보자 미안하다고 되려 사과하는 게 정말로 심성이 고운 선생님이었다. 루한과 김씨 아저씨는 깜짝 놀라 아니라면서 급하면서도 강한 부정의 손사래를 내비췄다.
김씨 아저씨와 함께 잠자리 선생님을 마중하고 나서 루한은 문뜩 세훈때문에 밀려오는 속상함에 애꿎은 가슴을 탕탕 두어 번 내려쳤다. 그러자 옆에서 같이 서있던 김씨 아저씨가 아이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푸욱 쉬었다. 루한은 그가 속상하지 않도록 얼굴에 드리웠던 그늘을 감추며 애써 환한 모습으로 변장을 했다. 그리고는 김씨 아저씨의 팔에 저의 팔을 끼우며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미안. 도련님이 워낙 빨라야지. 하하하..."
"아니 아니야. 이 아빠가 미안하구나. 너가 고생이지..."
으응, 아니야. 난 지금 정말 행복한 걸!
김씨 아저씨가 가끔씩 이렇게 속 풀이를 내놓을 때면 루한의 마음은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안 좋은 이야기는 빨리 떠나 보내고 싶었던 루한이 과장되게 웃고 떠들자, 김씨 아저씨는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 어린 것이 벌써 철이 들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김씨 아저씨는 아이가 저렇게 되도록 만든 저의 처지를 한탄하고 또 원망했다.
금방 다녀오겠다던 세훈은 결국 컴컴해진 시간이 되서야 돌아왔다.
그때까지 루한은 사모님의 눈치를 보랴, 큰 주인님 눈치를 보랴. 진이 다 빠진 상태였다. 심지어는 밥을 차리는 순간에도 바닥에 걸레질을 할 때에도 쏟아지는 눈치에 루한은 종일 세훈의 뒤꽁무니만 찾고 있던 때였다. 세훈의 그림자만 보여도 반가울 때에 얼굴까지 비추니 루한은 새삼 세훈이 고맙기까지 했다.
"도련님! 왜 이제 서야 오시는 거예요?"
"그게.....일이 좀 늦어졌네, 미안."
"아휴, 일단은 사모님께 가보세요. 사모님이 하루 종일 도련님 걱정만 하셨어요."
응, 고마워.
세훈이 슬쩍 자리를 옮기며 운동화를 벗어던지고 마룻바닥에 올랐다. 루한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그의 삐뚤어진 운동화 한 짝과, 흙모래 아래에 뒹굴고 있는 한 짝을 들어 정갈하게 마주 놓았다. 마저 짝을 찾은 신 한 켤레를 보고 있자니 오늘 하루 다산 다난했던 모든 일들이 하나 둘씩 떠올랐다. 이 작은 신 하나에 동질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루한은 밤하늘에 무수히도 떠있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시선을 떨어트려 저가 신고 있는 초라한 고무신을 다시 바라보았다.
낡아빠진 검은색의 고무신. 크기도 앙증맞은 크기의 작은 신이 오늘 웬 종일 흙바람에 잔뜩 부대껴 지저분해져 있었고, 아이는 영양가 없는 생각들을 지우며 그 먼지들을 훌훌 털어내었다. 그리고는 김씨 아저씨가 있을 둘만의 보금자리로 몸을 돌렸다.
오늘따라 밝게 빛나는 달이 야속하기만 했다.
다소 짧았던 가을이 지나가고 이제 겨울이라는 게 찾아오려는지 차디 찬 바람이 불어재꼈다.
초겨울의 서울 풍경은, 북적이는 시장과도 비슷했다. 활기차고 시끌시끌한 그런 기분 좋은 광경. 여인들은 차가운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앉아 밀린 빨래를 하며 그동안 설움에 쌓였던 수다거리를, 아이들은 사과처럼 잘 익은 얼굴을 하고선 콧물이 흐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기운차게 뛰어다니고 있는 정겨운 서울의 모습.
거리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파는 잡상인들로부터 해서 대충 글씨만 껴놓은 간판들까지. 세훈은 바쁜 그들 사이로 유유히 지나가며 십 원짜리 큰 알사탕을 물었다. 그 작은 입에 들어가기도 버거울 정도로 크고 흰 사탕을 먹으며 저잣거리를 활보하는 철없는 어린 세훈의 뒤로 아이가 졸졸 따라붙었다.
고사리 같은 손에 가든 쥔 시장 가방은 또래보다 작은 체구의 아이가 혼자서 들기엔 꽤나 무거운 큰 짐이었다. 그러나 세훈은 그 아이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으며 저 혼자 얄밉게 사탕이나 빨며 걷고 있었다. 밭은 숨을 내쉬며 힘들게 세훈의 뒤로 따라붙어도 금방 또 멀어지는 게 반복되고 이어지자 아이가 세훈을 향해 말을 걸었다.
“도련님, 조금만 천천히 가요.”
“빨리 와. 빨리 가서 뜨끈한 이불에 몸 좀 녹이자.”
“......도련님, 너무 무거워서 빨리 못가겠어요.”
“바보야. 제대로 들어야지. 짐이 땅에 끌리잖아.”
괜히 세훈에게 느리게 가자고 얘기했다가 잔소리만 잔뜩 들은 루한이 입을 삐죽였다.
코를 질질 흘리면서도 기특하게 졸졸 잘 따라붙는 강아지마냥 쫒아오는 게 귀여워 세훈은 그의 곁으로 다가가 주머니에 곱게 개여 있던 손수건으로 아이의 콧물을 닦아주었다. 좋은 원단의 천인 손수건이 아이의 콧물로 지저분해지자, 세훈이 미련없이 땅바닥으로 손수건을 휙 던졌다.
루한이 저 멀리 떨어지는 값 비싼 손수건을 줍기 위해 손을 뻗자 세훈이 또 잔소리를 해왔다.
“더럽게. 그냥 버려.”
“저거 비싼 거잖아요. 빨아서 쓰면 되는데...”
아, 됐어. 버려버려.
손을 휘휘 젓던 세훈이 고개를 돌리고 다시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직도 버려진 손수건이 미련에 남는지, 발을 동동 구르던 루한을 세훈이 멀리서 부르자 아이는 하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
클루 세루 고민하다가 결국 세루로 결정.
이유는 왠지 어릴 적 둘의 모습이 세훈이 더 잘어울릴 것 같아서..ㅠ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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