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덜컹-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지하철,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참 많고 앉을 자리는 없다.
누적된 피로에 며칠 전부터 야근을 했던터라 온 몸이 무겁고 물에 젖은 듯 눅눅한게 몸상태가 영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집이 많이 멀지는 않으니까...
...
손잡이를 잡고 정신을 차릴려 애써봐도 점점 흐려지는 눈 앞에 이리 휘청- 저리 휘청- 거리다 결국 잠시 정신을 놨다.
넘어지는 순간에도 흐리멍텅한 눈으로 손잡이가 멀어져간다는 인식도 되지않은 채 그냥 멍하니...
멍하니?
" 저기요, 괜찮으세요?"
" ..네? ...아, 네,네! 죄송합니다!!"
사람이 많은 덕에 쓰러지다 한 남자에게 기대어 정신이 들었다. 세상에...
고개를 들자 위에서 아래로 나를 쳐다보는 남자. 모자랑 마스크를 써 얼굴은 잘 안보이는데 무서운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아니, 그것보다... 민망해!!!
" 안색이 안 좋으신데 어디 아픈 거 아니예요?"
" 아, 아니요. 야근을 좀 했더니..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걱정되는건지 흘깃흘깃 나를 보는데, 그러지마세요... 더 창피해져요.
다시 한 번 정신을 부여잡고 손에 힘을 주어 손잡이를 잡아보려고 해봐도
또다시 흐려지는 눈 앞과 멍한 상태.
여긴 어디이며 난 누구지? 왜 내가 여기서 이렇게 흔들거리고 있는걸까..
" ...아무리봐도 괜찮은게 아닌것 같은데요."
" 네.... 에? 어, 어! 죄,죄송해요!!"
또 한 번 내 몸을 이탈한 정신님. 아, 제발 돌아와요..
뒤에 서서 내 어깨를 잡은뒤 지탱해주는 남성분. 아 저기.. 그래도 이건 좀..
" 이젠 안 넘어질테니까 좀 주무세요. 괜히 넘어져서 사람들한테 눈총받으면 그렇잖아요?"
" 아, 하하... 그렇죠.. 그,그럼 잠시만 기대도 될까요?"
집은 아직 멀었고, 지하철은 규칙적이게 흔들리는게 자장가같고, 사람들은 빼곡히 서있는데다 흔들리지않게 지탱해주는 손에
피곤에 찌든 몸은 쉬고싶다고 비명을 부리는데...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 그런지 평소라면 생각도 못해봤을 상황에 응해버렸다.
.
.
.
.
.
" 으음.. "
눈을 떠보니 아직 달리고 있는 지하철 안.
언제부터 내가 자리에 앉았지? 게다가 빈 자리도 많이 보이는게 시간이 꽤 흐른 것 같다.
벽은 아닌데 뭔가 딱딱하면서 따뜻한거에 기대고 잤더니 그 동안의 피로도 싹 없어진 것 같고. 뭐지?
" 꿈을 꿨... 헉.."
" ....zzZ.."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보이는 건 아까 그 남자.
설마 이 남자 나 기대어서 재워주고 여태 같이 있어준거야?
제정신이 들자 짧게 짧게 지나가는 순간의 기억들.
오 마이 갓...
" 어... 일어나셨네요? 종점인데 깨워도 안 일어나시길래 반대로 타서 앉혔는데.
몸은 좀 어때요?"
" 어, 그, 저... 죄, 죄송합니다. 저때문에 시간을 뺏기셔서.. 어떡하면 좋죠?"
" 별 것도 아닌데요 뭘. 여자분 혼자 놔두고 내릴수도 없고, 그리고 저 오늘 시간 많거든요."
" 으.. 죄송해서 어쩌죠..."
" 미안하면 저 밥 좀 사줘요."
" ...네?"
"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게다가 그쪽도 배 고프실거 아니예요."
그, 그러고보니 나도 어제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
꼬르르르륵-
" 풉.. 이거 아무래도 제가 사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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