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愛聯)
울지말아라, 태은아. 태환이 손을 들어 태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정한 목소리인 제 오라비가 미워 태은은 서럽게 더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오라버니 어머니는 어떻게 해요?"
눈물을 참을 수 없는 듯 태은이 옷고름으로 연신 눈을 찍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 태은을 안타깝게 보던 태환이 이내 비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머니는 니가 동현과 혼사만 치룬다면 풀릴 문제가 아니냐. 지금 니가 명나라의 공녀로 끌려간다면 우리 집은 어찌되겠느냐. "
태환의 가문은 이름뿐인 유명무실한 양반이었다. 아비가 모함으로 관직에서 쫓겨난후 하루하루 입에 거미줄 치듯 살아왔다. 관직에서 물러난후 남에게 손벌릴줄 모르고 검소히 살아가던 곧은 성품인 아비가 죽기전 궁여지책으로 마련해준 태은의 혼처자리만이 태환식구에게는 빛이었다. 태환은 원체 서책읽기만 좋아하고 칼이라고는 부엌에서조차 들어보지 못한 샌님이었고, 태은과 태환의 어미또한 집에서 귀하게만 자라온 여인네들이라 돈버는 일을 딱히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저잣거리에 나가 서책방에서 필사거리를 받아 필사를 하고 서툰솜씨로 누이와 어미가 하는 바느질이 돈이 될리가 만무했다. 입에 풀칠만 하고 죽지 않을 만큼만 살아가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태은의 신랑될 사람이 흥인지문 앞 소문난 이조판서 김윤헌의 아들 김동현이라 했다. 김동현이라면 태환과는 어릴적 같은 스승 밑에서 글공부를 배운 동무이기도 했으며 과거에 급제를 해서 성균관에 입학했다고 소문난 수재였다. 그리고 그 아비가 청렴하기로 이를 이가 없고, 김동현 또한 기방출입따위는 하지않는 사내라고 했다.
"김동현 그자와 너는 가례를 올려야한다. 지금 니가 명나라의 공녀로 간다면, 아니 다녀온다해도 혼처자리는 없을것이다. 그러면 저렇게 앓고있는 어머니를 죽이는것과 무엇이 다르겠냐. 그러니 너 대신 내가 가겠다. 명나라. 이 오래비는 명나라 말을 할줄 아니 중간에 빠져나와 어떻게든 이곳으로 돌아올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너는 보름 후가 가례일이 아니더냐. 그 자의 사람이 될 준비를 하고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깨끗히 하는데만 신경쓰거라. "
"그치만 오라버니. 들키면 오라버니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관군들에게 가던 도중에 들키거나 빠져나오지 않아 공녀로 끌려간 곳에서 들키면 어쩌시렵니까?"
"들키면 어찌하겠느냐. 나는 사내인것을, 그런 일이 일어날일도 없겠지만 일어난다 하더라도 명나라 말로 잘 부탁을 하고 꼭 이 조선으로 돌아올것이다. "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는 태은을 달래며 태환이 쓰게웃었다. 솔직히 자신이 없긴 태환도 마찬가지였다. 사내가 계집행세를 하다가 그것도 나라에서 보내는 공녀의 신분을 바꿔 가서 들키면 참수감이라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태환은 그런 생각을 억지로 삼켰다. 저가 죽는다 한들 태은과 어미에게만 그 소식이 들어가지 않으면 되고, 그것으로 태은이 혼인을 치뤄 어미를 모시고 행복하게 산다면 더이상 바랄 것도 없었다. 종손인 저가 그렇게 죽는다면 저승에서 아버님 뵐 면목은 사라지겠지만 딱히 나무라시진 않을것같았다.
이번 명나라로 보내는 공녀들은 서민들이나 양민들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명나라 관료들에게 바칠 공녀들이기 때문에 양반 여식들로만 선출한다도했다. 돈 많은 양반들은 수를 써서 빠져나가기 일쑤였지만, 태환네 경우에는 빠져나갈 인맥도 돈도 없었다. 결국 누군가는 징역끌려가듯 명나라로 끌려가야만 했다.
* * *
"이름이 무엇이냐?"
태환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다 이내 목젖이 들킬까 싶어 아차 하며 목을 두손으로 감아 쥐었다. 커다란 키에 명나라 말을 쓰는 남자의 앞에서는 태환은 작아질 수 밖에 없었다. 어찌하다 이 먼 명나라까지 들키지 않고 왔는지 모르겠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태환이 치맛자락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해서 비단치마에 뭍히는 것이 꺼름칙했지만, 그것까지 신경쓸 여유는 없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계속 태환을 주시하는 두 눈동자를 살핀후 겨우 입을 열었다.
"박..태은이옵니다."
태은이 목소리를 연습한다고 했는데, 입에서는 태환 그 자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것만 같았다. 남자는 의심이 역력한 눈빛으로 태환을 바라보았다. 장옷을 걸치고 올때야 관군들 눈을 피할수 있다고 하나 명나라에 도착하고 각각의 명나라 관료들 집에서 버려지듯 배정받고 나니 그것도 하기가 힘들어졌다. 심지어 태환 눈앞에 있는 사내는 조선까지도 이름이 알려진 명나라 장수였다. 유한 사람을 만나 명나라 말로 부탁을 해보려했는데.... 눈앞에 있는 사내에는 그런 부탁이 먹힐것 같지 않았다.
"아무리 보아도 너는 사내이다. "
"......."
쑨양은 지금의 상황이 짜증났다. 조선과의 사대관계를 유지한다며 공녀들이랍시고 배정해놓은 사람이 여인이 아니라 사내이다. 전체적으로 고운 얼굴선을 가지고 있지만, 숨길수없는 기골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부진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모르고 지나갔을법한 일을 몇십년동안 전장터에서 사내놈들 얼굴 보는 일 밖에 없는 쑨양이 모를리가 없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조선인 치고는 꽤나 명나라말을 하는 것을 보아 꿍꿍이속이 있어 이곳에 온듯한데. 안쓰러울 정도로 벌벌 떨던 태환이 눈물을 흘릴것 같은 얼굴을 치들고는 입을 열었다.
사실은....나지막히 들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그냥 집에 둘까 생각도 들었다.
"사실 나는 누이대신 이곳에 끌려온것이오. 나는 조선의 박태환이라하고 몰락한 양반의 장남이오. 병석에는 어미가 누워 앓고있고 누이까지 명나라의 공녀로 오게되면 어찌할 도리가 없어 누이대신 이리속여서 오게되었소"
"근데 어찌하여 나에게 존대를 하지않는가. 몰락한 양반이여. 그대는 나에게 존대를 하고 높이는것이 당연할지언데,"
".....나,.나는 조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벌써 동생이 혼인을 올렸습니다. 그 아이에게 다시 돌아오겠노라 약조를 하였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
자존심이 상하는듯 입술을 짓이기던 태환의 눈에서 그렁그렁 맺혀있던 눈물이 마지막 말을 하고 도르르 볼위로 떨어졌다. 그런 태환을 보며 쑨양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그대는 아니 그대누이가 왔어야 하지만 그대는 우리의 주군께서 우리에게 내리신 것이오. 내 마음대로 주군께서 하사하신것을 어찌할순 없소."
말을 남기고 쑨양이 태환의 볼을 쓸어 눈물을 닦아주었다. 쑨양은 사내의 눈물에도 한없이 약했다. 전장터에 나온 어린 소년들이 울면 항상 냉정해져야 하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한없이 약해졌다. 동정심이 일어서리라. 어미가 아프고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이 먼나라까지 온 태환이 안타까워 손을 내민것이라 스스로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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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 여러분ㅎㅎㅎㅎㅎ저 사극 좋아하는데 못써요ㅠㅠㅠㅠㅠ재미두 없네요. 지금 모바일로 쓰는데 모바일 여럽고 힘드네요ㅠㅠㅠ조폭과피아니스트 써야되는데 그건 또 언제 모바일로 쓰지....요즘 집에서 소설쓰기 눈치보여서ㅠㅠㅠ아 슬프다.....재미 없지만 여러분 관심가져쥬세여. 조폭과 피아니스트 이제 곧 끝나니까 쓸 아이에요. 아마 반응이 앖다면 살포시 삭제하고 다른걸 생각해볼게요ㅠㅠㅠㅠㅠ그리고 저 국사 잘 몰라요ㅠㅠㅠ이상한것 투성이여도 그냥 픽션으로 넘어가주세여~아우 졸려..♥대망의 암호닉♥봄님, 빛님, 마린페어리님, 비둘기님, 태꼬미님, 양갱님, 박태쁘님, 허니레인님, 쌀떡이님, 광대승촌님,고무님, 김알록님, 포도주스님, 햇살님, 아와레님, 너구리 님, 앙팡님, 쥬노님, 박쑨양님, 민들레님, 음마님, 김첨지님, 타이레놀님, 잼님, 우구리님, 아롱이님, 고구미님, 텔라님, 렌님, 아스님, 햄돌이님, 빠삐코님, 피클로님, 또윤님, 쓰레빠님, 부레옥잠님, 뺑님, 유스포프님, 태환찡님, 옥메와까님, 보름달님, 탱귤님, 초코퍼지님, 샤긋님, 소어님, 태환이사촌동생님, 워너비달달님, 반오십님,에떼신님, 백구님, 썬샤뿌잉님.암호닉신청 항상 받구요. 여러분 관심 좀 부탁드려요ㅠㅠㅠ조폭과 피아니스트 답글 달아야하는데, ㅠㅜ 컴퓨터 하고 싶다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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