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면/경수]브라더콤플렉스 김준면06
그렇게 준면의 어색한 행동은 며칠간 계속되었다. 아침이 되면 말도없이 쌩하니 혼자 등교를 해버렸고, 하교를 할때도 경수에게 문자 한통 없이 혼자
가버렸다. 집에서 마주치면 갑자기 등을 때린다거나 헤드락을 건다거나 더이상 '경수야'라는 다정한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이제 준면이 경수를
부르는 호칭은 '야' 아니면 '도경수'였다. 준면의 어색한 행동이 계속되던 어느날 그날도 역시 준면은 먼저 나가버리고 경수는 뒤이어 일어나 아침을
차려먹으려는데 갑자기 벨소리가 울렸다.
'검은 그림자~내안에 깨어나~널 보는 두눈에 불꽃이 튄다~'
형의 전화 벨소리였다. 경수는 들던 수저를 내려놓고 벨소리가 울리는 준면의 방에 들어간다. 준면의 액정에 뜬건 '김민석'이라는 이름이었다. 형의
절친으로 알고있는 낯익은 이름에 경수는 주저없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야! 준면...어 준면이 핸드폰 아닌가요?"
"아 형 저 경수에요."
"아~ 경수구나! 반갑다! 근데 준면이는 어디가고 너가 받아?"
"형 지금 학교갔는데 핸드폰을 놔두고 갔나보네요."
"아 뭐야...그래 알았어. 그럼 준면이한테 전화왔다고 좀 전해줄래?"
"네 알겠어요."
"아! 그리고 준면이랑 얘기는 해봤어?"
"네? 무슨얘기..?"
"어? 얘기 안했어? 아니 얼마전에 준면이랑 나랑 만났었거든 근데 너가 준면이를 피한대매. 그래가지구 준면이가 많이 고민을 하더라고. 그래서 뭐
그냥저냥 걔 고민들어주고 그랬어. 너랑 꼭 대화해보라고. 근데 아직까지 안했어?"
"아...네....제가 먼저 말해보죠.."
"그래그래 경수야 형 말 잘듣고! 뭐 경수야 워낙 준면이를 잘 따르긴 하니깐...여튼 준면이한테 전화왔다고 말해줘!"
"네"
"그래~안녕 끊는다!"
끊겨진 민석의 전화에도 경수는 한참동안이나 준면의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이...고민이 많았구나..아 괜한짓을해서...경수는 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다시금 물밀듯이 밀려온다.
툭! 경수가 생각에 잠겨있는 도중 갑자기 경수의 발등에 준면의 다이어리가 떨어진다. 준면의 다이어리를 주어 다시 선반에 올려놓으려는데 경수는 잠시
멈칫하더니 떨어졌을 때 펼쳐진 부분을 펴서 살펴본다. 거기에는 준면의 동글동글한 글씨로 번호를 매기며 열심히 쓴 흔적이 보였다.
'1번 절대 성을 뺀 이름은 부르지 말것! 꼭 성을 붙여부르거나 야 라고 부른다. 2번 절대로 다정한 손길은 안된다! 형제는 거칠어야하는 법! 때리고
과격하게 장난을 걸며 거칠게 대할것! 3번 행동해놓고 죄책감은 노! 그정도로 남동생은 나약하지 않다! 4번 학교 등하교 역시 형제는 나란히 하는 법이
없다! 무조건 자기만 생각하며 따로갈 것! 5번...'
알수없는 내용들이 번호가 매겨진채로 쓰여있었다. 이게 도대체 뭘까라고 경수는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다 문뜩 스치는 장면들. 준면이 며칠전부터
어색하게 행동했던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그 행동들이 여기에 모두 쓰여져있는 내용임을 알아챘다. 경수는 준면이 그동안 왜 그렇게 어색한 행동을
했는지 납득이 가기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형에 대한 미안함...죄책감...경수는 지금 일어나는 이 모든 상황들이 다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너무 괴로웠다. 이제 더 이상 겁쟁이처럼 피할 수 없었다. 경수는 자신같은 겁쟁이때매 더 이상 형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기...준면이 형좀 불러주세요."
"야! 김준면! 니 동생왔다!"
창가자리에 앉아 열심히 문제를 풀던 준면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향해 얼굴을 들었다. 뒷문에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는 경수의 모습에 준면의
눈은 토끼처럼 땡그래졌다.
".....어...그래 왜?"
준면의 여전히 어색한 모습에 경수는 착잡하고, 마음이 아팠다.
"이거 핸드폰. 놔두고 갔더라고. 아침에 민석이 형한테 전화왔더라. 형한테 전해달래."
"..민석이?"
"응"
"...그래..."
"형."
"...응..?아...왜? 뭐냐?"
"형 이제 그런짓 그만해."
"....뭐..를...?"
"이제 그런 어색한 행동 그만하라고. 내가 미안해. 다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
"지금은 좀 그러니깐 이따 집가면서 얘기하자. 오늘은 도망가지마. 같이 갈꺼니깐."
휙 돌아서며 자신의 교실로 가는 경수의 모습을 바라보며 준면은 머리 속이 하얘졌다. 다 들킨건가. 어떻게 안거지? 내가 너무 형답게 하지 못했나?
더 거칠게 대했어야 했나? 지금도 충분히 거친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준면이다.
끼릭끼릭...몇분째 경수와 준면은 앉아있는 그네만 움직일뿐 말이없었다. 그때 땅만 보고 있던 준면을 바라보며 경수가 말을 꺼냈다.
"오늘 민석이 형 전화 대신 받았는데 형 나때매 고민많았다매."
".....어...?....어...그게...."
"내가 그동안...형 피해서 그런거지...?
"....응....내가 혹시 뭐 잘못한게 있나해서...사실 뭐 때문인지 묻고싶었는데 용기가 안나서..나도 왜 용기가 안났는지는 모르겠는데..그냥 입이
안떨어지더라. 민석이도 너한테 꼭 물어보라 그랬었는데.."
"형 미안해.."
"아니야! 너가 뭐가 미안해..혹시..많이 부담스러워?"
"...뭐가...?"
"막 나랑 뽀뽀하고...그러는거..."
준면은 '뽀뽀'얘기를 입밖으로 내었을때 왜 갑자기 부끄럽고, 얼굴이 빨개지는 기분이 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동안 흔히 경수와 했던 행동이
아닌가. 민석에게 '유별나다는'소리를 들어서 괜스레 자신이 신경써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정말 모를일이었다. 거기다가 경수가 대답이 없으니
미칠노릇이었다. 애써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준면은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경수야 나는 막 너 부담스럽게 그러려고 그런거 아니야. 그냥 우리가 어렸을때부터 애정표현으로 해왔었고, 그냥 형제라면 서로 의지하는 형제라면
당연히 하는 행동이라 생각했었어. 근데 민석이가 말하기를 형제사이에 그러는거 아니라더라. 진짜 몰랐어. 그냥...그냥...그냥 경수야 나는 좋은 형이
되고싶어서...너를 진짜 내 동생으로서 아끼니깐....너 기분도 생각했어야했는데...그래 우리는 너무 커버렸지..내가 미처 그런 부분을 신경쓰지 못했어.
경수야 진짜 미안해.."
준면의 빠른 고백에 대답않던 경수가 한참을 있다가 준면에게 애써 웃으며 말한다.
"아니야 형. 나는 형다운게 제일 좋아. 나 안 부담스러워. 형이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형은 형 그대로...나는 낯선 형의 모습 싫어. 그냥..
시험 다가오는데 불가피하게 쓰러지기도 했고..이번에 유난히 내가 시험기간이라 예민했나봐. 형이 고민할껄 예상했었어야 했는데..형 때매 그런거
아니니깐 그냥 예전 그대로 그렇게...돌아갔으면 좋겠어."
"진짜...나 때문...아니야..?"
"응 진짜로."
"하핫. 그럼 다행이다."
웃으며 진짜라고 말해주는 경수의 확답에 준면은 그제서야 한시름 놓은 듯 해맑게 웃는다. 경수는 불편했지만 사실 자신이 한 말에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준면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그런 감정은 금방 사라졌다.
준면과 경수는 다시 그들의 모습으로 돌아온듯 보였다. 같이 등교하고, 하교하고, 주말이 되면 가끔씩 시내에 나가서 놀기도 하고 예전처럼 모든 것을
함께 했고, 함께 있었다. 또 예전처럼 준면은 경수에게 뽀뽀를 요구하거나, 귀엽다며 불쑥 자신이 경수에게 뽀뽀를 하기도했는데 그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몸 속부터 달아오름이 느껴지는게 경수는 죽을맛이었다. 하지만 자신때문에 준면이 걱정하는 모습을 또 다시 보고싶지 않았기에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어느덧 7월 막바지에 다다랐고, 여름방학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찬열에게는 변화가 생겼다. 경수와 찰떡파이같이 붙어다니던
찬열은 경수는 나몰라라 하고 자신의 반과 거리가 있는 8반에 가서 어떤 여자애에게 선물 공세를 하기 일쑤였다. 또한 경수와 교문 앞 조차도 같이
가지 않게되었다. 종례가 끝나면 재빠르게 가방을 챙겨 8반에서 그 여자애가 나올때까지 죽치고 있기가 빈번하였다. 그 여자애는 바로 찬열이 좋아하게된
이민지라는 아이였는데 미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민지라는 아이는 남자들의 미대생에 대한 환상적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는데 긴 생머리에 흰피부
큰눈, 붉은 입술 그리고 쫙뻗은 다리에 어울리는 작은 얼굴까지 정말 흠 잡을 곳이 없었다. 거기다 뛰어난 미술실력까지...그야말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아이였다. 찬열과는 보건실에서 처음 마주치게되었다. 찬열이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넘어져 무릎을 다쳐 보건실을 가게되었는데 그곳에는
보건 선생님 대신 민지가 앉아있었다. 잠시 일이있어 보건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사이 평소 보건 선생님과 친분이 있던 민지가 대신 쉬는 시간에 보건실을
오는 학생들을 치료해주게된 것이다. 찬열은 말은 없지만 세심하게 자신의 다친 무릎을 치료해주는 민지의 모습에 뿅 가버리게 된것이다. 그 뒤부터
맨날 경수와 얘기를 할때면 온통 민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경수는 찬열에게 민지가 찬열의 무릎을 치료해주는 이야기만 귀에 딱지 앉도록 듣게 되었고,
생전 관심도 없던 미술작품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찬열의 모습을 빈번하게 볼 수 있었다. 민지 때문에 자신이 뒷전인 바뀐 찬열의 모습에 경수는 조금
씁쓸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동성 친구들 하고만 놀던 찬열이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이성이 관심있어하는 분야에 대해 열중인 모습이
뭔가 찬열이 한층 성숙해진 것 같아 찬열의 아빠인냥 흐뭇했다. 경수는 준면에게 바뀐 찬열의 모습이 섭섭하긴 하지만 뭔가 신기하고 찬열의 마음을
응원해주고 싶다고 얘기했고, 준면도 덩달아 찬열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둘의 응원에 찬열은 쑥쓰러워 했지만 싫지는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가끔씩 경수는 찬열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였다.
"쯧쯧...저번에 내가 고흐 전시회 가자고 했을때는 콧방귀를 끼던 박찬열이 미술공부라니..."
유심히 미술삽화가 그려진 책을 보고있는 찬열의 뒤통수에 대고 경수가 혀를 차며 말한다. 그에 괜히 할말이 없는 찬열은 크게 소리친다.
"아 뭐어! 결국엔 준면이 형이랑 갔자나!"
"야! 참내...야 내가 병원 퇴원해가지고 머리도 식힐겸 가자그랬을때 너랑 변백현이 콧방귀를 낀걸 생각하면....어휴....야 형이랑 간게 언젠줄알아?
기말고사 끝나고 한참 뒤였다고! 참내 뭐 너네랑 따로 만나서 논적 없다고 불평할땐 언제고...내가 그때 얼마나 슬펐는지.."
경수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한다.
"겨..결과만 좋으면 되는거지!! 참내 예민하긴!"
"그래그래~아주 이형은 버리고 평생 이민지랑 행복하게 사세요~"
"에이씨!!"
계속되는 경수의 놀림에 부끄러워진 찬열은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게지며 노발대발한다. 그런 찬열의 모습이 귀엽기도하고, 재밌기도한 경수는 혀를 내밀어
보이고는 도망친다.
저도 그 암호닉이라는 걸 하고싶은데....그러기엔 독자분들이 너무 적어서 좀 애매하네요..
암호닉하려면 독자분들이 어느 정도 되야 할 수 있을까요?
제 글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에 대해 저도 알고 싶은데...으헝헝
저의 서툰 글 꾸준히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사랑해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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