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골목 대장
: 이 징글징글한 것들아
"안 일어난 것 같은 데 이거."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임현식에게 전화를 걸며 집을 나서는데 문 앞에 웬 덩어리가 하나 있었다. 얘 여기서 뭐하냐.
"야, 야. 너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으음.."
"야. 일어나. 임현식. 임현식."
불러도 꼼짝도 않고 자는 놈을 바라보다 시계를 확인했다. 이러다 나도 늦겠는데. 아, 얘 뭐야 진짜. ...안되겠다.
가만히 자고 있는 현식이의 두 팔을 어깨에 매고 일어섰다. 차마 업기는 힘들어서 끙끙 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임현식의 두 다리가 질질 끌렸다.
"너, 일어나면, 죽여, 버릴거야, 헉, 그러니까, 왜, 괜히 간다고, 헉"
이게 아침부터 뭔 짓인지. 영화관까지는 걸어가도 되는 거리인데 도저히 안 되겠어서 택시를 잡아 타고, 창섭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이창섭. 너 오고 있지."
[어, 거의 다 옴. 왜?]
"하.. 있잖아, 너 CU 앞으로 좀 올래? 메가박스 건너편."
[알았어.]
전화를 하는 내내 임현식을 바라봤다.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뭘 온대. 그냥 자지. 얘를 이걸 언제까지 업고 다녀야 되는거야. 영화관 가서도 안 깨면 어떡하지?
현식이의 머리를 톡톡 치며 중얼거렸다.
"야. 너 안 일어나면 너 빼고 영화본다."
"...싫어..."
"깼어? 일어났냐? 야! 너 죽을래 진짜? 누가 집 앞에서 자고 있으래. 그리고 집 앞까지 왔으면 깨울 때 일어나야지! 내가 너때문에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졸린 눈을 살짝 떠 나를 바라보는 현식이에게 열을 올렸다. 미친 거 아니야 진짜? 니가 얼마나 무거운데! 내가 너를 업고! 택시까지 타고! 쏘아대다가 정신 없어 보이는 현식이의 얼굴에 한숨을 쉬고 말 하던 것을 그만 두었다. 그래. 온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하자.
"....여기 어디..."
"택시. 내가 너 업고 왔다."
엄밀히 말하면, 끌고 온 거지만.
"...니가?"
"그럼 뭐. 니가 걸어온 것 같냐? 니 발로?"
"오, 채설. 힘 센 거는 알고 있었지만."
"죽으려고 진짜. 아침부터 땀 뺐네."
"잘했어."
씩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는 임현식을 바라봤다. 잘 했단다. 맞으려고. 참, 창섭이 오라고 했는데. 괜히 오라고 했네.
택시에서 내리자 핸드폰을 보며 기다리고 서 있는 창섭이가 보였다.
"이창섭"
"나 왜 오래?"
"아, 얘가... 하... 집 앞에서 자고 있어서 업고 택시 탔거든. 내릴 때까지 못 일어나면 너보고 업어달라고 하려고 했지. 일어났지만."
"아아.."
"채설 힘 세지 않냐? 조그만한 게."
"매를 벌어요."
임현식을 툭 치자, 억! 역시. 장난 아니고만! 하면서 오버하는 모습에 피식 웃었다. 셋이 나란히 횡단보도 앞에 서니, 꼭 몇년 전 등교길의 우리 같았다.
"너네 아침에 보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고딩 때 이후로 처음인 듯."
"그러네. 아, 진짜 고딩 때는 아침에 일어나는 거 되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안 힘든 것처럼 말하네? 둘 다 아직도 똑같아. 너네는 언제쯤 변하니."
"너도 그대로야. 아니다. 힘이 더 세졌지?"
"이게 진짜. 아, 너 그냥 버리고 올 걸 그랬어."
"왜 이래. 92 총책임자가."
"아, 그 말 오랜만에 듣네."
"맞네. 채설 92 총책임자 였는데."
"그 때는 내가 이 나이까지 너희를 책임져야 될 줄 몰랐지. 언제쯤 정신 차리려나, 이것들."
"영원히 책임져야지."
"암. 채설 없으면 안되지."
"어우 이 징글징글한 것들아."
둘을 흘기다가 핸드폰을 확인하니 성재에게서 전화가 오고 있었다. 야, 우리 늦었다. 뛰자.
영화관으로 달려가다가 졸린 얼굴로 함께 달리는 둘을 바라보니 꼭 지각할까 뛰어가던 옛날이 생각나 웃음이 새어나왔다.
정말이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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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
[본토의 빛] [미뇨쿠♡] [소비소비] [막창섭] [챱솝]
♡♡ 암호닉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왔습니다.
일주일에 두번은 오려고 했는데....후....
죄송합니다ㅠㅠ 열심히 올게요!
이야기 속 친구들 나이를 조금 바꿔서, 짧게 정리할게요!
민혁, 은광이가 91, 26이고 채설, 창섭, 현식이가 92, 25살.
프니, 일훈이가 94, 23살 성재가 95, 22살 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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