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많은 댓글을.. 어 이러다 초록글 가면 저는 캡쳐도 하고 울거에요 그대들 ㅠㅜ ♡
오늘 올리려고 했는데 네이버 블로그에 임시저장되어 있는게 그만 오류가 떠서 클리니하게 날아가버렸어요..ㅡㅡ!
시간이 닿을 때마다 성실하게 집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편은 끝이 좀 달큰하진 못하네요 그래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다음 편은 번외편이 있을 예정이에요! 기대 많이 해주시고 오타나 문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달아주세요
ps) 등수놀이는 상처입니다 포커스를 글에 잡아주세요 S2
ps) 예예예예 현성떡밥이여 역시 현성은 레알이였습니다 현성행쇼S2
짝사랑 05 |
05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였다. 늦은 시간이였기 때문에 버스 안 사람들은 의외로 한산했고 적당한 자리에 앉아 창 밖 야경을 아무런 감흥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양쪽 귀에 꽂은 흰 이어폰에선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좋아하는 곡이기도 해서 허밍으로 흥얼흥얼 거렸다.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니 창에 살짝 비춰진 제 모습을 보아하니, 언제부턴가 내가 웃고 있었다. 무언가 수줍음을 담고 있는 그런 웃음. 짝사랑의 깊이는 더해만 갔다. 마주침의 빈도가 올라가고, 사이는 점차 가까워짐을 느꼈다. 근 일주일 간 김명수와 나는 생각보다 너무 많이 가까워져 있었다. 어색함과 머뭇거림은 여전하나, 싫지만은 않은.
벨을 누르고 버스에서 하차한 후 다른 노래를 들을까 해 휴대폰을 꺼냈는데 마침 미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톡이 하나 와 있었다. 낯선 이름도 아니였고, 몇년 째 내 휴대폰에 빈번히 나타나는 이름. 남우현, 중학교 때 부터였으니까 꽤 오랜 시간동안 친구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긴 했다. 친구라고 하기에도 너무 새삼스러워서, 낯부끄럽긴 하다. 여하튼 남우현에게 톡이 왔다. 내용인 즉슨,
[네이트온꼭들어와라할말있음]
무슨 말이기에 이리도 비장한 말투로 보낸 건지는 몰라도 10분 안에 들어간다는 전언과 함께 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혹시 남우현 나를 마음에 담아두고?.. 는 절대 그럴 일이 아니고 뭐 소식통 남우현이 할말이 있다고 한다는 건 뭐 그렇게 거창하지 못한 말임을 알지만 무언가 궁금증이 일었다. 혹시 김명수 일인가????? 막 설마 여자친구가 생겼다거나.. 어떤 애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나한테 알려주기 위해? 짝사랑이라는게 정말 이래서 무섭다. 김명수라는 키워드 하나만으로도 많은 오해를 생성한다. 그저 안좋은 예감이라 치부하자며 애써 생각을 지웠다. 하여튼 내 성격에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건 걱정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것도 부정적인 측면에서의 걱정이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의심?
집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녀석의 말대로 컴퓨터를 켜자마자 단번에 메신저를 켰다. 기다렸다는 듯이 남우현은 대화를 걸며 호들갑 가득한 말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네 하는 표정으로 녀석이 하는 말들을 하나하나 보고 있었는데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게 남우현의 설레발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진짠 건지.. 아직도 솔직히 사태 파악이 되지 않았다. 멘탈 붕괴 현상이 올 것만 같았다. 우현아, 너 이거 거짓말이면 너 진짜 친구고 뭐고 죽여버릴 거야..
남우현(호야호야) 님의 말 : 야있잖아 남우현(호야호야) 님의 말 : 대박대박 남우현(호야호야) 님의 말 : 호원이한테들ㅇ었는데 이성열 님의 말 : 뭐ㄴ데 남우현(호야호야) 님의 말 : 김명수좋아하는애생겼대
분명 남우현이 '좋아하는 애'가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절대 기대해서는 안된다. 김명수는 교내에서 인기가 많다. 심지어 남학생 팬까지 거느리고 있는 인기인인데 나일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자주 마주한다 했더라도 나는 남자라는 치명적인 마이너스 요점이 있다. 그 사실에 유달리 기뻐해야 할 상황인데도 나는 또 상황을 깊게 받아들였다. 시무룩한 마음에 눈꼬리가 축 쳐졌고 그렇게 경쾌하지 않은 소리로 키보드를 쳐댔다.
이성열 님의 말 : 그게뭐 남우현(호야호야) 님의 말 : 어라얘가왜이래 남우현(호야호야) 님의 말 : 김명수가좋아하는애가생겼다고!! 이성열 님의 말 : 그런걸로호들갑떨거면나간다ㅡㅡ
그런 말로 설레발을 치면 손해인 건 내 쪽인 걸 모르는 거냐, 남우현! 니가 친구야 뭐야! 괜시리 불퉁한 마음에 입술을 비죽이며 컴퓨터를 급 끄고 침대에 누워서 라디오를 켜고 볼륨을 올렸다. 항상 즐겨 듣던 감미로운 DJ의 목소리와 더불어 신청곡을 틀어주고 있었던 모양인지 잔잔한 팝송이 귓속을 파고 들었다. 그러고 보니 김명수도 노래를 참 잘했었다. 내가 결정적으로 그에게 반하게 되었던 계기였기도 했었으니, 괜히 애꿎은 남우현에게 짜증을 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짝사랑이 이래서 참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마저 곤란하게 하는 것 같다.
정말 김명수는 누구를 좋아할까? 흔히 TV에서나 나올 법한 예쁜 여학생일까? 아니면 은근 성숙한 아우라를 내뿜는 연상의 여대생이라던지, 점점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것만 같았다. 김명수의 자작곡을 들었을 때ㅡ남우현이 들어보라고 난리여서 마지못해 들어보긴 했었다ㅡ그 가사가 여자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했으니 그게 나일 이유는 더더욱 없다. 분명 예쁜 사람일 것이다, 성격도 착하고, 목소리도 예쁘고.. 자꾸 유치한 질투심이 들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이성열ㅡ 고백도 못할 거면서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질투하는 건 뭐야, 약았어 이성열.
* * *
11월부터 소홀히 했었던 수능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 국어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도서 관리를 잠시 그만두게 되었다. 뭐 일정한 일당을 받아가며 하는 것도 아니고 내 시간 투자해가며 하는 거니 선생님도 별 말씀 없이 긍정을 띄었다. 수시 합격생이라고는 하나 수능 점수가 반영되지 않는 건 아니였기에 그래도 수능공부에 박차를 가해야겠다고 결심ㅡ이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김명수를 잠시 떼어내고자 함이였다ㅡ해 도서실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인 건지는 몰라도 왠지 복잡해진 머릿속을 다잡아야 할 것 같아 웬만한 일이 아니면 교실-급식실-화장실을 제외하고 이성열의 통행 루트는 달라지지 않았다. 장난기 가득한 교실은 11월이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요즘따라 적막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요즘 같은 땐 제일 예민할 때니까, 남우현은 대학 합격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정상수업만 하고 집으로 갔다. 아우, 나도 하향지원 할 걸 그랬나봐.. 호들갑 가득한 남우현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좀 허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저녁을 먹고 다시 교실로 들어가는 길, 잔소리 심한 정치 선생님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녔었는데, 복도에서 딱 마주치고 말았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발걸음을 급히 돌려 2학년 교실에 들어가 교탁 밑에 숨었다. 아, 들키면 진짜 잔소리 30분은 기본일텐데.. 그렇게 1분동안 눈을 질끈 감고 있었을 즈음이였을까, 잠잠한 분위기에 겨우 한숨 돌렸다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자연스레 교실을 빠져나려고 하는데 익숙한 뒤통수와 더불어 한 여학생이 나란히 책상에 앉아있었다. 여기서 들키면 진짜 창피한 건데... 어떡하지, 어차피 등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기척만 내지 않으면 나갈 수 있었는데 나는 여학생의 말에 나갈 수가 없었다.
“할 말이 뭐야?” “김명수.” “… 어, 왜.” “몇날 몇일을 고민했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뭔데.” “… 김명수, 좋아해.”
그 충격적인 말을 들음과 동시에 그 여학생은 명수에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나는 목석처럼 멀뚱히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엔 무슨 말이 나올 리가 만무했다. 그냥 봤어도 이 자리를 벗어나야만 했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고 거절하지 못하고 있는 김명수의 눈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그 여학생도 기척을 느낀 건지 입술을 떼고 아무런 말도 없이 입술만 깨물고 있었다. 무슨 말을 꺼내려고 입을 떼려던 그의 말을 뒤로 하고 교실을 뛰쳐나왔다. 뒤쫓아오며 들려오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멍한 얼굴로 지금까지의 상황이 맞아 떨어지는 기분이였다.
줄기차게 빌려대던 책 <짝사랑>, 남우현이 말해줬던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방금 여학생의 고백과 키스 모두 하나하나 퍼즐의 한 피스라도 되는 것 마냥 비참하리만치 맞아 떨어졌다.
이게 어쩌면 당연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정을 하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모양이다. 비참했다. 그리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 여태껏 제게 잘해주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에게 반한 건 내 잘못이라 생각해도 좋지만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고 착각을 심어주는 행동을 한 건 김명수 본인이였다. 나는 죄가 없다. 이렇게 울 이유도 없고, 남녀 사이에 있어 당연한 상황이다. 빈번한 일이고, 더불어 그 말을 하기까지란 어색함과 정적이 감돌 뿐이지... 용기 있게 고백하는 그 여학생이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마이너스 요소를 지니고 있는 같은 성(性)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나는 플러스 요소를 너무나도 많이 기대하고 기대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애써 입술을 깨물며 재빨리 3학년 교실로 뛰어갔다, 혹여나 걸음이 느려 그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차라리, 아주 차라리 선생님께 잡혔더라면 계속 짝사랑에 관한 망상을 품고 있었을텐데, 그 잔소리 30분이 훨씬 더 나았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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