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y Mary
written by. caramella (bluelaim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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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 저 하나만 희생하면 될 일입니다.”
“미쳤어?!!”
“아니요.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다시 생각해. 그건 아니야.”
세훈은 크리스를 지나쳐 크리스의 방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자신의 방에 들어온 세훈은 문에 기대서서 아까 크리스가 한 말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크리스에게 화가 났다. 나는 저 하나 지키자고 조직을 걸었다. 그런데 어째서 스스로 목숨을 버려.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한 세훈은 바로 옆 탁자에 놓여있던 꽃병을 던졌다. 유리로 된 꽃병은 벽에 부딪히고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됐다. 큰 조각은 5개였다. 하나는 크리스, 하나는 루한, 하나는 Grigio, 하나는 자신,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블러디메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언젠가는 마지 저 꽃병처럼 산산조각 날 것 같은 현실에 세훈은 머리가 아파왔다.
난... 아무도 잃고 싶지 않아.. 크리스도.. 루한씨도.. Grigio도.. 세훈은 다시 방을 나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루한을 깨우기 싫어서 문을 조금만 열어서 안을 보았다. 그 곳에는 크리스가 있었다. 그런데 루한이 조용한 것을 봐서는 아마 아직 루한은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세훈은 문 틈새로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 * *
크리스는 세훈이 나간 뒤, 루한의 방으로 향했다. 아까 제대로 보지 못했던 루한을 다시 보고 싶었다. 어쩌면 다시는 보지 못할 내 동생, 내 사랑. 루한의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가 루한의 곁으로 다가갔다. 여전히 루한은 눈을 감은 채 자는 듯 했다. 크리스는 침대 옆에 작은 간의 의자를 들고 와서 앉았다. 그리고 루한의 얼굴 구석구석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살펴보았다. 남자아이치고는 긴 속눈썹에 높은 콧대, 날카로운 듯, 하지만 동그란 콧망울, 적당한 두께의 입술, 날카로운 턱선. 어릴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크리스는 루한의 이마를 가린 앞머리를 살짝 걷어내었다.
난 너가 괜찮은 줄 알았다. 그리고 내가 아는 너가 전부인줄 알았다. 루한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을 상처를 줘서 미안해. 너가 그렇게 생각하는 줄 나는 단 한 번도 미처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다시 너의 일상으로 보내줄게. 난 살아서 너를 만났었으니 됐어. 세상에 하나뿐인 내 동생. 형이, 미안하다. 너를 이해하지 못한 것도, 너에게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도.. 그리고..
“품어서는 안 될 마음을 품은 것도..”
크리스는 울고 있었다. 소리 내어서 울지는 않았지만 마음으로, 그렇게 혼자 울었다. 그렇게 혼자서 울다가 크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그러나 방문이 닫히는 순간 크리스가 보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루한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띄어 있었다.
* * *
세훈은 크리스의 말을 들어버렸다. 루한을 사랑하는 크리스의 마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충격이 컸다. 세훈은 크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세훈은 문을 닫자마자 문에 등을 기대어 주저앉고 말았다.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막아야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넋 놓고 있을 때, 누군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크리스가 나가는 건가 싶어 놀란 세훈은 일어나서 방문을 열어 바깥을 살폈다. 그러나 현관문은 이미 닫혀있었고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세훈은 크리스 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벌컥 문을 열었을 때, 크리스는 그 곳에서 짐을 챙기고 있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세훈 때문에 놀란 크리스는 차마 인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세훈은 짐을 챙기고 있는 크리스의 행동에 화가 났다.
“거기서 더 챙겨봐.”
“...”
“사랑한다면 지켜.”
“...! 들으셨습니까..?”
“어. 세상에서 둘도 없는 미련한 놈이 사랑한다고 떠나가는 놈이라고 너가 나한테 말했었어.”
“...”
“나도 루한씨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같이 지켜...”
“...”
“지키면 되잖아!! 루한씨도, Grigio도!!”
“...”
“그리고... 형은..내가 지켜..”
“...”
“형이니까... 내 조직원이니까...”
결국 화를 주체하지 못한 세훈의 분노는 크리스를 향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분노는 결국 슬픔으로 변했다. 사람을 잃을 두려움으로 인한 분노, 슬픔. 그 모든 감정에 세훈은 휩싸였다. 그러나 크리스는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웃어..? 웃음이 나와..?”
“...”
“난 니들 둘 때문에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인데!!”
“... 이제 보스 같아지셨네요.”
“..뭐..?”
“제가 지켜보던 모습 중에 요즘 들어 가장 보스다워지셨습니다.”
“...”
“이젠 제 임무가 끝난 것 같네요.”
임무라니.. 세훈은 크리스를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크리스는 그런 세훈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자신보다 조금 작은 세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행동은... 세훈이 어릴 때, 착한 일을 하거나 해야 할 일을 마무리 했을 때, 크리스가 해주던 행동이었다. 그러나 세훈이 후계자의 위치에 공식적으로 오르면서 크리스의 그런 행동도 사라졌었다.
“잘 컸네, 우리 세훈이.”
“...”
크리스는 세훈을 보며 장한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세훈은 과거의 어린 크리스와 자신이 겹치는 현재 상황에 정신이 어지러웠다. 세훈의 흔들리는 눈동자에는 과거의 크리스와 현재의 크리스가 겹쳐있었다.
“너가 완전히 보스로 자리에 설 때까지 너의 옆에서 보필해 달라는 회장님의 명령이 있으셨어.”
“...”
“그리고 그 뒤에는 떠나라고 하셨지.”
“...”
“이젠 그 때가 온 것 같아서 떠나려는 거야.”
“...”
아니.. 어쩌면 난 이미 떠났어야 할지도 몰라. 이미 그 시기는 이전에 있었지만, 내 욕심으로 버텼던 거였어. 넌 아직 멀었다. 좀 더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내 욕심을 하늘이 알아버린 것인지 나에게 떠날 기회를 주네. 루한이를 지키지 못하는 건 두고두고 후회 할 테지만.. 그래도 내 동생이 다 커서 한시름 놓네.
“세훈아. 루한이 부탁한다.”
“...”
“어차피 나랑 루한이는 안 되는 거 알잖아, 너도.”
“형... 안돼.. 그러지마..”
“루한이 아무래도 가족이 있긴 있는데 제대로 된 가족이 아닌 거 같다. 호적에 가족이 없었거든. 그러니까 루한이 다른데 보내지 말고 너가 지켜.”
“...”
“형의 마지막 부탁이야. 지금까지 네 옆에 있어줬잖아. 이것만 들어줘.”
“형....”
크리스는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세훈에게 웃어준 뒤, 챙기던 짐을 마저 챙기러 옷장으로 향했다. 세훈은 그런 크리스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크리스가 자신의 곁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세훈은 크리스를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크리스를 잡기 위한 방법. 그것은 루한, 딱 한 가지뿐이었다. 세훈은 급하게 뛰어 크리스의 방을 나가 루한의 방으로 향했다. 얼마나 서둘렀기에 세훈은 계단을 오르면서 몇 번이나 발끝이 계단 끄트머리에 걸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하였다. 그렇게 서둘러 올라 루한의 방문을 열었다.
“...어딨어...”
침대에 누워있어야 할 루한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세훈은 결국 그 자리에서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크리스를 불러야 한다. 루한이 없어졌다고, 찾아봐 달라고. 세훈은 힘이 빠져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짜내었다.
“...혀...형....크리스..!!!!”
크리스는 짐을 다 챙긴 후 가방 지퍼를 닫다 자신을 부르는 세훈의 목소리를 들었다. 소리는 2층에서 부르는 듯 했다. 세훈이 2층 갈 일이라고는 루한밖에 없는데.. 불길한 생각을 떠올린 크리스는 서둘러 루한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루한의 방에 들어섰을 때, 주저앉은 세훈이 보였다. 그리고 루한이 누워있어야 할 침대를 보았을 때, 그곳에 누워있어야 할 루한이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는 서둘러 집안의 화장실, 부엌, 샤워실 등 전부를 뒤졌다. 방마다 열어보며 루한을 불러보고 뒤져도 봤지만 그 어느 곳에도 루한은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는 다시 루한의 방으로 돌아왔다. 크리스가 다시 돌아올 때 까지 세훈은 그 자리에서 넋을 놓고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입을 떼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었어.. 형 방에 가기 전에.. 형인 줄 알고 형한테 간건데.. 떠나려는 형 때문에 화가 나서 까마득하게 잊어버렸어..”
세훈의 말에 크리스는 다시 나가 집 밖으로 나갔다. 마당 모든 곳을 뒤져보아도 루한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크리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허탈한 마음으로 루한의 방에 돌아온 크리스는 혹시나 싶어 루한 방의 옷장으로 향했다. 그래, 저번에 루한이가 여기 숨어있었으니 이번에도 숨어있을지도 몰라.. 내가 미워서, 나 놀라게 하려고.. 그래.. 크리스는 스스로에게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게 말을 걸었다. 제발 여기에 있어, 루한아.. 크리스가 조심스레 옷장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 곳에 마저 루한은 없었다. 루한 대신 종이 한 장이 있었다. 크리스는 허탈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종이를 잡아 펴보았다. 그리고 종이에 적힌 글을 읽던 크리스는 결국 손에 힘을 줘서 주먹을 쥐었다. 그의 손안에서 종잇조각은 구겨져 버렸다. 마치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세훈과 크리스의 마음처럼.
“뭐라고 적혀있기에 그래..?”
“또.. 블러디메리입니다..”
“... 뭐라고 적혀있어..?”
묻는 세훈의 표정도, 답해야 되는 크리스의 표정도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아이는 내가 데려간다. 두 번째 경고야. - From. Bloody Mary]
| Bloody Mary |
안녕하세요ㅎㅎ 제가 주말에는 바쁠 것 같아서 지금 올려요...ㅋㅋ 이번편은 제가 별로 코멘트를 하고 싶은 말이 없네요.. 적으면서 이번엔 크리스의 입장이 많다보니 가슴이 먹먹해지는게...ㅜ_ㅜ bgm이랑 같이 읽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암호닉 확인으로 저는 사라지겠습니다!
착한사람 님, 열쇠 님, 애플 님, 그냥우유도경수 님, 고양이 님, 정설 님, 룰루 님, ♥.♥ 님, 체리새우 님, 흐규규 님, 됴로롱 님, 사슴 님, 뀨륵 님, 김미자 님, 헬로 사마 님,왓썹 님, 표범바지 님, 스핀 님, 레몬 님, 괴물군 님, 충전기 님, 씽씽이 님, 백구 님
와.. 정말 많네요... 저에게 한계가 찾아오고 있습니다...ㅋㅋㅋ 암호닉 신청하시고 지속적으로 말 없으신 분은 제가 기억을 못해요... 제가 기억을 못하면... 메일링이나 텍스트따위는 말짱도로묵입니다...ㅋㅋㅋㅋㅋ 그럼 블러디메리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오늘도 감사드리며 저는 다음주중에 찾아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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