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287542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백흑지변 전체글ll조회 1574


What We Want  

Written by.흑지  

   

   

*  

   

   

   

   

놀이공원에 가기에는 주말보단 평일이 좋았다. 세훈은 학교에 체험학습을 간다고 서류를 내놓고 멋대로 네 명분의 서류를 이사장님께 떠넘기고 되지요? 하고 되물었다.
아무렴 세훈의 부탁인데, 안 될 것도 없었다. 꽤나 수월하게 승낙을 얻어냈다. 이사장님은 그 정도로 있는 집 자식들에게 힘이 없었다.   

   

에버랜드 정문으로 들어서자, 벌써 크리스마스 시즌인지, 예쁘게 조명을 달아놓은 나무가 보였다. 시즌 별로 다르게 꾸며진다던데, 종인이 먼저 달려가서 사진찍자. 하고 손짓했다. 오늘은 금요일이었다. 꽤나 이른 시간이었다. 개장하자마자 들어왔기에 세훈은 종인에게 있다가 찍어. 있다가. 하면서 종인의 어깨를 감싸고 나무바깥으로 빼내었다. 백현과 경수는 그런 세훈을 보면서 뭐부터 탈거야? 하고 물었다. 글쎄? 일단 뛰어 밑으로 내려가서 사람 많아지기 전에 T익스프레스부터 타자! 하니 아이들이 모두 세훈의 뒤를 따라 밑으로 신나게 뛰어 내려갔다. 무작정 내려오기만 했더니, 여기가 어디지? 하고 뒤늦게 세훈이 지도를 보았다. 네 명의 소년 위로는 느릿하게 케이블카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 세훈이 뒤늦게 탄식하듯 말했다.   

   

   

   

   

“케이블카, 탔어야 해. 꽤 머네.”  

“뭐야! 덜 걸어도 될 걸.”  

“넌 저 느린 케이블카 타고 가고 싶어?”  

“…허, 그러고 보니 좀 느리다.”  

“우리가 저거 먼저 탄 사람들보다 빨리 갈 거야.”  

   

   

   

   

세훈이 간신히 카니발광장 앞까지 온 뒤, 옆에서 숨을 고르는 종인의 등을 두드렸다. 코앞이야. 여기만 돌아서기면 돼. 뒤에 있는 백현과 경수는 잊은 듯, 종인만 챙기고 있었다. 경수는 백현의 옷깃을 붙들고 그들이 뛰는 데로 같이 뛰었다. 백현의 표정을 살피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T익스프레스 앞까지 왔는데. 역시나 빨리 도착한 터라 한 번에 탈 수 있을 정도였다. 백현이 …저기, 소심하게 세훈의 어깨를 쳤다.   

   

   

   

   

“나, 이거 못 타.”  

“헐, 왜?”  

“너무 높이가 높잖아. 청룡열차도 겨우 타는데.”  

“경수는? 경수는 탈 수 있어?”  

“응. 나는 탈 수 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백현은 의외로 놀이기구를 잘 타지 못한다는 거였다. 기다릴래? 세훈이 묻자, …그래. 하고 풀이 죽은 목소리로 백현이 줄에서 빠졌다. 경수가 꽤나 애절하게 쳐다보았지만 백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재밌게 타고 와. 경수가 줄에서 빠진 백현의 손을 꼭 잡더니, 너 없으면 나 누구랑 타. 하고 백현이 용기 내어 타기를 권유했다. 그러나 백현은 결국 타지 못했다. 몇 없는 줄이 확줄면서 경수는 그대로 백현의 손을 놓았다. 세훈과 종인은 문제가 없는 듯 했다. 일부러 앞자리에 사람을 보내고 자기들은 뒤에 앉아서 여유롭게 웃었다. 경수는 입술이 삐죽 나왔다. 경수의 바로 뒤에 탄 세훈이 경수의 양 어깨를 붙들고 괜찮아. 우리가 있잖아. 하면서 즐거운 듯 밝게 미소 지었다. 종인이 그래 나도 있어. 하면서 경수의 어깨위의 세훈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치며 두드렸다.   

   

환상과 모험의 나라,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 출발합니다. 꽤나 밝은 여자 직원의 목소리로 놀이기구는 운행하기 시작했고 조금의 일직선레일을 지나 가파른 경사의 레일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에 맞서, 종인의 입이 트였다. …오오. 사실 종인은 에버랜드에 실로 오랜만에 오는 거였기 때문에 T익스프레스를 타본 기억이 없다. 놀이기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올 일도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이 실상 롤러코스터를 처음 타보는 거나 다름없었다.   

   

   

   

   

“어디까지 올라가…. 높다.”  

“무서워?”  

“후룸라이드는 타봤는데.”  

“뭐야. 처음 타 봐?”  

“올 일이 있었어야지.”  

   

   

   

   

꽤나 태평하게 말을 나누는 것 같았지만 종인은 제가 말하는 목소리의 떨림을 스스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긴장상태였다. 다 올라가자마자 편안하게 커브를 돌던 놀이기구는 갑자기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아악! 꽤나 귀가 아프도록 종인은 비명을 질러댔고 세훈은 옆에서 만세를 하며 꽤나 여유롭게 오오! 감탄사를 내뱉었다. 떨어진 놀이기구는 다시 빠르게 언덕을 올랐다.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또 한 번 떨어지며 옆으로 꺾이는 구간에 종인은 넋을 놓은 채로 억- 짧게 숨을 들이마시며 입을 다 물었다.   

   

   

   

   

“이거 왜 자꾸 옆으로 틀어져! 아 언제 끝나.”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무서워.”  

“한 번 더 떨어질 텐데.”  

“…내릴래.”  

“타놓고 내린대.”  

   

   

   

   

결국 또 한 번 떨어지고 마는 놀이기구에 종인이 크게 비명을 질렀다. 아악! 내릴래. 떨어지는 구간이 다 끝나고 나서야. 내린단다. 그 꼴을 보고 세훈이 쿡쿡 웃었다. 어이고. 무서웠어요? 난 재밌는데? 하면서 내려져있던 종인의 손을 잡아주었다. 잡아줄 구간은 이미 다 끝난 상태였다. 자꾸만 옆으로 휘어지는 레일에 종인이 억, 토할 거 같아. 하면서 세훈에게 잡힌 손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두 번 낙하한 놀이기구는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지만 자꾸만 작은 언덕을 오르내린 뒤 옆으로 기구를 꺾이게끔 했다. 다시 출발점에 다다라서야 종인이 안전벨트를 푼 뒤, 풀린 다리를 후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까지 풀릴 정도야? 비틀거리는 거 봐.”  

“…토할 거 같아. 뭐가 이렇게 빠르고 막 옆으로 돌고.”  

“등이라도 두드려줘?”  

“됐어. 그러다 진짜 토할라.”  

   

   

   

   

세훈은 종인을 신경 쓰느라, 미처 앞에 앉아있던 경수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수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서 억지미소를 지으며, 아 백현이도 탔으면 좋았을 텐데 했다. 세훈이 먼저 앞장서서 빠르게 출구로 나갔고 종인은 뒤늦게 경수를 챙기며 처음 탔는데. 재밌기는커녕 무섭다. 심장마비 걸릴 뻔했네. 하면서 경수에게 말을 붙였다.   

   

   

   

   

“무서운 거 못 타도 같이 타준 게 어디야.”  

“…에이, 백현이한테 삐졌어?”  

“아니, 삐진 건 아니고. 좀 섭섭해서.”  

“그래도 백현이도 탈 수 있는 거 타면 같이 탈 수 있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백현이 손을 흔들었다. 재밌게 탔어? 나만 못 타서 미안해. 세훈과 종인이 아닌 경수에게 하는 말이었다. 경수는 그런 백현의 팔을 들어 제 어깨에 걸쳤다. 미안해하지 마. 못 탈 수 도 있지. 대신 다음 놀이기구는 나랑 타기다? 경수의 말에 백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T익스프레스만 아니면 탈 수 있을 거 같아. 꽤나 확신을 가진 말투였다. 지도를 보던 세훈이 그나마 가까운 로테이션하우스로 무리를 이끌었다. 종인이 뭐야? 어지러운 거 아니지? 하고 되물었지만 세훈은 그저 자신이 타고 싶은 걸 골랐을 뿐이다.   

   

   

   

   

“야, 죽을래? 오세훈. 이거 빙글빙글 360도 도는 거라는데?”  

“미안. 이것도 인기 많아서 미리 타둬야 해.”  

“…나 어지럽단 말이야.”  

“…그럼 여기 있을래?”  

“와, 진짜. 오세훈.”  

“그럼 이거 타지 말까?”  

“어.”  

   

   

   

   

놀이기구 앞에 다 와서 또 다투기 시작했다. 옆의 백현과 경수는 괜히 뻘줌해져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넷이 와서 좋은데 둘은 형제고 또 자기들은 사귀는 그런 사이니까. 입장이 좀 다르지 않을까 했더니만, 역시 형제라 그런가? 엄청 싸운다. 경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나 살벌한지 불까지 튀길 정도였다. 그래. 알겠어. 안 타. 다른 거 타러가자. 미안해. 져준 쪽은 의외로 오세훈이었다.  

   

   

   

   

“우리 그럼 어디 가?”  

“종인이 어지럽다니까. 동물원이라도 가지 뭐.”  

“올, 챙겨주는 척 한다.”  

   

   

   

   

종인이 비꼬듯 말하자, 그럼 이거 타? 하고 다시 세훈이 놀이기구 건물을 가리켰다. 아니. 단호하게 거절하며 종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지러운 거 딱 질색이야. 그래서 결국 향한 곳은 주토피아였다.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보고 서성거리며 멈춘 세훈을 끌은 건 단연 종인이었다. 동물은 보고 타! 종인은 동물을 꽤나 좋아하는 듯 했다. 제일 먼저 뛰어서 울타리 앞까지 가더니, 잔뜩 아쉬운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야! 애들 다 자!  

   

   

   

   

“뭐야. 기껏 보러 왔다만 잠만 자네.”  

“호랑이만 자는 걸지도 몰라.”  

   

   

   

   

그래? 뒤돌아보니, 꽤나 낮게 지형을 잡은지라, 동물이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있었다. 저건 뭐지? 뒤에 애들을 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뛴 종인이 여기는 깨어있어! 북극곰이야. 하면서 손가락으로 물위에서 헤엄치는 북극곰을 가리켰다. 뒤이어 따라온 세훈과 백현, 경수가 북극곰을 보고 우와! 탄성을 질렀다. 사람이 몰리자, 사육사가 들고 있던 바구니에서 사과를 물속으로 던졌다. 북극곰은 헤엄을 쳐서 물속으로 빠지려는 사과를 건져낸 뒤 한 입에 베어 물었다. 반 이상 물은 사과가 물위에 둥둥 떴다. 북극곰은 더 이상 사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미 끝난 간식거리였다.  

   

   

   

   

“뭐야, 왜 쟤 사과 다시 안 먹어?”  

“이런 데 있는 애들은 먹이 아까운 줄 몰라.”  

“하긴 매일 먹을 게 그냥 생기니까.”  

“익숙해지는 게 무서운 거야.”  

   

   

   

   

곧이어 사육사가 손질된 생닭을 주자 무자비하게 받자마자 바로 뜯는 북극곰을 보며 오세훈이 말을 덧붙였다. 육식동물이라 고기 주니까 환장하네. 사과는 시시했나 보다. 북극곰은 그 좋아하는 고기마저 다 먹지 않고 대충 물어뜯어 헤집은 뒤, 물 밖으로 던졌다.   

   

   

   

   

“거 봐. 고기도 다 안 먹네.”  

“오세훈 너는 왜 그렇게 삐딱한 시선으로만 보냐? 배부르면 안 먹을 수 도 있지.”  

“아니야, 쟤는 이미 사람 손을 너무 많이 탔어.”  

“…동물원구경와서 한다는 말이.”  

   

   

   

   

그러는 세훈, 종인과는 다르게 백현과 경수는 꽤나 화기애애하게 곰을 구경하고 있었다. 헤엄치는 거 봐. 귀엽다. 나중에 물 얼면 빙하처럼 될까? 겨울 되면 그러겠지? 응, 그럴 거야. 넷이 왔는데, 둘 둘씩 따로 노는 분위기인지라, 종인이 눈치를 보며 슬쩍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오세훈은 말이 안 통해. 잘 살고 있는 북극곰한테, 사람 손 탔다느니 어쩌니.  

   

   

   

"세훈이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지만 옆에 사람이 잘 보고 있는데 그런 소리하면 안 되지."  

“그치? 오세훈, 배려가 없어. 짜증나.”  

“그래서 매일 부딪히는 거야?”  

“응.”  

   

   

   

   

백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면 네가 이해해주거나, 오세훈이 굽혀야 돼. 안 그러면 매일 싸우잖아. 그 말에 종인이 나는 많이 이해해주는 편인데? 하고 대꾸했다. 그러자 백현이 말했다. 그것보다 더 노력해야 돼. 서로 노력해야지. 한 명만 죽어라 노력하면 스트레스만 받아.  

   

   

   

   

“…너네는 잘 안 싸우지?”  

“우리는 싸울 일이 없지.”  

“…열 받을 때 없어?”  

“이해해주는 게 급선무래도? 남이 나와 다른 건,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야.”  

   

   

   

   

오세훈은 너와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야. 종인아. 백현의 말에 종인이 작게 실소했다. 그걸 모르는 게 아닌데, 오세훈은 가끔 자기주장이 너무 셌다. 결국 져주는 쪽이 항상 종인이였지만 점점 그게 축적되니까 불만이 많아졌다. 오세훈도 좀 져주면 안 되나? 아무리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곱게 자란 외동아들이라지만. 누군 외동 아닌가?  

   

   

   

   

*  

   

   

   

   

주토피아를 지나 이솝 빌리지를 거닐며 네 명의 소년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뭐야, 여기 길 막혔어. 툴툴거리는 세훈의 목소리에 백현이 다시 한 번 지도를 훑었다. 이어진 줄 알았는데. 막혔다. 큰 건물 뒤에 바이킹도 보이고 힘차게 돌고 있는 놀이기구도 보이는데, 누가 이리로 오자고 했어? 세훈이 잔뜩 짜증 섞인 소리로 말하자, 백현이 미안. 에버랜드는 오랜만이라. 하며 손에 들린 지도를 경수의 손에 넘겼다. 그래서 말했잖아. 롯데월드로 갔으면 길 잃을 일은 없었을 거야. 종인이 말하자, 세훈이 시시하게 서울에서 놀고 싶지 않았다고 투정부렸다. 결론적으로 이 넓은 에버랜드에 네 명이 오게 된 것은 순전히 오세훈의 고집이었다. 난 또 에버랜드 잘 아는 줄 알았네. 툴툴거리는 종인의 등짝을 내리치며 학교도 안 가고 놀이동산에 오게 된 건 나 때문이라고 우리 공결처리인 거 잊었어? 하면서 오세훈이 으스댔다.   

   

   

   

   

“공결처리면 뭐해. 길 잃어서 20분 이상 허비했잖아.”  

“아직 놀 시간 많거든.”  

“그러니까 누가 이리로 오래!”  

“내가 왔냐? 변백현이 왔지.”  

   

   

   

   

백현이 고개를 숙이며 내가 원래 길눈이 어두워서. 하고 둘러댔다.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됐다. 그런데도 종인은 둘러 온 게 나쁘지 않았던 모양인지, 조그마한 아동용 놀이기구와 동물캐릭터 조형물들을 둘러보면서 귀엽네. 뭐. 하면서 뒤늦게 백현의 편을 들었다. 좀 더 위로 올라가자 바이킹이 보였다. 이건 타야해! 경수가 부탁하듯 백현의 손을 잡아끌었고 이번에는 그전과 다르게 세훈과 종인이 뒤늦게 줄을 섰다. 의외로 이른 시간 때라, 줄은 빠르게 줄었고 낮은 쇳덩이로 줄이 나뉘어져있는 곳까지 올라온 네 명이 제각각 몇 번째 줄을 외쳤다. 경수는 왼쪽에서 두 번째 줄, 종인은 오른 쪽 맨 끝자리를 원했고 세훈은 별 탈 없이 따라갔지만 백현은 경수의 팔을 붙들고 한 칸만, 아니 두 칸만 밑에서 타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다른 건 겁도 없으면서.”  

“미안해.”  

“아니야, 세 번째 칸 타자.”  

   

   

   

   

백현과 경수가 세훈과 종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둘은 배려와 이해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서로 부딪힐 일이 없었다. 그에 반해, 세훈은 종인을 무척이나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제 고집을 못 꺾는 편이었다. 그건 종인도 잘 알고 있었고 세훈 역시도 조금은 자각하고 있었다. 경수는 무서운 걸 타다보면 익숙해진다며 백현을 다독였다. 바이킹자리가 빼곡하게 채워지고 나서 바이킹은 조금씩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느릿하게 움직이던 바이킹은 점점 속력을 붙여 세차게 위로 치솟았다. 으아악!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백현은 고개를 숙이고 타고 있었다. 그게 더 무섭다며 경수는 백현의 어깨를 붙들고 앞을 보게 끔했다. 올라가는 건 그럭저럭 참을만한데. 내려가는 게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아, 이건 아니야!!”  

“백현아, 좀만 참아. 몇 번만 이러면 내릴 수 있어!”  

“아, 정말…. 장난 아니네.”  

   

   

   

   

백현은 반대편 맨 끝에 앉아있는 세훈과 종인을 관찰했다. 아주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만세를 하고 난리가 났다.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휘파람을 불듯 여유로운 세훈의 모습에 좀 심통이 났다. 지가 놀이기구 잘 타니까. 괜히 핑계대서 같이 오자고 한 거구나! 아니, 근데 오세훈도 김종인도 너무 신나보였다. 만세를 할 때, 맞잡은 두 사람의 손에 백현은 둘 사이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나 이제 바에서 손 뗄 수 있을 거 같아.”  

“오, 정말?”  

“탈만하네.”  

   

   

   

   

세 번이나 바이킹이 반원을 그리고 움직인 뒤였다, 백현이 조심스럽게 바에서 손을 뗐다. 바를 잡지 않아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바를 놓고 즐길 준비를 끝냈는데 아쉽게도 바이킹 속도가 느릿하게 줄어든다. 백현이 못내 아쉬운 티를 내었다. 이제 바이킹 다음에 타자고 하면 또 탈 수 있을 거 같아. 확신을 가지고 한 말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부담 없이 여러 가지 놀이기구를 탔다. 더블 락스핀은 정말 심장이 떨어져 내리는 줄 알았다. 그건 비단 백현뿐만은 아니었다. 바로 옆에 줄지어 앉아있던 경수와 종인도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자아냈다. 아아악! 그런데도 좋은지 웃고 있었다. 백현은 빠르게 돌 때마다 눈을 꼭 감았다.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빠른 속도로 돌며 떨어지는 기구는 정말 심장이 쿵하고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무서움이었다. 바이킹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 깊숙이 들어가서 아마존익스프레스를 탔다. 아마존익스프레스는 꼭 기억해야만 했다. 넷이서 둘러앉아 처음으로 탄 놀이기구이기도 했고 또 항상 물 맞는 쪽이 물세례를 맞았다. 다들 모르고 탔던 모양인지, 앞의 기구에 탄 사람들을 보며 제발 내 쪽이 물맞는 쪽이 아니길 빌며 롤러코스터와 락스핀과는 또 다른 스릴감을 가지고 탔다.  

   

   

   

   

“이거 물 많이 튄댔지?”  

“응, 그 초록색 잘 덮고 있어. 신발 안에도 들어간대.”  

“헐, 앞사람들 봐. 대박 저기 인공폭포 있어.”  

   

   

   

   

초반부터 나쁘지 않게 가고 있었다. 한두 번 물이 튀겨 어깨와 등 쪽이 조금 젖은 것만 제외하면. 세훈은 제가 제일 많이 젖었다며 툴툴거리고 있었다. 느리게 파동을 치며 가던 기구가 인공폭포 앞까지 다다랐다. 그리고 기구는 천천히 회전하며 경수 쪽에서 세훈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인공폭포 코앞까지 도달하자 세훈은 물 폭격을 맞고 말았다. 세훈은 절로 눈을 꽉 감고서 손으로 뒤늦게 얼굴을 막았다. 이미 쫄딱 젖은 후였지만 세훈이 그러건 말건 기구는 느리고 유연하게 움직였다. 폭포를 지나치자마자 종인은 어떡해. 감기 걸리겠다! 하면서 세훈을 챙기기에 바빴고 다들 당황한 눈치였다. 세훈의 옆에 앉아있던 종인은 다행이도 재빠른 속도로 상체를 숙여서 하체만 젖은 상태였다. 세훈은 짤막하게 욕을 읊조리며 아마존익스프레스를 정지시킬 거라는 말도 안 되는 폭언을 했다.   

   

   

   

   

“이게 뭐야. 존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젖었어. 씨발.”  

“…에버랜드에 옷가게 있나?”  

“몰라 나가서 물어보자.”  

“없으면 어떡해.”  

“하나만 더 타고 쿨하게 나가야지.”  

   

   

   

   

하지만 그 말은 곧 현실이 되고 만다. 기구에서 내리자마자. 상점을 찾는 오세훈에게 직원들이 알려준 곳은 고딕 기프트라는 상점. 근데 그 상점은 아동을 위한 옷들 투성이였다. 물론 오세훈이 입을만한 옷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온통 단정치 못한 프린팅에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옷들이 아니었다. 즉, 남자 고등학생이 입을 만한 옷은 없었다는 소리었다. 오세훈은 멋없게 저런 건 입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물에 젖은 제 옷이 꽤나 불편했던지 패딩을 벗어 종인의 손에다 맡겨두고 탈의실에서 옷을 입고 옷을 입은 채로 나와서는 뒤에 붙은 택을 떼고 가격을 지불했다. 오세훈은 미처 사지 못한 신발 때문에 툴툴거리며 기사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삼십분 정도 걸린다는 기사아저씨의 말에 오세훈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히 캐릭터양말을 골라 신은 뒤 바로 계산을 했다. 아직 운동화는 젖은 채였다. 젖은 운동화를 구겨 신은 채로 뒤에서 기념품들을 구경하던 종인의 옆으로 종종걸음을 했다.   

   

   

   

   

“헐 김종인, 그거 써봐.”  

“낯간지럽게 이런 걸 어떻게 써?”  

“왜? 놀이공원 오면 이런 거 하나쯤 쓰고 다녀야하는 거야.”  

   

   

   

   

오세훈이 먼저 종인의 앞에 있는 동물모양 머리띠를 집은 뒤, 제 머리위에 올려놓고 크큭 거리며 웃어대다가 종인에게는 다른 모양의 머리띠를 씌워주고 웃기 시작한다.  

   

   

   

   

“그렇게 좋으면 너나 쓰지. 이걸 왜.”  

“너한테 훨씬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씌워 준거야.”  

“근데 왜 넌 호랑이고 나는 고양이귀냐?”  

“내가 더 세니까.”  

“헐, 그걸 어떻게 장담해. 난 너랑 제대로 싸운 적도 없는데.”  

   

   

   

   

두 사람이 싸우는 사이에 백현과 경수는 기념품을 차분히 골랐다. 인형도 있었고 볼펜도 있었고 경수의 손에 쥐어진 건 꽤 많았다. 순전히 경수가 다 가지고 싶다고 하며 고른 거였다. 애도 아니고 이걸 다? 라고 생각했던 백현이지만 누구보다도 경수를 이해하기로 마음먹은 후였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가지고 싶은 거 다 사도 돼. 하고 말했다. 내가 계산할게. 백현이 말하자, 손에 들려있던 볼펜과 망치모형을 내려놓는다. 아마 인형만 사려는 모양이었다.  

   

   

   

   

“이 인형, 너 닮았어. 백현아.”  

“내가 이렇게 생겼어?”  

“응, 막 눈이 이렇게 살짝 작아서.”  

“…허, 내 눈이 작은 편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이렇게 옆으로 살짝 눈초리가 내려가서 착해 보이고 귀엽다고.”  

   

   

   

   

다 골랐으면 계산하고 가자! 외치는 세훈을 두 사람이 동시에 쳐다본다. 그리고 세훈의 옆에 있던 종인에게도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흰 백호귀 머리띠와 검은 고양이귀 머리띠. …푸학, 백현과 경수가 막 웃다가 지금 이거 때문에 그러냐? 세훈이 머리띠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다가 그 손을 바로 주먹으로 바꾸며 아오. 하고 말하자. 그런 세훈이 별로 무섭지도 않았지만 두 사람은 애써 웃음을 거뒀다. 뭐야 머리띠. 백현이 귓속말로 큭큭거리자, 저거 근데 좀 부럽다. 우리도 살까? 하더니 경수가 백현의 머리위로 머리띠하나를 올렸다. 뭐야? 나 무슨 동물인지 못 봤어. 백현이 말하자, 양이라고 대답해준 경수에게 백현은 토끼머리띠를 건네주었다. 내가 양하면 넌 토끼해야 돼. 그 말에 경수가 시무룩해진다. 창피한데 토끼귀가 너무 길어서 사람들이 다 쳐다볼 거 같아.   

   

   

   

   

“처음으로 같이 놀러온 놀이동산이잖아.”  

“…허, 백현이 네가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지 사.”  

“싫으면 말고.”  

“아니, 좋아! 네가 마음에 들어 하잖아.”  

   

   

   

   

그 말에 백현이 밝게 웃으며 경수의 뻗친 머리칼을 정돈해주었다. 아, 귀여워. 백현은 절로 미소가 났다. 그건 경수역시도 마찬가지였는지 계속 키득키득 웃다가 너희 놓고 간다? 하는 오세훈의 소리에 정신이 번뜩 들어 급하게 계산을 하고 상점을 빠져나왔다. 나오고 나서 넷이 걸으니 우리 꼴이 아주 말이 아니었다. 이게 뭐야 동물농장도 아니고. 호랑이, 고양이, 양 , 토끼 완전 제각각이었다. 그것도 딱 봐도 고등학생 남자 넷이서. 우리는 서로 웃기 바빴다. 웃음을 멈추려는 찰나, 계속 옆을 보면 동물머리띠를 한 친구들이 있었다.   

   

   

   

   

“아저씨가 차 막힌다고 1시간은 생각하래.”  

“옷은 괜찮아?”  

“고비는 넘겼어.”  

“우리 뭐타?”  

“이제 이른 저녁이라 한참 손님 많을 때니까. 사람 없는 거 골라서 아무거나 타지 뭐.”  

   

   

   

   

허리케인, 로데오를 각각 30분 만에 여유롭게 타고 걸어 매직가든 근처로 갔다. 예쁘게 조명이 켜져 있었다. 색색의 조명들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바로 옆으로 보이는 장미원의 장미성도 꽤나 화려했다. 핸드폰으로 찍으면 잘 안 나오고 빛이 번져서 모양이 예쁘게 안 나올 것 같았다. 그렇다고 셀카를 찍자니 역광일게 분명했지만 세훈은 서재에서 꺼내온 DSLR카메라를 뒤늦게 꺼내들었다. 먼저 백현과 경수를 찍어줄 요량이었다.   

   

   

   

   

“조명 예쁘게 비추는 데 둘이 서봐. 플래시 터지니까. 눈 안 감게 조심하고.”  

“사진기 있었으면 진즉에 찍어주던가. 입구 나무 예쁘던데”  

“김종인, 조용히 해봐. 집중 안 돼.”  

   

   

   

   

누가 보면 대단한 사진기사 납시신 줄 알겠다. 종인이 비아냥거렸지만 세훈은 꽤나 진지하게 하나둘 셋을 외치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아, 변백현 눈감았어! 다시! 세훈은 열정적으로 두어 번 셔터를 눌렀고 그제야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는지 오케이 사인을 했다.   

   

   

   

   

“우리도 찍어줘.”  

   

   

   

   

백현과 경수는 딱 붙어서 나란히 브이를 하며 꽤나 정상적으로 사진을 찍었었다. 종인도 그러려했는데 제 어깨에 턱하고 걸쳐진 세훈의 팔에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아! 진짜, 티내지 말라니까? 아니, 이건 괜찮은가? 우린 형제니까. 되게 어벙하게 있다가 초세는 숫자도 못들은 종인이 플래시가 터지자마자 눈을 감았다. 그래도 오자로 시작하는 성질 나쁜 오 씨보다는 확실히 대인배인 백현이 다시 찍을게 하나 둘 셋, 하고 느리게 외쳐준 덕분에 단번에 만족할 만한 컷이 나왔다. 종인은 가볍게 브이를 했다.  

   

   

   

   

“봐봐. 확인해보자.”  

   

   

   

   

네 소년이 머리를 맞대고 카메라에 찍힌 사진들을 확인했다. 눈 감은 사진 지우고 잘나온 사진만 남긴 채로 카메라를 껐다. 옆에서 종인은 계속 구시렁거렸다. 카메라가 있었으면 처음부터 사진을 찍던가, 갈 때 다 돼서 나 참! 그 소리에 세훈이 이를 빠득 갈며 그럼 방금 찍은 것도 지울까? 어? 하면서 또 싸우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경수가 둘 다 그만해. 올 때부터 갈 때까지 계속 싸우면 백현이랑 내가 뭐가 되냐? 하며 두 사람의 양쪽 어깨에 손을 올리고 두드렸다. 싸우지 마. 당부와도 같은 그 말에 두 사람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입구 쪽으로 가려던 참이었는데 기사아저씨께 전화가 왔다. 도착했다고 주차장에 있을 테니, 셔틀버스를 타고 오라는 전화였다. 지나갈 때마다 오전과는 다르게 노랗고 하얀 예쁜 조명들이 가로등위로 연이어 이어져있었다. 꼭 만국기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입구에 다다랐을 때, 종인은 처음 입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무조형물 쪽으로 뛰어갔다. 아침에 봤을 때보다 훨씬 예뻤다. 노랑, 빨강, 초록, 파랑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진짜 트리못지 않았다. 아니, 진짜 트리보다 훨씬 예쁜 것 같았다. 크기가 커서 그런가?  

   

   

   

   

“김초딩, 트리랑 사진이라도 찍을래?”  

“어! 나 찍어줘.”  

“아, 못살겠다. 거기 있어봐.”  

   

   

   

   

세훈은 가방에서 아까 찍고 넣어놓았던 카메라가방을 다시 꺼내들고 카메라를 꺼낸 뒤, 종인에게 예고 없이 플래시를 터트렸다. 아, 뭐야. 말은 하고 찍어야지. 불만을 토로하는 종인을 또 한 번 찍어대고 킥킥 웃더니, 정말 초 셀게. 하고 세 번째나 돼서야 초를 센 뒤, 사진을 찍었다. 트리에 손 하나를 올려놓고 트리를 바라보는 사진을 찍고 나서 세훈은 만족스럽다는 듯 방금 찍은 사진과 전에 찍은 사진들을 모두 확인한 후 카메라를 껐다. 물론 종인은 마지막 것만 남겨둔 줄 알거다.  

   

   

   

   

“이렇게 보면 종인이나 세훈이나 되게 친해 보이고 좋은데.”  

“우리 완전 친해.”  

“어, 맞아.”  

   

   

   

   

누가 보면 오세훈이 우리가 친하다는 걸 부정하는 줄 알겠다. 어찌나 종인의 말을 딱딱하게 받아치는지, 그래, 너희가 생각하는 거랑 좀 다른 친함일 테지만 어쨌든 우리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남들이 보면 충분히 싸웠나 오해할 법도 하지만 그것 역시도 우리는 다 애정이고 애증인걸.   

   

   

   

   

“사진은 다음 주에 인화해서 나눠줄게.”  

“오, 인화도 하게?”  

“단톡방 만들어서 폰으로도 보내줄게.”  

“대박.”  

“…아, 그러고 보니까 우리 넷이 왔는데. 넷이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네.”  

   

   

   

   

조용하게 있던 백현이 뒤늦게 말하자, 아까 말하지, 가든에서 사진 찍기 엄청 좋은 데 있었는데! 하고 세훈이 뒤늦게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무렴 어때, 그냥 찍자. 아쉬움은 남았지만 아직 에버랜드를 나가기 전이었다. 대충 예쁘게 생긴 건물 벽 앞에서 나란히 선 넷이었다. 세훈은 제 앞을 지나가고 있던 커플에게 잠시 만요. 저희 좀 찍어주세요. 하고 부탁했고 여자는 꽤나 오밀조밀한 손으로 카메라를 받아들고 숫자를 크게 세주었다 다섯 하면 찍을게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플래시가 터지고도 아까 사진을 찍었던 여파로 익숙해져있던 네 명은 눈을 깜빡이지 않고 꽤나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백현이 경수와 종인에게 어깨동무를 했고 세훈은 종인과 팔 사이에 제 팔을 끼우고 얼굴을 가까이 한 채로 바깥쪽 팔로 브이를 했다. 사진을 찍고 난 뒤 카메라를 받아들고 확인을 하니 우연치 않게도 바깥쪽에 있던 세훈과 경수가 브이를 하고 있었던 건 모두가 오! 대박! 을 외칠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변백현이 가운데 있었던 것도 신의 한수다.”  

“대박 김종인한테도 어깨동무했네.”  

“왜 그렇게 의외라는 듯이 말해? 백현이랑 나랑 유치원동창이라니까?”  

“악, …크크. 그 말 아직도 우려먹나? 구라 아니었어?”  

“민들레유치원 맞지? 백현아?”  

“헐, 아니라더니. 맞아. 민들레유치원 사랑반.”  

“넌 사랑반이겠지만 나는 희망반이었어.”  

   

   

   

   

백현과 작년에 처음 같은 반이 됐던 날, 백현은 처음부터 유치원타령을 하며 꽤나 친한 척을 해왔다. 덕분에 종인은 그 날 하루 종일 유치원? 유치원 어디 다녔지? 하고 머리를 꽁꽁 싸맸다. 집에서 유치원? 몇 개를 다녔었지? 하고 곰곰이 생각하던 종인이 갑자기 백현을 기억해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개구쟁이, 한 살 어린데도 불구하고 7살 반에 아무렇게나 들어와서 누가보아도 반할만큼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들의 환심을 사던 아이. 종인이 블록놀이 하고 있으면 도와주는 척하고 다 부수어버리던 그 아이. 덕분에 종종 울었던 기억도 났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만든 건데! 하지만 백현의 기억은 자세히 떠올리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기억할 수 없는 과거였다. 반년밖에 다니질 않아, 유치원앨범이 남아있질 않았다. 변백현은 그냥 기억속의 아이었다. 그런 백현과 다시 조우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역시 세상이 참 좁다더니, 서울은 은근히 넓은 편이었다.  

   

   

   

.  

“됐고 이제 집 가자.”  

“응. 배고프다.”  

“원래 저녁도 먹고 가려고 했는데. 옷이 다 젖어서. 아 근데 이제 괜찮은데? 신발 축축한 거만 빼면”  

“기사 아저씨 오셨대며.”  

“아, 여기 용인이지? 겁나 멀어. 아저씨 기다리게 하면 안 돼.”  

   

   

   

   

입구를 나가 셔틀버스를 기다리자, 금세 버스가 도착했다. 꽤 이른 시간이었지만 에버랜드가 첩첩산중에 있는지라, 일찍 나가는 사람도 많았다. 만원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체가 넓어서 그렇게 끼지는 않았지만 앉을 자리가 없는 게 불편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녔는데 잠깐 서있는 게 힘들다니. 역시 놀 때랑은 다른 거 같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가까운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근처에서 헤매자, 전조등을 켰다 껐다하며 자동차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아저씨가 여기요! 하고 소리 지르자, 네 소년이 동시에 우르르 뛰어간다. 맨 앞좌석에 탄 건 단연 세훈이었다. 아까 전과도 같은 구도로 경수, 백현, 종인이 뒷좌석에 탔다.  

   

   

   

   

“아, 내가 뒤에 탈 걸 그랬나?”  

“왜?”  

“셋이 나보다 더 친해보여서 질투 나서 그런다. 왜?”  

“풉, 네가 질투도 할 줄 아냐?”  

   

   

   

   

또 시작됐다. 김종인의 오세훈 비꼬기. 세훈은 가만히 손을 뒤로 뻗어 종인의 팔인가 어깨 부근을 손으로 내리쳤다. 종인이 어찌나 째려보는지 뒤통수가 따갑다. 그래서 세훈은 확실히, 더 확실히 하기로 했다.  

   

   

   

   

“왜? 나는 질투하면 안 돼?”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잠자코 듣고 있어. 토 달지 말고.”  

“꼭 말을 그렇게 해야겠냐?”  

“내가 뭐?”  

“좀 다르게 말할 수도 있잖아. 입장차이겠지만 듣는 나는 기분 나쁘거든?”  

“네가 예민한 게 아닐까?”  

   

   

   

   

괜히 중간에서 고래싸움에 등이 터진 듯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던 백현과 경수가 조용히 한마디씩 내뱉었다. 내가 봐도 세훈이 네가 잘 못한 거 같아. 토 달지 말라니. 듣고 있으라니, 그건 너무 강압적이잖아. 형제사이에 싸움이 비일비재하겠지만 그건 아니라는 말이었다. 아무리 형제여도 나이가 같고 동갑인데. 그리고 듣자하니, 종인이 생일이 1월이라던데. 까지 해서 오세훈을 향한 비난이 연이어 이어졌다.  

   

   

   

   

“내가 보기에 둘의 싸움은 둘 다 안 지려하는 태도에도 문제점도 있지만 전적으론 오세훈한테 문제가 있어.”  

“…그래? 내가?”  

“그냥 딱 뭐라 말해야 되지? 외동특유의 성격 있잖아. 살짝 이기적인 면이 있어.”  

“그래?”  

   

   

   

   

  

맞아. 뒤늦게 동조하는 종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꽂혔다. 바로 뒤에서 종인이 절 어떻게 보고 있을까 궁금해서 고개를 뒤로 빼서 뒷좌석을 비춰주는 거울을 보니 종인은 생각 외로 차분한 표정으로 멍하게 눈을 떴다가 감았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돼? 난 원래 이렇게 살아왔잖아.”  

“당장 바꾸기 어렵다는 거 알아. 근데 고쳐야 돼.”  

“…난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 거 같아.”  

“네가 사랑하는 주위사람들이 네 말과 행동에 다치고 아파할 거야.”  

“…그 정도야?”  

“그래, 말 안하려고 했는데. 처음에 경수를 찾아가라고 했을 때, 네 태도 굉장히 마음에 안 들었어.”  

   

   

   

   

백현은 꽤나 차분하게 얘기했지만 그 말속엔 분명 뼈가 있었고 가시도 있었다. 경수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네가 처음부터 모든 걸 감당했다는 듯이 말한다?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넌 그냥 경수를 물질적으로 도와준 거지. 해준 거 아무것도 없어. 네가 경수를 챙겼어? 경수를 보살폈어? 아니 네 입에서 그런 말 나오면 다 위선이야. 네가 정말 경수를 챙겼다면 경수를 처음부터 놓아줬어야 해. 처음부터 아픈 애를 가둬둔 건 너였어. 오세훈.  

   

   

   

   

“…그래, 미안하다. 내가 잘 몰랐네.”  

“몰랐다고 핑계 대는 건 지금까지야.”  

   

   

   

   

옆에 있는 사람한테 잘해줘. 백현은 종인의 왼쪽 허벅지에 제 손을 올려놓았다. 너, 너라고. 꼭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경수는 백현의 어깨에 제 얼굴을 기댄 채, 잠을 청하고 있었다. 타자마자 잠이 든 거 였다.
  

   

   

   

“난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와서 확실해진 게 있어.”  

“…그게 뭔데.”  

“아마 너는 김종인을.”  

   

   

   

   

좋아하겠지. 기사아저씨의 눈치도 있고 옆에 있는 종인을 배려해서 뒷말은 삼켰다. 표현이 달라서 애를 먹고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네 감정이 김종인을 대하는 네 태도가 꼭 형제를 대하는 게 아니라, 그렇다고 친구를 대하는 것도 아닌 굉장히 애매한 사이라는 걸 눈치 챈 거였다. 진짜 형제였더라면 낯간지러워서 머리띠도 맞추지 못했을 거다. 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다. 다른 애들은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은데 유독 김종인한테만 이상한 조건을 매달아 구속하곤 했다. 말도 걸지 말라니, 없는 사람 취급하라니. 어떻게 그럴 수 가 있어! 백현은 종인이 불쌍하다 못해서 연민의 감정이 짙어져, 내가 지금 김종인을 좋아하나? 착각까지 할 정도로 경수를 생각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알겠어. 그 얘긴 따로 해.”  

   

   

   

   

뒤늦게 오세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종인은 굉장히 멍한 눈을 끔벅거리고 있었다. 졸리면 자. 백현이 말하자, 종인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더니, 창가에 머리를 기댔다.
결국 잘 거면서. 백현은 자는 두 사람 사이에서 밀려오는 잠기운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잠이 들었다.
  

   

   

---------------------------------------------------  

   

쓰다가 브금을 다섯번이나 바꾸며 멘붕.. 난 브금빨인데..
놀이공원에 잘 어울리는 곡으로 계속 쓰다가.. 뒷내용도 감안해서
또 바꾸다가 바꾸다가... 네 결국이리 됐네여..ㅇ.ㅇ.   

전 네 명의 캐릭터가.. 맘에 드는게. 참 제각각인거같아여 개성있는 듯...  


제가 꽤나 성실연재를.. 해왔었는데( 제 입으로..ㄷㄷ)
늦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알바도 해야해서.. 연재텀은 3~4일이 될거같으여..!
분량도 삼분의 일이나 늘림..ㅠㅠ 제가 보기에 짧다고 느껴져서 내린 결정에요..  

여기에 모순점이 있다면 전 롯데월드를 매우 자주갔기 때문에 에버랜드 지리에는 익숙하지 않아요.
이솝빌리지에서 길 잃었던 적도 있지만.. 그게 그 길인지 바이킹이 보이는 지.. 잘 모르겠어요..
일단 에버랜드 지도를 참고하긴 했습니다만..ㅠㅠ 좀 모순이 있더라도 봐주세요.. 픽션이자나여.. 찡긋
  

암호닉은 마감했으니 더 이상 신청하지 말아주세여.  

암호닉입니다요..♥  

판다님 텐더님 짜요짜요님 72%님
잉여님 리마님 슈슈님 호호님
디니님 퐁퐁님 비밀님
파레라님 aa님 백백님 정모카님
  

  



대표 사진
독자1
판다예여...배켜니 빼박캔트...★☆근데 저런 인물도 있어야 해요...세훈이에게 깨우침을 주리라!허허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다음편도 기대 만땅이여 작가님~♥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백현이 단호박인줄.... 멋있어....세훈이한테는 저런 사람이 필요한 거 같아요 주위에 그냥저냥 넘어가주는 사람이 대다수였으니까 이일로 세훈이가 바로 완전히 달라지진않겠지만 조금씩 바뀌였으면 좋겠어요~ㅇ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잉여에요! 백현이가 바른말 참 잘하네요 허허 오세니가 듣고 나아지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네요 그럼 보다 멋진 청년이 될텐데말이죠(?)..잘보고가요!하트하트 ♡♥닥흑찬♥♡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72%에요!아슬아슬하더니결국말하게되었네요사실둘이좀더확실히해서크게싸우는것도보고싶네요ㅋㅋㅋㅋㅋ그리고제가이해하디못하는것일수도있지만백현이경수가저렇게배려하는것도좀신기한..☆★전저러면쉽게지루해질거같다고해야되나서로사이에있어여음..쉽게질릴거같가능생각도들어요ㅋㅋㅋ물론둘은다른길을걸어왔기때문에아닐수고있지만..여튼다음편기대할게요!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5
호호에요ㅠㅠㅠㅠㅠㅠ 백현이 단호하다 ㅋㅋㅋㅋ 대박 그렇지만 때론 저런 말도 필요하겠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6
텐더입니다 으아 이번편 길었던거같아요ㅎ 잘보고갑니다ㅎㅎ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7
리마 입니다 회원전용도 몇개 있네요!! 아쉽지만 ㅜㅜ 밀린거 또 보러 가야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8
으앙 흑지님 슈슈예요ㅜㅜ 왜이리 늦게온거죠!!! 왜죠!!! 흑지님께 그냥 죄송할 뿐이예요...하ㅜ 저도 요즘 알바로 글을 읽을 시간이 나질 않네요ㅠ 그래도 이렇게 보러왔으니 용..용서를..!ㅎㅎ 네명의 성격이 각각 차이가 있기때문에 개성도 넘치고 WWW에 걸맞는 캐릭터들이 되지않았나싶어요~ 서로 챙겨주는 찬백이들과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이해하려 노력하는 세종이들도 예쁘구요..^^ 마지막에 세종이들의 사이를 눈치챈 백현이! 세훈이가 말해주는 것도 어서 보러가야겠어요~ 짧아서 죄송해요!! 달달한 글 잘보구 갑니다ㅎ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6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4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