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277011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청춘 리얼 로맨스

Written by.흑지

 

 

*

 

 

 

 

스물 두 살의 겨울이었다. 내 마지막 연애는 작년 이맘때쯤, 벌써 솔로가 된지도 일 년이 다 되었구나. 누가 들으면 퍽도 오래되었다고 욕할 일이었다. 아마 백현이한테 나, 솔로 된지 1주년 됐어. 하면 엄청 웃겠지. 변백현의 연애는 내가 알기로, 나한테 말해준 것만 해도 두 번, 세 번? 밖에 되지 않았다. 동갑, 연상. 두 번이었나? 무튼 변백현은 적어도 나처럼 흥청망청 연애하지 않았다. 미니홈피 메인이나, 메신저 창으로도 티를 내긴 했지만, 정말 좋아서 연애하는 거 같지가 않았다. 여기서 내 오해는 더 붉어졌다. 왜 하필 이성 친구 사귀는 게 이렇게 어색해 보이는 거야! 나는 연애를 잘하지는 못해도, 엄청 행복한 티 정도는 낼 수 있었는데. 혹시 중학교 때, 아니 고등학교 때에도 변백현은 날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거, 네 앞이라서 부르는 노래 아니야.”

 

 

 

 

변백현이 그렇게 말을 하지 않고 그냥 노래를 불렀다면 아~ 백현이가 노래를 하는구나. 하면서 그냥 넋 놓고 노래를 듣고 있었을 거 같다. 오해하지 마. 덧붙인 백현이의 말을 듣는 순간, 내가 했던 생각들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변백현은 날 좋아했다. 그리고 분명 …그 시절에 변백현은 내게 상처 받았을 것이다. 너 혹시 게이야? 에서 시작해서 그래서 나한테 먼저 접근했을 거라는 말을 들었어. 정말 그랬어? 라고 백현이를 몰아붙였던 그 순간들까지. 오래전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는 백현의 말에 가슴이 덜컥했다. 어색하게 웃었지만, 변백현의 시선은 꽤나 진지하게 나를 향해있었다. 짧지만 그렇게 짧지도 않게 말을 내뱉고서 5초가량 정도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본 뒤, 노래방 기기로 시선을 돌렸다.

 

 

 

*

 

 

 

 

그 날 그렇게 돌아가고 나서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었는지, 아마 변백현은 모를 거다. 내 속을 이렇게 복잡하게 해놓고 저는 멀쩡하게 잘 살고 있을 터였다. 내년이면 스물 셋이다. 백현아, 학교는 1년 다니고 휴학했다며. 그래도 넌 꾸준히 음악 하네. 부럽다. 나는 변백현에게 뜬금없이 안부전화를 걸어 말했다. 시간 돼? 매일 변백현이 묻던 물음을 내가 먼저 했다. 백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다. 그 때 미안했어. 는 너무 소심한 거 같고. 음, 생각해보니 예전부터 너 꽤 날 많이 챙겨줬었구나. 고마워. 하면서 한 번 꼭 끌어안고 싶었다.

 

 

 

 

“백현아, 여기.”

 

 

 

 

변백현은 약속 시간에 잘 늦었다. 그건 학창시절에도 성인이 되어서도 변함이 없었다. 지 동네에 가도 늦었고, 내 동네에 오면 약속시간을 두 시간을 늦춰가면서 미안, …미안해. 하고 빌었다. 변백현을 기다리는 건 늘 있는 일이었다. 허둥거리며 역에서 나오기에 팔을 위로 뻗어 흔들자, 그제야 백현이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늘 보아오던 귀여운 미소였다.

 

 

 

 

“늦어서 미안. 진짜 완전 미안해.”

“매일 그 소리 할 거면 다음엔 좀 일찍 나와라.”

“대신 밥은 내가 살게.”

 

 

 

 

변백현이 밥을 사주는 건, 어느덧 당연한 일이 되어있었다. 근데 솔직히 난 그게 싫었다. 밥만 사면 말을 안 하겠는데, 뭐든 다 사주려고 했다. 길거리에 닭 꼬치가 맛있어 보여서 쳐다보고 있으면 저거 사올까? 나도 배고픈데 먹자. 하면서 지 멋대로 계산을 하고 두 개를 사서 내게 한 개를 건넸다. 자주 가는 아이스크림 체인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난 정말 더치가 하고 싶은데. 변백현이 돈을 꺼내려는 내 손을 저지했다. 내가 여자도 아니고. 왠지 남자친구 돈이나 축내는 애인이 된 거 같아서 찝찝했다. 내가 낼게. 내가! 결국 그 날 밥은 내가 샀다.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다.

 

 

 

 

“고집은.”

“매일 얻어 먹잖아. 한두 번도 아니고. 밥만 사준다면서 자꾸 입에 뭐 물리고.”

“너 되게 잘 먹잖아. 보기 좋아서 그렇지.”

“…너 때문에 살찔 거 같아.”

“제발 살 좀 쪄라.”

 

 

 

 

밥을 다 먹고 어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같은 루트를 밟았다. PC방에는 가지 않았다. 중고딩 때처럼 멀쩡하게 던파와 서든을 하면 가겠지만. 변백현은 심각한 롤 중독자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변백현이 음악을 하니까. 작곡에 관심이 많아서 미디에 쏟는 시간이 많았다. 미디에 여덟 시간을 쏟았다면 롤에는 열 시간 이상을 소비했다. 그래서 변백현은 오전에는 절때 일어나지 않았다. 카톡도 오후나 되어서 읽고 미안, 지금 일어났어.ㅠㅠ를 반복했다. 학창시절처럼 PC방에 갈 수는 없지만 우리는 노래방과 카페에 갔다. 카페는 추운 날씨에 담배피기 딱 좋은 장소였다.

 

 

 

 

“아, 라이터 기름!”

“…헐, 기름 다 닳았어?”

 

 

 

 

백현이 먼저 담배 끝에 불을 붙이고 내게 라이터를 건넸는데, 아무리 달칵거려도 불 스파크만 튀고 정작 불은 붙지 않았다. 시선을 내려, 라이터를 확인하니 라이터기름이 바닥이었다. …아, 나 지금 입에 물어서 지금 안 피면 죽을 거 같은데. 내가 칭얼거리자, 변백현이 담배를 입에 문 채, 필터를 씹으며 말했다.

 

 

 

 

“이리 와봐.”

 

 

 

 

변백현이 테이블 중앙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 역시 변백현이 하는 그대로 변백현의 얼굴 가까이에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변백현과 나 사이의 거리는 딱 왼쪽, 오른쪽 주먹을 이어붙인 거리였다. 변백현이 고개를 슬며시 위로 제쳤다. 내려다보는 그 눈에 잠시 넋을 잃을 뻔했다. …빨리. 변백현은 손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로 느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그때서야, 변백현의 의중을 깨닫고 변백현의 담배에 내가 물고 있던 담배를 이어 붙였다. 변백현의 입가에 잔잔히 미소가 띄워진다. 나는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고 그제야 살 것 같다는 얼굴로 변백현을 마주 보았다.

 

 

 

 

“빨리 붙여야지. 왜 그렇게 쳐다보고만 있냐.”

“…말을 해줬어야지.”

“이 바보야.”

 

 

 

 

왜 아직도 귀엽냐. 나이 어디 갔어? 묻는 변백현의 말에 나도 푸스스하게 웃음을 흘렸다. 변백현이 담배를 다 피고,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나를 말똥말똥하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도경수, 요즘은 여자 친구 없냐?”

“있지. 그냥 여사친은.”

“크크, 또 솔로 됐나보네.”

“되긴 뭐가 돼. 솔로 된지 한참 됐는데.”

“…헐? 진짜?”

“어, 어른 되고 나니까. 존나 귀찮더라. 사람 사귀는 거.”

 

 

 

 

사실이었다. 다 크고 나니, 연애는 볼 게 없었다. 나 살기 바빠 죽겠는데 무슨 연애야. 대수롭지 않게 말했더니. 백현이 동조해주며 맞아. 하고 대답했다. 나는 신이 나서 조잘거리며 떠들기 시작했다. 전 여자 친구가 있을 때, 어쩌고저쩌고 또 이러쿵저러쿵해서 엄청 화났는데, 여자애들은 왜 사소한 거에도 신경써주길 바라는 걸까. 머리 아프게. 그냥 단순히 맘에 안 들면 맘에 안 든다고 딱 터놓고 얘기하고 쌓아두지를 말아야지. 왜 사소한 거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이랬고, 저래서 나 화났어! 라고 얘기하는 거야. 넌 이해해? 백현아?

 

 

 

 

“글쎄 나도 그런 건 이해 잘 못하겠던데.”

“역시 변백현은 나랑 통하는 구석이 있어.”

 

 

 

 

친구라는 놈들이 다 하나같이 연애질이야. 근데 그런 애들한테 고민상담하면 남자가 그거 하나 이해 못 해주냐고 그러니까 네가 오래못가는 거라고 잔소리만 하더라니까? 이래서 연애는 피곤해. 연애 말고 여자들. 그냥 독신으로 살까봐. 진심이야. 내가 2014년에도 여자 친구를 사귀면 사람이 아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그래놓고 좋아하는 사람생기면 또 사귈 거면서.”

“…더 이상 감정소모하기 싫대도?”

“만약에 말이야. 너를 좋아하고 있던 사람이 나타나서, 널 좋아해왔어! 하고 고백하면?”

“…음, 그건 좀 고민해봐야겠는데.”

“거봐, 도경수 단순해.”

 

 

 

 

이씨, 하나도 안 단순해. 나 이제 연애하기도 지쳤다니까? 이십대 초반이 말하는 거라고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가까운데도 이렇게 말을 하는데도, 변백현은 그냥 날 친구 대하듯이 대하고 있다. 차라리 여자 말고 남자를 사겨볼까? 꽤나 진지하게 말했는데. 갑자기 변백현이 마시던 커피를 뿜었다. 다행이도 아이스커피여서 분비물이 커피 안으로 튀진 않은 거 같았다. 빨대와 플라스틱 컵으로 변백현 입에서 나온 커피가 흘러내렸다.

 

 

 

 

“으, 드러.”

“…너 게이 혐오하는 거 아니었어?”

“무슨 혐오야?”

“근데, 중딩 때, 게동보고 완전 못 볼 거 본 거처럼 굴었잖아.”

“그럼 야동 뗀지도 얼마 안 된 중학교 2학년이 게동을 자연스럽게 보고 즐겼어야해?”

 

 

 

 

변백현이 입을 벌린 채로 멍하게 쳐다보다가 그건 그러네. 근데 진심으로 한 소리는 아니지? 하고 물어왔다. 변백현이 놀랜 게 웃기기도 하고 장난 좀 더 쳐볼까 하는 심산으로 앞질러 나갔다.

 

 

 

 

“요새, 나 여아돌 안 핥잖아.”

“헐, 누구 좋아하는데?”

“엑소.”

“…그 사람 많은 그룹?”

“오, 아이돌 안 좋아한다면서 그건 아네?”

 

 

 

 

거기에 너랑 동명이인 있어. 내가 걔 좋아한다니까? 도씨도 있더라. D.O 진짜 도씨가 흔치 않은데 나랑 친척 아닐까? 심지어 나랑 닮았다?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래 그 백현? 걔 진짜 잘생겼어. 자연스레 핸드폰을 켜서 배경화면을 보여줬다. 눈앞의 변백현이랑 꼭 닮은 엑소의 백현이 핸드폰 액정 안에 있었다. 변백현이 벙찐 눈으로 바라본다. 이런 애들이랑 연애하면 한 번쯤 게이가 되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라고 했더니만, 변백현이 찌릿 째려본다. 뭐야, 그런 가망도 없는 짓을 왜 해?

 

 

 

 

“하긴, 얘네는 모니터 남친 이야. 이뤄질 리가 없지.”

“…야, 도경수, 너 진짜 아직도 아이돌 좋아하는구나.”

 

 

 

 

카페에서 창피하니까 목소리 좀 낮춰줄래? 백현이 진심으로 부끄러운지 속삭이듯이 말했다. 나는 그런 백현을 보며 실실 쪼갰다. 너도 솔로고 나도 솔로면 위아원인데! 아니, 그게 아니라. 음, 그래, 막연히 게이가 되라는 건 아니야. 나랑 연애놀이하자. 그냥, 연애하듯이 서로 안부 묻고, 친구처럼 간소한 스킨십을 하는 거야. 뭐 이런 말을 했나싶어 경수는 말을 내뱉자마자 바로 고개를 숙였다. 분명 얼굴이 빨개졌을 거다. 귀도 붉게 달아올랐다.

 

 

 

 

“연애놀이가 뭐야, 놀이가.”

“…싫으면 말아라.”

“네가 싫어하는 줄 알고 한 번도 말한 적 없는데.”

 

 

 

 

나 게이 맞아. 나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던 백현이 뒤이어 말을 이었다.

 

 

 

 

“뒤에 ‘놀이‘ 자 빼고 나랑 연애해.”

 

 

 

 

*

 

 

 

 

남자둘이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고등학교 때 갔던 놀이동산을 떠올려냈다. 그 때, 변백현이랑 나랑만 가려고 했는데, 김종대가 우리 옆에 계속 붙어 있다가 대화내용을 엿듣고 뭐야, 너네 나빼고 어디가? 하는 바람에 김종대를 끼워줄 수밖에 없었다. 김종대는 AB형이었다. 나는 혈액형은 잘 믿지 않았지만, 확실한 건 김종대는 혈액형 글에 딱 적합한 특이한 AB형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달렸지만 딱히 말을 하진 않았다. 김종대라도 없으면 내 친구는…. 됴르륵,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서였다. 물론 중학교 때 변백현을 만난 뒤로 내 성격은 지나치게 낙천적으로 변했고 친구도 많아졌지만, 김종대는 내 초등학교 동창이니까. 어쩔 수가 없었다. 저번엔 셋이 가서 둘이 많이 못 놀았지만 이번엔 둘이다! 그 생각에 설레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내가 변백현을 이성적으로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변백현을 친구로서 꽤나 좋아했던 것은 틀림없다.

 

 

 

 

“도경수, 네가 뭐 못타더라? 바이킹?”

“아니야! 나 바이킹 탈 수 있어.”

“오 진짜? 너 겁 되게 많았잖아.”

“고3때 탔는데, 처음엔 죽을 거 같더니, 세 번, 네 번 타니까 괜찮던데?”

“그럼 바이킹도 타고. 음, 너 또 못타는 거 없어?”

“있지, 그 위에서 팍 떨어지는 거하고, 후렌치 레볼루션.”

 

 

 

 

자이로로 시작하는 거 다 못타고, 아틀란티스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변백현의 손에 이끌려 두려움을 참아내고 처음으로 탔었다. 내가 생전 처음 탔던 롤러코스터였다. 속력이 너무 빨라서 눈만 감고 있었지만, 도저히 그 자이로? 자이로드롭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저걸 어떻게 타, 울먹울먹 거리자. 김종대랑 변백현이 우리 타고 올게. 하면서 날 혼자 남겨두고 가버렸다. 후렌치 레볼루션도 한 바퀴 도는 거, 그 루프? 그거 있어서 무서워서 못 탔는데. 둘은 나를 빼고 너무도 잘 놀았다. 나는 변백현 손을 잡고 실내의 실내로 들어갔다. 아동 놀이기구가 즐비한 곳들 위로 계단을 올라, 후렌치레볼루션이 훤히 보이는 곳을 지나서 범퍼 카가 있는 곳으로 갔다. 범퍼 카에도 추억이 참 많았다. 나는 범퍼 카에 대해선 도가 트인 운전 고수였다.

 

 

 

 

“크큭, 변백현 너만 집중 공격할거야.”

“해볼 테면 해봐라. 내가 가만히 있나.”

 

 

 

 

중학교 때 소풍 때도 그랬고 고등학교 때, 셋이서 따로 왔을 때도 나는 폭주하는 레이서였다. 범퍼카에 속력이 없다는 건 좀 아쉽지만, 나는 겁이 원채 많아서 어릴 적에 범퍼카 말고는 탈게 없었다. 나머지는 다 시시한 수준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핸들 꺾는 게 꽤나 야무졌다. 나는 변백현이 어디에 탔는지 확인한 후, 핸들을 꺾어 변백현에게 돌진했다. 변백현은 차를 돌리다가, 내가 옆면을 치자, 옆으로 밀려났다. 크크크, 나는 괜히 통쾌해져서 계속 웃으면서 차를 몰았다. 변백현만 집중공격 해야지. 그러나 범퍼 카의 모든 속력은 다 똑같았다. 변백현이 내가 오는 쪽마다 족족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서 나와 거리를 두더니, 결국 돌아서 나를 쿵하고 세게 박았다.

 

 

 

 

“아아…, 이런.”

 

 

 

 

삐삐삐, 범퍼 카 운행, 여기까지~ 즐거우셨나요? 벌써 끝났다고 말도 안 돼! 나는 머리를 부여잡았지만 변백현과 나는 추격전을 벌이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한 번 더 타. 나는 결의에 찬 눈으로 내리자마자, 빠르게 줄을 섰고 뒤따라 뛰어온 변백현이 어이구, 하면서 내 볼을 쥐었다 놓았다. 우리 도초딩. 어떻게 중딩 때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냐? 하면서. 나는 변백현의 손을 꼭 쥐었다가 놓고 말했다. 그러는 너는 달라졌어? 응? 물어보는 눈망울을 일부로 크게 또록또록 굴리며 입술을 오물거리자, 변백현이 뽀뽀하고 싶으니까. 이런데서 그런 표정 짓지 마. 하고 속삭이며 내 머리를 손으로 밀었다.

 

 

 

 

“야, 변백, 아무리 그래도 머리를 미냐. 기분 나빠.”

“그럼 뽀뽀를 해? 여기서?”

 

 

 

 

또 귓가에 간지럽게 속삭이는 변백현의 말에 나중에, 사람 없는데서. 하고 짧게 답했더니, 변백현이 뭐가 그렇게 웃긴지 고개까지 숙여가며 웃었다.

도경수 어떡해. 완전 귀여워.

 

그러는 와중에 줄이 금세 줄어, 또 한 번 입장을 했다. 변백현과 나는 일부러 반대쪽 차를 탄 뒤에, 눈에 불을 킨 채로, 반대편으로 핸들을 꺾었다. 소심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을 박으며 괴롭히다가, 가까이에 있는 변백현을 보고 핸들을 곧장 꺾었다. 변백현이 나와 비슷한 패턴으로 또 움직이기 시작한다. 변백현은 도망가고 있었다. 야, 재미없잖아. 이러다 돌다가 끝나겠어! 내가 소리 지르니, 변백현이 실실 쪼개며 다시 나에게 달려왔다. 쾅, 정면충돌이었다. 나는 핸들을 꺾을 생각도 안하고 그 충돌을 받았다.

 

 

 

 

“흐흐, 좋다. 역시 범퍼카는 이런 맛이지.”

 

 

 

 

부딪힘 당해 놓고 좋단다. 내가 쪼개고 있자. 변백현이 불도저 밀듯이 밀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아무리 그래도 무거운 기구를 밀수는 없었다. 삐삐삐. 또 운행이 여기까지라는 방송이 나왔다. 나는 허탈하지만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후룸라이드 타자. 변백현의 손을 이끌고 후룸라이드를 탔다. 내가 앞에 안탄다고 징징거리자, 제가 먼저 앞서서 앞자리에 탔다가 물세례를 맞고 끝나자마자 너 때문에 이게 뭐냐고. 타지 말걸 그랬다고 툴툴거렸다. 나는 그런 백현이에게 고마워서. 네가 타고 싶은 거 타자고 했더니, 변백현은 주저 없이 후렌치 레볼루션을 고른다. 날 죽일 셈이야? 내가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으로 변백현을 쳐다보자,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으로 내 손목을 제멋대로 끌었다.

 

 

 

 

“후렌치레볼루션 타면 아이스크림 사줄게.”

“…그럼 좀 끌리긴 하는데. 막상 앞에 줄 서면 못탄다 할걸?”

“나랑 있는데 뭐가 무서워.”

“…아니,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지.”

 

 

 

 

무서운 게 뭔지 보여줘? 변백현이 장난을 치려는지 날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야, 잠시만 백현아, …아니야. 살려줘. 후룸라이드에 딸린 건조실에서 한바탕 소동을 끝내고 후렌치레볼루션으로 갔다. 후룸라이드보다 두 배는 긴 거 같다. 후룸라이드는 비교적 빨리 타서 30~40분 만에 탔는데. 나는 줄이 조금씩 줄어 들 때마다, 긴장해서 손에 배긴 땀을 바지에 닦아대었다. 맨 앞까지 와서 끊기자, 정말 무서워져서 쭈그려 앉고 말았다.

 

 

 

 

“그렇게 무서워?”

“…응.”

“아틀란티스랑 이게 뭐가 달라. 딱 한 바퀴 도는 거 밖에 없고만.”

“…그 한 바퀴가 무서운 거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후렌치레볼루션의 열차가 입구로 들어왔다. 나는 두려움에 떨며 한발자국씩 발을 뻗으려 했지만, 내 손을 빨리 끄는 변백현의 손에 의해. 아주 빠르게 강압적으로 놀이기구에 올라탔다. …윽 무서워. 나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변백현을 쳐다봤다. 변백현은 말없이, 제 왼쪽 손을 내 오른쪽 손에 얹었다. 잡아 줄 테니까 무서우면 꼭 쥐어. 말하는 변백현의 목소리가 꽤나 믿음직스러워서 잠시 넋을 놓을 뻔했는데. 놀이기구가 출발했다. 나는 자동적으로 눈을 꽉 감았다가 떴다. 꽤나 느릿하게 돌던 롤러코스터가 경사진 레일을 오르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말이 많아졌다.

 

 

 

 

“아, 어떡해. 나 심장마비 오면 어떡해. 백현아.”

“그럴 일 없어.”

 

 

 

 

달달 거리며 올라가던 롤러코스터가 미약하게 떨어져 내리더니 곧이어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가 다시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으아, 아직 참을 만해, 나는 백현이의 손을 땀이 배어나도록 꼭 잡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한 바퀴가 돌려져있는 루프를 보는 순간, 눈이 커졌다. 눈을 꼭 감았음에도 느껴진다. 몸이 중력에 의해, 안전 바에 눌렸다. 이제 끝났구나 생각하면서 눈을 떴는데, 두 번이나 꼬여있는 원을 보는 순간, 다시 눈을 감았다. 으아, 아악! 밑으로 한 번 휘감고, 내가 앞서 보았던 다른 원 레일은 위로 가는 레일이었던 듯, 다시 옆으로 몸이 틀어졌다. 나는 생각보다 괜찮네 하며, 제법 멀쩡하게 놀이기구에서 내렸다.

 

 

 

 

“괜찮지?”

“응.”

“엄살은.”

“나 무서웠으니까. 아이스크림이랑 츄러스도 사줘!”

“엄청 얻어먹네. 도경수”

“사귀기 전엔 잘만 사줘놓고서.”

 

 

 

 

백현이 호탕하게 웃었다. 사줄 짓을 해줘야 사주지. 그 땐, 꼬셔도 안 넘어올 거 같으니까 잘 보이려고 사줬지. 지금은 이미 내 건데, 왜 내가 굳이 노력해야 돼? 그 말에 내가 사줄 짓이 뭔데. 했더니. 제 입술을 검지 손으로 쿡쿡 찌르며, 뽀뽀 백번 이란다. 헐, 백번이나? 너무 많다. 했더니만, 싫음 말아라. 하는 변백현에. 아니야, 해줄게. 꼭 이라고 약속까지 해버렸다. 변백현이 가까운 상점에서 아이스크림과 츄러스를 사와 내 양손에 쥐어줬다. 그리고 또 뭐가 그렇게 웃긴지 실실 쪼갠다. 도먹보 먹방 봐야지. 지극히도 남사친스러운 그 발언에 내가 맛있게 먹으면 넘어올 거야? 하고 장난쳤더니. 넘어오기만 하겠어? 하고 능글맞게 웃으며 내 엉덩이를 두드리는 탓에, 뒤로 몸을 뺐다. 여기 사람많거등요? 먹으면서 우물우물 거리자, 변백현이 내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떼 주었다.

 

 

 

 

“너 다음에 만날 땐 우리 집 와.”

“…헉, 이런 타이밍에 너희 집 오라 그러면 이상하잖아.”

“왜? 사람 없는데서 부담 없이 도경수랑 연애 좀 해보겠다는데.”

 

 

 

 

올 거지? 되묻는 목소리에 난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다.

 

 

------------------------------------------

 

저기.. 이번 편부터는 허구성가미 되었어요.. 그래도 친구같은 연인 모습으로..!!

백현아, 나 아직 후렌치레볼루션 못타..ㅜㅜㅜ 내가 방금 뭘 보고 왔는 줄 아니.. 후렌치 레볼루션 게임 시뮬레이션 보고왔어..

바이킹도 겨우 타는 난데.. ㅠㅠㅠ엉엉.. 이거 쓸 때마다, 칭구 생각나요. 물논.. 전 전적으로 이성을 더 좋아하지만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ㅋㅋ! D나 E편에서 완결 낼게여.

 



대표 사진
독자1
72%에요!C편을제일처음읽는나란바보..내일AB도읽어야겠어요!놀이빼고연애하자니..설레..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정말설레요 둘이연애를하다니ㅎ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캬핰핳핳핳 옴마야설레죽겠넼ㅋㅋㄲ달달하다달달해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잉여에요! 아유 상상하면서 보니까 경수 진짜 귀여워죽겠어요..ㅠㅠㅠㅠ 행쇼했네요 드디어..! 홀홀 잘보고가요! ♡닥흑찬♡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5
리마입니다 오미오미 브금 맘에든다능 빅뱅 bad boy를 팝송으로!!!... 좋구나. 분위기 달달하고 우어어어ㅓ어어어어어어ㅓㅇ어ㅓㅇ 저거저거 담배담배 담배끼리 붙여서 불붙이는거 헐랭 저거 www 에서도 너온거잖아여 좋다. 백현이 웃는거 상상된다 아 좋다. 흑지님 알랍ㅜ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6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4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