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모범심즈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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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으로 정신이 들면서 눈을 뜨고 난 후
나는 지금 무슨 상황 속에 있는 가를
온 신경을 곤두세워 파악하는데 애써야만 했다.
온몸에 기운이 없어 괜히 무서운 마음에
차마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하고
그저 천장에만 머물러있던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누워있는 곳은 보건실이겠고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열심히 떠올리려했지만
쓰러지고 난 후의 기억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잠긴 목을 어떻게든 풀으려
눈만 뜬 상태로 아... 아... 하며
목 위에 손을 대고선 목을 가다듬었다.
순간, 날 둘러싸고 있던 커튼이 확 젖히면서
그 자리엔 놀란 것처럼 보이는 정재현이 보였다.
언제부터 밖에 있었는지 몰랐던 건 당연했고
나 또한 놀라 손을 짚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재현아..."
내가 불러도 그저 말없이 나만 쳐다보는 정재현은
천천히 발걸음을 떼고 나에게 다가왔다.
여전히 말없는 정재현은
침대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가
그 위에 살며시 앉아 고개를 살짝 돌려
가만히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에 맞춰 나도 조용히 정재현을 바라보았고
정재현의 눈에는 곧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을
가득 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는 어쩔 줄 몰라
쉽사리 정재현을 달래주지 못해
바라보고만 있다가 말없이 정재현만 쳐다보았다.
입술을 꽉 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말 없이 울음만 참고있는 정재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그때부터 정재현은
끅끅, 대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까.. 제가.. "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내 눈을 피하며 울기 시작하는데
그런 모습을 처음 보기도 하고
나도 내가 그렇게 쓰러졌다는 사실 또한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당황스런 마음이 들어
흐려지는 시야를 정재현 따라 느꼈다.
조용히 눈물만 흘리던 정재현은
고개를 들어 내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정재현은 그렇게 울음을 억지로 참느라
빨개진 눈이며 귀를 한 상태로 입을 열었다.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친구들이랑 급식실에 가고 있는데
선배가 선생님 등에 업혀서는.."
나는 손을 들어 정재현의 눈물을 닦아주자
정재현은 눈을 감아 조용히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보건 선생님이 응급실 갈 정도는 아니라고
그냥 조금만 쉬면 된다고 하셨어요, 과로라고."
".... 미안해."
내가 미안하다며 말을 건네자
정재현은 눈을 떠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요즘 선배 좀 무리하는 것 같다 싶었어요.
쓰러진 선배보다 내가 더 원망스러워."
그러고는 손을 들어 내 손을 감싸
미안해 하지마, 라며 말을 이었다.
*
내가 정신을 잃은 사이
나도 몰래 보건실까지 실려 온 탓에
책상 서랍에 있는 폰이 수중에 없어
정재현은 주머니에서 자신의 폰을 꺼내 나에게 줬다.
"태일이 형한테 전화라도 해요.
아까 내가 전화드리기는 했는데
아마 지금 많이 놀라셨을거에요."
내가 알겠다며 말 없이 끄덕이자
정재현은 이미 덮여있는 담요를 더 끌어와
내 위에 조심히 덮고는 손으로 토닥였다.
"수업 때문에 들어가봐야 돼요.
제가 따로 담임선생님한테 말씀 드릴테니까
오늘은 그냥 여기서 쉬고 있어요.
이따가 종례하고 선배 가방 챙겨서 다시 올게."
말을 끝마친 정재현은 나를 안심시키듯
보조개를 보이는 미소를 지어주고는
아무도 없는 보건실을 나섰다.
보건 선생님은 다른 반으로 수업을 나가셨는지
점심시간이 끝나고도 들어오지 않으셨고
난 멍하니 눈만 깜빡이다가
정재현이 쥐여주고 간 폰을 알아채고는
얼른 홀드키를 눌러 화면을 켰다.
나와 정재현의 셀카인 배경화면을 지나쳐
오빠의 전화번호를 꾹꾹 눌러 통화버튼을 찾았다.
전화연결음이 두 번도 채 지나지않아
난 오빠의 급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 재현아. 여주는 괜찮아?-
"오빠, 나 여주."
-.. 여주야, 몸은 어때. 괜찮은거야?-
"괜찮아,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많이 괜찮아졌어."
-병원 안 가도 될 것 같아?
아니다, 오빠 지금 반차내고 갈테니까
오빠랑 같이 병원가자.-
정말 그러려는 듯 어수선한 소리와 함께
의자 끄시는 소리가 폰 너머로 들려와
나는 급히 입을 열어 오빠를 안심시키려 애썼다.
"오빠! 나 진짜 괜찮아.
내 몸 내가 잘 알잖아."
-너는 니 몸을 잘 아는 애가
그렇게 아무곳에서나 픽픽 쓰러져?-
허를 찌르는 오빠의 말에
꿀먹은 벙어리가 될 뻔했으나
학교에서 오빠를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
난 괜찮다며 일부러 목소리도 크게 하였다.
-바로 집 들어가서 푹 쉬어.
오빠 이번 주 내내 출장이니까,
무슨 일 있음 바로 연락하고... 알았지?-
끝까지 나를 못미더워하며
믿지 못하는 오빠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 또한 끝까지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얼른 급히 통화를 끊었다.
*
평소와 같이 버스를 타려는 나를 제지하고
갑자기 길가에서 택시를 잡은 정재현 탓에
우리는 정말 편한 하교를 맞이하고 있었다.
창밖을 보면서 아무말 없는 정재현 따라
나 또한 괜히 손가락만 꼼지락대다
혹여 정재현이 들고있는 내 책가방이 무거울까,
정재현한테 내 가방 줘... 라고 입을 열었다가
정재현은 오히려 내 가방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어 내가 넘볼수 없게 하였다.
그렇게 택시에서 내리고도
아무런 대화도 없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다다르자
그제서야 정재현은 뭘 결심한 듯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선배, 당분간 과외는 하지마요,
영어도요. 제가 영호 형한테 따로 말해놓을게요."
물론 요즘 공부며 다이어트며
바쁘게 지내온 건 맞지만
온전히 내가 미련하게 시도한 다이어트 때문이지
전혀 관련 없는 쌩뚱맞은 과외 문제가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정재현의 제안에
나는 당황함을 온몸으로 강력히 표출하며
아까 보건실에서 오빠에게 했던 것처럼
일단 강한 부정부터 시작하였다.
"정재현, 나 과외 때문에 그런거아니야.
내가 요즘 컨디션 조절 잘 못해서 그래.
이제 아까 같은 일 없을거야."
"제가 욕심이 과했어요,
그냥 선배 공부 도와주고 싶었는데
욕심만 부려서 애꿎은 선배가 아팠잖아요."
공부때문에 그런게 아니라니까......
여전히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 채
시무룩한 정재현을 보고도
난 답답한 마음에 어찌할 줄 몰랐다.
안절부절하면서
흘러내리는 머리를 쓸어넘기고
흘러내리는 가방도 다시 고쳐메며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정재현의 말을 듣고
난 두고두고 후회할 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요즘 선배 뭘 먹는 것도
시원찮고... 같이 병원 좀 갈까요?"
"그건 너 때문에 안 먹는거고!"
말을 내뱉자마자 나는 아차, 했고
입을 벌린 채 눈만 이리저리 굴리자
정재현도 내가 한 말이 이상했는지
의아한 표정을 짓고는 나에게 물어왔다.
"...저 때문에 안 먹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정재현이 자신이 무얼 잘못했나 생각하는 와중에도
난 급히 변명거리를 떠올리려 했지만
이놈의 대갈빡은 언제 써먹는건지
난 새하얀 머릿속을 경험하고 있었다.
정재현은 내가 뭐라도 말하기를
내 눈을 바라보며 말없이 계속 기다렸다.
"너가..."
마치 무서운 선생님께 혼나는 학생처럼
쉽게 정재현의 눈도 못 마주치고
일부러 끝을 얼버무리며 대답을 피했다.
하지만 이런 가상한 나의 노력에도
정재현은 조용히
내가 끝까지 대답을 마치기를 기다렸고
나는 결국 정재현이 듣고 싶어하는 답을
울며 겨자먹기로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너가 저번에 내 뱃살 귀엽다고..."
이 대답 또한 완벽한 문장은 아니었지만
정재현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다 싶어
차마 끝까지 맺을 수는 없었다.
이런 나의 예상은 역시 적중했고
곧바로 당황하는 정재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저ㄴ.. 선배."
"내가 그거 듣고 어떻게 그냥 넘겨.
내 평생 뱃살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그것도 남자친구한테."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함에도 불구하고
정재현은 용케 다 알아들으며
허리를 숙여 내 눈을 마주치려 애썼다.
"선배."
창피하고 민망한 나는 괜히 정재현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고 몸을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정재현의 눈맞춤을 피하자,
"선배, 나 좀 봐줘요."
라고 더욱 간절히 말을 건넴과 동시에
난 입을 꾹 닫고 정재현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정재현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진짜 선배 뱃살이 귀여워서 그런거였어요,
아니, 그건 뱃살도 아니지.
진짜 그냥 선배가 귀엽고 하니까..."
"여자는 남친 말 하나하나
얼마나 신경쓰는 줄 알아?
그냥 지나가듯 말을 해도
그게 비수가 돼서 콕콕 박히는거야."
금새 상황이 역전되어
내가 짐짓 화난 표정을 하며
정재현이 했던 말을 나무라자
정재현은 조용히 내 말을 듣더니
내가 이기지 못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잘못했어요."
보조개를 보이며 내 눈도 피하지 않고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는데
물론 처음 부터 정재현에게
화가 났던 것은 아니었지만
괜히 정재현의 빤한 시선에 부끄러워져
대충 얼버무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정재현은 다시 사과를 했다.
"용서해줘요."
예쁘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말하는 정재현의 얼굴을 보고
난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자
정재현은 낮게 웃음 소리를 내더니
내 손을 잡고 자기 쪽으로 이끌었다.
"안 되겠어요, 지금 바로 밥 먹으러 가자."
*
-Honey! 여주 쓰러졌다며!-
정재현과 이것저것 배 터지게 먹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
바로 책상 앞에 앉아
쟈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많이 아픈건 아니에요,
그냥 좀 일이 있었어요."
-힘들었으면 말을 하지~!
나 Jay한테 완전 혼났어,
여주 숙제 많이 내줬다고.-
곧바로 나에게 찡찡대는
쟈니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작은 웃음 소리를 내고
그의 말을 맞받아쳐주었다.
"그러는 정재현도
저 수학 숙제 엄~청 내줘요.
쟈니 때문이 아니에요. 정재현 때문이야."
-내가 볼 땐 그건 Jay 때문이 아니라
Honey가 다이어트를 hard하게 해서 그래.-
역시나 쉽사리 넘어가지 않고
기어코 또다시 다이어트 얘기를 꺼내는
쟈니의 올바른 말을 듣고도
나는 차마 반박할 수 없어
조용히 쟈니가 하는 말을 들었다.
-몸에 좋은 peach 안 먹을 때부터 알아봤어~
내가 여주 diet한다고 Jay한테 말할까말까
되게 고민 많이 했는데, 말 할 걸 그랬네.-
"절대 말 했으면 안 됐어요!
안 그래도 아까 밥 먹으면서
재현이한테 꾸중 엄청 들었단 말이에요."
-에휴, 여주나 나나 Jay한테 꼼짝 못한다, 그치?-
"그러게나 말이에요.."
둘이서 각자 생각에 빠져
아무말 없이 5초가 흘렀을까,
나는 정적인 상황을 알아채고
쟈니에게 할 말이 떠올라
급히 말을 꺼내던 중이었다.
"아맞다, 쟈기가 내준 숙ㅈ.."
순간 쟈니를 쟈기라 잘못 말하는
실수를 범하자마자
나는 아니, 쟈니쟈니. 라고
급하게 정정함에도 불구하고
저쪽 폰 너머로는
아무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Honey한테 쟈기라고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아 쌤~"
역시 장난으로 무마하는 쟈니의 말을 듣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안심하고는
그때부터 곧바로 영호쌤, 이라고 칭호를 바꿔 불렀다.
*
아까 학교에서 식은 땀을 꽤나 흘려
굉장히 찝찝한 몸을 이끌고 샤워부터 하였다.
그렇게 개운한 기분을 느끼다가
문득 뻐근한 어깨를 알아채고는
주먹을 쥐고 두드리고 있었다.
무릎위에 올려놓은 폰이 진동을 하는걸 느꼈고
화면을 보자마자 정재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어, 재현아"
-바빠요?
아까 학교에서 선배 가방 급하게 챙기다가
선배 필통을 제 가방에 넣었나봐요,
오늘 와서 보니까 내 가방에 있네.-
"아 진짜? 오늘 가방 열어보지도 않아서
모르고 있었다, 내일 줘."
-네, 선배. 샤프심 만땅으로 채워놨어요.-
고맙다며 나는 작게 웃음을 내고는
목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약하게 스트레칭을 하고있던 중이었다.
-영호 형이랑 통화했어요?-
"응, 나보고 이제부터 숙제 조금 내준대.
너한테 되게 혼났다고."
-그러니까 선배 이제 아프면 안돼요.
이제부터 선배가 아프면 영호 형이 혼나.-
"그게 뭐야~"
정재현의 농담에 나는 웃으며
침대에 대자로 뻗어 눕고는 눈을 감고 있었다.
-이제 선배 영어 과외할 때
저도 옆에 있어야겠어요.-
뜬금없는 정재현의 말에
나는 의아함을 느껴
그게 무슨 말이냐는 질문을 하자
정재현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불안하니까요.-
"....뭐가?"
-.... 쟈니를 쟈기라고 하고.-
난 설마 영호쌤이 그 이야기를 말할까 싶어
통화를 끊을 때도 일부러 말을 꺼내지 않았건만
역시 영호 쌤과 정재현은 모든 걸 공유하는 사이였다.
그걸 탓할 시간도 없이 나는 급히 변명을 하려 했고
정재현은 단단히 삐치기라도 했는지
내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이러라고 영호 형 소개시켜준거 아닌데...-
"정재현! 실수였어, 진짜...
왜 영호 쌤은 이름도 쟈니여서.."
-영호 형은 잘못 없죠.
쟈니를 쟈기, 라고 말한 선배의 잘못이지.-
일부러 쟈기, 에 힘을 주어서 말하는 건지
오늘따라 그 단어가 귀에 콕콕 박히면서
난 더욱 큰 잘못을 저지른 죄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미안해..."
-그래서 아까 영호 형이 신나서
저한테 그 얘기를 하는데
제가 단호하게 말했어요.-
"...뭐라고?"
-김여주 자기는 나, 라고.-
-
여러분! 이것봐요!
여러분들 댓글 달아드리려다
무심히 초록글을 봤는데....!
정말정말 감격스러워요.....!
무려 초록창 1페이지라니!!!!!!!
아 그리구 여러분,
벌써 모범생 정재현이 20화를 맞이했네요!
와~ (짝짝)
사실 20화를 마지막으로 완결을 내려다가
대거수정을 하면서 계획을 바꾸게 되었어요.
여러분께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20화까지 오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끝부분 '쟈기' 에피소드는
독자님들 중에 [갓재현]님 덕분에 쓰게 되었답니다.
평소에 우리 심들이 쟈니를 쟈기라고 부르는걸 알고는 있었는데
이걸 글에 옮길 생각은 하지 못했었거든요,
어쨌든 여러분들의 댓글 하나하나가
모범생 정재현의 소재가 될 수 있으니
앞으로도 우리 같이 글을 만들어봐요 :)
새삼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고마움을 느꼈어요
독자님들 한 분, 한 분
저에게 참 소중한 사람들이랍니다.
모두 사랑해요 ♥
+) 암호닉은 [ ]안에 넣어 신청해주세요!
유사한 암호닉이 많으니
본인의 암호닉을 꼭 기억해두시길 바랄게요.
+) 암호닉은 20화까지 받도록 하겠습니다.
암호닉 확인 꼭 부탁드려요 :) |
숫자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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