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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원/민혁] M과 H 

 

[몬스타엑스/채형원/이민혁] M과 H | 인스티즈 

[몬스타엑스/채형원/이민혁] M과 H | 인스티즈 

 

 

 

 

M은 더이상 H를 찾아오지 않았다. 방문을 두번만 열면  

H를 볼 수 있는데도. 그러나 이따금씩 밤마다 M이 앓는 소리가 들렸고 H는 M이 괜찮지 않음을 그 소리로 어렴풋이 짐작했을 뿐이었다.  

 

M이 H를 찾아오지 않는데 굳이 H가 M을 찾을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H는 M을 보기만 했다. 다행히 M은 H가 감싸줘야 했던 날들처럼 심하게 앓지도, 발작과도 같은 뭔가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M의 소리라면 늘 누구보다 먼저 깨어났던 H는 어느 순간부터 잠든 후로는 M의 앓는 소리조차 듣지 못하게 되었다. 

 

M은 밤에 H를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해가 멀쩡한 낮에는 H를 전과 같이 대했다. 함께있는 시간과 비례하게 장난도 이따금씩 쳤고 특유의 시끄러움도 그대로였다. 물론 H가 아닌 다른 멤버들에게도 그랬다. 아무도 M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저 H만 묘한 느낌에 손을 자꾸만 조물거렸을 뿐이었다. 손 끝이 간질거렸다.  

 

어느 순간부터 M이 차만 타면 제 옆이 아니라 조수석에 타게 되었다는 것과 같은 그런 자잘한 일 외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교통사고가 났다. 매니저의 졸음운전 탓이었다. 멤버들도 피곤에 쩔어서는 차에만 타면 기절하다시피 했던 많고 많은 날 중 어느 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고를 일으킨 매니저도 이해해서는 안되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를 이해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가장 많이 다쳤던 것이 M과 매니저여서, 의식도 없는 그의 탓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의 탓도 할 수가 없었다.  

 

H는 깨어날 기미가 없는 M을 보며 왜 언제부턴가 M이 조수석을 그렇게 고집해야 했는지, 자신의 손 끝을 간지럽히는 그 기분나쁜 느낌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눈치챘다. 그리고 자신의 지대한 착각을 인정해야만 했다. M의 표정이라면 누구보다 잘 읽을 자신이 있었던 H다. 그러나 H는 이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명백한 자신의 실수였다.  

 

H와 멤버들은 가벼운 타박상에서 골절상 등 꽤 부상의 종류가 다양했다. 그러나 적어도 목숨이 오가는 부상은 없었다. 매니저는 첫 날에는 목숨이 위태롭더니 2~3일만에 정상수치에 가깝게 회복했다. 적어도 우리는 누구 하나가 죽을 일은 없었다. 다행인걸까. 

 

그러나 M은 우리의 질긴 생명력의 예외였다. M은 아무것도 회복하지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심장이 멎었다. 병원은 M에 의해 몇 번이나 뒤집혔다. M은 그치만 아직은 용케도 살아있었다. H는 M이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이렇게만 살아달라고 빌었다.  

 

H는 빌었다. 

M이 본 꿈 속의 미래가 죽음이 아니길.  

 

 

 

 

 

 

 

 

시간은 흘러갔다. M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게 기적이라고 의료진들은 그랬다. M의 상태에 이따금씩 울곤 하던 이들은 이제 지쳤는지 울지 않았다. H는 가슴을 쾅쾅 쳤다. 속이 답답했다. 인터넷에는 저들을 위로한답시고 많은 글이 올라와 있었지만 어떤 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지금은.. 

 

 

 

 

 

 

 

 

사고를 당한 사람 중 그나마 멀쩡했던 H는 금세 라디오 고정을 꿰찼다. 마음은 나가 웃을 수가 없다고 하는데 이미 몸과 얼굴은 이 일에 무섭도록 적응해서 익숙하게 웃고 떠들었다. 그러나 가끔씩 라디오로 보내지는 멤버들의 안부를 묻는 말에는 웃고 있어도 속이 더부룩했다. 꼭 체한 것처럼. 

 

멤버들은 퇴원하는대로 속속들이 숙소로 돌아왔다. 남들은 다들 회사가 너무하다고 말하겠지만 이번만큼은 우리의 의사였다. 머리를 비우는 데에는 쳇바퀴만한 게 없다. 게다가 다쳤다고는 하지만 다들 20대 초중반의 남자들이었다. 어리광 부리고픈 마음보다는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우리는 집 대신 숙소에 모여살았다. 그게 편했다. 물론 저들의 부모는 아니었겠지만. 

 

M의 얼굴을 못본지도 한 달이 지났다. M은 늘 중환자실에서 눈을 감고 있었고 H는 번번이 면회시간마다 일이 있었다. 의도적으로 피한 것도 있었다. 얼굴을 보면 마지막이 아닌데 마지막 인사를 할 것만 같아서, 그래서 H는 M을 피했다. 

 

 

 

 

 

 

 

 

H는 라디오를 했고 M은 깨어나기 위해 자신과 싸웠다. H가 고정으로 나오는 라디오의 스튜디오에 불이 딱 켜진 그 순간 M은 H가 나오는 라디오를 제 침대 옆에 낀 채로 진정 눈을 감았다.  

 

중환자실에 라디오. 둘이 각별했음을 알았던 다른 멤버들의 부탁이었다. 그렇게 M과 H는 이별했다. 광고가 나오는 동안 그 소식을 전해들은 H는 고개를 숙였다. 같이 그 소식을 들은 진행자가 손을 내저었다. 가라고 손짓하는 것이었다. H는 고개를 숙인 채 자세를 낮춰 스튜디오를 나섰다. 그저, 그저 한숨 뿐이었다. 

 

언론에도 M의 죽음이 여기저기 보도되었다. 하긴 M을 응원하는 우리가 이름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져야 하기는 했다. 그래. 그렇지. H가 목을 가다듬었다. 

 

H는 M의 장례식장에서 한 발자국도 나서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인사 정도는 할 걸. H가 마른 세수를 했다.  

 

H는 M에게 스스로 얽매여 있었다. M의 옆을 벗어나지 못하는 H에게 멤버들은 이따금씩 먹을 것도 주고 화도 내보았지만 결국 H는 그 자리였다. 어쩌다 뭐라도 먹는다 싶으면 번번이 H는 죄다 뱉어내버려서 끝내는 무용지물이었다.  

 

H의 목구멍에는 M이 걸려있었고  

그래서 어떤 무엇도 제대로 넘어가질 않았다. 

 

그런 H가 먹고 마신 것이라고는 매니저가 늘 들고 다니던 담배 한 개비를 빼앗아 피운 것, 

그게 다였다. 

 

H는 담배연기에 줄곧 기침을 하는 사람이었다. 폐가 약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늘 H의 파트가 가장 적다시피 한 것도 그것 때문이리라. 그러나 H는 매니저의 담배를 빼앗아 피우면서도 기침 한번을 하지 않았다.  

 

H에게 M은 기침도 잊게 만드는 존재였다. 

 

 

 

 

 

 

 

 

동료 연예인들은 당장 그 다음 날부터 빈소를 찾아왔다. 까만 정장을 빼입은 어린 데뷔동기들이 M의 사진 앞에서 고갤 숙였다. 어떻게 들은 건지 실제로 본 적도 없다시피한 중견 연예인들도 빈소를 들렀다. H는 숙소에 가지 않았다. 그저 언제 울었었는지 부은 눈을 하고 있었을 뿐. 부은 눈으로 폐인을 자초하는 H를 멤버들이 말렸지만 H는 지독히도 고집스러웠다. 흐릿해져 가는 시야를 다잡으면서, H는 거기 있었다. 

 

"인사도 못했으니까. 나는-.." 

 

H는 그렇게 말하며 모두를 뿌리쳤다. 

 

그러나 그렇게 고집스럽던 H는 M의 마지막을 또 다시 놓쳤다. 마지막 날에 H의 마른 몸이 그대로 잠들어버린 탓이었다. H가 자는 동안 M은 더 먼 곳으로 떠났다. 그저 몇 가지만을 남긴 채. 

 

어쩌면 H는 M을 마중나갔을지도 몰라. 

 

멤버들은 농담스럽지 않은 농담을 했다. 

 

 

 

 

 

 

 

 

H는 깨어나자마자 화를 냈다. 왜 자신을 깨우지 않았냐는 거였다. 좀처럼 화를 내는 일이 없던 H다. 어쩌면 이게 저들에게 향한 H의 첫번째 분노가 아닐까. 멤버들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H의 말을 듣던 또 다른 H가 화를 냈다. 

 

너만 힘든 게 아니잖아! 

.... 

나는, 나는 전부 잃었어. 

.... 

민혁이가 죽고 너 반쯤 미쳤었어. 알아? 

.... 

너 이대로 있다가 진짜 미쳐서 이대로 확 뒤져버릴까봐 무서웠다고. 

.... 

난 그냥 니가 지금도 잤으면 좋겠다. 한숨 푹 자고 그냥 잊었으면 좋겠어. 

 

그는 말을 마치고 나서야 울었다. 그의 어깨가 떨렸다. H는 그제야 제 이기주의를 깨달았다. 혼자 힘든 게 아니다. 그래.  

 

그는 태권도 선수를 꿈꿨다. 적어도 H가 알기로는 그랬다. 그렇지만 그는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찾은 게 춤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춤 마저도 잃었다. 목소리를 앗아가지 않은 걸 감사하게 여겨야만 하는 걸까. 그러나 H에게 M도 결국은 전부였다. 그래. H는 자신이 단단히 미친 게 맞다고 속으로 긍정했다. M을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이미 그랬다.  

 

둘의 대화에 말을 잃었던 멤버들 사이에서 간간히 흐느낌이 들렸다. 창균이었다. 창균은 고개를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그만하자. 현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H가 입술을 깨물었다. 방에 들어가려던 주헌이 H를 보며 울음을 삼켰다. 결국 H도 사람이었다. 적어도 누가 보는 앞에서는 눈물 흘린 적이 없는 H였는데.. 현우가 H의 어깨를 당겼다.  

 

우느라 지쳐있던 우리는 그 때 다시 울었다. 

 

 

 

 

 

 

 

 

매니저가 바뀌었다. 사실 사고 이후 매니저 자리가 공석이었다. 형원의 매니저도 매니저라기보다는 운전기사의 개념이 더 강했다. 그랬던 우리에게 또 다른 매니저가 붙은 것이다. 그 전의 매니저는 아직도 트라우마로 운전대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면허는 사고 이후 취소되어서 꼭 트라우마가 아니여도 잡을 수도 없었긴 하지만.  

 

H는 사고로 다리에 짙게 남은 멍자욱이 사라지기도 전에 춤추고 노래했다. 2주가 지나도 멍자욱은 사라지지가 않더라고. H는 가끔 만신창이가 된 자신을 연습실 거울에 비춰보며 웃었다. H가 연습을 하는동안 가끔 춤 연습을 하고 있는 H를 또 다른 H가 부러운 눈으로 보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H가 연습을 시작할 즈음부터 그도 곡 작업을 시작했고 다른 멤버들도 연습을 시작했기 때문에 썩 자주는 아니었다. 그저 H가 알아챌 수 있을만큼, 딱 그 정도였다. 어느 순간부터 연습생 시절부터 우리와 한 몸이었던 2층의 연습실은 다시 우리의 소유가 되었고 우리의 소리로 북적거렸다. 연습생들을 본 기억은 없다. 잘알지는 못하지만 허울뿐인 회사가 그냥 어떤 조치를 취했을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춤추고 노래했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하는 일이니까. 가끔 멤버들이 사라지기도 하였으나 대부분 집에 가는 일들 뿐이었다. 이를 본 매니저의 조치로 숙소 입구에는 언젠가부터 하얀 종이가 붙었다. 누구 하나가 집에 가기라도 할 때엔 거기에 이름을 쓰고 가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 된 것이다. 숙소의 원칙인 외출금지는 이미 깨어진지 오래였다. 

 

H는 자신의 이름이 거기 쓰여질 일 없으리라고 생각했다.적은 적은 있었으나 몇번이나 두 줄을 그었다. 라디오 때문은 아니었다. 숙소에 있는 게 멤버들이었고 그런 부탁을 이해못해줄 멤버들도 아니니까. 그저 자신이 없었을 뿐이다.  

 

M에게나 혹은 나가서 볼 그 누구에게나.  

 

그렇게 망설이던 H는 고정으로 나가던 라디오의 게스트를 기현이 일주일동안 맡게 되던 날, 처음으로 그 종이 위에 제 이름을 새기게 되었다.  

 

 

 

 

 

 

 

 

새벽 일찍이 챙겨둔 간단한 짐을 든 H가 조용히 방을 나섰다. 졸린 눈을 한 현우가 나가는 H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원호는 또 작업하느라 부재중이었다. 요 근래에 원호의 얼굴을 마주한 기억이 없다. 몇 시에 나가고 몇 시에 오는지, 그는 행방이 묘연했다. 어쩌면 H를 피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광주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출발하는 차였다. 6시간이 남아있었다. H는 자연스럽게 M에게 향했다. 여전히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를 무대로 이끈 것도. 이렇게 만든 것도 나인데 과연 M이 날 반겨줄까. H가 피식 웃었다. 

 

납골당 근처까지 가는 버스에서 어려보이는 소녀를 만났다. 아이는 H의 눈치를 봤다. H가 그 아이 쪽을 보며 멍때리다 피식 웃었다. 배경화면에 씌워진 M과 자신의 사진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의 버스는 둘 뿐이었다. H는 아이의 쪽으로 붙어 앉았다. 

 

"이 시간에 어디가요?" 

 

아이는 의식하지 못했던 듯 얼굴을 붉히며 얼버무렸다. H가 가볍게 웃었다.  

 

민혁이 얘기, 해도 되요. 

 

소녀는 그제야 M을 보러 간다고 했다. H가 손을 내밀었다. 

 

"휴대폰 줘요. 싸인해줄게요." 

 

H가 메모장을 켜 사인을 한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버스가 어느 새 종착점을 다 와가고 있었다. 아이는 H와 같이 내려 걸었다. 아침 햇살에 눈이 시렸다. 아이가 되려 더 앞장섰다. 이 시간에 M을 찾는 건 고작 둘인 모양이다.  

 

하긴 더 많은 사람이 왔다 갔지 않았을까. 그렇게 믿고 싶었다. 벌써 잊혀져 버린 거면 억울하니까. M은 그저 H를 따라왔을 뿐인걸. 아이는 같이 와놓고는 금방 자리를 피했다. 나 때문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H가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M이 있는 공간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 그 곳에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향연 같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H는 사진으로나마 존재하는 M을 향해 미소지었다. 웃을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 가까운 옛날이 생각났다.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 때 M은 소위 말하는 뭔가에 씌인 상태였다. 눈을 까뒤집고 몸을 떠는 너를 발작이라 말하고는 연습실에서 데리고 나왔었는데.. 다행히 너는 금방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내가 어떤 도움을 주었다기 보다는 너의 정신력이 작용한 덕이었다.  

 

M은 그 때 정신을 차리자마자 눈 앞에 있던 H를 끌어안고 울었다.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감히 너의 그 느낌이 상상도 되지 않아서 H는 가만히 M을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스쳐간 생각은 내가 널 그냥 주어진대로 살게 했었더라면 이런 일을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거였다.  

 

미안하다는 말은 해본 적이 없다. 

 

그랬던 H는 그 날 처음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M은 웃으면서 말했다. 눈물 자국이 그대로 남은 채로. 

 

"형원아, 나는 노래하는 게 좋아. 춤추는 것도.." 

 

M은 H가 미안해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리고 M의 바램대로 H는 그 뒤로 미안하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M에게만큼은. 

 

그런데 지금은 말해야 할 것 같다.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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