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타엑스/채형원/유기현] 취중진담 나는 너를 좋아한다. 우리가 숙소라는 굴레를, 같은 그룹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게 되어진 사실이었다. 너는 참으로 정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나를 숨기고 내 감정을 숨겼다. 그저 너무 두려워서. 눈에 보이지 않으면 감정은 더 날뛰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거니 했는데 1년이 지나도 늘 그런 꼴이다. 몇 번 연락을 해봐야 겠다 싶었으나 심심하면 인터넷 기사에서,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너를 보면 바쁘겠거니 싶어서 전화기를 들었다가 놓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잠시 쉰다는 기사를 봤었다. 오랜만에 전화기를 들었다. 한번도 잊은 적 없던 번호를 찾아 손가락이 움직인다. "여보세요." "...형원아" "왜, 유기현? 무슨 일로 전화를 다.." "바빠?" "..어?" "...나랑 술마시자. 술먹고 싶은데 다들 바쁘네." 너는 알았다며 우리 집 앞 포장마차에서 만나자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천천히 외투를 갖춰입고 집을 나섰다. 어디 있었던걸까. 너는 이미 포장마차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빠르기도 하다. 반가운 얼굴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니가 술병을 흔들어 보였다. "또 왠 술이야?" "난 술 잘마시잖아." "..와... 유풍과장 어디 안가네. 연습생 때 몰래 술마셨다가 토했던 건 기억 안나?" "그러니까 같이 마셔줘." "나 내일 스케줄 있어."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술병의 뚜껑을 열었다. 진한 알코올 냄새가 코 끝을 맹하게 한다. 따라줄까? 니 말을 뒤로하고 나는 술을 병째 들고 마셨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니가 잔소리를 해댄다. "으아아-.... 오랜만에 마시니까 엄청 쓰네.." 벌써 절반이 비어버린 소주 병을 니가 빤히 바라본다. 얼굴이 훅 달아오른다. 원래 술이라는게 이렇게 빨리 마시면 안되는건데.. 눈 앞이 핑핑 흔들린다. "야" "..너 그만 마셔라. 벌써 취했어." "왜애-..? 니가 나한테 뭔데?" "가자, 가." 니가 나를 억지로 일으킨다. 반쯤 취한, 그리고 취한 척 하는 나를 니가 허리에 손을 감고 부축했다. 취하지 않았다면 절대 바랄 수 없는 일이다. "..바보야-..!" "어떻게 술을 그렇게 무식하게 마시냐." "나 할 말 있어. 바-보-" "...뭔데?" "나는 잊어버릴꺼야아-.. 너도 잊어버려. 알겠지?" 혀가 배배 꼬인다. 긴장 때문에 더 취기가 도는 건지도 모른다. 원래는 취한 척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정말 취해버렸다.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었다. "좋아해." "..많이도 마셨다." "좋아한다고오-..!" 너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벽에 기댄 나를 빤히 바라봤다. 눈 앞이 이상하게 흐릿하고 난리가 난다. 나는 머리를 휘휘 저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니가 나와 엘리베이터에 탔다. "..무슨 의미야?" "들으시는대로-" 너는 입술을 앙 다물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가, 내가 읽어낼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한심해 하는걸까. 아니면 기분나쁜걸까. 너는 그냥 보통의 사람이다. 니가 동성애를 혐오한다는 것도 몇 년씩 함께 살아서 알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나는 꺄르르 웃었다. "놀랬어요, 우리 형원이?" "....." "장난이야.진짜아-.."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나는 너의 손을 뿌리친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들어갈게. 집까지는 고작 몇 발자국 남지않은 거리였다. 니가 한숨을 쉰다. 그래. 너를 실은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고 나는 열기에 취해서 가까스로 발걸음을 옮겨서는 집에 들어갔다. 내 마음에도 너를 실은 엘리베이터가 사라진걸까. 허전하다. 시간을 돌리면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 없을 거 같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분명 또 다시 이렇게 하고 후회할테니까. 좋아한다. 그래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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