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없는 침묵이 수화기를 타고 흐르고, 낡아빠진 휴대폰을 쥔 손이 긴장감에 축축이 젖어가는걸 느끼며, 입을 떼야하나 멍청한 고민을 되뇌인다. "여보세요." 대답을 채근하듯 재차 물어오는 까칠한 목소리에 번뜩 정신을 차리곤, "저.. 왜 얼마전에...그.." "자해공갈단?" "자..자해 공갈단이라니요!!!" 아니 이럴게 아니지, 부탁하는 입장에 되려 큰소리라니..그래도 자해공갈단은 좀 너무 하잖아 "무슨 일로 전화하셨는데요 병원도 다녀왔고, 몸엔 별 이상없고, " "부..부탁드릴게 있어 서...." "부탁을 전화로 하는건 예의가 아니죠" - 하... 오늘이 주말 이었기에 다행이지, 평일이었다면 알바에 묶여 이자리에도 올 수가 없었을 거다. 한적한 카페 안에서 싸이코... 아니 민윤기씨를 기다리며 냉수만을 들이키는 나였다. 그래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저를 의심하는 그 속내도 이해가 충분히 간다. 어쨋든 하나뿐인 내 동생 정국이, 한국으로 올수있는 기회이니까.. 못난 형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똑똑- 테이블을 두드리는 큰 손에 화들짝 놀라 시선을 올리면, "부탁이 뭔데 사람을 오라가라 합니까?" 아니, 분명 부탁을 전화로 하는게 예의가 아니랍시고, 약속 장소까지 정한게 누군데..!! 그래 참아야지 참아야지.. "어..저기 부탁이....음..." 손목시계를 한번, 물기가 진득한 물잔을 쓰다듬길 한번, 딱보아도 내 이야기엔 관심없이 그저 시간이 아깝다는듯한 따분한 표정에 저절로 기가 눌려 말을 버벅인다. "삼십초 드릴게요, 천천히 말해요." 삼십초? 천천히 말하라고? 이 무슨모순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면, 씨익 웃으며 눈을 바라본다, 입동굴...무표정일땐 몰랐는데. 남자의 얼굴에 제법 깜찍한 입동굴이 보인다. 그 깊은 입매에 은근한 긴장이 풀린다. "돈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맞네, 자해공갈." 아 젠장할... 또시작이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에 조용히 가방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을때였다, "들어나 보죠, 돈이 그렇게나 급하게 필요한 이유가뭔지," 장난스레 웃으며 날 앉히는 표정엔, 또다시 입동굴이 패여있다 묘한사람이다 정말, - "동생이 유학중인데, 중요한 대회가 열린데요 근데 참가비가 좀.. 비싸서, 아.. 진짜 중요한 대회거든요.. 거기서 입상하면 한국 돌아올 수...." 왜 주절주절 사연을 설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끝나도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지 말지도 모르겠지만. 남자의 눈빛에 압도되어 횡설수설, 말을 이어나간다. "부럽네요 그 동생, " "네?" "얼마가 필요 한건데요" "아.. 백만원정도.." "제안하나 하죠, 못갚으면..."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침이 꼴딱 하고 넘어간다, 긴장한 내 표정이 퍽이나 웃겼는지 흰 셔츠의 소매단추를 만지작 거리며 작게 웃는다. "못갚으면 시집오는걸로 하죠, 저한테." 구세주가 아니라 싸이코가 분명했다. 아니 분명이 아닌 그냥 싸이코다. 남자한테 시집이라니... 그래... 그래도 빌려주겠다는게 어디야, 어색하게 웃는 표정을 지으며 간신히 입을뗀다. "다음달 월급나오는대로 드릴 수 있어요..." 연신 볼가에 입동굴을 드러낸채 지갑에서 빳빳한 수표한장을 꺼내 내민다. 백만원짜리 수표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다니는 남자라니. 어안이 벙벙해져 남자를 쳐다보면. "분명 말했어요 시집와야 된다고, 이제 그쪽 번호도 아니까 도망갈생각은 말고" 그렇게 쌩하니 카페를 나서는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손에 쥐어진 수표를 신주단지모시듯 조심히 가방속으로 집어 넣는다. 그래 잘된거야, 다음달에 바로 갚으면 되겠지. 이미 나의 머릿속엔 몰라보게 멋있어진 정국이가 세계적인 쉐프가 되어 돌아오는 모습만이 눈에 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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