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탓에 정신없이 준비를 마치곤 알바 갈 채비를 한다. 마당을 지나 유난히 소리가 큰 대문을 열고 있을 때 였다. "야이놈아! 심부름좀 해라!" 주인집 할머니가 현관문에 선 채로 소리친다, "어...나 늦는데....!" 조급해 보이는 나에게 오천원짜리를 쥐어주며, 어여가 어여! " 겨란 싱싱할걸로 퇴근할때 사와~" 등허리를 두드려주는 할매의 손길을 느끼며 향하는 알바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 알바를 마치고 근처가게에서 할머니의 계란까지 사서는 봉지에 담은뒤, 피곤에 절어 어두운 골목길을 걷고 있을 때 였다. -끼익 미처 보지못한 차 한대가 저의 몸을 치곤 멈춰섰다. 뒤늦게 반응을 해 큰 사고는 면했지만 바닥으로 엎어진 계란봉지에서 멋대로 튀어나온 계란들이 도로위에 처참히 뭉개 졌다. 정신없이 발끝만 바라보며 걷던게 화근 이었나. "당신, 미쳤어요?" 차문을 거칠게 여닫고는 운전자가 차밖으로 내려 소리쳤다. "아..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깨진 계란 껍질들을 궁상맞게 주워 담고는 고개를 연신 숙이며 운전자와 최대한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을 집이있는 골목으로 빠르게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으으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거야, 정신차리자. 아.. 할머니 계란인데, 죄송해서 어떡하지, 시큰거리는 발목을 애써 무시하며 그렇게 자꾸만 걷고있을 때 였다. "저기요, 피나잖아요. 쪼끄만해서 더럽게 빠르네." 운전자로 보이는 남자가 궁시렁대며 내 어깨를 돌려웠다. 골치가 아프다는듯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린 채 한참 높은시선에서 날 내려다 본다. 그제서야 시큰거리는 발목을 내려다 보자, 찢어진 건지 제법 출혈량이 많은 상처가 보인다. "아 괜ㅊ, 죄송해요 신경쓰지 마세요..." 아래쪽이 찢어진 봉지에서 자꾸만 계란이 흘러내려 신세가 더욱 처량해 보였다. 아... 할머니계란. "가요 병원, 댁같은 분들 수법 잘 알거든요 나중에 뺑소니니 뭐니 신고하면 골치만 아프니까, 지금 내눈으로 확인하게, 갑시다 병원." 결국, 팔목을 세게 잡아 낚아채는 손에 의해 계란봉지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계란이 바지와 구두에 제법 튀기자, 불쾌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던 남자가 손목을 끌어 제 차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진짜 병원 안가도 되요... 저 일부러 부딪힌 것도 아니고.. 오해가 있으신것 같은데." " 좀 조용히좀 하고 갑시다." 이런류의 의미없는 대화들 만이 오갔다. 결국 상처부위를 스무바늘정도 꼬매고 나서야 응급실을 나서는 둘이었다. 얇게 붕대를 감아올린 다리가 어색해 괜한 간지러움이 다리를 타고 오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명함 드리죠, 그리고 밤에 길을 걸을땐 주의하고 걷는게 좋을겁니다. 또 이런일 생기기 싫으면," 명함을 건네는 손에, 이번에도 거절의사를 표하면 버럭하고 화를 낼듯 싶어 명함을 얼른 받아 챘다. "고...고맙습니다." "데려다 드리죠, 아까 그길로 가면 됩니까?" 한사코 괜찮다며 거절을 하려 했지만, 이내 '그냥닥치고 차에 올라 타' 라는 표정을 지은 남자에게 기선이 제압당해 조수석에 올라타는 나였다. 필요 이상으로 남과 엮이는게 그닥 달갑지 않다. 옆에서 짜증이 베인 표정으로 운전을 하는 남자에게도 같은 뉘앙스가 풍겨 자꾸만 마음이 불편했다. 남자치곤 하얀 피부와 큰 키, 이제서야 남자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본다. 동생인 정국은 파리에 있는동안 얼마나 자랐을까, 남자는 군대에서도 키가 자란다는데, 정국이는 군대 갈 일이 없으니 해당사항이 없는건가, 남자를 끊임없이 응시하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제 동생을 떠올린다. "뭡니까." 남자가 시선을 느꼈는지, 불쾌한 말투로 말을 내뱉으면. "아, 여기서 내리면 되는데." 괜히 말을 돌리며 안전벨트를 풀어내리는 시늉을 한다. "내리세요." 생각보다 집보다 먼 곳인데, 말을 주워담을 수 없으니 우선 내리자... 시큰거리는 발목으로 걸을 거리를 생각하니 눈앞이 아득했다. "내리세요." "오늘 죄송했습니다." "알면 됐습니다, 죄송한거." 차문을 닫자마자 쌩 하니 떠나는 차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썩을놈아!! 계란사오랬더니, 뭣하고 지금 기어들어오고 이여!" 주인집 할머니가 노발대발 화를내며 소리쳤다. "할매.. 계란 다 깨버렸다..." 대문을 기운좋게 열어젖힌 할머니가 '우라질놈' 이라며 욕하곤 종종걸음으로 걸어나오다. 그것도 잠시, 붕대가 감긴 다리를 바라보며 멈춰선다. "뭐시여 왜그런디야?" 그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변한 할매를 바라보며, 그제서야 긴장이 탁 풀려 희미하게 웃는다. "별거아냐 할매, 미안해... 얼른자 내가 내일 퇴근하면서 계란 꼭 사올게," - 시큰거리는 발목에 찬물에 적신 수건을 대며, 정국이의 소식을 확인하려 한푼 두푼 모아 가까스로 구입한 중고 노트북에 전원을 켠다. 기다리던 쉐프로부터 메일이 한통, 설레는 맘으로 메일창을 켜면, 사진안에 파스타를 만드는 정국의 모습이 보인다. 저와 함께 자라오면서, 한번도 볼 수 없던 정국의 미소에 마음이 놓인다. 쉐프에게 미숙한 영어 실력으로 감사의 답장을 보낸 후 잠에 들려 할 때였다. -♬♩♬♩ "여보세요?" 오랜만에 정국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기껏해야 생활비가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전부일 테지만 기쁜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야, 중요한 대회 나가는데, 참가비가 좀 많이들어서, 돈좀 보낼 수 있어?" "어...얼마나?" "삼백, 있느냐고." "응...응! 언제까지 붙이면 되는건데?" "일주일, 늦으면 대회 참가 못해 . 여기서 우승하면 한국 갈 수 있단 말이야." - 전화를 끊고는 낡아 헤진 통장을 집어들곤 잔액을 확인했다. 근근히 모아온 이백만원 남짓의 돈, 딱히 목적없이 돈을 모아두길 잘 했다는 안심과, 일주일 안에 백만원의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현실에 막막함이 회오리져 몰아친다. - "저...점장님 죄송한데... 백만원만 빌릴 수..." "알잖아 장사 안돼서 힘든거, 미안하네.. 오래 일했는데 도움도 못 되어 주고..." 아침부터 전전긍긍 하던 차에 편의점으로 들어선 점장님의 팔뚝을 붙잡으며 간신히 내뱉은 말이었다. 정국의 문제로 남들에게 손을 벌리는걸 죽도록 싫어하던 예전의 나를 잠시 묻어두고, 그리 부탁하는 나를 저리 정중하게도 거절한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넉살좋게 웃으며 점장님을 바라보면, 그저 서로 머쓱한 웃음만 오간다. 그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눈에 읽혀 눈가가 시큰하다. 퇴근 후에도 오로지 정국의 대회참가비에 대한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했다. "하...막막하네..." 차가운 방바닥에서 흐느적 거리다, 꼬맨 상처때문에 처방받은 항생제가 눈에 띄어 "아, 약먹는거 깜박했다." 약봉지를 소란스레 들어올리며 혼잣말 한다. 그때- 툭 하고 무언가가 떨어졌다. 자연스레 시선이 가 떨어진 것을 들어 올리면. "방셕 컴퍼니 전무 민...윤...기" 딱딱한 고딕체로 쓰여진 이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기분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 그래 이 명함은 필시 지푸라기다. 그리 제 낡은 휴대폰으로 명함에 적힌 번호를 찍어내려간다.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1초가 1분같이 흐른다... 저를 뭐라 설명해야 하나, 어제 다리를 다쳐 꼬맨사람인데요..라 말해야 하나, 아니 그냥 이만 끊어버릴까 고민을 하던 찰나, "네 민윤기 입니다." 그렇게 빛 한줄기가 달빛을타고 작은 방안에 가득차올랐다.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붙잡으려, 떨리는 목소리를 그렇게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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