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권순영
X
고등학생 너봉
세 번째,
이렇게 지루할 수가 없다.
열심히 옆에서 숙제를 베끼고 있는 김민규가 보여 괜히 시비를 걸었다.
"넌 숙제도 안 하고 뭐 했냐."
"시비 걸지 마라."
"그거 누구 숙젠데."
"..시비는 이번만 허락해주지."
"아 집 가고 싶다."
다음 시간은 영어였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영어.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어.
말 그대로 나는 영어를 싫어한다. 이유는 없다. 그냥 못하니까 싫고 모르니까 싫었다. 물론 다른 과목들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이기에 싫은 것도 마찬가지지만 영어는 뭔가 조금 더 특별하게 싫다. 하지만 좋아하기도 한다.
이 모순의 이유는 바로,
"얘들아, 숙제 빨리 다 펴."
"아, 선생님 수업시작 종도 안 쳤는데 왜 벌써 오셨어요-!"
"아직 수업시간 아니니까 숙제시간 유효한 거잖아요!!"
"숙제는 집에서 해왔어야지, 이놈시끼들! 세봉이는 여유롭네? 다 했어?"
"..ㅁ예? 아, 네."
그 전날 밤 거실에 앉아 같이 숙제를 했으면서 모르는 척, 물어보는 선생님이 바로 영어선생님이셨기 때문이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괴상한 소리를 내며 어색하게 대답하자 선생님이 나를 보며 작게 웃으셨다. 김민규는 '너는 다른 숙제는 다 안 해오면서 영어 숙제만 해오더라..?' 라고 말하며 옆에서 중얼거렸고, 선생님이 들을세라 김민규의 등을 찰싹 때리며 닥치라고 속삭여주었다.
선생님은 교탁 앞에 서서 쉬는 시간동안 열심히 숙제를 하는 친구들을 구경하고 있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점점 선생님 주변에는 여자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선생님을 지켜봐온 결과, 선생님은 같은 선생님들한테나 학교 아이들한테나 참 고루고루 인기가 많았다. 다정한 성격때문인지, 아니면 장난을 잘 받아줘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게 분명했다. 나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저 가만히 앉아 김민규가 열불나게 숙제를 베끼는 걸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선생님 쪽을 바라보는데,
웬걸, 눈이 딱 마주쳤다.
마치 계속 날 쳐다보고 있었다는 걸 말하기라도 하 듯, 선생님은 여전히 입가에 작게 웃음을 걸친 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꾸만 뭔가를 얘기하는 여자아이들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고 물음에 답변을 해주면서도 그 눈은 참 꾸준하게도 나를 향하고 있었다. 왠지 부끄러워지는 기분에 괜히 시선을 돌려 딴청을 피우다가도 계속해서 느껴지는 시선에 결국 다시 선생님을 쳐다보면, 선생님은 시선을 피하지 말라는 듯 앙증맞게 얼굴을 찡그리며 집요하게 나를 쳐다보셨다.
그 모습에 괜히 피식 웃으며 아무도 모를 아이컨택을 주고받는데, 갑자기 한 여자아이가 선생님의 옷자락을 잡으며 물었다.
"아, 선생님!"
"응. 영희야."
"근데 선생님은 이상형이 뭐예요?"
"내 이상형?"
"네!"
"..나는, 음.."
선생님은 반 여자아이의 물음에 잠시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다시 내 눈을 마주보며 조금은 큰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나는 집냄새 나는 사람."
"..집냄새요? 아 그게 뭐예요- 변태같아!"
"선생님한테 변태라니!"
"그게 끝이에요? 다른 건요?"
"그리고 나랑 눈 많이 맞춰주는 사람."
"눈 많이 맞춰주는 여자요?"
"응."
그 대답을 듣는 순간, 얼굴이 갑자기 화악 달아오르는 바람에 황급히 고개를 창가로 돌리며 풍경을 구경하는 척 심호흡을 해야했다. 그리고 곧바로 박장대소하며 호탕하게 웃는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는 꽤 알찬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치자마자 김민규는 좀비같은 소리를 내며 책상에 엎어졌고 나는 그 다음 수업을 준비하려 영어책을 들고 사물함으로 향했다. 영어책을 넣기위해 사물함을 열었지만, 갑자기 옆에서 웬 손이 불쑥 나타나 사물함을 도로 닫았는 바람에 순간 놀라 온 힘을 다해 놀라며 '억!'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런 장난을 칠 사람은 지금 교실에서 자고 있는 김민규 빼고 아무도 없었기에 영어책을 소중히 품고서 말미잘처럼 한 번 탁 쏘아붙일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갑자기 불쑥 들이밀어진 선생님의 얼굴에 쏘아붙이긴 개뿔 화들짝 놀라야 했다.
"그 다음시간 뭐야?"
"..중국어요."
"와, 외국어가 연속 2번이나 들었네. 재밌겠다."
"예..? 아, 예.. 재밌네요."
"..너, 선생님한테 그렇게 개소리냐는 표정 지을 거야?"
"..개소리..까진 아니고.."
"교무실 들릴래?"
개소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개소리하지 말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기에 괜히 말을 얼버무리며 말하자, 선생님이 내 머리를 헝클이며 교무실에 들리라고 말하셨다.
나는 뭐 심부름 시킬 게 있나보다 싶어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갔고, 선생님은 자신의 자리 옆에 작은 간이의자를 끌어오더니 나를 앉혔다. 이어서 자신의 의자에 앉은 선생님은 서랍을 뒤지더니 웬 사탕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심부름도 아니고 사탕 주려고 불렀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넙죽 사탕을 받고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내 손목을 잡고 다시 의자에 앉혔다.
"..억,"
"입에 사탕 빨리 넣어."
"..네? 아, 네.."
"자, 그럼 이제 그 사탕 다 먹으면 교실로 돌아가는 거야. 알았지?"
선생님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선생님을 쳐다보다 사탕을 깨물어 먹자, 선생님이 급하게 나를 제지시켰다.
"어어, 깨물어 먹는 거 안 돼."
"..그럼 녹여서 먹어야 해요..?"
"응. 녹여서 다 먹을 때까지 거기 앉아있어."
"왜요?"
" 그냥. 심심하기도 하고,"
"......"
"사탕 먹는 모습 귀여워서."
아무래도 선생님은 내 심장을 터트리려고 작정하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정말 깨물어 먹지도 못 하고 열심히 녹여 먹다가 종 치기 몇 초 전에 겨우 교실로 돌아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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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봉방봉입니다!
저는 밀당을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어제 독자님들이 2화를 굉장히 기다려주시길래 오늘 왔어요-☆
ㅎ헤ㅔ헤헿
아 그리고 2화에 암호닉 신청해주신.. 사랑스러운 암호닉 분들...!♥
권수녕님♥
순개님♥
신아님♥
붐바스틱님♥
쑨뇽님♥
민들레홋씨님♥
슈크림님♥
아 뭐야;;
이 분들.. 뭐야;;;;
암호닉 머야;;;;
뭐긴 뭐야.. 내 사랑이지..!!!!!!♥♥♥♥♥♥♥♥♥♥♥♥♥♥♥♥♥
암호닉은 가장 최신화에 신청해주세요!!♥
4화를 지금 올릴까요 말까요..
독자님들과 밀당을 해야하는데.. 밀당.. 넘나 어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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