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권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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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너봉
다섯 번째,
김민규랑은 고2, 그니까 내가 처음 이 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부터 친구였다. 내 성격이 어디가 모나기라도 한 건지, 아니면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더러웠던 내 행실을 알고있기라도 한 건지 친구들은 먼저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고 나 또한 굳이 먼저 다가가 친구를 사귀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선생님은 그런 날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셨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친구라는 게 굳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김민규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줬고 아무리 단답을 해도 대체 어디서 그런 이야깃거리가 나오는지 쉴틈도 없이 몰아붙이는 바람에 어느순간부턴가 친해져 있었다.
그리고 언제 한 번은 김민규가 내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근데 나 예전부터 궁금한 거 하나 있었는데.. 물어보기 좀 껄끄러워서 못 물어본 거 있어."
오늘은 뭘하고 놀아야하나 토론을 하다가 갑자기 진지해진 김민규에 덩달아 같이 진지해져 진지하게 뭐냐고 물었지만 김민규는 계속해서 뜸을 들일 뿐 말 할 생각이 없어 보였었다.
물어보지도 않은 주제에 혼자 뻘쭘해하는 김민규의 행동에 뭘 물어볼지 어느정도 예상이 갔지만 굳이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좋은 얘기가 아니었을 뿐더러 사실대로 말을 해 줄 의향도 없었으니 말이다. 아마 가정사나 집안에 대해 물어보겠다고 생각을 했었고 김민규가 던진 질문은 내 예상대로였다.
'너 근데 대체 누구랑 사는 거냐..?'
'......'
'아니, 그.. 가끔 전화하는 거 보니까 부모님..은 아닌 것 같아서..'
'......'
'아, 꼭 말해달라는 건 아니야. 말하기 좀 그러면 안 말해도 ㄷ,'
'사촌오빠랑 같이 살아.'
'..사촌오빠?'
'어. 부모님은 여기 없으시고. 서울로 나 혼자 올라왔거든.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아서.'
'아 뭐야 그런 거였어? 난 또.. 되게 불편한 일 있는 줄 알고 괜히 눈치 봤네. 사촌오빠가 잘 해주냐?'
김민규는 별 것 아니었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다시 말을 이어나갔고 나도 그에 맞게 장난을 쳐가며 대꾸했었다.
내 대답 중 진실된 대답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아, 억지로 진실을 하나 찾아보자면 그건 바로 부모님이 없다는 것 뿐? 좋은 얘기가 아니었기에 굳이 꺼내고 싶지도 않았고 선생님 외에 누군가가 아는 것도 싫었다. 내 모든 걸 아는 사람은 선생님 한 명이면 충분했다. 김민규가 알면 좀 섭섭해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몇 번 하고는 했지만 딱히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김민규가 신경 쓸 문제도 아니었고 김민규는 나에게 있어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지금이다.
"......"
"......"
김민규와 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얘가 지금 뭘 하겠다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뭔가 큰일이 난 것 같기는 하다. 일단 상황부터가 노답인 상태였기 때문에.
때는 바야흐로 20분 전, 늦잠을 자는 바람에 평소보다 훨씬 늦게 일어난 나는 정신없이 자고 있는 선생님을 깨워 학교 갈 준비를 하며 아침을 맞이했었다. 걸어갔다간 백 퍼센트 지각이었다. 선생님도 그걸 아시는지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차를 타야겠다며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님 대신 차 키를 챙겨 들었다. 아침밥을 먹을 시간도 없었기에 대충 식빵을 구워 선생님이 하나 물려주고, 내 입에도 하나 물고 집 밖을 나섰다.
우물우물 먹으며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다가, 선생님의 넥타이가 삐뚤어져 넥타이를 풀어내고 다시 매 주는데 하필이면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막판 스퍼트를 올리며 선생님의 넥타이를 매주 고서 뒤돌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마주친 건,
다른 누군가가 아닌,
"......"
김민규였다.
김민규는 누가 봐도 방금 일어난 듯한 몰골을 하고서 식빵을 나란히 물고있는 나와 선생님을 번갈아 보며 얼굴을 찌푸렸고, 선생님과 나는 넋을 놓고 멍하니 김민규를 쳐다봐야 했다.
저게 정말 김민규가 맞는지 나는 눈을 몇 번이고 비벼대며 의심을 해댔지만 김민규가 확실히 맞았다.
"..김민규..? 야 너 왜 여기,"
"야 내가 어제 같이 가자고 했더니 너가 알았다며."
"? 내가 언ㅈ,"
그리고 그 순간 스쳐지나가는 어제 김민규의 문자.
같이 등교를 하자는 김민규의 말에 알았다고 답장했고, 나는 오늘 늦잠을 잔 주제에 김민규의 약속까지 잃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멍한 표정으로 김민규를 보다 급하게 정신을 차리고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생님을 한 번, 나와 선생님을 번갈아 쳐다보는 김민규를 한 번 쳐다보다가 더이상 이렇게 시간을 끌 수는 없었기에 결국 나는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늘은 지각이었다.
나는 김민규 몰래 내 주머니에 있는 차 키를 선생님에게 토스했고 선생님은 여전히 넋을 놓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어색하게 웃으며 '아, 아.. 그랬었지. 야 내가 모르고 까먹었다. 미안. 오늘 지각이네. 학교 끝나고 맛있는 거 사줄게.'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김민규의 손을 잡아당겨 학교로 향하려는데, 김민규는 여전히 나와 선생님을 번갈아 보며 움직일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김민규를 잡아 당기는데에 열과 성을 다 해봤지만, 오히려 김민규는 의심스럽다는 말투로 물었다.
"너 선생님이랑 같은 아파트 라인이였어?"
"..어..어! 저번에 그래서 만났었잖아."
"근데 왜.. "
"......"
"식빵..? 넥타이..?"
김민규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순간 할 말이 생각이 안 나 뜸을 들이자, 선생님이 갑자기 치고 들어와 대답을 낚아챘다.
"세봉이가 늦잠을 자서 아침을 안 먹었다길래, 내 빵 좀 나눠줬는데. 왜. 너도 좀 나눠줘?"
"..아침 안 먹은지 어떻게 아셨어요?"
"물어봤으니까?"
"......"
"넥타이는.. 뭐 삐뚤어져서 그랬나보지."
"..아 뭔가.."
"근데 너네 이러다 지각하는 거 아니야? 나같으면 이렇게 쓸데없는 거 물어볼 시간에 얼른 학교 가겠다."
선생님의 말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여전히 표정을 찌푸리고 있는 김민규의 옷자락을 끌어당겨 학교로 향하려 발을 뗐다.
하지만,
"선생님 차 타고 가. 둘 다. 태워다줄테니까."
"아.. 안 그러셔도 되는ㄷ,"
"지각하는 거 좋아해?"
"......"
"얼른 타. 가게."
김민규는 여전히 뭔가 해결되지 않은 듯, 뚱한 표정으로 선생님의 차에 올라탔고 나 또한 김민규의 눈치를 보며 올라탔다. 죄송한 마음을 가득 담아 선생님에게 보내며 어색하게 웃자, 선생님이 작게 웃으시며 괜찮다는 듯 얼굴을 끄덕이셨다.
선생님은 너무 천사같다.
"김민규."
"예?"
"근데 너 숙제는 다 했냐. 오늘 숙제."
"..? ...???"
"그래. 민규는 내일까지 일기 써오기야."
"...? 선생님..? 아직 수업시간 안 됐잖아요..?"
"일기는 잘 읽을게."
숙제대장 김민규는 일기를 써야한다는 사실에 넥타이고 빵이고 나발이고 다 잊어먹은 듯했다. 옆에서 머리를 감싸쥐고 '아.. 아아..'하는 가오나시 같은 소리를 낼 뿐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선생님은 백미러로 나를 쳐다보며 짖궂게 웃었다.
선생님은 영어숙제를 안 해오면 영어로 일기쓰기를 시키시는데, 꼭 그 일기에 문법이 10가지 이상 들어가야 한다.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발표까지 해야한다는 게 함정이다.
오랜만에 김민규 발표하는 거 보면서 쪼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나고 그런다.
학교에 도착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걸어왔으면 지각이었겠지만 차를 타고 와서 그런가 꽤 여유롭게 등교를 할 수 있었다. 김민규는 학교에 도착해 반으로 올라갈 때까지 정신을 반쯤 내놓고서 숙제 생각에 혼이 빠져나가있는 듯했다.
그걸 보고 작게 웃던 선생님은 내게 몸을 밀착시키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로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부터는 민규한테 아침에 같이 가겠다고 하지 마. 그냥 차라리 내 차 타고 같이 등교하자. 괜찮지?"
안녕하세요
봉방봉입니다!!
오.. 자소서..
모두.. end..
하지만 이젠.. 면접...
네... 저는 수시충입니다...
핫케이크에 메이플시럽 뿌려먹으면 ㄹㅇ 핵존맛이에요.. 꼭 독자님들도 드세요.
그리고 우리 사랑스러운 암호닉분들!!!♥♥
권수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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