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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 할 수 있을까. _비비봉봉

(부제 : 아픈만큼)

 

 

답답함에 잠을 깼다.

어느새 아침이 밝아온 듯 햇빛이 온 방안을 물들이고 살짝 열어둔 창문 사이로 신선한 바람이 살살 들어왔다.

기분좋은 느낌에 눈을 뜨고는 나를 꼭 안고 잠들어있는 순영이의 머리칼을 살살 쓸어 정리해줬다.

 검은머리가 좋았지만 몇 번의 탈색을 거듭해 매우 밝아져 거의 은빛을 띄고 있는 머리도 좋았다.

 

[세븐틴/권순영]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ep.1 (부제 : 아픈만큼) | 인스티즈

 

 나의 손길에 기분이 좋은지 슬쩍 웃으며 나의 손을 겹쳐잡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어제의 일은 전혀 없었던 것처럼.

 

-

순영이를 처음 만난건 스무살. 대학에서이다.

우연히 같이 듣게 된 교양수업에서 만난 순영이는 아주 조용했고 대학 안에서 같이 다니는 친구도 없는 듯 보였다.

물어물어 듣기로는 실음과 과탑을 놓치지 않고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다니는 아이라고했다.

 

[세븐틴/권순영]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ep.1 (부제 : 아픈만큼) | 인스티즈

 

그런 조용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에 호기심과 동경을 가진 나는 매번 순영이의 옆자리에 앉아 말을 걸기도하고

대담하게 좋아한다는 쪽지를 붙인 음료수를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순영이는 나를 이상한 애를 바라보듯 쳐다보며 침묵했고 보란 듯이 선물한 음료수를 그대로 자리에 놓고 나가기도 했다.

그런 순영이와 내가 이런 사이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의외의 장소에서 일어난 뜻밖의 일 때문이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음료수를 놓고나가던 순영의 모습에 그 날따라 생긴 왠지 모를 오기에 순영이의 뒤를 밟았다.

항상 나를 무시하던 그의 모습에 생긴 오기와 갑자기 취소된 친구들의 약속에 뜻하지않게 비어버린 시간은 어린 날의 나를 행동하게 만들었다.

한참을 걷던 순영이는 대학가 뒤 어둡지만 밝은 골목에 도착했다. 그 골목은 나도 익히 알고 있는 골목이었다.

 

같은 과 남자들이 신나게 떠들어대던 그 골목. 붉은 불빛과 야시시한 차림의 여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뻑뻑 펴대며 남자들을 끌고가는 골목.

 

선뜻 들어가기 힘든 골목의 모습에 골목입구에서 망설이고 서있자 어느새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가 다가왔다.

 

“뭐땀시 온거여?

 

?”

 

아저씨의 말과 눈빛에 서려있는 불쾌함에 당황스러움이 몰려왔다. 그런 나의 모습에 아저씨는 재밌다는 듯이 웃어재꼈다.

 

돈이 필요한거여? .. 이정도면 얼굴도 괜찮고.. 몸매는... 쪼까 그렇긴 한데....”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을 이어나가는 아저씨에 기분이 나빠져 한소리를 하려하던 찰나.

 

걔 돈벌러온거 아니야.”

 

내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여. 순영이 친구여? 에이... 아깝구만....”

 

아깝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아저씨의 시선보다 중요했던건 그 앞에 들린 남자의 이름이었다.

 

[세븐틴/권순영]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ep.1 (부제 : 아픈만큼) | 인스티즈

 

소란스레 뒤를 돌아보자 나를 매섭게 바라보는 순영이의 옆에는 가슴이 거의 보이는 옷을 입은 여자가 순영이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골목 안쪽 붉은 빛이 강한 주점 안에 우리는 아무 말없이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미안해.. 일부러 이런건 아닌데...”

 

우리 엄마야.”

 

긴 침묵을 못 견딘 내가 말을 꺼내자 순영이는 내 말을 가로챘다.

 

방금 니가 본 그 여자. 우리 엄마라고.”

 

그 말에 답할 말이 없어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좋아한다고? 넌 내 이런 상황까지 감당할 수 있어?”

 

“...”

 

[세븐틴/권순영]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ep.1 (부제 : 아픈만큼) | 인스티즈

 

좋아한단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그 말을 끝으로 순영이는 가게를 나섰다.

그 끝말에서 나는 순영이의 애처로움을 보았다.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자 한 여자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들였다.

담배를 물고 나를 쳐다보는 그 여자는 아까 순영이의 옆에 있었던 순영이의 어머니였다.

당황한 내가 일어서려하자 내 어깨를 다시금 꾹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게했다.

 

쟤 좋아하니? 쟤 좋아하지마. 저런 애 뭐가 재밌다구.. 세상에 잘난 남자 얼마나 많은데~ 그리구.. 쟤 정신병도 있어.”

 

가만히 듣던 나는 속삭이듯 말하는 마지막 한마디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어지러웠다.

과연 엄마가 맞을까. 벙찐 나의 표정을 본 순영이의 어머니는 내 앞으로 담배연기를 훅 한번 내뱉고는 나를 지나쳤다.

 

그 이후, 순영이의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나도 애써 신경쓰지 않으려했다. 잠깐 호기심에 좋아했던 것 뿐이라고 금방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문을 나서 비가 오는 하늘을 향해 우산을 펼치려던 순간.

 

[세븐틴/권순영]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ep.1 (부제 : 아픈만큼) | 인스티즈

 

내 앞에는 비를 잔뜩 맞고 덜덜 떨며 서있는 스무살의 순영이가 있었다.

순간 놀랜 마음에 잠시 동작을 멈추자 순영이는 내게로 다가와 손을 내밀어 보여주었다.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싶다.’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순영이가 내민 비에 젖어 꼬깃꼬깃해진 종이는 나름 문창과라며 시를 인용해 내가 음료수에 붙였던 쪽지다.

언제 쪽지를 뗐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들 때 쯤 순영이는 말했다.

 

[세븐틴/권순영]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ep.1 (부제 : 아픈만큼) | 인스티즈

 

나 좀... 좋아해줄래?...”

 

불안한 듯 서툴게 말하는 순영이의 한쪽 볼이 부어있었다.

손톱에 할퀸 자국까지 있는 걸로 보아 아마 어머니라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 때 그 고백은 나에겐 간절한 도움요청으로 들렸다. 하지만 그런 고백에도 가슴이 뭉클해져 아무말없이 떨고있는 순영이를 품에 안았다.

아니 안겼다는 말이 더 맞는 것같다. 그저 순영이의 품에 안겨 등을 쓸어주는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때는 그런 순영이의 상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사귀는 동안 우린 참 많은 고개를 넘어야했다.

 

나를 만나며 다른 여자들을 만나는 순영이의 모습은 내겐 큰 충격이었다.

처음 그 모습을 목격했을 때 생각났던 것은 그 여자의 말이었다. 그 충격으로 많이 싸우기도 잠시 헤어져있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여자를 만나는 순영이의 모습보다 싸울 때마다 꺽꺽거리며 울음에 겨워 용서를 빌던 모습과 헤어지자는 말만 남겨두고 연락을 끊었을 때,

매일 집 앞에 찾아오는 순영이의 몸에 상처가 많아지는 모습을 난 더 참을 수 없었다.

싸우고 화해하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며 순영이의 행동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

나를 만나며 다른 여자를 만났고 다른 여자와 헤어지고는 나에게 와 사랑한다며 품에 가득 나를 안았다.

 

그 때마다 난 그 여자를 증오했다.

어린 나이에 뜻하지않게 순영이를 낳고 술집을 전전하며 남자와 어울리기를 즐겼던 그 여자.

그렇게라도 원망할 대상을 만들어야만 나도 순영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신의 행동과는 반대로 내가 다른 남자와 손끝만 스쳐도 진저리를 치며 싫어하는 순영이의 모습에 가끔은 오기가 생겨 순영이가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갈때면 나도 다른 남자를 만났던 적도 있다.

 

다른 남자와 하루를 보내고 순영이의 집에 들어선 순간.

 

[세븐틴/권순영]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ep.1 (부제 : 아픈만큼) | 인스티즈

 

 온갖 물건은 다 내던져져 있고 손과 발에 피를 흥건히 묻힌 채 잔뜩 운 얼굴로 원망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나는 다시 순영이를 품에 안을 수 밖에 없었다.

 

 


비비봉봉입니닷~!(글의 배경, 사담)

글을 읽으시는데 도움이 되고자 몇자 적어봅니다!

우선 여주와 순영이는 약 6년째 연애중, 2년째 동거중인 상황입니다.

여주의 직업은 프롤로그에서 아주 사알짝 소개된 번역가입니다.

순영이는 음악PD로 활동을 하고있어요!

과거를 마치니 앞으로가 더 캄캄하네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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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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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22.48
수녕님ㅠㅠㅠㅠㅠ 글속이라도 상처받지 마요ㅠㅠㅠㅠ 헝헝 프롤 보고 바로 달려왔어요 ❤️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1
헐..너무 좋아요 이런글ㅠㅠㅠㅠㅠㅠ짱짱이십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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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3.34
ㅠㅠㅠㅠ크릏엉허허헣어어어ㅓㅇ 너무 아련하잖아요ㅠㅠ작가님 앞으로 많이 써주세요ㅜ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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