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없는 대학 후배 전정국 X 시각장애 너탄 01
"선배, 조별과제란게 왜 있는 건데요."
"정국아 사정좀 봐 줘라 내가 노냐? 응? 노냐고~"
장난스럽게 어깨를 통통 치며 말하는 남자선배의 얼굴을 보며, 정국은 해사하게 웃는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교수 하나가 뜬금없이 모두가 꺼린다는 조별활동을 내어주는 바람에
전공 학생들 모두가 멘붕에 빠진와중에 일처리 하나는 똑부러진 전정국이 조장을 하겠다고 나선다.
그에 편히 학점이나 따자 싶던 철없는 선배들이 개떼같이 몰려드는 탓에 전정국 얼굴이 금새 팥죽을 쏟은듯 어두워진다.
"그럼 저는 놀아요? 응? 노냐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난건지 전정국이 말까지 놓으며 선배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곤,
삽시간에 굳어진 분위기에 결국 남선배가 조별과제 할달량을 주워들곤 밖으로 나선다.
"하여간에 싸가지가.... 쯧"
어쩌면 전정국이 살면서 가장많이 들어봤을, 앞으로도 꾸준히.
아니 밥먹듯이 들을말을 내뱉으면서.
-
항상 알람소리를 듣지 않아도 눈이 일찍 떠지는 탓에 침대위에 무릎을 끌어안고 알람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알람이 울리기 전까진 시간을 모른다.
멍청하게 눈을뜨곤 알람이 울리길 기다리는데, 이게또 청승맞아 보이는 지라 괜히 입꼬리를 올려 웃는연습만 죽어라 해댄다.
결국엔 관뒀다, 내가 보지도 못할 웃음, 그걸연습하느라 입꼬리를 올려대는꼴이 훨씬 청승맞다는걸 깨닫고.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건, 주변에 모든물체에 제 생활을 의지해야한다는 의미,
그 의미를 몸소 체험하면서 하루하루를 산다.
-따르르르릉 8:00 시 입니다.
목소리로 시간까지 알려주는 알람을 찾느라 몇일을 헤멨던지,
그래도 고생한 만큼이나 유용하게 쓰이는 지라 미운마음은 없다.
항상 놓아두는곳에 있는 칫솔, 항상 그자리에있는 치약.
손을 몇번 더듬지 않아도 손에 탁 감겨온다.
그래 뭐든 익숙한게 좋고, 이렇게 혼자있는게 좋았다.
오늘은 9시부터 전공수업이 있는 날이라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안그래도 내성적인 성격에 교수가 지각한 벌로 또 엉덩이로 이름쓰기를 시킨다면,
이번엔 정말 뛰쳐나갈지도 몰랐다.
시선이 쏠리는건 정말 무서운거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오히려 남시선을 신경쓰지 않을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 남들의 배로 시선을 두려워했다.
어린날의 추잡하고 더러운 그 기억때문인지는 몰라도.
-
건물 입구에서 왼쪽으로
150보
그러면 전공 강의실이 나오고,
이렇게 문을 딱! 열면
![[방탄소년단/전정국] 싸가지 없는 대학 후배 전정국 X 시각장애 너탄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9/12/0/0e2edec37860d6049f257e637d559ba1.jpg)
"오늘 전공수업 강의실 바뀌었는데,"
제법 달달한 꽃냄새가 코를 스친다.
이게 무슨냄새지, 음 진짜 달달하다 잠이 솔솔 올것만같은 냄새.
가까이 코를 들이밀어 냄새를 맡으려다 말곤, 멍청하게 질문을 한다.
"어...어디로요?"
"3층 빈강의실 찾아보세요, 들어오는 입구에 적혀있었을껀데, 눈좀 뜨고 다니세요 "
남자가 말을 끝내곤 혼자 허허 웃는다.
과 내에서 시각장애로 나름 주목을 받았다면 받아왔는데, 저런말을 내뱉는걸 보니 나보다 어린게 분명했다.
"눈은 뜨는데 보이진 않아요."
난 이런상황에 너무도 익숙한지라 또 덤덤하게 말이 나온다.
이래서 혼자인게 좋다니까,
집에서 혼자 알람이 울리면 울리는대로, 배가 고프면 고픈대로 흘러가듯 살면 얼마나 좋아,
누구하나 맹인이냐 면박주는사람도 없고,
눈앞에 남자가 말이없다.
호기심 아니면 완전한 무시, 둘중 하나겠거니 하곤 강의실 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문을 열곤 또 150걸음을 하나하나 세며 입구로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같이 올라가던지 나도 그수업인데,"
꼬박꼬박 반말인데도 거슬리지 않았다,
그냥 하나하나 조심스레 세어나가던 150자국의 발자국 챌린지가 갑자기 멈춰버린데 기분이 꽁해있을 뿐이었다.
-
그렇게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제자리를 찾아서 남자는 사라졌고,
강의실 구조가 혹시나 1층과는 다를까 노심초사하며 책상들을 더듬어 자리에 앉았다.
-
웃기지도 않게 내 꿈은 건축가였다,
그냥 대학은 가야했고, 성적은 나름 상위권을 달렸었고.
그냥 조용히 최대한 살기 편한 나만의 집에서 살고 싶다는 내 말을 적극 반영하여 담임이 억지로 넣어준 과였다.
하루빨리 졸업해서, 아무도 오지 않는 그 집에서
나만이 외우고 있는 그 집안에서 살고만 싶은게 내 작은 바램이었다.
친구도 없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시설하나 없는 이곳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데...
"전정국 니가 건축동아리 하나 새로 만들었다며?"
"네 그냥 조용하게 전공과목이나 공부할까 싶어서, 틈나면 대충 도면도 좀 그리고."
건축동아리? 변변한 동아리 없이 2년이나 버텨오던 내가 갑자기 귀가 트였다.
결국 수업내내 동아리를 가입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 강의가 끝나고.
무슨 패기인지 질금질금 주워들은 이야기들로 몇십분을 헤메이고 나서야 건축동아리실 앞에 설 수 있었다.
길가는 학생들을 물어물어 겨우겨우 찾아온 곳이라 그런지 손에식은땀이 가득했다.
-똑똑
문이 벌컥 열리고, 또다시 달달한 꽃내음이 확 코로 덮쳐오면, 긴장된마음이 좀 누그러지곤 말문이 트인다.
"동아리... 가입하고 싶어."
1...2...3...
몇초가 지나도 대답이 없다.
아직도 미미하게 일렁이는 꽃내음으로 봐선 내 코앞에서 떡하니 서있는게 분명 하건만,
뭐지? 싶어 앞으로 조금 다가가면,
"미안한데 저희 부원은 웬만하면, 멀쩡한 사람이었음 좋겠는데."
삽시간에 코앞의 꽃내음이 멎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래, 이래서 혼자가 좋다니까.
괜히 태연한척 입꼬리를 올리곤,
"미안해! 안녕."
그렇게 뒤를 돌아 걷는다.
몇걸음인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그냥 벗어나서, 스스로를 좀 다독이고,
그리고 좀 쉬자, 그래 그게 좋겠다.
오늘따라 이리저리 어깨에 부딪히는 사람이 많았다.
그모습을 문이열린 동아리실에서 지켜보고있을 남자의 시선이
나는 더 부끄럽고, 또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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