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인지 무엇인지 모를 무언가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자신과 학연. 함께 손을 잡고 뛰어가고 있는 그때 그 언덕은 초라한 고목이 아닌 수려한 벚나무로 변해 꽃잎을 날리고 있었다. 분홍빛 꽃잎이 사뿐히 머리에 앉는 느낌이 나쁘지 않아 털지 않고 그대로 있었더니 어느새 세상은 온통 분홍빛이 되어가더라 " 거봐. 내가 고울거라했잖아. "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학연이의 웃음이 오늘따라 유난히 하얗고 밝다. 언제나 재환만 웃어주었지 학연이 웃어주던걸 제대로 보지 못했던 걸 생각해보면 오늘같은 날은 또 없을 행복한 날일것이다. " 연아, 있잖아 나 … " 학연이 재환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분홍빛 꽃잎이 일순간 까만 잿덩이로 변하며 학연과 잡고 있던 손이 풀리고 학연이 사라졌다. 재환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울고만 있다. 학연을 보낸 후, 자신은 어딘가로 끌려갔다. * " 연. 아 … " 오랫동안 열지않은 마른입술이 힘겹게 열렸다. 무려 사흘만이였다. " 재환아. 깼느냐? " " ……. " " 떠날 준비는 내가 다 시켜놓았으니 넌 가마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 " 어머니. " " 내 최대한 일찍 너를 부를 터이니 " " 오늘 하루만, 시간을 주시면 안됩니까? " " 이 몸으로 무얼 하겠단 말이야. " " 하고싶은건 많습니다. 나고 자란 동네인데 어찌 할 것이 없겠습니까. " " 그럼 내 잘 말씀드릴테니. 딱 오늘 하루만이다. 알겠어? " " 감사합니다. " 옷을 챙겨입은 후에 보아하니 아직도 조금 병자같은 모습이 남아있는것 같아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재환이였다. " 어딜 가실 계획이신지.. " " 왜, 어머니가 알아오라고 하시던? " " ……. " " 확 이곳을 떠나버릴것이다. " " 예? " " 장난이다 장난. " " 아.. " " 그냥 잠시 걷다 온다고 전해주거라. 아 그리고 " " 학연이 어디있느냐? " 재환이 밖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학연이 눈을 떴다. " 진짜로? " " 내가 언제는 뻥쳤나? 왜 이래 우리사이에 " " 우리사이가 뭔데. 뭔데 뭔데! " " 못믿겠으면 말어. 에이씨 " " 당연히 믿지! " " 밥 한끼 먹었다고 이렇게 쌩쌩해지는 놈은 처음 봤다. 니 놈도 아마 뼛속까지 노비근성일꺼야 " " 뭐래. " " 찾으시니까 얼른 갔다 와. " " 알았어- " 재환의 방 근처로 갈 필요도 없이 재환은 학연의 앞에 떡하니 서있었다. 그리도 보고팠던 얼굴을 다시금 보게되니 속에서 또 무언가가 울컥해온다. " 오랜만이네? " 학연이 고개를 빠지도록 끄덕였다. 어느새 조금 더 다가와 머리칼을 정리해주며 재환이 또 묻는다. " 너도 감금? " " 예? 아니요? " " 근데 왜이리 살이 빠진것이야. " " 그건 … " " 아아. 자세한 얘기는 됐고, 나가자. " " 알겠습니다. " " 응? " " 나가자구요. " " 어..어! 어 그래. 가자. " 왜였는지 학연이 거부를 하지않고 바로 승낙을 하였다. 왜 그런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르지만, 왜 그런 것인지 모두 동일한 추측을 하고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이 앞으로 또 없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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