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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백현이 울음을 터트렸다. 주륵주륵 쏟아지는 눈물이 붉어진 콧망울 끝으로 흘렀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눈물을 훔치느라 얼굴을 우악스럽게 쓸어넘겼다. 그걸 보고있는 찬열은 어찌할줄 몰라 두 손을 허둥댔다. 아직도 어벙벙한 마음을 진정하기에 바쁜 탓도 있었다. 안아줘야 하나? 아냐 놀랄지도 몰라. 안아주고 싶은데. 고개를 숙이고 볼을 붉히며 울고있는 모양새가 저보다 한뼘은 아래에 있었다. 동그란 백현의 뒤통수를 지난 몇년간 불안한 마음으로 옆에서 바라만 보고, 바라만 왔던 찰나들이 그 위로 겹쳐보였다. 얼마나 꿈꿔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얼마나 혼자 앓고 혼자 좌절했는지, 그 꿈을 접으려는 시도가 얼마나 많았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것은 마찬가지로 백현도 그랬다는 걸, 단조로운 종소리도 더러워진 계단도 모를 일이었다.  

  

찬열의 절절끓는 투박한 마음이 백현의 애닳는 순수한 마음에 느리적느리적 닿았다. 갈곳 모르던 두 손도, 백현의 어깨에 느리적느리적 닿았다. 그 손이 느껴져도 백현은 놀라지 않았다. 다만 그런 설렘이 또 없어서, 훌쩍이는 소리만 더 커졌을 뿐이었다. 괜히 손가락이 간질간질했다. 맞닿은 손바닥과 어깨에서 두사람과 비슷하게 푸른 새싹이 돋아날것만 같았다. 찬열인지 백현인지 둘다인지, 아주 옅게 덜덜 떨고있었다. 소년들의 처음이란 그렇게 떨리는 것일까? 답답하리만큼이나 숨기고 감춰왔던 이야기를 유일한 사랑에게 내비춘다는건 그런 것일까? 누구에도 배우지 못할 물음이었다. 두사람이 손을 잡고 한걸음씩 다가갈때 알게될 질문이었다.  

  

찬열이 어색하게 잡고있던 백현의 어깨를 용기내어 크게 끌어안았다. 가슴 가득히 들어 찬 백현을 다독여 주었다. 토닥, 토닥, 백현이 끙끙대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울음을 닦던 손를 찬열의 등으로 옮겼다. 꼬옥 당기며 그 품에 얼굴을 묻었다. 쿵쿵소리가 들렸다. 어느 누구보다 진하고 애틋한 마음이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발끝이 서로를 향하고 있는 청춘들이 예쁘게 꽃을 피웠다. 만개하는 잎새들이 흐드러져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어린 감정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밤하늘의 별도 그만큼은 반짝이지 못했고 어느 가수의 조명도 그만큼은 밝지 못했다. 처음의 감정이었다. 세상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련한. 그것이 조금 독특하다 할지라도 누군가에겐 잊지못할 '처음'이 된다. 시끄럽게 떠들고 마구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던. 선생님 눈치를 보며 소근소근 시덥잖은 이야기를 주고 받던. 뒤에서 바라보다가 씩 웃곤 달려가서 와락 목을 껴안던. 백현에게 찬열은 그랬고, 찬열에게 백현은 그랬다. 교복을 몇번이나 갈아입고 반이 몇번이나 바꿔도 변하지 않는 곁의 친구, 사실은 사랑. 백현이 쉬는 숨 옆엔 찬열이 웃고 있었고 찬열이 웃는 웃음옆엔 백현이 숨 쉬고 있었다. 당연했고 소중했다.   

  

나의 봄. 나의 여름. 나의 가을. 나의 겨울. 그렇게 한번 더. 그다음 또 봄, 여름, 가을. 이 겨울이 올때까지 둘은 긴 불안함과 자책감을 서로에게 안겨주었고 긴 설렘과 두근거림을 서로에게 전해주었다. 둘이 만났던 순간에 찾아 온 바람은 그들의 등을 동시에 같은 곳에서 툭 밀어버리고는 킥킥 웃으며 도망가버렸다. 어디로 밀어낸건지, 어디에서 밀어낸건지 한마디의 말도 여운도 없이. 어렵게도. 그것을 알아차리고, 궁금해하고, 서로를 알아차리고, 궁금해하고, 그들이 결국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아차리고, 궁금해하는데에 애석하게도 두번의 해가 지나갔다. 백현의 생일이 세번 지나갔다. 찬열의 생일이 두번 지나갔다. 오늘이 지나면 찬열의 생일도 세번이 지나가게 된다. 부정하고 외면해서 달라지는건 없었다. 인정하고 눌러참아도 달라지는건 없었다. 여전히 함께있으면 즐거웠다. 그저 눈을 맞추고 낯간지러운 목소리로 박찬열 나 사실 너 좋아해. 하고 말하면, 깊은 곳에서 부터 울컥하고 대답을 하는것이다. 나도. '처음' 이란 그렇게 이뤄지는 것이었다.  

  

아름답지만 고통스러웠던 그 시간동안 그들은 서로에게 '처음'이었다. 더욱더 아름다울 앞으로의 시간동안 그들은 서로에게 '처음'이 되는 것이다. 빙글빙글 돌아서 만난 첫사랑, 나의 첫사랑. 백현이 부둥켜안은 찬열의 품안에서 깨끗한 소년의 향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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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찬백이들이라서 꼭 이루어진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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