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서 하는 일 이라곤 별거 없었다. 가끔 평범한 척 영화를 보고 금값인 커피를 욕하면서 사 마시고 그렇지 않은날엔 그저 걷고 또 걸었다. 그것도 아닌 날엔 집에 있었다. 그것조차도 아닌 날엔 멋드러지게 음악을 했다. 네가 치는 기타에 내가 노래를 부르면 세상 물정 모르는 티를 내며 아주 보기좋게 웃어보이곤 했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자주자주 볼수있는 게 아니었던 만큼. "찬열아 좀 웃어." 내가 인간다운 말을 할라치면, "뭐가 잘되는 일이 있다고 웃어." 그것이 비인간적이라는 걸 가볍게 일깨워주었다. 그런 말투와 하는 꼴은 가끔 미울정도로 당연히 튀어나와주었다. 웃는건 사치야, 하는 것 마냥 어둑어둑하게. 거기에 대고 내가 할수있는 건,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어색하게나마 입꼬리를 얍실하게 말아올려 보이는 것 뿐이었다. 훤칠하고 잘생긴 네가 이렇게 웃는다면 어떨까. 아마 징그러운 년들이 네 그 미소에 반했다며 들러붙어서는 되도않는 작업을 걸려고 혹은 걸게 만들려고 갖은 아양과 가식적인 여수를 떨겠지. 네가 죽도록 싫어하는 모습이라는 건 쥐뿔도 모르는 계집들이. 어딘가 모자란 티가 나는 게 주인과 꼭 닮은 싸구려 화장품과 싸구려 화장기술에 싸구려 애교. 더 짜증나는건 그 싸구려 두꺼운 얼굴 안에 쓰레기로 가득 찬 머릿속, 그걸 내뱉는 습한 주둥이들. 세상 모든 여자들이 너처럼 멋지다면 얼마나 좋을까, 찬열아. 아니지. 그럼 네 눈도 높아질테니까. 나같은건 거들떠도 안보게 되는건 시간문제겠군. 그래서 내가 슬퍼하다가 결국 죽게될지도 모르겠다. * "네가 너무 좋아. 난 진짜로..." 울었던것같다. 찬열이가 손을 꾹 쥐었으니까. 내 눈물을 닦아주고 싶어서 그랬을테니까. "진짜로 널 사랑해." 못견딜만큼. 그러지 않을수가 없어 난. "사랑해 찬열아." 힘줄이 보기싫게 튀어나오도록 손아귀를 쥐어 바들바들 떨면서 건네주었다. 주기싫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줘야할 이유가 산더미였다. 안기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그러면 안되는 이유가 산더미였다. 하지만 그런 나를 언제나 그렇듯 훤히 알면서도 넌 산더미같은 이유를 언제나 그렇듯 가볍게 넘겨버리고 나를 와락 껴안았다. 품에서 잔뜩 네가 묻어났다. 큼직한 손이 내 등을 두어번 쓰다듬었다. 그와 동시에 무엇인가 툭툭대는 소리가 났다. 찬열이의 손에서 내가 준 반지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였다. 찬열이가 나에게서 떨어지는 소리였다. * 딱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은 어떻게든 지나간다. 60초가 60번 반복되고, 그게 24번 반복되고 또 7번이 반복되면 비로소 우리가 일주일이라 부르는 시간이 흐르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불러줬던 노래중에서 하나가 그 시간을 설명할수있다. 처음 시작에서 부터 후렴 한소절 전 드럼비트가 변형되는 때까지, 그때까지가 60초. 그게 60번 반복되고, 24번, 7번... ... 그러면 너를 보지도 듣지도 않은지 얼마나 지났는지를 가늠하게된다. 난 그 시간동안 난 멍하니 방을 둘러보았고, 물에 손을 씻었고, 악보를 뒤적거려보았다. 밖에도 나갔고, 음악도 들었고, 밤엔 문도 잠궜다. 그랬다. 나는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너를 보고싶어했고 울기도 했고 잠도 설쳤고 밥도 걸렀다. 사실 그것들을 가장 많이 했다. 너의 일주일은 어땠는지 죽도록 궁금해하는건 지금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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