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학원 남자애, 전원우
널 처음 본 건, 새로 옮긴 수학학원에서였어.
교육열이 높은 우리 엄마를 따라 더 좋은 선생님이 있는 동네로 학원을 옮겼고 수소문 끝에 나는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수학학원에 입성하게 된거지. 그 때가 고2였나?
문과다 보니까 반은 하나 뿐이었고, 열 댓명 되는 학생들 중 남자는 너 하나 뿐이였어.
사실 그냥 여자 애들 사이에서 넌 남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관심이 갈 거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너는 좀 잘생겼었어.
바르게 생겼다고 해야하나. 그런 애 있잖아. 키도 크고, 공부도 잘 하는데 선생님이랑도 친하고 거기에 공부까지 잘하는 애. 딱 그게 너였어.
전원우 너는 그랬어.
너가 잘 생기고 공부 잘하고 그런게 사실 좋은 대학이 목표인 나한테 뭐가 그렇게 중요했겠어. 너도 마찬가지였을거라고 생각해.
맨날 줄이지도 않은 교복 입고 다니고, 피부는 여드름에 개기름에... 화장의 화자도 모르고 선크림도 안 바르고 다니는 내가 너처럼 잘난 애 눈에 얼마나 들어왔겠냐만 아마 들어왔어도 너처럼 공부 열심히 하는 애의 머릿 속에 내가 들어갈 틈이나 있었을까?
뭐 그런 생각이 다였지.
고2부터 고3 수능 때까지 넌 그냥 눈 호강 시켜주는 학원 훈남이였어.
가끔씩 수업 시간에 너의 공부 열정에 놀랐고, 학원 독서실을 쓰는 내 친구는 너 자리에 붙어있는 공부 시간표를 보더니 나한테 너 보기보다 독한 놈이라고 말하더라.
뭐 나는 공부 잘 하는 남자를 좋아하는 너세봉이라서 또 그런 너의 모습에 '아 진짜 전원우 멋있다.' 하고 넘어가는 정도.
그래봤자 너무나 못생긴 지금 내 상태에 너한테 호감 표시 따위는 할 수 없었어. 잘 사는 동네 애들은 때깔부터 다르다고 학원 반 애들만 봐도 마르고 예쁘고 피부도 하얗고 누가봐도 예쁜 애들 천지였거든. 거기에 비하면 난 정말... 너한테 호감을 가지는 것 마저 염치 없다고 느껴지는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지옥같은 수능이 끝나고, 말도 안 나오는 개같은 수능 점수에 재수를 마음 먹고 있던 와중에 기적과 같이 논술이 붙었던 그 해 겨울부터 나는 수학학원에서 알바를 시작했어.
너는 공부를 잘하던 애니까 분명 좋은 대학을 가서 수학학원에서 알바를 할 텐데, 너 얼굴 보기가 왜 이렇게 힘들던지.
학원 문 앞에서 나가는 너 모습 보는 게 다였던 것 같아.
"..선생님"
"응?"
"있잖아요..그 저희 수업 같이 듣던 애들 말이예요. 문과 애들"
"응응 왜?"
"그냥 궁금해서 그런건데..다들 잘 갔어요?"
"에휴 아냐... 세봉 너가 제일 잘 갔어..다들 재수학원 갔을걸?"
"그 남자애도요?? 걔 공부 잘하지 않았어요?"
"아..원우?? 아 원우도 잘 갔지. 형만큼은 못가고.. 올해 농사는 너랑 원우 밖에 없어. 공부 한 애들이 세봉이 너랑 원우 뿐인데 뭐 당연하지. 에휴"
"아아... 그렇구나.."
너 학교라도 알아보려고 용기내서 물어본 건데, 뭔가 속보이는 것 같고 그래서 더는 선생님한테는 못 물어보겠더라. 그래서 페북에 혹시 몰라서 쳐 봤었어.
"전..원우.."
너 이름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뜨는 데 제일 위에 프사는 없고 함께 아는 친구가 2명이라고 뜨길래 뭔가 싶어서 들어갔는데
너 맞더라. 함께 아는 친구 2명 중 한 명은 수학학원 선생님이고, 나머지 한 명은 초등학교 때 전학 간 내 친구 권순영.
타임라인을 훑어보고 알아낸 것은 권순영과 전원우는 그냥 그런 페이스북 친구 같은 관계는 아니라는 점. 고등학교 친구이고 같은 반이었고, 졸업식 날 사진도 같이 찍고 갑자기 축구하자고 불러낼 만큼 꽤나 친밀한 관계라는 것.
"....여보세요?"
"여보세요, 오 미쳤다 너세봉 전화는 갑자기 왜 했냐?"
"너 오늘 수업 일찍 끝나고 집 오냐?"
"어 나 벌써 오전 수업만 끝내고 집 왔지. 왜?"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오.. 웬 일이래? 무슨 일 있냐?"
"아니 그냥. 너 얼굴 보겠다고 말만하고 제대로 본 적이 없잖아. 그래서 한 거야. 싫어?"
"뭐 내가 언제 싫다고 그랬냐? 알겠어 이따 저녁에 우리동네 오면 연락해."
"알겠어 이따봐 권순영"
"응응응,"
아 무슨 생각으로 권순영한테 연락했는지 솔직히 모르겠어.
뭐 만나서 "순영아! 나 너 친구 소개시켜줘. 전원우 말이야 전원우!" 이럴 것도 아니면서....
그나마 권순영 얘랑 어릴 때 많이 친하고 가끔씩 연락도 하면서 지내와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권순영도 당황스럽고 뭣도 못하는 거였잖아.
순영이한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혼자 오두방정 다 떨다가 저녁 8시 쯤에 순영이네 동네로 출발 했고
뭐 그렇게 순영이랑 만나서 술 집에서 술마셨지, 술.
너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어. 그냥 전학가기 전에 권순영이랑 놀았던 추억팔이나 하면서 술 마셨지. 너세봉 네가 이랬네 저랬네, 권순영 니는 뭐 키도 쪼끄만하던게 사람 구실할 정도로는 커서 다행이다 뭐 이런 시시껄렁한 얘기도 하면서.
"어 너세봉 나 전화 좀."
"여친 아니면 그냥 여기서 받아도 돼."
"그럼 실례"
"응 여보세요? 응 나 지금 술 마시고 있어. 여자랑."
"아냐 임마, 그냥 초등학교 때 친구. 나 여기 역 근처"
"아 근처라고? 아 너 오면 나야 좋은데 친구가. 물어보기나 해볼게"
"야, 세봉아."
"왜."
"나 친구 불러도 돼? 얘 고등학교 친군데 졸업하고 얼굴을 한 번을 못 봤어. 아 좀 민폐인 거 아는데.."
"잘생겼어?"
"..어?? 잘생겼지 인마. 얘가 내 친구들 중에서 와꾸가 최상급이야."
"그냥 편하게 불러 나 어차피 곧 가야해서 얼굴만 잠깐 보고 일어나지 뭐."
"에이.. 불편해서 가는 거면 괜찮아 얘 나중에 보지 뭘."
"아니 그런거 아니고 진짜로 나 신데렐라잖아 신데렐라. 불러도 돼. 나도 뭐 친구 한 명 더 사귄다고 생각할게."
"야 너세봉. 진짜 고맙다."
불편하긴 해도 뭐....권순영 고등학교 친구면 전원우 고등학교 친구니까 혹시 모를 기대감에 태연한 척, 능글맞은 여우인 냥 부르라 그랬어.
혹시 너일까봐.
"응 와 오면 연락해. 아 다 왔어? 여기여기 손 흔들고 있을게."
-딸랑
"어 여기야 전원우!"
혹시나 한 마음이 진짜일 줄 누가 알았겠어.
그치 원우야.
작가의 말
네, 처음 글 써보는 연꽃이 입니다. 반응이 좋다면 이걸로 다음 편도 써볼까 해요!!
꺅 처음 인사드립니다! 잘 부탁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