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쾅쾅-
"도경수!!! 문 열어!!!"
미친놈.
또 시작이다.
술만 마시면 시간 따지지 않고 찾아와서 멀쩡한 초인종 놔두고 애꿎은 현관문만 무식하게 두들기는 이 녀석.
"아!! 좀 가 미친놈아!!!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문 안 열어주면 열어줄 때까지 발로 찬다??"
"아악!!!! 이 미친 변백현 개자식아!!!!"
결국 녀석의 협박에 못 이기고 언제나 그렇듯 문고리를 건 채 빼꼼히 현관문을 열고 속사포 랩처럼 녀석을 향해 쏟아붓기 시작했다.
"미친놈아! 제발 집에 좀 가!!! 왜 이 야심한 새벽에 술 쳐마시고 여기까지 찾아와서 지랄이야 지랄이!!!"
"그야 네가 전화를 안 받으니까 그렇지"
"아, 시끄럽고!! 오늘은 진짜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안들여보내줄 거니까 이제 그만하고 집에 가서 곱게 발 닦고 잠이나 쳐 자"
"싫은데"
"이... 씨...."
나 혼자 얼굴이 시뻘개져서 녀석을 향해 소리쳐봤자 이 자식은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을 뿐.
결국 언제나 열이 뻗치는건 나 혼자인거다.
오늘은 결코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고 나름 강하게 밀어 붙였건만 녀석은 씨알도 안먹힌다는 표정으로 문 틈 사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야"
"왜"
"나 오줌마려워"
"그래서 어쩌라고"
"화장실 좀 쓰자"
"싫어. 집에가서 싸"
"... 나 여기서 싼다?"
"아 진짜 개 또라이같은 새끼... 싸려면 싸!!!"
이런 수법이 한 두번이 아니라서 절대로 넘어가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녀석을 노려봐 주었건만 이번엔,
"야..."
"아 또 왜!!"
"나... 토할 것 같... 우웁-"
"악!!!!!!! 야 야!!! 아 씨 진짜 짜증나 변백현!!!!!"
갑작스레 헛구역질을 시작하며 입을 턱 틀어막는 변백현 때문에 결국 오늘도 나는 문을 열어주고야 말았다.
내가 문을 열기 무섭게 나를 지나쳐 대충 신발을 벗고선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는 녀석.
나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마른 세수를 한 후에 문을 걸어 잠그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책상 위의 핸드폰을 들여다보자
'부재중 전화 13통'
일부러 녀석의 전화를 받지 않으려 무음으로 설정해놓고 전화도 꺼놓아봤지만 그럴 때면 녀석은 늘 이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만 힘들고 지쳐버린다.
화장실 문이 달칵- 하고 열리는 소리가 나길래 서둘러 거실로 나오자, 막 화장실에서 나온 변백현이 지친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 녀석을 지나쳐 주방으로 향한 나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고, 찬장에서 찬물에도 잘 녹는 꿀을 꺼내 몇숟갈 떠서 꿀물을 타
쟁반에 받치곤 이제는 거실 소파에서 뻗어 있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마시고 가라 좀"
"어, 고마워어..."
신명나게 쏟아내고 난 후라 갈증이 났던 듯 내가 건내준 꿀물을 단 숨에 들이킨 녀석이 이제 좀 살겠다는 표정으로 빈 컵을 쟁반에 올려놓는다.
"아... 이제야 좀 살겠다"
"볼 일 끝났으면 이제 좀 가지? 벌써 새벽 한 시거든? 나도 잠을 자야 내일 출근을 할 거 아냐"
"내일 토요일이잖아"
"어... 어쨌든!!! 빨리 네 집으로 돌아가!!!"
소리치는 나를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녀석에 순간 당황한 내가 쟁반을 들고 다시 주방으로 향하려는데, 녀석이 그런 나의 손목을
강한 힘으로 붙잡는다.
"경수야-"
"... 왜"
"나랑 사귈래?"
아... 언제나 그렇듯 이것 또한 같은 레파토리의 연속.
근데 나는 녀석의 입에서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건지.
보지 않아도 상기됐을 표정을 감추고 녀석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넌 그 소리 지겹지도 않냐? 내가 이래서 너 들여보내주기 싫은거야"
"전화하면... 안 받잖아..."
그야, 새벽에 듣는 너의 목소리에 나는 너무 떨려서 잠을 이룰 수가 없으니까...
"귀찮으니까 그렇지!!! 너는 왜 여자친구 놔두고 새벽마다 날 찾아와서 난리야!!! 그리고 술도 좀 작작마셔. 그러다가 너 간 뻥뻥 뚫린다"
"나 찬미랑 헤어졌어"
"... 너 여자친구 시도때도 없이 바뀌는게 한 두 번이냐? 곧 새로운 여자 만날거잖아"
웬일인지 오늘따라 축 쳐져있는 것 같은 녀석의 모습에 역시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 빌어먹을 짝사랑.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녀석을 바라보기만 할건지.
결국 나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말을 꺼냈다.
"그래서, 이번엔 또 왜 헤어졌는데? 예쁘고 키 크고 날씬해서 좋다며?"
"그게, 이상하게 걔를 만나도 떨리지가 않아"
"그건 무슨 또 개소리야"
"좋아하면 막 만지고 싶고, 손도 잡고 싶고, 껴안고 싶고, 자꾸 생각나고, 키스하고 싶어야 하는데..."
"하는데?"
"아무 느낌이 없어"
녀석의 말에 나는 또 혼자 상처받고 만다.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여자들과 수도없이 사귀면서도 늘 얼마 안가 헤어져버리곤 나에게 와서 위로를 받고 상처를 치유받는다.
그리고 녀석의 상처를 치유하고 나면 그 상처는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온다는걸 너는 왜 모르니.
녀석이 그런 여자들과 사귀면서도 아무 느낌이 없다는건, 나에겐 결코 기회따윈 오지 않을거란 소리 아닌가.
"야, 그럴거면 괜한 여자들 상처주지 말고 그냥 여자를 만나지 마. 그게 너도 편하고 여러사람 살리는 길이다"
"그러니까 나랑 사귀자고 경수야"
"장난하지 마라. 피곤하다. 너 빨리 가. 나 잘거야"
녀석의 말을 무시하고 잠을 청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 방으로 들어오는데, 녀석이 가야 할 현관은 안가고 내 뒤를 졸졸 쫓아온다.
"뭐야?"
"나도 여기서 잘래"
"미쳤냐?"
내 심장 떨려서 죽는 꼴 보고싶어서 이래?
"아 시끄럽고 빨리 좀 가!! 나 진짜 피곤해서 죽을 것 같단말야. 얼른 자고싶어"
"그럼 내가 우리 경수 재워줄게. 자 이리와 누워"
"놀고 있네, 멍청이가"
녀석의 말을 무시하고 거실로 향하려는데, 녀석이 손목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안아온다.
갑작스런 녀석의 행동에 놀라 몸을 경직시키고 있는데, 이런 나를 아는지 폭신한 침대에 누운 상태 그대로 내 등을 토닥이기 시작한다.
"ㅇ...야... 이거... 놔봐 좀..."
"싫어. 놓으면 너 도망갈 거잖아"
"안도망갈테니까 좀... 놔"
"안도망가는 대신 나 쫓아내려고 그러지?"
귀신같은 놈.
녀석의 힘을 저항할 길이 없어 결국 몸에 힘을 쭉 빼고 좀 더 편한 자세를 찾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빠르게 뛰던 내 심장도 점점 제자리를 찾는 듯 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하고, 내 가슴으로는 녀석의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경수야"
"왜"
"너, 심장 진짜 빨리 뛴다"
"이... 이... 그건 갑자기 네가 끌어당기니까 놀라서 그렇지!!"
"알았어, 알았어. 흥분하지 말고. 근데 나 물어볼거 있는데"
"...뭔데"
"너는 내가 싫어?"
그럴리가 없잖아.
"그게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잠이나 자"
"나 진짜 진지하게 물어보는거야"
"너 갑자기 왜 이러냐? 안잘거면 가고"
"그러는 너야말로 왜 그 쉬운거 하나 대답 안해주고 자꾸 피해?"
"네가 너무 어이없는 소리를 하니까 대답할 가치를 못 느껴서 그런다. 왜"
그 소리에 내 등을 토닥이던 손을 떼고 벌떡 일어나 앉더니 나를 빤히 쳐다본다.
덩달아 민망해진 나 또한 일어나서 녀석을 마주보고 앉았다.
"ㅁ...뭐야... 찬물같은걸 끼얹나"
이... 이래도 안웃어??!!
창피함에 고개를 푹 숙이는데 녀석이 한 손을 들어 내 고개를 들어올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방 안에서 오직 녀석의 온기와 빛나는 눈동자만이 느껴진다.
"대답해"
"ㅁ...뭘"
"진짜로 내가 싫어? 내가 너한테 사귀자고 말하는게 장난같아?"
"정상적인 남자라면 남자인 친구한테 사귀자고 말할리가 없잖아"
"그래서, 내가, 싫어?"
"ㅇ..아니... 야- 내가 너를 진짜 싫어하면 십년동안 네 수발 다 들어주면서 지겹게 붙어다녔겠냐?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빨리 잠이나 자자 좀. 응?"
쓸데없이 진지해져버린 녀석에 내 속마음을 들키는건 아닐까 괜한 조바심이 나서 화제전환을 하려드는데 오늘은 이것마저도 안통한다.
"그러면, 왜 맨날 내 전화 안받아?"
"그거야... 네가 술마시고 맨날 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놓으니까..."
"그럼- 왜 낮에 전화하면 안받아?"
"그...그건 그냥... 일하는 중이니까!!! 근무시간에 누가 전화를 받아!!"
"주말엔 왜 안받는데?"
"바빠... 나름"
"문자는 왜 씹어?"
"... 원래 문자 별로 안좋아해"
"그럼... 나 왜 안만나주는데"
녀석의 물음에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혀온다.
녀석의 말대로 난 어느 순간부터 녀석을 고의적으로 피하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녀석을 잊지 못하는 내가 밉고 지치고 힘들었으며, 녀석의 여자가 바뀔 때마다 뒤로 쓴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녀석을 내 삶에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그 첫번째 단계가 나로부터 녀석을 완벽히 차단하고 무시하는 것.
"내가... 왜 새벽만 되면 술마시고 너 찾아오는 줄 알아?"
"왜..."
"맨 정신으론 나 안만나주잖아. 네가"
오늘따라 변백현이 자꾸 왜 이렇게 나에게 투정같은걸 부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녀석의 주변엔 늘 친구들로 넘쳐나고, 연예인같은 외모로 인해 여자도 골라 사귈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나를 붙잡고 늘어질까.
어디까지 내가 너를 봐주고 참아줘야 네가 그만둘까. 나도 점점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그러는 너야말로, 주변에 친구들도 넘쳐나고 여자친구도 수시로 갈아치우는 애가, 왜 날 못만나서 안달인건데?
내가 맨날 너 술마시고 와도 순순히 받아주고 위로해주니까 내가 만만해? 나한테 사귀자고 장난하고나면, 내 반응이 재미있어?"
"ㅇ...냐..."
"뭐...?"
"그런거 아니라고"
갑자기 평소보다 더 낮아진 저음으로 말하는 녀석에 놀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데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더니 한숨을 내쉰다.
"나도 날 모르겠어"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내 연락 무시하고 나 안만나주면 막 불안하고 일이 손에 안잡혀서 하루종일 멍해. 여자친구랑 있어도 네 생각만 나고,
걔랑은 손잡고 싶은 생각도 안들고 껴안고 싶지도 않아. 근데 너랑 있으면 막 괜히 웃음이 나고 두근거리고 만지고 싶어져"
"....뭐...? 뭐라고... 했어...?"
"그래서 술을 마시면 더 네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 정신을 차려보면 너희 집 문 앞이야.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네가 받질 않아. 그러면 난 네 얼굴이 보고싶어져. 내가 맨정신일 때 네가 날 만나주지 않으니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널 볼 수 없으니까..."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거야...?"
"나 멀쩡해"
"장난하지 말고"
"내가 아무리 못된 놈이라고 해도 너한테 이런 장난 치겠어?"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눈은 정말 무섭게도 진지하고 숙연했으며, 어둠 속에서 보이는 까만 눈동자는 조금의 일렁임도 없이 잠잠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녀석은 어느샌가 가까이 다가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았다.
이게 뭐하는건가 싶어 녀석을 빤히 바라보는데, 갑자기 눈을 감고 내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이어서 파르르 떨리는 내 눈꺼풀, 녀석의 향기를 느끼고 있는 내 코 끝, 지금 쯤 붉게 달아올랐을 뺨, 그리고-
"이래도... 내가 장난하는 것 같아?"
한 손으로 내 오른쪽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자 느껴지는 녀석의 세차게 뛰고 있는 심장박동.
"이렇게 뛰고 있잖아. 이건 장난이 아니야, 사랑이지"
입술. 차례차례 도장을 찍듯 부드럽게 이마에서부터 내려온 녀석의 입술이 내 입술로 내려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자리잡고 있는 녀석의 따뜻한 온기가 곧 떨어져나가고, 나는 아쉬운 마음에 차마 눈을 뜨지 못했다.
이대로 눈을 뜨면 마치 꿈이었다는 듯 내 앞에 새까만 어둠만이 자리하고 있을 것 같아서.
"경수야- 눈 떠"
꿈이 아니라는 듯 부드럽게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녀석의 따뜻한 눈이 들어온다.
"기분... 나빴어...?"
"... 아니..."
내 대답에 환하게 웃은 녀석이 나를 끌어당겨 품에 안고 귓가에 속삭인다.
"좋아해. 내가 얼마만큼이나 너를 좋아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을만큼. 장난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너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면
이런 나 좀 받아주지 않을래? 하루종일 네 생각만 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이렇게라도 술에 취해서 너를 보지 못하면 내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것만 같아. 그러니까..."
"... 그러니까...?"
"사귀자. 지금처럼 밤마다 널 괴롭히는 일도 없을거고, 술도 마시지 않을게. 사람하나 살린다는 셈 치고 제발... 응?"
이런게 바로... 전세역전이란거지 그러니까...?
당장이라도 좋아서 날뛰며 녀석을 껴안고 싶지만, 지금까지 내 마음고생 한 거 생각하면, 이 정도론 택도 없다.
그럼... 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 할 녀석의 모습을 좀 더 지켜보도록 할까?
"흠... 글쎄..."
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심하는 척 하자, 녀석이 뭐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못하며 내 눈치를 살피다가 하는 말이라곤,
"안받아주면!!! 나 앞으로 매일 술마시고 와서 깽판칠거야!!! 막 엘리베이터 층마다 버튼 누르고 도망갈거고, 새벽에 시끄럽게 노래도 부를거고!!
지금처럼 문도 쾅쾅쾅 두드리고 발로 차면서 네 이름 부를거야. 오줌도 쌀거야. 그래서 너 아파트에서 쫓겨나면 내가 너 데리고 도망갈거야!!"
"... 누구 맘대로...?"
생각하는거라곤 꼭 옆집사는 초딩보다도 못하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녀석한테 코가 꿰어서...
아무래도 여기서 녀석을 놀려먹는건 그만둬야하지 않을까 싶다.
"알겠어"
"뭐...?"
"알겠다고. 사귀어 준다고"
나의 대답에 눈꼬리를 휘어접고 웃으며 만세를 부르짖는 녀석에 놀라긴 했지만 그렇게 좋을까 싶어 조금 뿌듯한 마음이기도 하다.
한참을 혼자 기뻐하다가 갑자기 나를 끌어안으려하는 녀석에 그 손길을 저지하자, 얼떨떨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잠깐-"
"ㅇ..왜...? 뭐 문제있어? 서...설마 너..."
"설마...?"
"야! 방금한 말 무르려는건 아니지? 무르기만 해봐!!! 진짜 나 너 쥐도새도 모르게 데리고 도망간다?"
"허, 참... 그게 아니고-"
나의 대답에 다행이라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녀석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너- 네 주변에 여자들 다 정리해. 수상한 행동 보이면 바로 끝이야. 알겠어? 네가 이 아파트에서 스트립쇼를 하던 난리 부루스를 추던
난 너 몰래 이사가 버릴거니까"
"당연하지!!! 경수가 있는데!!! 다른 여자들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흐흐... 열 여자 안부럽다!!!"
"... 고작 열 여자...?"
"아...아니!!! 당연히 아니지!!! 경수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으응, 그렇고 말고!! 오해하지 마!!"
내 대답 하나하나에 이렇게 움찔거리면서 조바심 내는 변백현이 귀엽다.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죽을 것만 같다.
그러니까 넌 이제 내꺼.
"그럼 경수야..."
"뭐"
"아까 했던 뽀뽀가 아쉽진 않니? 난 우리가 서로를 좀 더 깊숙히 알아가기 위해서 그 다음 단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싫어"
"ㅇ...에? 왜??!!"
"너 아까 토했잖아. 저리가 더러워. 이도 안닦고 어딜??"
이 순간 가장 안타까웠던건 우리 집에 녀석의 칫솔이 없다는 사실.
그러나 이에 굴할 변백현인가. 녀석은 곧 더욱 음흉한 표정을 짓더니 무릎걸음으로 나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그럼, 우리 키스 말고 다른거 하자"
"...ㅁ...뭐..."
"몸으로 하는거. 나 그거 잘해"
"시끄러 이 변태야. 저리 가!!"
나의 외침은 녀석이 나를 침대로 쓰러뜨리면서 그대로 시트에 파묻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녀석은 눈에 불을 켜고 나를 향해 늑대처럼 달려들었다.
이거 왠지... 앞으로 녀석을 길들이는 데에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투닥거리는 백도 귀엽습니다♡
동갑내기 애기들 장난치는 것만 보면 흐뭇흐뭇
재미도 없는데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해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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