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적, 홍화라는 한 나라가 존재했다. 붉은 꽃이라는 뜻을 가진, 유독 붉은 꽃들이 많이 만개하던 그 땅의 백성들은 어진 왕의 통치 아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홍화의 왕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수많은 신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머리가 댕강 잘려나간 그는 힘 없이 고꾸라지고 말았다.
목에서는 검붉은 핏줄기가 치솟았고, 신하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했다. 곧바로 근위대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달려 나왔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바닥에 쓰러져 입에서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이어 몸이 괴기하게 꺾인 그들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 모습은 마치 나락의 불구덩이 속을 연상케하여,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사색이 되고 말았다. 삽시 두려움으로 물든 장내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다들 만나서 반갑네.”
그리고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위기와 걸맞지 않는 화통한 목소리는 모든 이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며 숨을 죽이고 있던 윤기 역시도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보았다. 그 곳에는 전하께서 자리해 계셨던 옥좌에 앉아 입꼬리를 히쭉 올리고 있는 그가 있었다.
푸른 눈과 길게 늘어진 하얀 머리칼. 머리 위에는 짐승의 것으로 보이는 두 귀가 솟아있고, 등 뒤로 많은 꼬리가 보이는 그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무릇 괴담 속에서나 존재하던 '요괴'였다. 그를 본 순간, 윤기는 지금 자신이 정녕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을 찾을 수 없었다.
“……”
하얀 도포를 걸친 요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잘려나간 왕의 머리를 잡아 앞으로 내던졌다. 낮은 계단을 지나 앞으로 데굴 굴러오는 그것을 따라 윤기를 비롯한 많은 눈들이 움직였다.
“어디 감히 전하를 욕보이다니, 이 놈! 참으로 무엄하도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 큰 목소리를 냈다. 윤기의 앞에 서 있던 상관이었다. 그는 잔뜩 성이 난 목소리로 분노를 표출했다. 그리고 윤기가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목이 뒤로 비틀렸다.
“컥!”
으득. 그의 바로 뒤에 서있던 윤기는 완전히 뒤로 꺾여버린 상관의 얼굴과 마주했다. 일순 숨이 멎는 느낌을 받았다. 이윽고 상관은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윤기는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상황에 안색이 창백해지다 못해 파리해졌다. 미칠 듯이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은 곧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이 뛰었다.
요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이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람을 죽인 것이었다. 이는 그가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예를 들면 요술같은. 믿기 힘들지만 눈 앞에서 똑똑히 보여졌기에, 누구도 더 이상 그에게 반기를 들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곧 끔찍한 죽음으로 이어질 것을 알기에.
그저 숨 막히는 정적만이 흘러가는 순간이 당도했고, 홍화에는 새로운 군주가 백성을 군림하려는 시대가 열렸다. 일부 세력들은 그가 권력을 잡지 못하게 거칠게 반항했으나 그의 극악무도함 앞에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그는 난폭하고 악랄하기 그지없는 성격을 가진 요괴였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새로이 왕좌에 오른 ‘김태형’이었다
이것은 곧 재앙의 시작이었고, 누군가의 처절한 절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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