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 上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7/11/21/9332bb3a15b47eac320d98a8f6d1be3c.jpg)
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 上
“나 곧 데뷔해.”
너와 내 시간이 멈췄다. 고요히 늘 빨리 지나 가는 게 야속하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멈추었다. 하.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한숨이 속에서 깊게 내뱉어졌다. 언젠간 나올 그 말이. 그래도 혹여나 나오지 않길 빌었던 그 말이 네 입에서 나오는 그날에는 아무렇지 않게 박수를 쳐 주며, 너의 꿈을 응원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난 너의 노래를 좋아했고, 너의 목소리를 좋아했으며 네가 좋아하는 노래를 너를 좋아해주는 사람들 앞에서 마음 껏 불러주길 바랐다. 너도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꿈이니까. 네가 좋아하는 꿈이라면 나도 함께 꾸고 싶었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그럴 수 없었다. 덤덤하게 흘러나온 그 말이 다시는 너와 만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려와서. 이제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말처럼 다가와서. 차마 웃으며 너에게 축하해 줄 수가 없었다. 너도 그것쯤은 예상했겠지. 마주친 시선은 엇갈림 없이 서로를 향했다. 그래. 응원해 줘야 하는 거겠지.
“……축하해. 너 그동안 엄청 힘들어 했잖아. 꼭 성공하길 바라.”
“……….”
“늘 응원하고 있을게.”
곧 흘러나올 것 같은 울음은 겨우 삼켜냈다. 애꿎은 입술을 물어 뜯기도 했고, 애꿎은 손바닥을 괴롭히며 내 몸에 생채기를 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저 앉아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릴 것 같아서. 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달라고. 평범하게 살자고 너의 앞 길을 막아버릴까 봐. 그런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너는 끝내 아무런 말 없이 뒤돌았다.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없이 뒤돌아 가 버리는 뒷모습이 내 시야에 완전히 벗어난 후에야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아. 너와의 끝은 결국 이런 거였구나. 이럴 걸 충분히 알면서도 시작한 일에도 나는 아팠고, 또 쓰렸다. 파라노마 같이 스쳐가는 너와의 추억은, 정말 가슴 한 켠에 묻어야 할 추억이었다.
난 가끔 생각하곤 했다. 정말 그 때, 그 뒷모습이 널 보는 마지막일 줄 알았더라면 한 번만 안아볼 걸. 고마웠다고. 미안했다고. 정말 축하한다고. 날 두고 간다고 해도 미워하지 않겠다고. ……사랑했다고. 그렇게 한 번이라도 말해볼 걸. 난 더 이상 내 곁에 묵묵히 머물던 너를 찾을 수 없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너를, 난 너를 위해 나를 떠나가던 너의 그 뒷모습처럼 미련없이 후회없이 가슴 한 켠에 묻어야 했다.
***
“야. 이번에 내 새끼들 컴백한 거 봤냐? 진짜 졸라 멋있어……. 얘넨 내 인생의 빛이 분명하다. 과제? 다 좆까라!”
“걔네가 뭐 너 밥 먹여주냐? 그만 좀 해. 너 과제하러 온 거거든?”
“걔네가 밥 안 먹여줘도 내가 먹여주잖아? 그걸로 만족한다. 이게 진정 엄마의 마음이라는 것이냐…….”
웃기고 있네. 네 새끼가 어딨니, 네 새끼가. 한심하기 그지 없는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엄마의 마음은 무슨. 너네 어머니 속이나 썩이지 마, 망할 것아……. 물론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채, 속으로 삼켰다. 또 얼굴을 붉으락 푸르락거리며, 시끄럽게 공공장소라는 것도 까먹고서 빼액 소리를 내지를 모습이 뻔해 그냥 내 할 일에 집중했다. 과제 끝내면 시험 준비도 빠듯하고 알바도 해야 하는데. 내 앞에 놓여 진 미래가 까마득했다. 등록금이 대체 뭐길래……. 그냥 학교를 때려치우던가 해야지. 돈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어? 책상에 죄없는 머리를 박았다. 앞에선 뭐가 그리 좋은 지, 이어폰을 두 귀에 막고서 헤실헤실 웃는 친구 놈이 문득 부러웠다. 세상 살기 참 편해보이네. 과제가 어렵다고 도와 달라고 애걸복걸 부탁을 해대는 탓에 나왔는데, 책만 펴놓고 카페에 앉아 목만 축이고 있었던 시간도 어엿 1시간이 훌쩍 지났다. 곧 알바가야 하는데.
“야. 얘 봐. 요즘 내가 미쳐사는 애임. 대존잘이다 아님?”
“……….”
“이건 사람이 아니다. 분명 천사가 틀림ㅇ…….”
“하. 너 자꾸 이럴 거면 나 먼저 일어나 볼게. 과제 도와달래서 내 시간 짬내서 나왔는데, 넌 할 생각도 없어보이고. 동영상만 보면서 시시덕거리면 나보고 뭐 어쩌자는 거야?”
“……야. 왜 화를 내고 그래.”
“미안. 나 먼저 가볼게.”
급하게 가방을 챙겨 나올 때까지도 갑자기 화를 내버린 내가 당황스러운지 한참이나 멍하니 앉아있는 친구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원체 화를 잘 내지 못 하는 성격에 갑작스럽게 나온 내 행동이 나 조차도 당황스러웠다. 겨우 빠져나온 카페에 서둘러 인적드문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깨질 듯이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고서 바닥에 주저 앉았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가쁘게 쉬어지는 숨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렇지 않게 잘 지냈는데. 이제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았는데. 내 기억 어딘가에 자리 잡아 떠올리지 않던, 아니. 떠올리고 싶지 않던 무언가가 불현듯 떠올라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정국아. 전정국……. 미친 듯이 네 이름을 되뇌었다. 잊고 살던 너를 다시 기억해내고 말았다.
***
“얘, 너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일 할 수 있는 건 맞아?”
“어, 저 괜찮아요. 아까 점심에 먹은 게 체했나 봐요…….”
“약은 먹었어?”
“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힘든 몸을 겨우 움직여 옷을 부랴부랴 갈아입고 나온 내 상태가 어지간히 아파보였는지 눈치라곤 전혀 없다고 소문이 난 같이 알바하는 언니가 내 팔을 붙잡고서 놀란 듯 물을 정도로 내 상태는 영 별로였나 보다. 괜찮다며 애써 웃음지어 보였지만, 괜찮지 않았다. 여전히 머리가 아팠고, 여전히 심장 부근이 아렸다.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던 네가 갑작스럽게 내 머릿속에 떠다님이 그 이유였다. 3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네가 나를 떠나버린 시간이. 만약, 정말 만약 너를 마주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에 대한 쓸데없고 부질없는 생각을 했다. 모르는 척 해야 하는 걸까, 아님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해야 할까. 아니다. 네가 나를 알아봐주긴 할까. 또 다시 내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래. 정말 쓸데없고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정말 너를 마주한다면 난……. 아마 정말 난 너를 마주한다면 그대로 눈물을 왈칵 쏟아 내 버릴 것 같은데. 다시 머리를 짚었다. 평소라면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할 카페가 오늘따라 시끄러운게 더 골을 울렸다.
얼마가지 않아 카페 안은 더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카메라, 그리고 그 중심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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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보는 네가 서있었다.
“아, 맞아. 너 때문에 아까 나도 정신없어서 말 못 했는데. 왠일로 우리 가게에 연예인이 온다길래 누군가 싶었는데, 쟤네더라고. 요즘 완전 핫하잖아. 쨋든 여기서 잠시 쉬어가는 타임으로 인터뷰 진행한데. 저기 커피 하나 시키고 넷이나 앉아있는 애들도 쟤네 보러 온 거야. 아이돌이 뭐라고……. 1인 1커피라고 떡하니 적어놨는데. 뻔뻔한 것들. 근데 너도 아이돌 좋아하니?”
“……….”
“OO아?”
“……….”
“야, OO아. 너 무슨 생각하길래 멍해?”
“……네? 아, 죄송해요.”
“너 오늘 상태 진짜 꽝인데? 사람들도 많은데, 진짜 괜찮겠어?”
“저 정말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그제서야 너에게로 향한 시선을 돌렸다. 너와의 재회를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재회는 정말 생각지도, 바라지도 않았다. 만약 너를 만난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그친 지도 고작 몇 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난……. 아무런 정리가 되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금방이라도 자리에 주저 앉을 것만 같았다. 신에게 빌었다. 누가 제발 날 이곳에서 꺼내주길. 너를 마주할 수 없게 도망칠 수 있게. 날 여기서 꺼내주길 빌고 빌었다. 하지만, 내게 신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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