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히 남자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 몸매 때문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았다.
이런 탓에 결국 중학교에 입학한 후 부터 합기도같은 운동을 배우며 힘을 키웠고 동시에 살을 찌우기 위해 발악을 했다. 그 결과 어깨가 넓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근육이 붙고 힘도 세졌다.
하지만 노력을 해도 변하는건 없었다. 특히 고등학교를 남고로 선택하고서부터 꼬여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다가 참지 못해 주먹을 쓰게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엉겁결에 학교에서 흔히들 말하는 잘 나가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성종아."
이런 나에 비해 형은 그저 그런 학생.
"형이 여기는 왜 와."
"매점에 왜 오겠냐. 군것질 하러 오지."
"하긴. 근데 옆에는 누구야?"
그런데 오늘은 형 옆에 절친한 동우 형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
"아. 오늘 전학온 애야. 얘랑 나랑 짝꿍이 되서 친해지게 됐어."
"아하... 안녕하세요."
형의 친구라니까 일단 공손하게 인사를 했눈데 이 사람은... 기분 나쁘게 고개만 까딱거린다.
"하하... 성종아. 미안해. 얘가 성격이 까칠한면이 있어서 그래."
형 친구라서 봐주려고 해도 기분이 엿같네 이거.
"아무튼 이따가 보자. 벌써 수업종 쳤다."
급하게 둘러대며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형과 친구를 보다가 교실로 올라갔다.
"아씨..."
"무슨일 있어? 왜 그렇게 짜증난 모습이야?"
"형 친구 땜에."
교실로 올라가니 다행히 과목선생님은 아직 안 왔다.
"성열이 형 친구?"
"응. 이번에 전학생이 와서 그 사람이랑 친해진건 좋은데... 씨발 개같아."
"대체 어쨌길래 그러냐."
"나한테 기분 나쁘게 행동했어."
"헐. 선배가 후배한테 왜 그런대."
"내 말이."
앞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내 자리에 앉으니 평소 시끄러운 짝꿍이 또 말을 걸어온다.
"근데 뭐 방법이 있나. 선배라서 함부로 뭐라 할 수도 있는게 아니잖아."
"하긴. 그래도 너네 형 이번에 새로 친구 사귄거면 친해져봐."
"..."
"니네 형 친구들 웬만하면 다 친하면서 그 사람은 안 친해지면 그러잖아."
"...그렇네."
첫인상은 좀 안 좋았지만 우리 형 친구니 내가 참아보는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
학교에 다니는게 어쩐지 다른 애들보다 더 지옥같이 느껴진다.
"다녀왔어."
형은 그래도 고3이니까 좀만 버티면 졸업이지 난 1년 더 남았다니... 끔찍하다.
"어? 형 친구 데려왔어?"
"응. 신경쓰지말고 들어와."
그런데 집에 오니 낯선 신발이 보인다.
형 친구려니 하고 들어오니 하필이면….
"안녕하세요."
"그래."
그때 그 왕재수일게 뭐라니.
"성종아 방에 들어가있어. 이따가 간식 갖다줄게."
"어."
다행인건 예전부터 난 형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방에 들어가기 땜에 저놈이랑 일이 생길 수가 없다.
"아씨. 짜증나."
일단 착한 내가 참자. 저 형이 집에 갈때까지만 버티면 돼.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형 친구라지만 키가 나보다도 작았던거같다.
하여간 키 작은것도 남자라고. 나보다 키도 작은놈이 내가 나이 어리다고 무시하나.
◈
형의 새 친구를 알게된지 며칠이 된 오늘.
평소처럼 책가방을 메고 집에 가던 중이었다.
"흐으... 살려주세요..."
"가만히 좀 있어. 그러면 기분 좋게 해준다니까."
학교 밑에층에 있는 3학년 빈교실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가보니
"...!"
형의 새 친구가 강간을 당하는 모습이었다.
"못생긴게 색기는 흘러넘쳐서 야하게 생겼네."
이걸 구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데 눈빛을 보니 불쌍해졌다.
"지금 선배란것들이 이러면 어떡합니까. 이렇게 후배가 보고 있는데."
"이 새끼는 뭐야. 기집애처럼 생겨갖고."
구해줘야겠단 생각에 교실로 들어가니 무리들 중 제일 약해보이는 놈이 시비를 털어온다.
"기집애? 지금 누굴보고 그러는거예요. 사돈 남말 할때가 아닌거같은데."
"이게 제일 후배가 어디서 선배에게 대드는거야?"
"그따구로 행동하는데 누가 말 듣고 싶어지겠어요."
"허... 얘들아 이 새끼부터 손봐주자."
결국 1:5로 혼자서 이 무리들과 싸우게 됐다.
"컥... 존나 아프네. 꼴에 남자라고."
이런 내 모습을 와이셔츠를 꼭 잡은채 지켜보는 형의 친구. 내가 이럴줄은 상상도 못했나보다.
"결국 질거면서 어디서 덤비고 있어요. 선배면 다인가."
싸움의 결과는 후배인 내가 이기고 말았다. 학생부에 가게 되겠지만 이런 상황을 어떻게 지켜보랴.
"괜찮아요?"
"...흐... 흐으..."
나에게 맞고 도망간 무리들이 교실에서 나가자 많이 무서웠는지 눈물이 봇물 터지듯 흐르기 시작한다.
"진정해요. 이제 그 놈들은 없어요."
"무서워…. 흑..."
"이제 뚝. 그만 울어요."
일단 벗겨진 옷들부터 제대로 입혀주고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지금 집이야?"
“어? 왜?”
"형 새친구가 전학온지 얼마 안 되서 강간을 당할뻔했어. 그래서 내가 구해줬고."
“헐... 어떤 미친놈들이야?”
"아까 싸울때 한 명 이름은 아니까 그 새끼 무리인거같아. 암튼 형 친구 데리고 집에갈게."
“알았어. 하여간 내가 그것들 감방에 넣어준다.”
통화를 마치고 형의 친구를 업히게 하자 바로 내 목에 팔을 걸어온다.
"...고마워..."
"고맙긴요. 당연한걸 한건데."
"근데 너 이름이 성종이라고 했었나...?"
"네. 형 이름은 뭐예요?"
"남우현…."
작은 키 때문인지 업혔는데도 내 어깨에 묻히는 얼굴에 웅얼대는 목소리가 이제보니 꽤 귀엽다.
"일단 우리집에 가서 진정하고요. 진정되면 경찰에 신고하는거예요. 알았죠?"
"웅..."
처음엔 서로 안 좋게 시작했지만 끝은 결국 좋게 맺혀졌다.
비록 그게 안 좋은 상황 때문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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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재석 말이 다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