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일곱, 여자 하나
─ 태형 번외
34. 그 남자의 속사정
00과 남준이 입을 모아 태형에 대해 말하는 것이 있었다. 속에 담아 두는 게 있다. 당연히 주관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 주관이 계속해 모이게 되면 객관이 되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멤버들이 태형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그 둘은 그랬다. 그러니까 태형이 항상 밝아야 하는 것도, 언제나 웃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태형이 조용하게 잠을 청할 때나 생각에 잠길 때도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적지 않았다. 요즈음, 특히.
"형."
"왜."
"누나랑 작업하면 어때요?"
"……그건 왜 묻냐? 왜, 너도 작업할 거 생겼어?"
"그건 아니고요."
그냥……. 윤기는 그런 태형의 반응에 싱겁다는 듯 반응했다. 책을 읽던 남준이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질문이 틀렸잖아. 그런 걸 물어보면 엄청 쓸데없는 질문이야. 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준이 말하고 싶은 건 대충 유추가 가능했다. 윤기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았다. 틀린 질문. 태형이 이런 질문을 하게 만드는 건 딱 한 가지 이유였다.
"……진짜네. 질문이 틀렸네."
"……."
상황을 이해한 윤기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태형이 말하고 싶었던 건 00과 작업하지 말라는 말이나, 00과 윤기가 같이 있는 게 싫다는 것 아니면 자신이 00과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다시 질문할래?"
"……나중에요."
태형은 말이 서툴었다. 아기처럼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입으로 내뱉기까지 조금의 어려움은 있었다. 감정이 티가 나지만 표현하는 것은 낯설었다. 윤기에게 한 질문만 봐도 그렇다. 누나랑 작업하면 어떻냐니. 쓸데없기 짝이 없는 질문이다. 차라리 나도 누나랑 같이 작업하고 싶어요, 라고 하든가. 00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떠올랐다. 어려서 그래, 어려서.
……나 그다지 안 어린데. 어찌 태형의 입술이 조금 튀어나온 것 같기도 하다.
35. 자신도 모르게
태형은 00을 보고 멍을 때리는 일이 많아졌다. 00은 그런 태형에게 눈길 주지 않았다. 태형은 자신이 00을 보고 있다는 자각이 없었으니까. 그저 눈이 돌아가기에 돌린 것뿐이었다. 그러다가 스스로 놀라 고개를 휙 돌려 버린다. 그제서야 00은 당황한 태형의 옆모습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석진은 00의 옆에 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너도 참 고약한 버릇이 있다. 00은 짧게 웃었다. 그런가. 석진은 하마터면 혀를 츳, 찰 뻔했다. 태형의 큰 눈이 도르륵 자신과 00의 움직임을 끈질기게 좇았기 때문이었다.
"야, 태형아."
"……네?"
"00이 얼굴 닳겠다."
괜스레 태형이 측은해진 석진이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멍을 때릴 때면 입술이 툭 튀어나오는 태형이 어깨를 들썩였다. 석진의 말에 놀란 것이었다. 00은 그 모습에 웃음을 흘렸다. 어쩐지 얼굴이 따갑던데, 너였냐. 00의 말에 태형은 잘 정돈되어 있는 앞머리를 다시 손으로 빗어내렸다. 태형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살며시 피어올랐다.
36. 깨달음
요 며칠 태형은 자신이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꾸만 시선이 어느 한 곳으로 쏠리는 것도 그렇고,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는 일이 잦아진 것도 그렇고. 00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눈이 가빠지는 게 영……. 바보처럼 그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00. 00이 원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00에게로 향하는 태형의 감정이.
"형, 제가 연애하면 어떡할 거예요?"
"뭘 어떡해."
반 죽여야지. 남준이 소파에 기대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저건 진심이다. 백 퍼센트 진심이야. 태형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럼 혼자 좋아하는 건요?"
"짝사랑 이상으로 발전되면 너 죽고 나 죽자."
"……."
"이왕 연애할 거면 00 누나보다 멋진 사람이거나, 누나 같은 사람을 만나. 아니면 누나를 만나든가. 누나가 너를 좋아할지 잘 모르겠지만."
헐. 태형이 입을 틀어막았다. 나 지금 들킨 거야? 남준은 살짝 눈을 떠 그런 태형을 바라봤다. 네가 하루 종일 누나만 쳐다보는데 모르는 멍청이도 있냐? 태형의 눈이 커졌다.
그랬구나. 이미 다 알아 버렸구나.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어쩐지 머리가 띵했다. 남준이 말하는 '멍청이'는 제 자신임이 틀림없었다.
37. 어떻게 사람이 그래?
00은 유독 피부가 하얬다. 윤기와 비슷한 정도. 그리고 팀내에서 정국과 함께 어두운 머리를 유지하는 유일한 멤버였다. 밝은 색도 몇 번 했었지만, 00이 흑발을 좋아하는지라 활동만 끝나면 다시 검은색으로 염색해 버리고는 했다. 그러면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동안 다른 색으로 염색을 못해서 거의 대부분은 흑발인데…….
나는 그게 좋구. 태형이 자신의 무릎을 베개 삼은 00의 머리를 매만졌다. 백설공주 같아. 머리는 까매, 피부는 하얘, 얼굴도 앙 물고 싶게끔 생겨, 무엇보다 마음씨도 예뻐. 누가 들으면 팔에 소름이 오소소 올라올 만한 소리였다. 00이 들었다면 미친놈, 하고 욕이 툭 튀어나올지도 몰랐다. 그래도 어떡해, 좋은 걸. 자신의 마음을 직면한 그 순간부터 한시도 좋지 않은 때가 없었다. 걱정이야 많았다. 밤마다 머릿속에 꽉 차오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터져 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까지 해야 했다. 텐션도 예전만큼은 아니었다. 이동 중인 차안에서나, 차례를 기다리는 대기실에서나. 혹은 연습에만 매진해야 하는 연습실에서나, 어쩌면 집만큼 더 편한 숙소에서나. 태형이 생각에 잠기는 모습은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럴 때의 표정은 짐짓 심각하기도 했다. 그냥 00을 보기만 하면 그것들이 눈이 녹듯 사라져 버리는 거지.
00의 머리카락으로 장난을 치던 태형이 00을 작게 불렀다.
"누나."
누나는, 어쩜 그렇게 예뻐?
"응. 왜."
봐도봐도 신기할 정도야.
"불러 놓고 왜 답이 없어, 인마."
"어, 그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도 까먹을 만큼, 예뻐.
태형은 00을 부른 이유를 생각해 내려 애썼다. 사실 부른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냥 00이 보이길래 불렀고, 00이 대답을 했고……. 결국 태형은 헤, 하고 웃어 버렸다. 항상 00이 바보같이 웃지 말라던 웃음이었다. 누나한테 바보같이 보이기는 싫은데, 바보 같지 웃지 말라고 하면서 볼을 두들겨 주는 건 좋아. 태형의 입이 다시 벌어져 고른 이가 보였다.
"누나가 말했잖아."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바보같이 웃지 말라니까?"
볼에 닿았다 떨어지는 뜨끈한 온기. 그게 뭐라고 자꾸만 찾게 되는지.
한숨을 쉬었다. 딱, 좋아서 죽을 것 같아.
38. 악몽
머리가 아팠다. 핑핑 도는 느낌이었다. 태형은 어디론가 가서 속을 게워 내고 싶었다. 먹은 게 없어 빈 속이 아우성이었다.
반질반질 윤이 나던 태형의 눈동자는 무언가가 상실된 듯 허하게 빛나고 있었다. 빛났나. 그래, 빛났다. 누군가를 담는 것 자체만으로도 태형의 눈동자가 빛이 났다. 주먹을 세게 쥐어 손톱이 손바닥 살을 파고 들어갔다.
"사랑은, 원래 다 이런 거예요?"
어딘가 모르게 억누르는 소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주체가 되지 않는 감정 때문에 태형의 가슴팍이 오르락 내리락, 목소리의 높낮이도 마찬가지였다. 태형은 몇 시간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00만을 담았다. 겨우겨우 내뱉은 물음은 허공에서 파스락, 흩어졌다.
"사랑이 원래 다 이런 거냐고?"
"……."
"김태형, 너 나 사랑하니?"
"……."
00의 목소리에 태형이 미간을 좁혔다. 사랑하냐 물었다. 사랑을, 하냐 물었다. 그동안의 내비쳤던 감정을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00은 고개를 비틀었다.
"그러게, 왜 나를 사랑했어."
"……."
"응? 태형아. 왜 나를 사랑했어."
태형아,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지나치게 다정했다. 자신을 경멸하는 듯 바라보는 얼굴도, 살짝 벌어지는 입술도, 상황과 맞지 않게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발도. 전부 다, 모든 게.
지독히 달큰해서, 태형은 울음을 터뜨렸다.
39. 길을 잃었다. 어딜 가야 할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태형이 숨을 몰아쉬었다.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눈가가 축축했다. 눈물 때문에 엉겨붙은 속눈썹이 불편하다. 태형이 손을 들어 눈을 세게 문질렀다. 물기가 고스란히 닦여 나왔다. 창문 밖은 역시나 새벽이었다. 아……. 태형이 작게 앓았다. 요즘 피곤한데 하필이면. 휴대 전화 액정을 켜니 6이라는 숫자가 크게 나왔다. 00이 일어났으려나. 아직 잠든 호석과 지민을 잠깐 쳐다봤다. 호석은 제 팔을 쓰다듬다 멈춘 듯 팔이 허공을 향해 있었다. 이 형은 진짜 특이하단 말이야.
태형이 크게 하품을 했다. 정신은 말짱해도 몸은 피곤함을 잔뜩 누적해 두고 있는 모양이다. 뻐근한 어깨를 돌렸다. 나온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실에서의 방황이라니. 이처럼 초라한 방황이 어디 있어. 태형이 멍하게 있다 본 00의 방이 환했다. 태형은 00의 방으로 향했다. 누나. 들릴지 안 들릴지 모를 부름이었다.
"누나."
00은 엎드린 상태로 인터넷 서핑 중이었다. 엎드린 자세 허리에 엄청 안 좋은데. 태형의 부름에 묵묵부답인 걸 보니 못 들은 모양이었다. 태형은 조심조심 00의 침대로 한 발자국 뻗어 00의 귀에 누ㅡ나! 하고 불렀다. 00의 어깨가 들썩였다.
"진짜 죽고 싶어?"
"진짜 죽기 싫어!"
잠에서 막 깨서 그런지 태형의 뒷머리가 붕 떠 있었다. 00이 떨떠름하게 귀를 매만졌다. 태형의 웅웅대는 목소리가 잠시나마 닿아서인가. 그 틈에 태형이 00의 옆자리로 파고들었다. 00이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
"웬일로 지금 일어났어?"
"나쁜 꿈을 꿨어요. 악몽."
"무슨 꿈이었는데?"
태형이 우물댔다. 00은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태형의 목소리는 조금 낮아서,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웅얼대는 걸로 치부되기 십상이었다. 막 자다 깬 이후로는 목소리가 더 낮아져 집중해 들어야만 했다. 태형은 그런 00을 보고 살짝 웃고는 답했다. 그냥요. 그 답에 00이 얼굴을 풀어 냈다.
"더 잘래?"
"……아뇨."
자는 것보단 00의 옆모습을 보는 게 더 좋았다. 00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 틀어 줄까? 00의 물음에 태형이 눈을 길게 감았다가 떴다. 조금 뒤에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Chet Baker의 <I Fall In Love Too Easily>였다. 태형이 요즘 한창 꽂혀 있는 노래이기도 했다.
나는 너무 쉽게 사랑에 빠져.
나는 너무 빠르게 사랑에 빠져.
나는 너무 요란하게 사랑에 빠져서
사랑이 오래 간 적이 없어.
……이번 사랑은, 오래 가면 좋을 텐데. 아니, 시작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들려오는 노랫말에 태형이 한숨을 쉬었다.
40. 현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가까이에 두고 싶고, 가까이에 있으면 손을 잡고 싶고, 손을 잡으면 안고 싶고. 그런 생각을 하던 태형은 결국 석진과 윤기에게 혼이 났다. 거리 둬. 모든 적당히. 네가 00이 좋아하는 거 굳이 안 숨기는 거 알지만 선은 지켜. 태형은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조심해야 했다. 자꾸만 현실에서 멀어졌다. 자신은 아이돌이고, 심지어 00과는 같은 팀이다.
피곤했다. 드라마 촬영과 콘서트가 겹치니 몸의 면역이 빠르게 떨어졌다. 마음도 무거워 더 그랬다. 대기실이나 차로 이동 중에는 쓰러져 자는 게 대부분이었다. 불편하게 숙면을 취해 자도 잔 게 아니었다. 그냥, 가만히 자신의 손을 잡아 주는 00 덕에 괜찮다 싶은 거지.
면역이 떨어지다 보니 감기가 낫질 않았다.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니 연기에 집중이 되질 않고, 연기 연습과 보컬, 안무 연습이 같이 들어가다 보니 몸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숙소에서는 가지고 있는 감정의 무게 때문에 쉬어도 쉬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몸이 피곤하니 팬들과의 소통이 줄어드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아무도 태형을 혼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해한다며 등과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했다. 매니저들은 피곤함을 꾹 참아 내는 태형에게 기특하다는 말과 함께 조금만 더 힘내자, 하고 격려했고, 멤버들은 늦은 밤 숙소에 홀로 들어오는 태형의 머리를 한 번 흐트려 주고는 잠에 들었다. 아무도 태형에게 무어라 하지 않았다. 따뜻한 손길이 전부였다.
태형의 개인 활동과 더불어 멤버들의 개인 활동도 늘었다. 석진과 남준, 정국은 홀로 예능을 나가기도 했고, 윤기와 00은 화보 촬영을, 호석과 지민도 둘이 예능을 나갔다. 예전에는 24시간 붙어 있었는데. 대본을 쥐고 연습실로 들어가는 태형은 자신이 아연해졌다. 모든 게 엉망이었다. 적어도 자신이 보기엔 그랬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몸 관리, 자신이 하고 싶었던 연기와 노래 둘 다. 무엇보다 중요히 여기던 팬들과의 소통도. 그리고 점차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00을 향한 무언가도.
연습실 구석에 쭈그려 앉아 새로 받은 대본을 쭉 읽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었다. 연습실은 사방이 거울이었다. 익숙한 풍경. 태형은 뺨을 닦아 냈다. 눈에 물기가 차올랐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김태형, 여기서 뭐 해?"
"……아, 누나."
"네가 들고 있는 건 대본이야?"
순식간이었다. 00이 태형의 앞에 선 것은. 태형이 쥐고 있던 00은 제법 눈을 빛내면서 찬찬히 흝었다.
"김태형."
"……."
"누가 이런 데서 혼자 울랬어."
"……."
태형이 숨을 들이쉬었다. 00은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다. 어떻게 알았지. 태형의 몸이 얼었다.
"잘하고 있어, 너."
"잘 모르겠어요."
"…그럼 어떻게 알려 줄까? 쓰담쓰담이라도 받을래?"
진심이 담긴 00의 물음에 태형이 비싯, 웃었다. 00은 태형의 대본을 빼앗아 하나하나 읽어 보았다. 확실히 조연이라서 그런지 비중은 크게 없다. 그래도 첫 연기인 만큼 중요한 건 중요하니까. 00이 대본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였다. 태형은 입술을 혀로 축였다. 버릇이었다.
"누나."
"응."
"고백해도 돼요?"
00이 천천히 숙인 고개를 들었다. 태형의 눈동자가 반질반질 빛났다.
"드라마 촬영 얼마나 남았다고 했지?"
"……앞으로 두 번이요."
"막바지네."
"응. 맞아요."
잠시 생각하던 00이 씩 웃었다. 그럼 마지막회 촬영하고 와. 받아 줄지 안 받아 줄지 고민 좀 할 테니까. 태형의 눈이 조금 커졌다. ……이거 진짜야? 현실 맞아? 몸이 붕 떴다. 현실에서 멀어지기 싫었다. 이게 꿈이면 어떡해. 그러면 현실을 감당하기 너무 힘든걸. 머리가 어질했다.
그러나 몸으 일으키는 00이 말해 주고 있었다. 이것은 변함 없는 현실이라고. 태형은 그제서야 입꼬리를 올릴 수 있었다. 나는 너무 쉽게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요란하지 않았다. 태형이 확신했다. 이번 사랑은 오래 갈 것이 분명하노라고, 그렇게 확신했다.
41. 남은 것들
태형의 드라마 촬영이 끝이 났다. 회식 때문에 조금의 취기가 돈 상태로 숙소에 들어온 태형은 제일 먼저 00을 찾았다. 00은 영화를 보고 있었다. <브이 포 벤데타>라는 영화였다. 태형은 00의 노트북의 꽉 들어차는 알파벳 V와, 조금 무섭게 느껴질 법한 가면을 보면서 잠시 눈을 껌뻑였다.
"나 드라마 촬영 끝났는데."
"응. 수고했어."
"고백해도 돼요?"
태형은 00의 대답은 듣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좋아해요. 나 누나랑 손도 잡고 싶고, 포옹도 하고 싶고, 뽀뽀도…… 읍!
"태태, 닥쳐."
"아, 왜요! 나랑 사귀, 으읍!"
태형의 입이 한 번 더 틀어막혔다. 태형이 버둥댔다. 이거 놔여! 00은 태형의 입을 막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목소리 크기 좀 제발. 너무 크잖아.
"나랑 사귀어요!"
"……."
"나랑 사귀자. 잘해 줄게, 진짜."
"어디서 반말이야?"
"왜요? 사귀면 00아, 할 수도 있는 거지."
누가 사귄댔어? 00의 말에 태형은 입었던 카디건을 벗으면서 능청스레 말했다. 누나 나 좋은 거 알거든요. 누나 귀 빨개졌어.
"아니거든?"
"완전 맞거든. 나 좋은 거 인정 좀 해요. 누나는 표시가 안 나서 힘들어. 나 혼자 좋아하는 건 싫은데."
태형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퉁퉁 부었다. 마치 막 뜯은 새 과자 봉지를 정국이 빼앗았을 때의 표정이었다. 00은 그런 태형의 얼굴을 가만 쳐다보았다. 고요한 표정.
"그래, 사귀자, 사귀어……."
그러한 얼굴을 보고 나면 00은 한숨을 쉬듯 대답했다. 금세 양 볼이 방긋 올라온 태형을 00이 노려봤다. 근데, 김태형 네 귀가 더 빨갛거든?
42. 텐션 업
"야, 김태형. 너 요즘 왜 이렇게 신났어?"
며칠 동안 축 쳐져 있더니. 호석이 방긋방긋 웃는 태형의 팔을 툭 치며 물었다. 하기야 좀 신기하긴 하다. 며칠 내내 웃지도 않더니, 갑자기 휙 변해 베실베실.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던 멤버들의 눈이 태형에게로 모였다.
"아, 나 00 누나랑 사귀어서요."
"……."
"……쟤 뭐라냐, 지금?"
남준이 옆에 있던 정국에게 물었다. 정국은 입을 헤 벌리고 정신줄을 놓기 직전이었다. 지금, 쟤가, 뭐라고……. 아니, 장난으로 00 누나 만나라 한 걸 진짜 실행해 버리면 어떡해. 저 미친놈이. 남준이 들고 있던 휴대 전화를 툭 떨궜다.
"이! 미친! 놈아!"
태형의 소리를 듣고 달려온 00이 태형의 등을 마구잡이로 두들겼다. 멤버들은 여전히 떡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 왜 때려어!"
"내가! 말하지! 말랬지! 바보야!"
"누나 남자 친구가 바보라서 참 좋겠네요!"
"어, 좋아 죽겠다!"
석진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세상에. 얘네 사귄대. 미쳤나 봐…….
| 43. 커뮤니티 |
생각해 보면 태형이는 (N) 00이 앞에서 좀 어려지는 것 같아. 글구 마냥 어른스러울 것 같은 00이도 의외로 애 같은 면이 있어서 태형이가 원하는 반응 그대로 반응해 주는 게 너무 귀여움ㅋㅋㅋㅋ
댓글 (N)
어른인 척하는 애 + 그런 애 앞에서 더 어려지는 애 = 아가들 └ 그게 바로 뷔0의 매력…… 아카쨘들…
태형: 누나가 그때 그래짜나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 이거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윗댓 보니까 갑자기 떠오른 방탄밤 └ 아 너무 귀엽다ㅠㅠ
억 뷔0 얘네 커플링 (N) 그거 앎? 영국의 그 뭐냐 바람 방지 반지? 반지 안쪽에 글자를 새겨서 반지를 착용하다 빼면 그 글자가 손에 그대로 찍히게 되는 건데 00이랑 태태랑 커플링 그걸로 했네
댓글 (N)
세상에… 사랑스러운 것들이다 진짜. 이거 말하는 거지? └ 헐 이거구나…… 태태랑 00이는 뭘로 새겼을까 V랑 그냥 00 이러케 새겼으려나
정신적 0뷔 육체적 뷔0 (N) 라는 게 넘 발린다. 가끔 태형이가 너무 신나서 심하게 치댈 때 00이가 한 번 제지하면 얌전해지는 게 너무 귀엽잖아…….
댓글 (N)
음 이런 걸까 └ 아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지금 막 Reflection 1분 3초가 지나가고 있네요 |
방금 나갔다가 들어왔는데 헝 너무 힘듭니다. 남은 하루 동안은 아이들의 노래, 혹은 뮤비와 투표로 편안히 보낼래요. 남일여하는 번외와 본편 합쳐 완결까지 7편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글, 완결까지 조금만 더 힘내서 달려 주시면 좋겠어요. 그럼 오늘도 굳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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