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홍일점] 남자 일곱, 여자 하나 29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8/10/18/f08ab9fec12fd9011a56e99cf8b9653e.gif)
남자 일곱, 여자 하나
─ 29
178. 잘 봐 둬야 할 인터뷰 시작
에디터_ 휴가를 받으면 주로 뭐 해요? 멤버들끼리 놀러 가기도 하나요?
랩몬_ 멤버들이랑은 매일매일 붙어 있으니까 주로 가족들과 함께 하죠. 부모님과 식사를 한다든가, 쇼핑을 한다든가 하는. 우리 누나는 빼고.
지민_ 누나 부모님께선 어디였지? 스웨덴? 독일?
00_ 독일.
지민_ 네, 독일에 계세요. 그래서 누나는 동생 얼굴 한 번 보러 갔다 오는 편이에요. 다른 멤버들은 고향에 내려가고요.
뷔_ 아냐, 나 지난번에 누나 데리고 할머니집 갔다 왔었는데?
제이홉_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뷔_ 명절 때요. 설날 때. 그때 우리 가족들 못 모였거든요. 그래서 우리 할머니도 보고, 순심이도 보려고 누나 데리고 갔다 왔어요.
진_ 그럼 지금까지 비밀로 한 거야?
정국_ 내가 같이 가자고 했을 땐 거절해 놓고.
00_ 그땐 너희 가족분들이 다 있으셨잖아. 그나저나 말 나오니까 멤버들끼리 여행 가고 싶네요.
슈가_ 집 가서 더 얘기를 나누는 거로 합시다, 우리.
179. 휴가를 받았다
휴가를 받았다. 별거 아니었다. 늘 그렇듯 주기적으로 있는 휴가였다. 하루나 이틀 정도의 짧은. 이번에는 이틀이었다. 멤버들은 대충 세운 계획을 읊기 시작했다. 부모님이랑 식사하고, 동생들 좀 보고……. 비슷한 계획이었다. 가족들을 본다는. 00의 입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뭘 한담. 그 옆으로 석진이 다가왔다. 석진이 00의 팔을 톡 건드렸다. 뭐 할 거야?
"그냥, 뭐."
현오도 집을 비운 상태였다. 아르바이트 겸 아는 선배의 일을 도와 주러 다른 지역으로 가 있었다. 부모님은 독일에 계셨다. 00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친구들뿐이었다. 그것도 늦은 저녁에. 00의 친구들 평범한 대학생처럼 아르바이트와 과제에 쫓겨 언제나 다크서클을 달고 다니는 것 아니면 00처럼 음악에 길로 뛰어들어 하루 종일 작업실에 박혀 있거나, 시끌벅적한 거리에서 음악을 즐기고 있거나였다.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즐거웠다. 날마다 언제 보냐며 성화이기도 했다. 단지 00이 조금 많이 피곤했을 뿐이지.
"오빠랑 데이트할까?"
"형,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세요."
"준이가 저러는데요."
"나쁜 자식. 아무튼 밥 잘 챙겨먹어. 굶지 말고. 오빠 일찍 올 거야."
00은 머리를 긁적였다. 석진은 가끔 00을 막내 라인과 같은 취급을 할 때가 있었다. 00과 동갑인 윤기도 마찬가지였다. 한 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 라면조차 끓이지 못하는 어린아이를 보듯 행동하는 석진에 00의 눈이 가늘어졌다. 엽기 토끼 같아. 태형이 그런 00을 보고 킬킬 웃었다.
"누나 오늘 뭐 하실 거예요?"
극존칭을 쓰는 지민에 다시 00의 기분이 오묘해졌다. 한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석진은 완전히 어린아이 취급을 하고, 두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지민은 어르신 취급을 한다. 나더러 어쩌라고. 그런 오묘한 기분을 뒤로하고 00은 대답했다. 친구들 보고 싶긴 한데, 숙소에 있을래.
"숙소 무서우면 사무실에라도 가 있어요."
"아니면 누나 친구들 집에서 하룻밤 신세라도."
"아, 나도 누나 친구들 보고 싶은데. 그때 같이 놀기로 했었잖아요."
"그런 약속을 했었어요? 나는?"
"호석이는 춤 때문에 그런 거고. 스트릿하는 애 소개해 준다 그런 거야."
00은 슬슬 다리가 아파져 현관 앞에 철푸덕 앉아 버렸다. 언제 가냐? 안 갈 건데? 정국이 장난스레 답했다. 00은 현관 앞에 있는 벽에 기대서 손을 휘휘 저었다. 얼른 가라, 좀.
"무서우면 전화하고."
"어. 너한텐 전화할 일 없을 듯."
"그래 놓고 전화하면 광어회 사라."
"어. 너한텐 안 해."
"죽을래?"
"어. 너한텐 안 죽어."
아오, 진짜. 겁나 까불어. 윤기가 웃었다. 00은 자신을 제외하고 죄다 선글라스로 무장한 멤버들을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연예인이긴 한가 봐, 우리.
180. 뭐 할 거야?
계속 00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던 멤버들이 숙소를 떠났다. 적어도 오늘 새벽, 아니면 내일 아침에 돌아올 것이다. 00은 조용해진 숙소를 보고는 나른하게 하품을 했다. 평소 친한 친구들과 하는 단체 채팅방에 휴가를 받았다는 소식을 툭 던져 놓으니,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약속 시간을 정하고 있다. 얼씨구. 그래 봤자 다 같이 되는 시간은 역시나 저녁 시간이었다. 00은 다시 한 번 하품을 했다.
"……졸려."
무지막지한 스케줄을 견뎌 내고 난 뒤 남는 것은 피로함이다. 일단 잠이나 자야지. 00은 비척비척 걸어가 아무 방이나 열고 침대에 푹 쓰러졌다. 코에 감겨오는 향이, 어디 보자. 아, 여기 호석이 침대구나. 00은 호석의 샴푸 냄새가 풍기는 베개에 얼굴을 푹 박아 버렸다.
181.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
00이 깨어난 시간은 저녁 5시 정도였다. 00은 벌떡 일어나 제일 먼저 휴대 전화를 찾았다. 베개 밑에 깔려 있던 휴대 전화가 따뜻했다. 이게 다 전자파겠지. 그래도 00은 밀린 연락들을 봤다. 들어간 메신저에서 당연히 눈에 띄는 건 방탄 단체 채팅방이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350통을 보낼 수가 있는 거지. 00은 흐린 눈을 비볐다.
[집 도착했음!]
[나도 도착.]
[누나는 뭐 해요?]
[누나.]
[누나.]
[누나.]
[아무래도 누나 죽은 것 같은데.]
웃기지 마……. 그냥 잠든 것뿐이라고. 대부분 저런 내용이 주였다. 집에 도착한 것과, 키우는 강아지들 자랑이랑, 00을 부르는 것들. 랩몬의 사진을 보면서 00도 현오의 품에 있을 트위들을 떠올렸다. 자신의 얼굴을 까먹었으면 어쩌나, 싶지만 트위들은 똑똑하니까. …아마도.
00은 머리를 헤집다가 나갈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라고 해도 격식을 차려야 할 상대는 아니었다. 예의? 그런 게 어디 있는데. 00은 호석의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씻는 게 세상에서 제일 귀찮다. 그 다음에 해야 할 화장도. 입에 칫솔을 넣고 치카치카, 칫솔질을 하던 00이 거품을 투 뱉었다. 아, 아무래도 화장은 생략해야겠어. 아침에 민낯으로 나가던 멤버들의 생각이 나서였다. 나만 그 귀찮은 화장을 하고 나간다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
세수까지 마친 00은 검은색으로 치장하기 시작했다. 끝은 검은색 마스크로. 검은색 볼캡을 더 푹 눌러써 얼굴을 가린 00이 지갑과 휴대 전화만 챙겨 밖으로 나갔다.
적당히 어두컴컴한 하늘이 썩 나쁘지 않았다.
182. 친구들을 만났어
"워, 000이다."
"워, 방탄이다."
"워, 연예인."
"War? 전쟁 치르고 싶냐?"
"미친. 돌았냐?"
정색하기는. 00은 재미없던 드립에 손을 들어 Sorry, 하고 사과했다. 00을 포함해 총 6명이 모였다. 다 음악쪽으로 진향한 친구들이었다. 그 중에는 호석에게 소개시켜 준다 했던 스트릿 댄서도 있었다.
"니네 노래 들었다."
"당연히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네 목소리 구리더라."
"사랑이 식었네, 자기야. 어떤 놈이야? 어떤 놈이 우리 자기 뺏어갔어."
"안 그래도 없던 사랑 너네 뮤비 보고 증발됐다. 평생 연기하지 마, 너는."
"나 연기 꿈나무야."
"뭔 소리 안 들려?"
"뭔 소리."
"정떨어지는 소리, 인마."
00이 모자를 벗으면서 하, 하고 웃었다. 이런 디스는 또 오랜만이네. 00은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테이블 사진을 대충 찍어 방탄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답이 바로바로 왔다. 얘네는 기껏 가서 휴대 전화만 붙잡고 있는 건가. 그래도 베실, 입이 곡선을 그렸다.
"얼레. 이제는 죽고 못 사나 봐?"
"가족이잖아."
"우리는!"
보채는 꼴이 딱 멤버들과 다름없었다. 너네는 나랑 24시간 내내 부대끼면서 살고 싶어? 00의 말에 친구들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렇지. 나쁜 것들.
아, 이번에 모인 친구 중에서는 윤기의 친구인 기현도 있었다. 며칠 전 해외 콘서트에서 봤던 기현이라 별로 반갑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자신을 보고 시큰둥한 반응인 00에게 기현은 아까 물을 살짝 흘려 숟가락에 있는 물기를 털어 냈다. 아, 죽을래? 기현이 뻔뻔하게 되물었다. 왜? 내가 무슨 짓 했어?
"내 친구들 중에서 연예인이 두 명이나 있다니."
"막 자부심 올라오냐? 어디 가서 자랑하고 싶지?"
"아니. 내 자유 시간을 방해하면 고소해 버릴 거야. 사람들 몰려든다거나, 사진이 찍힌다든가 하면 너네는 내 친구 목록에서 빼 버릴 예정."
요즘 미디 공부에 한창이라 예민해진 친구가 정색하며 말했다. 친구 목록에서 빼 버린다니. 겁나 유치해. 그러면서도 00과 기현은 친구 목록에서 빠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사람 마음이 그런 걸 어째…….
수다거리는 자연스레 연예계 얘기로 흘러갔다. 00이나 기현만큼 연예계에 빠삭한 친구들이라, 자신들도 듣지 못했던 소식을 들을 때면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가십이라는 거엔 환장을 한다. 물론 흘려들어야 할 것들. 입 밖으로는 절대 꺼내서야 안 될 것들이지만.
183. 안 진지해져도 돼
"000, 넌 좀 조심하고."
"나? 왜?"
"혼성이라는 게 그렇잖냐.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이제야 네가 괜찮은 애란 거 사람들이 다 알지만 조금 그런 거."
"그리고 멤버들한테 잘하고.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멤버들이 너 모르게 힘 좀 쓰더라. 네가 뭐 예쁘다고 지켜 주고 난리인지."
"죽을래? 나 안 예뻐?"
"내가 언제 안 예쁘댔냐? 예뻐, 예뻐. 예뻐서 죽겠다."
친구가 말하는 '힘 좀 쓰다'라는 건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나쁜 소식 같은 건 못 듣게 막아 주고, 접근해오려는 질이 좋지 않은 사람들도 막아 주고, 최대한 좋은 소리만 듣게 하려 노력하고. 그것은 지호와 경도 똑같았다. 이 바닥에서 꽤나 입지가 탄탄한 둘은 한때 00만을 위해 보호막을 칠 때도 있었다. 그래. 00은 나름대로 보호받으며 살았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그 그룹에서 탈퇴할 생각은 없으세요?"
"넌 진짜 망할 년이야. 내가 멤버들 칭찬 다 했더니 탈퇴래. 너 가라, 그냥."
"보호받으면 뭐 해, 욕을 가장 먼저 처먹는 건 얜데."
"가장 많이 안 처먹는 게 어디야."
"그건 그러네."
기현이 푸하하 웃고는 말했다. 욕 먹는 것도 나름 괜찮아. 관심이 있다는 거니까. 00이 고개를 끄덕였다. 욕 먹는 거야 뭐, 멤버들과 함께이니까. 친구들이 말하고 싶은 건 홍일점으로서의 부당한 대우라는 거다. 혼자 여자인 이유로 별 이상한 말들이 나오는 건 한국 사회에서는 익숙한 일이었다. 00이 데뷔하기도 전부터 00의 데뷔에 대해 친구들이 예민해진 것은 그 때문이었다. 데뷔에 대해 반대하고, 얼른 탈퇴하라는 주제넘은 말들도 간혹 하곤 했었다. 순전히 00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가라앉으려는 분위기를 다시 들어 올리려, 00은 그냥 씩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다. 탈퇴고 나발이고, 그 연예인이 알아서 할 테니까 안심하세요.
"거리 멀어 보이게 꼭 저러지. 연예인 병이야?"
"그냥 둬. 쟤도 방탄이라잖아."
"유기현 혼자 웃는 거 봐. 너도 연예인이다 이거지?"
00은 순간 궁금해졌다. 멤버들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냥 보고 싶은 건가.
184. 컴백 홈
다시 돌아온 숙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설마가 역시나지. 불이 꺼진 숙소의 불을 일일이 다 켰다. 주인 없는 방도, 화장실도, 부엌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무서웠다. 00은 겁이 많았다.
새벽 2시였다. 숙소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일찍 올 거라는 아침의 석진의 말이 떠올랐다. 그 오빠는 거짓말도 잘해. 물론 석진의 빨리 온다는 기준과 00의 빨리 온다는 기준은 달랐다. 그럴 수 있지.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벽에 걸린 시계가 채칵, 채칵 쉼 없이 움직였다. 00은 덜컥 겁이 났다. 무서워 죽겠다. 갑자기 숙소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이런 망할. 이래서 혼자 있기 싫은 거였다.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였다. 00은 다시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었다. 작업실에라도 가 있을 생각이었다. 숙소에 켜 놓은 불은 다시 끄지 않았다. 무섭잖아.
현관문이 닫혔다. 숙소보다 밖이 조금 더 시원했다. 그리고, 조금 더 무섭지 않았다. 거 봐. 사람은 집에 있으면 안 돼.
이상한 논리를 펼친 00이 익숙하게 작업실을 향해 걸었다.
185. 얘 어디 갔어?
숙소에 불이 다 켜져 있었다. 당연히 겁 많은 00이 불을 다 켜 놓고 있겠구나, 싶었다. 숙소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석진과 남준이었다. 고향이 그나마 가장 가까워서였다. 별말 없이 남준이 도어락을 해제했다. 원래는 지문 인식만 하면 됐었는데 사생이 늘어난 뒤로는 비밀번호도 같이 달았다. 귀찮아. 뻔하지만 비밀번호는 데뷔일이었다. 누구나 다 알 수 있지만 괜찮다. 지문 인식이 있으니까.
"00아."
숙소는 예상대로 불이 다 켜져 있었다. 심지어 복도 불까지도. 많이 무서웠나 보네. 석진이 신발을 벗으면서 00을 불렀다. 조용한 숙소에 석진의 목소리가 울렸다.
"누나 자나?"
"남준아, 00이 방에 좀 가 봐."
남준이 별말 없이 00의 방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 석진은 자고 있겠지, 생각하며 입고 있던 외투를 벗었다. 형! 남준이 제법 큰 목소리로 자신을 불렀다.
"누나 없는데요!"
"……누나 없다고요?"
때마침 태형이 숙소로 들어왔다. 세 명의 눈이 커졌다. 얘 어디 갔어.
186. 다 모였어
"전화는?"
"안 받아요."
"그냥 친구 만나러 가서 안 들어온 거 아니에요?"
"불 켜져 있었는데?"
"누나가 나가기 전에 킨 건……."
"아니야. 걔 적어도 저녁 7시까진 불 안 켜."
"사무실에 있는 건요?"
"새벽 3시 반이야. 사무실 문 잠겼어."
"그럼 어디 있다는 거예요."
멤버들이 다 모였다. 혼자 있을 00이 마음에 걸린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00은 없었다. 어디 갔지, 진짜. 몇 분째 00이 있을 곳에 대해 논의했다. 테이블에 앉아 입술을 물어뜯던 윤기가 아, 설마, 했다. 지민은 그런 윤기의 생각이 알 것 같다는 말했다.
"작업실에 있는 거 아니에요?"
멤버들은 일단 일어서고 봤다. 야, 가자.
187. 거 봐
"야, 000."
"깜짝아! 뭐야, 너!"
"누가 작업실에 있으래. 죽을래."
쿵. 00이 의자에서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얼씨구. 윤기가 00을 일으켰다. 분명 00은 고요히 자신이 찍은 멜로디를 틀고 눈을 감고 있었다. 갑자기 윤기 목소리가 들렸고, 그것에 놀란 00이 의자에서 떨어졌고…….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언제 왔어, 너?"
"작업실에 있음 있다고 말을 해야지. 애들 다 걱정했잖아. 나와. 가자."
"뭐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다들?"
"너 때문에."
윤기의 손이 00의 이마를 톡 건드렸다. 윤기의 손이 차다. 00은 얌전히 윤기의 뒤를 따라나갔다.
작업실을 나가자 멤버들이 우르르 서 있는 게 보였다. 윤기는 고개를 까딱였다. 거 봐, 내가 얘 여기 있을 거랬지. 멤버들이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에 00이 킥, 하고 웃었다.
188. 나 없는 하루는 어땠어?
"나 진짜 깜짝 놀랐어요. 들어갔는데 형들이 누나가 없대."
"제일 처음으로 들어온 석진이 형이랑 나는 어땠겠냐."
대화를 듣고 있던 00이 푸흡, 웃음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지민이 진지한 목소리로 웃지 마요, 했다. 00 때문에 어찌나 마음을 졸였던지. 어디로 증발된 줄 알고 깜짝 놀랐다. 00은 가벼운 목소리를 했다.
"나 없는 하루는 어땠어?"
너나할 것 없이 00의 질문에 다들 피식피식 웃었다. 휴가가 있을 때마다 묻는 말이었다. 나 없는 하루는 어땠어? 나 없이 뭐 했어? 나 없으니까 기분이 어땠는데? 오늘의 스타트는 정국이었다. 정국은 제법 신이 난 상태로 제 형을 봤다며 옹알거렸다. 뒤이어 지민이, 호석이, 윤기가 말을 이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남준과 태형도 기분 좋은 어투로 이야기를 꺼냈다. 석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너 있었으면 더 좋았을걸."
"맞아, 누나랑 있었으면 더 좋았을걸."
마지막은 다 똑같았다. 누나, 너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야.
그러면 00은 그냥 예쁘게 웃었다. 아주 예쁘게.
| 오늘 글 재미없는데,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
나는 오늘 하루도 다른 날과 같았어요. 물론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아주 잘 알죠. 누군가에게는 눈물이 흐를, 조금 허탈하고 허무할, 또는 후련할 날인 거 아주 잘 알아요. 그래도 별말은 안 할게요. 괜찮지 않은 사람에게 괜찮냐고 말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일은 없잖아요. 오늘을 위해 달려 온 분들 모두 다 고생했어요. 지금 감정이 어떻든 간에, 잠이 들 때즈음에는 아주 편안히 잠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고생했어요. 오늘 하루도 다른 때와 같이 예쁜 하루였기를 바라요. 내 글 읽어 줘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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