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겨 울 0 5
小星 ; 소성
별 사이에서 가장 작고 힘없는 별. 눈에 띄지 않는 별.
* 여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
[]
"꼬마야."
거실의 찬바닥에 누워서 스케치북을 펼치곤 그림을 그리고 있던 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소리에요?" 그가 쇼파에 앉았다. 난 그에게서 시선을 떼곤 다시 스케치북에 시선을 두었다. 그러곤 볼펜을 들어 나무의 그림자를 꼼꼼히 그라데이션을 주어 색칠하기 시작했다.
"너가 맨날 아저씨라고 부르니까 나도 꼬마라고 부를꺼야."
"우움… 싫은데."
"메롱, 내 기분 알겠냐?"
그가 쇼파에 여전히 앉은채로 다리를 꼬며 나의 그림을 빤히 보고있었다.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러리라 느꼈다. "마음대로 하세요." 내가 말했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생각한 상황은 이게 아닌데…." 귀엽네. 크크 작게 웃었다. 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완성!"
"뭔데?"
그가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물었다. 난 스케치북을 들고 들떠선 한바퀴 빙그르 돌았다. 그리곤 웃음을 주체하지 못한채로 시선은 여전히 스케치북에 고정한채로 그에게 말했다.
"나무!"
"엉?"
"나무요, 말 그대로."
그가 의외라는 듯 고갤 까딱이며 다리를 떨었다. 흐흐 웃다 말고 그의 눈앞에 스케치북을 펼쳐 들었다.
"어때요? 잘그렸죠?"
"오? 의외로 잘그리는데?"
"흐흐, 저 얕보지마요~"
그가 눈을 땡그랗게 뜨고는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 칭찬에 가슴이 울렁였다. 오직 볼펜으로만 그린 나무그림은 흑백사진처럼 정교했다. 그만큼 내가 정성들여 그림을 그렸다. 그가 내 스케치북을 가져가더니 한장 한장 넘겼다. 온통 나무그림이였다. 잎의 모양과 종류만 다를뿐. 다 나무였다.
"다 나무네?"
"네."
"나무 좋아해?"
"좋아한다기 보단, 그냥 나무의 의미가 좋아서요."
"무슨?"
그가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저런 표정을 지으니 말해주기 싫은데…. 라고 생각하며 그의 옆에 앉아 스케치북을 뺏었다. 그리곤 덮어버렸다. 한참 발만 왔다갔다 하던 내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냥, 꿋꿋하게 서있잖아요. 날씨가 어떻든 기쁘든 슬프든… 그게 좋아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거든요."
"음….나도."
그가 동의하는 듯 고갤 끄덕였다. 내 말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놀란 표정을 하고 그를 쳐다보자 그가 왜? 하고 물었다.
"아니, 그냥 내 말을 이해해주는 사람 처음봐서요."
"뭐가?"
"다들 그래요. 니 말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그게 뭐 어쨌냐고."
"…."
그는 내 말에 멍하니 어딘가를 응시했다. 그곳이 어딘지는 나도 잘 모르겟지만…. 그가 지저귀는 새처럼 대답했다, 낭랑하게.
"동등한 사람만 서로의 말을 이해할수 있어."
"네?"
무슨소리냐는 듯 내가 멍청하게 되물었다. 그가 스르륵 일어나더니 말했다.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들끼리 서로를 위로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럼 아저씨랑 저는 동등하다 이거에요?"
"음, 그럴껄?"
"기분 나쁜데."
"뭐 임마?"
그가 내 머리를 꾹 눌렀다. 그게 나쁘지않았다. 내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에요." 그가 그럴줄 알았다는 듯 머리를 마구 헝크렸다. 왠지 이 시간을 포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었다.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그는 여전히 씩 웃은채로 머리를 헝크렸고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이것이 사진이라면 앨범에 꽂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 옷 사러가자."
"진짜요?"
"가짜겠냐."
"가요 가요!"
내가 이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깨기위해 벌떡 일어나 코트를 챙기기 위해 방으로 토도도 달려갔다. 그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귀엽네." 아 얼굴 더 빨게지면 안되는데.
()
"아저씨."
"엉."
"나 배고프다."
산을 내려가며 말했다. 한발짝 내밀때마다 푸석이며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향긋한 나무냄새에 나의 몸속에서 괴롭히던 무언가가 싹 내려간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좀만 참아, 맛있는거 사줄께." 그 말만 믿은채로 조심히 내려가는데 갑자기 몸이 쏠리며 중심을 잃었다.
"아악!"
"조심하라고!"
벌렁이는 심장을 쥔채로 그가 내 허리를 붙잡았다. 잘못했으면 저 밑까지 슬라이딩해서 갈 뻔 했다. 휴우, 한숨 돌린뒤 상황을 보니 여전히 그가 내 허릴 단단하게 고정시켰고 그가 날 이상한 눈빛으로 보고있었다. 민망한 침묵에 큼큼 하며 제대로 섯고 그 역시 머릴 긁적이며 서있었다.
"조심…하랬지?"
"네…."
왠지 민망해진것만 같았지만 그와 나는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한마디도 오가지 않는 어색한 분위기에 내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가 놀란듯 내 쪽을 쳐다봤고 난 땅만 본채로 손을 꽉 잡았다. 그도 손을 꽉 잡아주었다. 사소한 것인데도 기분이 좋았다. 언제까지도 이 행복이 계속됬으면… 가슴이 갑자기 욱씬거렸다. 그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왜 그래?" 하고 물었고 나는 고갤 저으며 그의 손을 꽉 잡았다. 눈물이 날것만 같아 고갤 푹 숙였다. 더 이상 울지않기로 했잖아…. 마음속으로 되내였다. 울지말자. 울지말자.
"울고싶으면 울어도 되."
"…."
"그러면 편해지니까… 자존심을 너무 세울 필요는 없어."
"괜찮아요. 이제 울지않기로 했으니까."
그 몰래 눈물을 닦았다. 흘러나오지는 않았어, 그러니까 안 운거야. 응. 점점 마을이 보였다.
()
"작다."
"…시골이라서."
작은 슈퍼마켓에 도착한(사실 구멍가게나 다름없다.) 나는 입만 벙하니 벌린채 그에게 말했고 그는 미안한 듯 머릴 긁적였다.
"먹을꺼 사줘요."
"알겠어, 잠시만 기다려봐."
그가 날 세워둔채로 슈퍼 안으로 들어갔고 과자 코너로 가더니 무언가를 한아름 안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그렇게까지 배 안고픈데. 그가 환히 웃으며 한아름 사온것은 다름아닌 빼빼로였다.
"왠 빼빼로?"
"오늘 빼빼로데이 거든?"
"아하."
"맛있게 먹어."
그가 나에게 봉지를 쥐어주었다. 노란봉지 안에 색색깔의 빼빼로 상자가 뒤엉켜 있었다. 돈도 많아라… 아깝게. 하며 툴툴거렸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또 울렁이는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그의 웃는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예뻐보였다. 환상에 있는 천사의 미소처럼. 닿을수 없는…. 그런.
"이제 옷 사러가요!"
"엉, 근데 시골이라… 입을만한거 없을껄?"
"괜찮아요."
한참을 돌아다녀 찾은것은 아줌마들이 입을것같은 옷가게였다. 이런 시골에… 하긴. 그가 미안한듯 계속 미안해. 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난 괜찮다고 웃어보였다. 뭐, 몸빼바지라도 입어보지 뭐.
"이상한거 입어도 놀리지 마요."
"당근이지! 넌 뭘 입어도 예뻐."
"비행기 태우지 마요."
그래도 내심 흐뭇해하며 옷가게로 들어갔다.
()
"푸하하하하핫!!!!!"
"웃지마요."
그가 발랑 뒤집어져서는 목젖이 보일정도로 크게 웃어댔다. 더욱 내가 비참해졌다. "아줌마 같애 진짜! 푸하하하!!" , "아 좀 닥…." 허휴, 한숨을 푹 쉬곤 거울속의 내 모습을 쳐다봤다. 아무리봐도 아줌마였다. 머리 긴 아줌마… 젊은 새댁. 하…. 이 세상이 밉다…. 내 잔뜩 찌푸린 표정을 본건지 그가 이제서야 눈치를 살피며 "괘…괜찮아, 잘 어울리네." 하고 말했다. 얼굴 경련 일어난거 다 보이거든? 앙?
"이거 주세요."
"이거 사게?"
"어, 아.저.씨. 가 웃는거 보니까 더 사고싶어져서."
나의 살인충동이 가득 담긴 눈빛을 쏘며 말하자 그가 깨갱 하며 할머니께 돈을 내밀었다. 할머니는 계속 인심좋은 표정을 지으시며 돈을 받았다. 그리고 말하셧다.
"신혼 인가봐? 시골에 와서 고생이여…."
"네? 신혼이라뇨? 그런 사이 아닌…."
"네, 감사합니다."
해명하려던 내 말을 뚝 끊더니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 아저씨가…. 그러더니 그가 할머니께 물었다. "저희 몇살로 보여요?" 할머니께선 나와 그의 얼굴을 훑어보시더니 웃으며 대답하셧다.
"동갑 아니여?"
()
"괘…괜찮냐?"
그가 한손엔 빼빼로가 가득 들어있는 노란봉투를 들고 한손엔 옷이 들어있는 까만 봉투를 들고는 조심스래 물었다. "닥쳐요." 그에게 살벌하게 말했다. 그는 또 한번 깨갱 하며 조용히 봉투를 든채로 걸음을 재촉했다. 하아, 그렇게 내가 노안이였던가… 족히 9살 차이나는 양반이랑 동갑이라니…. 할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또 땅을 치며 웃는 그 때문에 기분이 더 안좋아졌다. 그가 조용히 눈치만 살피며 걷다가 갑자기 문득 멈춰섯다. 옆이 비어있는걸 느낀 내가 뒤를 돌아보며 "안가요?" 하고 묻자 그가 나에게 봉투 두개를 쥐어주더니 "잠시만 기다려!" 하고는 어디론가로 뛰어갔다. "아, 아저!" 그를 잡으려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우씨… 또 나만 나두고 가네. 길 위에 혼자 쓸쓸히 서있던 나는 봉투를 들고 길의 가장자리쪽으로 가 돌맹이를 차며 기다렸다.
"언제 오는거야…."
족히 15분은 지낫을텐데 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나 버리고 간거 아니야?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안되는데… 내가 짜증내서 그러는건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제 여기서 얼어붙어 죽는건가…. 싫은데 더 살고싶은데…. 어? 살고 싶다고? 분명 얼마전만 해도 죽고싶다는 생각 뿐 이였는데 어쩌다 이리 되었는가…. 그 덕분이겠지. 두려움에 떨고 있을때 그가 거친숨을 내쉬며 뛰어왔다.
"왜 이제야 왔어요!"
"아 미안… 어? 너 우냐?"
안 울어요. 하면서도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두려움이 사르륵 없어졌다. 그가 당황하며 엉거주춤 서있었다. "나 버리고 간줄 알고…." 작게 말하자 그가 미안한듯 나를 꼭 안아주었다. "미안 뭐 사느라고…." 그의 품이 따뜻해 이 상태로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뭔데요?" 내가 궁금한듯 그의 품에서 나와 물었다.
"자!"
그가 내민것은 다름아닌 작은 화분이였다. 작은 새싹이 피어있었다. 두갈래로, 쌍떡잎식물 이구나. 앙증맞은 연두색이 귀여웠다. 근데 이걸 왜….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내 손에 화분을 쥐어주었다.
"나무가 아니라도 작은 새싹이라도… 힘든걸 견뎌낸다는걸. 보여주고 싶었어."
"…."
"한번 키우면서 관찰해봐."
"…고마워요."
쑥쓰러운 마음에 그의 눈을 보지 못했다. 이런줄도 모르고 버리고 간다고 왈칵 눈물을 흘려보낸 내가 밉고 한심했다. 왜 이리 약해빠진건지. 그가 무릎을 살짝 굽혀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괜찮아." 하고 말했다. 그의 반짝이는 눈빛 때문일까, 그가 눈부셔보였다. 그가 더욱 멀리있어보였다. 나에겐 너무나 과분해보여서…. 가슴이 살짝 아릿했다. 그저 고갤 끄덕였다. "가자." 그가 봉투 두개를 들더니 먼저 앞장섯다. 그의 뒤에 서서 졸졸 따라갔다. 그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이렇게 못난 나한테… 잘해줘서."
"…."
그는 아무말 없이 산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곤 대답했다. "너도."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 많은 것이 들어있다고 난 느꼈다.
[]
피곤하네요.. 개콘 보러가야징 ㅋㅋ 저도 익스에서 댓망하는데 개그밖에 못해서... 하... ㅜㅜ
사진 바꿨어요~ 어때요? 예쁜가요? ㅎㅎ 그럼 굿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키 인스타도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