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곁에는 케이크가 필요해요.
w. 달곰
왜 사람들은 그러곤 한다. 괜히 의식하기 시작하면 하지 않던 실수도 하고 신경 쓰지 않던 부분이 너무 신경 쓰여 견딜 수 없고 그러다 결국 좋지 않은 결과물을 얻게 될 때.
“아.. 이게 아닌데..”
지금의 내가 딱 그 꼴이었다. 비뚤어져 모양이 맘에 들지 않는 걸 고쳐보려다 뭉개지고 만 케이크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평소 같았으면 뚝딱 만들어버렸을 케익인데, 괜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줄 케익이라고 의식해 버리고 만 바람에 이런 결과를 얻고 말았다. 그도 그럴게 그 대상이 카페 사장님이신지라.
“다시 해야지 뭐..”
오늘은 카페에 갈 시간이 조금 늦어질 것 같다.
***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어? 오늘 안 오는 줄 알았는데.”
“하하 늦잠을 자서요.”
차마 사장님께 드릴 케이크를 굽느라 늦었다고는 말 할 수 없기에 적당히 둘러댄 후 사장님께 다가갔다. 티가 나게 뒷짐을 지고 있는 나를 보며 조금의 의심도 품지 않은 표정을 하는 사장님을 보고 조금 신이 났나보다.
“짠!”
나도 모르게 이런 짓을 한 걸 보면.
“어? 설마 케이크에요?”
“네!”
“내 거?”
“네!”
“...”
“안 받아 주실 거예요?”
“아, 죄송해요. 정말로 만들어 주실 줄은 몰랐네.”
한 손으로 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케이크를 받아드는 사장님을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또 한다면 하는 사람이거든요. 실실 웃는 나를 보며 따라 웃은 사장님께서 케이크가 들어 있는 상자를 두 손 위에 올려두고 이리 저리 살펴보았다.
“그렇게 상자만 보지 마시고 열어 보세요. 안에 있는 게 진짠데!”
“누가 저한테 직접 만든 케이크를 준 게 처음이라 신기해서요.”
“에? 사장님 되게 되게 인기 많았을 거 같은데 안 받아봤어요?”
“쿠키 같은 건 받아봤는데..”
“인기 많았다는 건 부정 안하네요.”
“...아, 케이크 주셨으니까 커피는 제가 보답해도 되죠? 앉아계세요.”
“넹”
은근 슬쩍 말을 돌리는 것 같지만 맛있는 커피도 만들어 주신다고 하시니 물러나자 싶어 등을 돌렸다. 늘 즐겨 앉던 자리에 앉아 평소처럼 창밖을 구경하다 문득 사장님을 보았다. 머신을 만지며 바쁘게 움직이는 등이 괜히 대단해 보인다. 일 하는 남자가 멋있다더니 내가 꿈꾸는 일을 척척 해내고 있는 모습이 존경스럽지 않을 리 없었다. 트레이에 내가 만든 케이크를 예쁘게 담은 접시와 포크 두 개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담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사장님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빤히 보면 민망한데.”
“...아 그, 커피 만드는 게 되게 멋있고 대단해보여서요.”
“전 이름씨가 케이크 만드는 게 더 대단한데요.”
“에이... 그렇게 자꾸 칭찬해주시면 저 우쭐해져요.”
“진심이에요.”
이 남자가 정말, 인기 많았다더니 여자를 참 잘 아는 것 같다. 괜히 부끄러워 하하... 웃음을 흘리며 시선을 아래로 피하자 사장님이 라떼에 스트로우를 꽂아 내게 건낸다.
“같이 먹어요.”
“네!”
스트로우를 입에 앙 물고 한입 쭉 들이키자 행복감이 밀려왔다. 역시 커피는 아이스지! 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지은 사장님이 포크를 들고 케익을 한 입 거리로 작게 잘랐다. 포크 위에 올려진 작은 케익 조각이 사장님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유심히 보며 나도 모르게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으.. 왜 이리 긴장되지?
“어때요?”
“음...”
“...별로에요?”
역시 오늘따라 괜히 의식을 해서 그런가? 진지한 표정으로 인상을 쓰고 있는 사장님을 보니 괜히 어께가 축 쳐졌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본 사장님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름씨.”
“네?”
“커피 배우고 싶다고 하셨죠?”
“네? 네.. 그랬죠?”
케이크에 대한 얘기가 아닌 뜬 구름 잡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며 답하자 고개를 두어번 끄덕인 사장님이 이내 미소를 지었다.
“이름씨 혹시 우리 카페에서 일 해볼래요?”
“네??”
“커피도 확실히 가르쳐 줄게. 나한테 커피 배우면서 우리 가게에서 디저트 만들어 볼 생각 없어요?”
“그게 그... 에? 저 지금 스카우트 된 거에요?”
어안이 벙벙해 맹한 나를 보며 풋 웃은 사장님이 네 그런거예요. 하며 내 말투를 따라한다.
“진짜 재능 있어요 이름씨. 애정도 있어 보이고. 같이 일 하고 싶은데.”
“우와.. 진짜 갑작스럽다.”
갑자기 휘몰아친 이 상황이 아직도 체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니까 지금 내 케이크가 맘에 들었다는 거지? 아니 저 사장님은 무슨 표정을 그렇게 지어가지고는 내 심장 다 내려앉게 하더니! 차근차근 혼자 정리를 끝내고 힐끔 사장님을 바라보자 어지러운 나와는 다르게 여유로운 표정으로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당장 대답 안 해도 되요. 시간 줄 게요."
“조.. 조건! 조건이 있어요!”
“뭔데요? 내가 특별히 스카우트 하는 직원이니까 다 들어줄게요.”
“커피요.”
“커피?”
“네. 하루에 한 잔 사장님이 직접 커피 만들어주세요. 공짜커피!.”
내 말에 입 꼬리가 올라가는 듯 하더니 이내 큰 소리로 웃어버린 사장님이 고개를 절래절래 지으며 말한다.
“평생 커피 걱정은 없게 해줄게.”
엄마 나 취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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