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콩] 자급자족 리얼물 시리즈
W. 알러링
1. 131201 햇님과 별님
“다들 이거 영상 지우세요. 이거 검사해주세요, 매니저님!”
홍빈은 작은 손으로 마이크를 꼭 잡으며 당황한 속마음을 감추기 위해 애썼다. 영상을 지워달라고 말을 했지만 절대 지우지 않을 별빛들이고, 그럼 끝나고 어떻게든 햇님에게 도착을 하겠지. 오늘 사인회 있다고 생일파티도 못 갔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나는 생각에 작게 한숨을 내쉬자 옆에 있던 학연이 조용히 어깨를 토닥여왔다. 홍빈은 학연에게 폭 기대며 자신보다는 넓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조막만한 머리통 하나쯤은 놓일 수 있을만한 어깨에 머리를 뉘였다. 엔형;ㅅ;
행복했던 삼삼한 생일파티를 끝내고 집에 도착하신 우리의 햇님, 효신은 오랜만에 불티나게 울려대는 파랑새의 짹짹댐에 액정이 마치 아스팔트 바닥에 갈린 것 같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깨진 액정을 보며 자신의 생일파티에는 오지 못했지만 강남에서 열심히 팬 사인회를 하고 있을 홍빈을 생각하며 깨어진 액정 사이로 힘겹게 홀드를 풀고 파랑새를 켰다. 소소하게 쌓여있는 나무들의 멘션을 뒤로하고 가장 최근 것을 보기 위해 핸드폰 화면을 쭉쭉 내렸다. 몇 번을 내리자 가장 최근 멘션은, 나무들이 보낸 것이 아니었다.
‘@realcaptinpark 131201 햇님 vs 별빛 햇님바라기 홍빈이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ㅇㅅㅇ http://youtu.be/sunKONG1229‘
효신은 이 당황스러운 멘션은 뭐지. 라고 생각하다 오늘 홍빈의 팬 사인회에 참석했던 팬이 보내준 영상이라는 것을 빠르게 캐치했다. 자신의 생일인 오늘 팬 사인회를 한 만큼, 적어도 오늘은 나를 골랐겠지- 하는 마음으로 링크를 눌러 동영상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홍빈이-’
거 참 누구 콩인지 잘 생겼네.
‘햇님이랑 별빛 중에 선택하면 누구..’
웃는 것도 참 예뻐, 누구 콩인지. 차학연 저건 뭔데 저렇게 까매.
‘이 여론은 뭐야.’
당연히 날 선택하라는 여론이지.
효신은 생각보다 빨리 나오지 않는 답에 미간을 살짝 모으며 동영상 재생 바를 살짝 뒤로 넘겼다.
‘화환이 거기 가 있잖아 화환이.’
그럼. 생일파티 못 간다고 미안하다고 대신 보내준 선물인데. 빵 터지는 것도 귀엽네.
‘화환은.. 화환은 제가 사비로 보냈어요.’
누구 생일선물인데 사비로 보내야지.
‘저는 별빛 분들을 선택하겠습니다.’
응? 효신은 순간 자신의 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했다. 지금 잘못 들은 건가. 애꿎은 자신의 귀를 탓하며 디테일한 손놀림으로 재생 바를 2초 전으로 돌렸다.
‘저는 별빛 분들을 선택하겠습니다.’
홍빈이 별빛을 골랐다는 사실을 바로 들은 효신은 가차 없이 동영상을 껐다. 물론 팬 사인회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다른 날도 아니고 생일인데. 팬들도 알고 있을 텐데. 오늘은 생신이니까 햇님 고를 게요- 라고 예쁘게 한 마디라도 못 하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효신은 별빛을 고른 홍빈에게 화가 났다. 아니 사실은 삐쳤다.
- 잊을 수 없을 땐 가져야 하잖아~
홍빈에게 특별히 녹음을 부탁해 만들어놓은 홍빈 전용 벨소리가 타이밍 좋게 울렸다. 효신은 잠시 받을까 말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놓고 고민했지만 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자신이 평소에 욕하던 찌질한 남자의 표본이 되는 것 같아 전화를 받았다.
-햇님!
“응.”
-나무님들이랑 생신파티 잘 했어요?
“응.”
-밥은?
“아직.”
-아직도 안 먹었어요?
“응.”
-얼른 먹어요! 전 숙소 근처에서 밥 먹고 이제 들어가요!
“응.”
-햇님. 어디 아파요?
“아니.”
-.. 진짜?
“응.”
-알았어요..
“그래. 잘 들어가.”
홍빈에게 ‘나 지금 화났다-’를 잔뜩 표출한 효신은 통화를 끊고 나서야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려 했다.(염색한 머리가 아까워 뜯지 못했다.) 아, 홍빈이 걱정할 텐데. 어떡하지. 다시 전화해야하나. 마치 연애를 갓 시작한 연인이 싸운 것처럼 안절부절하며 걱정하던 효신은 모든 사건의 원흉은 홍빈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들고있던 핸드폰을 내려놨다. 나도 밥이나 먹어야지.
홍빈은 평소와 전혀 다른 효신의 말투에 순식간에 걱정에 휩싸였다. 생신파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라이브 하다 음이탈은 없었을 것이 분명하고. 혹시 나무님들이 많이 안 오셨다기엔 티켓 매진이고. 무슨 일이지.. 한껏 의기소침해져 저절로 밴 구석에 찌그러진 홍빈에게 옆에서 보던 상혁이 한마디를 툭 던졌다.
“선배님이 보셨나보네요.”
홍빈은 상혁의 말에 총알같이 꾸깃꾸깃 접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응? 왜?
“영상 보셨나보죠, 뭐.”
홍빈이 Aㅏ... 하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상혁이 본격적으로 답답했던 것을 토로하겠다는 양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형 선물 화환 말고 뭐 드렸어요.”
“어...”
“없죠.”
“... 응.”
“거 봐. 생일선물도 화환 하나 띡 보내. 아니, 화환이 작다는 게 아니잖아요. 들어봐요, 좀! 화환 하나 띡 보내. 그리고 형 팬싸 가기 전에 선배님이랑 통화 했어요? 거 봐. 통화도 안 했고. 생신 축하드린다고 말씀 드린 거 어제 저녁이 끝이었죠? 아 그건 오늘 아침에 했어요? 그나마 다행이네. 아니, 이게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형이랑 효신선배님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잖아요. 그럼 적어도 뭐, 생일 축하해요 햇님! 이런 식의 멘트는 저희 없을 때 했어야죠. 어제는 저희 다 있었잖아요. 선물도 화환 말고 뭐 하나 따로 드리고. 그럼 선배님이 퍽이나 싫어하셨겠어요. 그리고 전화도 좀 해드리고. 오랜만에 나무님들 보는 자리니까 멋있게 하고 가요. 뭐 이런 거 한 마디 해드리면 선배님이 참 많이 싫어하시겠어요.”
속사포같이 쏟아지는 상혁의 잔소리에 홍빈이 다시 의기소침해졌다. 그럼 어떻게 풀어드리지... 오늘 더 만날 시간도 없는데... 한껏 작아져서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홍빈이 상혁에게 물었다.
“그거 있잖아, 그거. 숙소에 팬들이 주신 폴라로이드 있잖아. 그거 가지고라도 어떻게 좀 해봐. 상혁이 말 들으니까 내가 선배님이었어도 짜증 좀 났겠다.”
조수석에서 열심히 뚱바를 마시고 있던 학연이 고개를 젖히지도 않은 채 우렁차게 대답했다. 홍빈은 저기서 어떻게 들었는지에 대해 혀를 내두르며 머릿속으로 게임 공략을 짜듯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폴라로이드로 이모티콘 같은 표정 사진을 찍은 다음에 거기다 편지를 쓰는거야. 어때?”
“괜찮을 것 같은ㄷ-”
“뭐가 괜찮아요, 라비형 진짜 센스 없어. 그런 건 뻔하잖아요. 다른 거.”
1차 계획 킬링.
“폴라로이드로 길거리에 꽃 그런 거 찍어서-”
“밤이에요.”
2차 계획 킬링.
“아! 햇님이 사주신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서 그걸 편지.. 이건 내가 생각해도 아니고.”
3차 계획 자진 킬링.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나오지 않는 계획에 홍빈이 주먹을 꽉 쥐었다. 어렸을 때 싱크빅 좀 해보라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지 않은 것이 이렇게도 후회가 될 줄이야. 끙끙대는 홍빈 덕에 빅스 여섯이 모두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려고 하는 순간,
“귀요미.”
택운의 입에서 나온 한 단어가 밴을 들끓게 만들었다.
“빈아, 이거 좋다! 귀요미!”
“사진은 제가 찍어줄게요, 형은 귀요미하고 난 찍고 있고.”
“오모오모, 빈아. 귀엽겠다.”
“귀여워.”
사냥감을 정한 사자마냥 달려드는 멤버들의 성화에 평소에도 애교 있는 모습을 좋아하던 효신의 모습이 겹쳐지자 홍빈은 생애 최초로, 스스로 애교를 부려보기로 결심했다.
안녕하세요.. 하하하하하하. 안녕하세요, 진짜 오랜만에 뵙습니다. 알러링입니다. 일단 쏜살같이 랍콩이랑 연홍만 올려놓고 어디로 가서 죄송해요. 그동안 현실에 입갤해있느라... 사실 현실입갤은 얼마 비중이 안 되고, 날이 갈수록 예뻐지는 홍빈이와 빅스를 파느라 글을 떠올릴 시간이 없었어요...;ㅅ; 그러다 어제 딱 햇콩이 생각이 났고, 오랜만에 들고 찾아왔습니다. 아마 올해.. 안에 글이 몇 개가 더 나올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정말 현실입갤을 해야하는 시기가 와서.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2는.. 이번주 안으로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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