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의 시간
3부
6.
“…다음에는 너랑 같이 시간표 안 짤래.”
오세훈이 밉다. 오세훈이 원망스럽다. 오세훈을 저주한다. 오세훈이…싫다. 이 망할! 그래, 사실은 세훈이 탓이 아니다. 다 내 탓이고, 또 내 선택이었다. 하얗게 비워진 종이에 써내려간 검은 글씨가 빼곡하다. 게다가 한글도 아니고 한자라고. 무려 한자. 오, 맙소사.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 건지. 왜 하긴, 과제니까 하고 있는 거지.
모두 다 맘에 들지 않았다. 불만 가득한 뾰루퉁한 표정으로 샤프를 쥐고 기계적으로 손을 놀리며 옆에 앉아있는 오세훈에게 괜히 투정을 부렸다. 그랬더니, 녀석은 못 들은 척 대꾸도 않고 제 할 일만 척척 해낸다. 아, 재수 없어.
“야, 왜 못 들은 척 하냐고.”
“…….”
“내 말이 안 들려?”
“…….”
“안 들리세요?”
손이 너무 아파서 더는 못쓰겠다. 에이씨, 때려쳐. 때려쳐. 오늘만 날인가, 뭐. 내일 또 쓰면 되고 어차피 시험 전까지만 써서 제출하면 되는 거니까 팔이 아프단 핑계로 잠시 미뤄둔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말을 걸고, 산만하게 굴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냉정한 오세훈은 끊임없이 손을 움직인다. 아, 저러는 거 보니까 계속 써야 될 것 같고 막 그르네.
“아, 심심하다….”
“…….”
“…팔도 아프고오….”
“……”
“넌 이게 재밌냐?”
“…….”
“재밌으면 이것도 좀 써줄래?”
녀석에게 내 노트까지 들이밀었더니 가차 없이 밀쳐낸다. 이제껏 신경도 안 쓰더니, 과제해야하는데 계속 옆에서 귀찮게 구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인지 이제야 쥐고 있던 펜을 놓는다. 그러면서 짧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본다. 또, 그런 눈이지. 또.
“도경수, 쫌!”
“내가 뭘….”
“오줌 마려운 강아지새끼마냥 자꾸만 옆에서 낑낑 거릴래?”
“내가 언제 그랬냐.”
“쯧쯧, 인간이 아직 덜 됐어요. 아무튼…. 존나 귀찮게 군다니까, 진짜.”
이러면서도 저도 과제가 하기 싫었던 듯, 펼쳐진 노트를 덮어버리고는 가방에 아무렇게나 쑤셔넣는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가 나도 따라서 가방을 들고 그 안에 과제를 넣어버렸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아, 노트니까 머리카락은 없겠다. 아무튼, 과제 따위 영원히 안 보였음 좋겠다. 헝.. 진짜, 짜증나! 인상을 찌푸리며 책상위에 올려둔 핸드폰을 쥐고 홀드버튼을 눌렀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그런 거다. 종인이랑 카톡하려고 그런 거 절대 아니고. 어차피 김종인은 지금 축구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무튼 오늘, 하나 남은 수업은 오후 수업이다. 5시 시작이니 아직 1시간이나 더 남았다. 세훈이 녀석과 점심을 먹고 하릴없이 캠퍼스를 누비다가 지쳐서 도착한 곳이 동아리 방이었다. 누구라도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건만, 동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우리 둘이 사이좋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과제를 하고 있었다고. 칙칙하게. 무려 30분 동안이나! 아…. 변백현이라도 있었으면 심심하지나 않았을 텐데. 재미없고, 재수 없는 오세훈이랑 있으려니 이제는 좀 지겹다. 너 말고 종인이랑 있고 싶다, 세훈아. 변신 어떻게 안 되겠니? 이런 생각을 한 걸 오세훈에게 들킨다면 먼지 나게 얻어맞을 지도 모른다. 아, 세훈이는 평화주의자니까 신랄한 비판으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심심하고 지겹고 따분했으면 이런 하찮은 생각까지 했을까. 내 자신이 안쓰러워진다. 살짝 입을 벌린 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오세훈이 옆에서 그런다. 병신 같으니까, 입 좀 닫아. 도르륵, 눈알을 굴려 녀석을 힘껏 노려봤더니 내 얼굴을 보지도 않고 손으로 턱을 밀어 올린다. 입 닫아주려고 그런 건지, 꼴 보기 싫어서 그런 건지. 아무래도, 둘 다 해당되는 것 같지만. 아무튼. 휑한 동방에 지겹도록 얼굴 맞대고 사는 오세훈이랑 또 같이 있으려니까 진짜 미치게 지루했다. 작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잡아들었다. 오전 내내 종인이와 나눈, 시답지 않은 대화들로 가득 찬 대화창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무한 반복이다.
[경수야, 나 어떡하지?(눈물)]
[우리 과에 도덕후 소문 다 났어..]
[술 먹고 네 사진 보여주면서 자랑했나봐ㅋㅋㅋㅋㅋ]
[사람들이 자꾸 나보고 도덕후래ㅋㅋㅋㅋ]
[우리 경수, 우리 경수 입에 달고 살아서 너 궁금하다고 데리고 오래.]
[근데 아무도 안 보여줄 거야.]
[나만 봐야지.(하트)]
으, 존나 유치해서 못 봐주겠다. 아니, 근데 왜 이렇게 닭살 돋아! 닭살 돋는데도 좋은 건 대체 왜 그런 거지? 몸서리를 치다가도 그냥 좋아서 자꾸만 웃음이 난다. 나도 너 좋아. 그래서 아무도 안 보여주고 싶다. 우리 집 장롱에 꽁꽁 숨겨두고 싶어. 핸드폰만 붙잡고 킥킥거렸다.
“야.”
한참을 그러고 있었더니, 세훈이 녀석이 갑자기 툭, 말을 던진다. 그에 대답은 않고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보았다.
“좋냐?”
“…뭐가.”
“으이구, 병신아. 너 지금 김종인이랑 카톡한 거 보고 실실 쪼개고 있네.”
아, 보여? 보였어? 살짝 눈치를 보며 묻자 오세훈이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핸드폰 저리 치우라며 손으로 살짝 치기까지 한다. 헐, 짜식이.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을 하면 되지, 뭘 또…. 네 맘 다 안다는 듯 씨익 웃으며 녀석을 바라봤다. 오세훈이 내 웃음에서 무엇을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 번째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말한다. 엿.
“좀, 조심하라고.”
“응?”
“너 그러다 한번은 들킨다.”
“응? 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꿈뻑이며 오세훈과 내 핸드폰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런데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눈만 깜빡였다.
“아무튼, 김종인이나 너나 쫌…!”
“…….”
“에휴…, 닭들하고 내가 무슨 대화를 해. …됐다, 됐어.”
“뭔 소리야….”
그냥 지나가며 하는 말이겠거니 싶어서 한 귀로 듣고 반대편 귀로 흘려버렸다. 오세훈은 원래 잔소리 되게 심하거든. 몰랐는데, 진짜 잔소리 대마왕이다. 학교 안온다고 전화까지 해서 잔소리해, 술 많이 마신다고 잔소리해, 종인이랑 싸우면 싸웠다고 잔소리해, 밥 거르면 거른다고 잔소리해…. 엄마랑 같이 다니는 기분이다. 그래서 엄마가 오세훈을 좋아하나? 잔소리가 심해서?
“움직이면 쏜다.”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끝에 다 달았을 무렵, 갑자기 정수리 위로 차가운 금속성의 물체가 닿아왔다. 아씨…. 이거 또 보나마나 변백현이다. 수업 끝나고 할 일도 없고, 심심해서 동아리방문을 열었는데 마침 나랑 오세훈이 보였던 거지. 그래서, 핸드폰을 들고 먹히지도 않을 총 놀이를 하고 있는 거다. 아, 유치한 새끼…. 못 놀아주겠네, 진짜.
“너 뭐하냐?”
“움직이면 쏜다니까!”
“우리 1절만 하자.”
머리위에 닿아왔던 녀석의 핸드폰을 손을 올려 턱 하니 쥐었다. 옆에선 오세훈이 말도 섞기 싫다는 표정으로 변백현을 쳐다보고 있다. 나와 세훈이가 제 장난에 동조할 생각이 없어보였는지 백현이가 살짝 풀이 죽은 얼굴로 우리를 번갈아 쳐다본다. 그러다가 이내 씨익 웃으며 의자를 끌어와 옆에 앉는다.
“야, 대박.”
“또 뭐가.”
“나 조만간 솔로 탈출이다.”
아, 좀 전에 변백현이라도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거 취소. 취소할래.
“…….”
“…….”
오세훈과 나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무 말이 없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다가 백현이를 바라보았고, 얼른 손에 쥘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에라이, 나가 죽어라.”
“넌, 안 돼. 넌 진짜, 안될 놈이야.”
“아 왜 때려! 아프다고!”
“닥쳐. 한 대로 끝난 걸 감사히 여겨.”
“그래. 너 앞으로 한 번만 더 술 먹자고 우리 불러내면 죽인다. 진짜.”
“니들 진짜 왜 그래? 친구한테 애인이 생겼으면 축하해야 되는 거 아니냐?”
“닥치라 그랬지!”
그리고 변백현은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一
…는 뻥이다. 지루한 수업시간 내내 꾸역꾸역 자리를 지켰다. 아오, 드디어 해방이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꾹 참았다. 끊임없는 메시지로 감시하는 김종인과, 옆에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나를 감시하는 오세훈 때문에. 사실, 쉬는 시간에 가방을 들고 귀가하려다가 무언가에 잡혔다. 내 팔을 턱, 하니 잡은 오세훈이 말했다. 너 이렇게 가면, 김종인한테 바로 접수함. 그 말에 깨갱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지, 뭐. 이제는 시험 준비를 위해서라도 수업 좀 들어야 하는데. 자리만 지키는 거 말고, 수업 내용을 머릿속에 넣으셔야 된다고요, 도경수씨. 으, 앉아만 있는 것도 고역인데 열심히 들으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난 고3때 어떻게 공부를 했던 거지? 어떻게 아침부터 밤까지 의자에 앉아있을 수가 있었냐고. 어우, 생각만 해도 토 나온다. 몸이 찌뿌둥한 것 같기에, 가방을 둘러매면서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조온나 피곤하시겠어요.”
오세훈이 그걸 보고 어이없다는 듯 말했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그럼, 나 완전 피곤하지. 얼마나 피곤한데?
[수업 끝났어?]
[응, 방금!]
[착하다. 수업도 잘 듣고ㅎㅎ]
김종인 칭찬 한 방에 피로가 싸악 가신다. 기분 좋은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웃었다. 티 나게 웃으면 오세훈이 또 면박 준단 말이야….
“경수야!”
“어, 형!”
강의실을 벗어나자마자 복도에서 준면이 형을 만났다. 형도 수업이 끝난 듯 품 안에 두꺼운 전공서적을 든 채였다. 며칠 전, 주정을 받아주던 그 날 이후로는 처음 보는 얼굴이다. 미안하고, 또 반가운 마음에 얼른 손을 흔들어 형에게 인사했다. 옆에 선 세훈이 녀석도 형에게 꾸벅 인사를 하는데, 꽤 반가운 얼굴이다.
“수업 이제 끝난 거야?”
“네. 형은요?”
“응, 나도 막 끝나고 집에 가려던 참에 니들 만났네….”
왠지 모르게 준면이 형과 함께 있으면 평온해지는 느낌이 든다. 주위가 하얗게 번져가는 듯한 그런 느낌?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좋았던 참인데, 형까지 만나니까 두 배로 기분이 좋아진다.
“세훈이는 오랜만이다. 다음에 밥 한 끼 먹자. 나한테 연락해.”
“정말이죠?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 싼 거는 안 먹어요.”
형의 말에 오세훈이 작정을 하고 달려든다. 그에, 형은 그냥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옆에 서 있던 나 또한 같이 웃으며, 조금 느린 형의 발걸음에 맞춰 걸었다.
“형, 그땐 진짜 죄송했어요….”
“…괜찮아. 뭘, 심하지도 않았는데.”
“에? 도경수가 뭘 어떻게 했길래 사과를 해요? 야, 너 또 형한테 주사부리고 그랬냐?”
오세훈이 날 혼낼 기세로 몰아세우자, 형이 여전히 사람 좋은 웃음을 얼굴에 띤 채, 됐어. 한다. 아무튼, 오세훈 저거는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났지. 아주, 그냥. 물론 내가 잘못한 일이긴 하지만. 죄인은 울어야지. 그냥 반성하며 입 닫는 수밖에. 헝헝, 다 내 죄며, 내가 죄인입니다. 말 하며 우는 시늉을 했더니 오세훈은 욕을 하려고 달려들고, 준면이 형은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참, 경수야.”
“네?”
“너 요즘 종인이랑… 잘 지내지?”
내내 웃던 형이 살짝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무슨 말인지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고서 그냥 눈만 깜빡였다. 그러다 생각나는 것이, 전에 형과 술을 마시며 김종인이 어쩌고 저쩌고를 연발했던 내 모습. 아, 주사를 부린 것 때문인가…. 그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인지 형은 또 잊지 않고 내게 안부를 묻는다.
[난 저녁에 모임 있어서 또 끌려간다(눈물) 아, 우리 경수 봐야 되는 데.]
때마침, 핸드폰 액정화면에 뜨는 종인이의 메시지가 보였다. 그걸 슬쩍 쳐다보다가 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웃었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잘 지내요!”
잘 지내는 것 같다. 요즘은, 종인이 때문에 걱정하는 일도 없고, 외롭다고 느끼는 일도 없으니까. 이정도면 잘 지내는 거…, 맞는 것 같다. 나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형이 웃으며 내 머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는다.
“그럼, 다행이고….”
一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폭신한 이불속에 묻혀 있으면 잠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꽤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아닌 모양이다. 한참을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가를 여러 번 반복했다. 바른 자세로 침대에 누운 탓인지, 눈에 보이는 건 휑한 천장밖에 없다. 내일은 수업이 없는 날이라 잠자리에 들기 전 마음이 편하다. 뭐, 내가 언제든 마음이 안 편한 날이 있었겠냐마는….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까지 세어보다가 갑자기 김종인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핸드폰을 쥐고서 무작정 통화 버튼을 눌렀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그 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一여보세요?
“응, 나야.”
一응, 경수야….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잠이 안와서.”
ㅡ낮에 잤나 보구나.
“응.”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애는 내 하루 일과를 훤히 알고 있다. 누군가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은 참 기쁜 일이다.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휘어지려고 한다. 또, 정신 못 차리고 김종인이라면 그저 좋아서.
ㅡ바보, 그러니까 잠이 안 오지.
“…그런가?”
ㅡ수업 시간에 자면 어떡하냐. 졸지 말고 열심히 하라니까 내 말 안 듣고….
“너 또 잔소리 할꺼지?”
ㅡ응.
“그럼, 안 들을래.”
공중에 흩어져 귓가로 전해지는 나른한 그 애의 웃음소리에, 나 또한 핸드폰을 붙잡은 채 웃었다. 사실 웃고 있은 지는 오래였지만.
“웃지 마.”
그 웃음에, 나도 따라 웃고 있으면서도 마음에도 없는 괜한 소릴 해본다.
ㅡ근데, 난 잠 오는데 어쩌지…?
“안 돼. 끊지 마….”
ㅡ너 하는 거 봐서.
“치사하게..”
말은 그렇게 해도, 끊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지금 뭐해?”
ㅡ너랑 통화하고 있지.
“그거 말고.”
ㅡ네 생각….
“으, 닭살.”
내가 못 견디겠다는 듯 몸서리를 치자, 수화기 너머의 김종인이 또 웃는다. 그래서 결국은 나도 웃고 만다. 밤이라 그런 건지, 그 애라서 그런 건지. 이상하게 자꾸만 마음이 간지럽다. 꼭, 예전처럼.
“나, 지금 네 방 가도 돼?”
ㅡ음…. 안돼.
“왜! 같이 자고 싶은데….”
ㅡ집에 누나 있어.
“혜인 누나?”
ㅡ응.
“누나 있으면, 가면 안 돼? 누나, 나 좋아하는데.”
ㅡ알지. 근데, 오늘은 안 돼…. 누나 말고, 부모님도 다 계셔.
그 말에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다 되어간다. 꽤, 늦은 시간이라 부모님 두 분 모두 잠자리에 드셨을 것이다. 너무 늦게 찾아가고 그러면 실롄가. 사실은, 종인이 방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집이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발자국만 가면 바로 김종인 집이니까. 이상하게 오늘따라 김종인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진다. 유치하다는 것쯤은 알지만 그래도. 애정이 샘솟는 밤이니까 모든 게 용서될 것이다.
“…진짜 안 돼?”
ㅡ응. 내일 와. 내일 내가 많이 안아 줄게.
근데 자꾸만 김종인이 튕긴다. 으씨. 이럴 정도면 정말 안 된다고 하는 거라는 걸 알기에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대신, 내일 꼭 갈 거야!
ㅡ내일은, 니가 오기 싫다고 해도 내가 데리고 올 거야.
“응.”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김종인 목소리를 들으니까 슬슬 잠이 오기 시작한다. 이상하게도. 더, 들어야 되는데….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쥔 채로 깜빡깜빡 졸기 시작했다.
ㅡ경수야?
“…….”
ㅡ..경수야?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고, 그 목소리가 점점 더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진다.
ㅡ잘 자.
***
날씨도 춥고, 제 마음도 추운데
얘넨 오늘따라 따숩네요..흑...T^T 카디 행쇼..♡
여러분도 행쇼!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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