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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이석민] Write Either Direct 05
w. 뿌존뿌존
눈을 끔뻑대며 뜨자 링거를 찌른 오른쪽 손목께가 시큰거리며 아려왔다. 깨질 듯한 두통에 몸을 일으키자 눈 앞에 보이는 건 내 침대를 빙 둘러싸고 널브러져 자고 있는 다섯 남정네들. 벌써 새벽 다섯시네. 네시에 온다던 이석민을 기다리다가 쓰러졌었지 참.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아까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봤다. 그제부터 살짝 몸살기운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너무 춥게 입고 나온게 화근이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눈은 분주히 널브러진 남정네들을 훑었다. 저기 누워있는 전원우랑 이지훈은 나 업고 뛰었을거고, 부승관은 연락 받고 질질 짜면서 이리로 뛰어왔겠지. 저기 소파에 찌그러져있는 김민규라는 애는 의대생이랬으니까 쟤가 날 여기로 데리고 왔을테고, 윤정한은 내가 너무 안 들어와서 전화했다가, 병원에 있다는 걸 알고 달려왔을테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딱 다섯명이다. 제일 보고 싶은 한 사람만 없다. 이석민.
"깼어?"
사뭇 다정해진 부승관의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새끼, 꼴에 나 아프다고 배려해주는거야 뭐야, 피곤에 절어 퉁퉁 부은 승관이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누나 아프다고 또 울면서 뛰어왔어요~? 하면서. 오른손에 꽂힌 링거바늘이 따가워 얼굴을 살짝 찡그리자 승관이 제가 더 아프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얇게 입고 다니래? 괜히 툴툴거리면서. 부승관과 내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꽤나 컸던지 여기저기 널브러져있던 남정네들이 좀비처럼 우어어- 하는 소리를 내며 하나 둘씩 일어났다. 김민규는 교수님을 데려오겠다며 바깥으로 걸어나갔고, (이건 비밀인데 김민규라는 애는 슬리퍼를 짝짝이로 신고있었다. 아이구 칠칠맞아라) 윤정한은 부모님께 연락하고 오겠다며 자릴 피했다. 불편한 두사람이 나가자 마자 이지훈이 언성을 높이며 내게 잔소리를 시작했다.
"너 그러니까 내가 몸 사리랬지?! 이석민이 시나리오 이상하면 다 엎으래두!"
이석민, 모두가 날 걱정하는 와중에도 너만 없다. 이석민, 가만히 웅얼거리자 전원우가 날 흘깃 바라보다 픽, 하고 웃는다. 뭘 쪼개 새꺄. 한마디 픽 건내자마자 꼬리를 내리는 전원우. 새끼, 이렇게 쉽게 쫄거면서 왜 자꾸 까부는거야 짜증나게. 그래서 촬영은? 촬영은 어떻게 됬어? 전원우의 어깨를 통통 (사실은 퍽퍽) 치며 묻자 전원우가 어깨를 문지르며 날 째려본다. 안 그래도 째진 눈 더 째지겠네. 전원우의 매서운 눈길을 피해 이지훈에게 다시 물었다.
"어떻게 되긴, 쫑났지. 월간 세븐틴도 휴재야."
뭐? 휴재? 겨우 나 하나 쓰러진걸로 휴재라니, 우리를 기다리는 팬들이 얼마나 많은데! 당황스러운 마음에 침대를 팡팡 치며 소리 지르자 가만히 듣고만 있던 부승관이 내 손을 잡아채곤, 반댓손으로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아, 하긴 여긴 병원이니까. 그래도 휴재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돼. 이런 상황에 이석민은 어딨는거지? 계속 문 쪽을 주시해도 이석민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쓰러진 걸 알긴 하는걸까? 애 처럼 아픈 걸로 투정부리고 싶진 않은데. 괜히 입술을 삐죽이며 다시 침대에 몸을 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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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바쁘셔서 회진은 못 도시는데 상태 괜찮아졌다고,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교수님을 불러온다던 김민규가 교수님 대신 핫초코를 들고 돌아왔다. 퇴원해도 좋다는 기분 좋은 말과 함께. 자 여기, 달달한거 마시고 힘내시고. 얇게 입고 다니지 마시고. 김민규가 건넨 핫초코를 어색하게 받아들었다. 그럼 저는 이만. 쿨하게 손을 올리고 떠나는 김민규의 꼬질꼬질한 뒷 모습에서 후광을 느꼈다면 착각일까. 하지만 그건 이지훈을 처음 봤을때 처럼 그냥 역광이었다. 그래도 저 새끼, 이상한 앤 줄 알았는데 좀 멋있네. 의대생이라 그런가.
핫초코를 홀짝거리며 병실 밖으로 걸어나왔다. 병원비 많이 나왔겠지? 오빠의 옆에 붙어 묻자 오빠가 뭘 그런걸 묻냐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지훈과 부승관, 전원우는 학교로 간다고 했고, 난 오늘 하루 자체 휴강하기로 했다. 아싸 신난다! 얼마만에 느끼는 여유인지, 몸을 잔뜩 들썩거리며 오빠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빠를 따라 주차장으로 향했다. 뭐하지? 오늘 뭐 할까? 옆에서 쫑알거리는 내가 귀찮았던지 오빠는 긴 다리를 이용해 벌써 저멀리 가버렸고, 난 같이 좀 갑시다! 라고 소리치며 종종걸음으로 오빠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진짜 다정할거면 좀 일관되게 다정하던가, 사람이 줏대가 없어 줏대가.
"윤세봉 빨리 안 와?"
치, 지가 빨리 가버린거면서. 아 간다고! 오빠에게 대충 소리치곤 일부러 더 천천히 걸었다. 나 때문에 황금 같은 일주일의 휴가 중 하루가 낭비된게 아까웠던건지, (제발 그게 아니었길 빈다) 오빠는 제 가슴을 쾅쾅 치며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고, 난 그제서야 차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오빠를 놀리는건 언제해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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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집에 돌아와 뒹굴거린지 몇시간이 지났을까, 강의가 끝난건지 부승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고기를 먹자는 남정네들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넘어 귀를 찰지게 때려댔다. 애 아직 퇴원한지 10시간도 안 지났다며 타박하는 이지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아직은 전기장판 안에 있고 싶었지만, 주섬 주섬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어딜 또 가냐는 윤정한의 한숨이 뒷통수에 꽂히는 것 같았지만 애써 모른채 했다. 전화기 속의 소란스러운 소리 속에서, 이석민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Behind?=
"윤세봉!!!"
전원우의 눈이 정말 왕방울만큼 커졌다. 저 새끼는 여튼 선이란게 없다. 조용히하라는 제스쳐를 취하자 이석민이 그제서야 입을 다문다. 이렇게 추운 날씨인데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하다. 얼마나 뛴거야 이 새끼는, 이석민이 김민규를 한번 쓱 보곤 침대 옆 의자에 걸터앉는다. 눈은 윤세봉이에게 고정된 상태로 묻는다. 상태는, 많이 안 좋은거야?
"아니, 그냥 감기 몸살. 깨어나면 금방 괜찮아질거야"
팔짱을 끼고 서있는 김민규가 별거 아니라는 투로 이석민에게 말했다. 살짝 찌푸려진 미간사이로 땀이 맺혀 이석민의 눈을 따갑게 하는지 이석민이 연신 눈을 깜빡였다. 형은 애가 이 지경이 되는데도 몰랐어요?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 이석민의 태도에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줬다.
"너 기다리다가 이 꼴 난거 아냐! 지금까지 어디있었는데?"
나는 그냥... 이석민이 계속 말을 얼버무린다. 아 답답해. 곤히 잠든 윤세봉 옆에 놓은 오렌지 주스를 따 들이켰다. 어디 있었냐고. 지금까지. 또박,또박 한음절, 한음절씩 끊어가며 묻자 이석민이 그제야 입을 뗀다. 그래서, 어디에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