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붉은 빛이 서서히 걷혀갈쯔음 엄마가 크리스에게 말했다."일찍 자야지 안그러면 저 성에사는 괴물이 널 잡으러 올꺼야.""엄마, 저 성엔 괴물이 살아요?""응, 털이 잔뜩 난 무시무시한 괴물이 살아. 근처에 가면 안됀다."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웃으며 크리스의 볼에 뽀뽀를 하곤 방을 나갔다. 크리스는 엄마가 방문을 닫는것을 확인하자마자 벌떡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정말 괴물이 올까. 크리스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성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밤은 고요했다. 크리스는 실망하며 침대로 돌아갔다. 만약 괴물이 오면 친하게 지내야지. 분명 괴물도 외로울꺼야. 크리스는 서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크리스는 일어나자마자 아침 밥상이 아닌 동네 아이들이 모인곳으로 달려갔다. 흘깃 본 창밖에선 친구들이 얼른 나오라고 손짓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계속해서 불렀지만 크리스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집을 빠져나갔다. 잠옷차림이라 조금 모양이 빠졌지만 이내 크리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다."시우민이 없어졌어."한 아이가 말했다. 그 한마디에 아이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성에 사는 괴물이 잡아간거 아니야?""그럴지도 모르지. 시우민네 부모님이 새벽부터 돌아다니셨다니까."크리스는 가만히 성 쪽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았던 성의 괴물이 못되게 보였다. 나쁜 놈. 친하게 지내자고 한건 취소야."우리 괴물을 무찌르자!"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이놈들이! 얼른 집으로 안들어가?"무섭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방앗간집 아저씨였다. 아이들은 제각기 집으로 흩어졌다. 크리스도 얼른 제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크리스가 들어오자마자 매서운 눈빛을 보냈지만 아빠는 웃으며 크리스를 번쩍 안았다."우리 아들 아침부터 어디 갔다왔어?""시우민이 없어졌어요. 애들이 그러는데 괴물이 잡아갔데요. 아빠, 괴물이 심심한가봐요.""없어져?"엄마와 아빠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아줌마 아저씨가 막 찾으러 돌아다녀요."엄마는 안타까운듯 혀를 끌끌 찼다. 아빠는 크리스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식탁앞에 내려주었다."밥 먹고 아빠랑 같이 찾으러 가볼까?""네."***엄마 아빠가 동네 어른들과 시우민을 찾으러 나간지 두시간이 훌쩍 넘었다. 밤이 다 되도록 어디로 간건지 흔적도 보이지 않은터라 동네 아이들도 어른들 옆에 끼어서 이곳저곳 둘러보기도 했다. 크리스가 방에 있는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시우민이 정말 괴물한테 잡혀갔다면 제가 직접 구하러 가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방 창문으로 성을 지켜보다 아무도 안보는 사이에 몰래 가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겁이 안난다면 거짓말이었지만 친구를 위해 그정도 두려움은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크리스는 눈을 깜빡였다. 이제 때가 됐다.크리스는 잰걸음으로 성 쪽으로 가는길에 들어섰다. 험한 산길이었다. 이리저리 규칙없이 자란 덩쿨과 나무들이 크리스의 다리를 붙잡았고, 저들을 보호하려는 가시들로 크리스의 연한 살결을 찢어놓았다. 엄마 손에 쏙 들어오던 손은 껍질이 벗겨진 나뭇가지를 잡고, 낡은 신발이 신겨진 발은 금방이라도 우르르 흘러내릴것 같은 흙더미 위를 밟았다. 가까이서 산짐승들이 놀라 도망가는 소리가 들렸다. 중간중간 엄마가 얘기했던 늑대가 생각나 긴장한탓에 크리스가 성에 다다랐을땐 몸이 성치 못했다.꿀꺽. 침을 삼킨 크리스는 작은 제 집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큰 문을 바라보았다. 정말 시우민이 여기에 있을까. 크리스는 애써 마음을 다스리고 손잡이를 잡았다.똑똑똑. 털이 잔뜩나고 입과 손이 커다란 괴물이 나올것 같았다. 나오자마자 잡아먹히는건 아닐까. 크리스는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때 저 안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주러 나온듯 싶었다.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최고조에 이르자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어서오세요."괴물이 아니었다. 자신의 친구들과 같은 어린아이였다. 안심한 크리스는 아이에게 용건을 물었다."저기 혹시 여기로 시우민이 왔어?"아이는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크리스가 대답을 재촉하자 아이는 결국 크리스를 성 안으로 끌어들였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커다란 내부. 저 앞에 있는 문틈 사이로만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크다..넌 여기 혼자 살아?""네."자신보다 훨씬 작은 아이였다. 아이는 크리스를 불빛이 나오던 방으로 안내했다. 내부는 커다랗고 아늑했다.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 앞에 작은 탁자가 있었다. 크리스의 시선을 끈것은 그 위의 구슬이었다."어, 저거 수정구슬이지?""네."아이는 여태까지 와는 다르게 조금 밝은 모습으로 구슬앞에 섰다."누구를 찾는거에요?""내 친구. 없어졌어."크리스는 아이쪽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아이는 꼭 마녀가 주문을 거는듯 수정구슬을 어루만졌다. 크리스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여기는 너무 외로워요. 내가 친구를 찾아주면 같이 있어준다고 약속할 수 있어요?""어? 근데..나는 집에 가야해. 걱정하실꺼야."크리스가 곤란한듯 말했다. 아이는 살짝 실망한듯 보였다."그럼 나도 친구를 찾아주지 않을꺼에요.""대, 대신 매일 놀러올께! 그럼 찾아줄꺼야?"크리스는 어린 티를 내듯 온몸을 가만히 두질 못한채로 자꾸만 움직였다. 조마조마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좋아요."아이는 제안을 수긍했다. 이윽고 수정구슬로 무언갈 한참 들여다보더니 말했다."친구는 성당에 있어요. 성당 이층 다락방.""정말? 고마워!"크리스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그대로 달려나갈뻔 했다. 그러나 발을 옮기려던 찰나 외롭다던 아이의 말이 문득 떠올라 잠시 멈출 수 밖에 없었다."꼭 돌아올께. 매일 밤 올께. 약속."크리스가 손을 뻗었다. 잠깐동안의 정적이 있었지만 아이는 마침내 손을 잡았다. 엄지를 맞댄 둘은 싱긋 웃었다."난 크리스야. 넌?""..난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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