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상형이 뭐야? 라고 물어보면 내 대답은 딱히 없는데? 였다.
연애하고 싶다고 노래는 엄청 불러놓고 막상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소심하게 말 한 번 못걸고 역으로 철벽이나 치는 나는 정말 모태솔로, 연애고자였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20년 인생 정말 제대로 신경쓰이는 남자사람 하나가 생겼다.
***
"으으으....."
" 눌렀어?? 결과 나왔어?"
"아니.. 아 진짜 못누르겠어ㅠㅠ 떨어지면 어떡하지? 진짜 나 여기 가고 싶다고ㅠㅠㅠㅠ"
"아, 야 몇분째야. 빨리 눌러봐. 나도 궁금하다고! 너 백퍼 붙는다니까?"
나는 지금 몇 분째 부동자세에 똑같은 창을 킨 채로 앉아 김태형과 전화를 하고 있다. 오늘은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대학인 방탄대가 합격자 발표를 하는 날인데 발표를 한지 벌써 30분이나 지났다. 하지만 너무 떨려서 창만 켜둔 채로 수험번호도 못치고 가만히 앉아있다. 몇십분 째 이러고 있으니 김태형도 답답한지 계속 재촉한다. 나도 결과 완전 궁금하다고! (아 궁금할까봐 얘기하자면 김태형은 이미 방탄대 패디과에 붙었다. 공부는 못했지만 실기는 오질나게 잘해서 수시에 붙었다는..)
"...알았어 누른다? 진짜로?..."
"응응."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험번호를 치고 '조회'버튼을 눌렀다. 페이지 창이 바껴도 나는 잠시 고개를 숙인채로 있었다.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살짝 들자 보이는....
'합 격'
헐 뭬친????!!!!!!!!!!!!!!!!!!!!!!!!!!!!!
'김탄소 학생은 방탄대 시각디자인과에 마침내 합격하셨습니다!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신입생 등록기간은.....'
창을 보자 보이는 내 이름과 합격이라는 단어. 그리고 폭죽 빵빠레.
미친!!!!!!!!!!!!!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나 합격했다 친구야!!!!!! 재수를 면했다고오옼!!!!!! 악 시끄러워 김태형이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핀잔을 준다. 봐봐. 내가 너 백퍼 붙는다고 했지? 완전 축하한다 진짜. 그렇게 그 학교 가고 싶다고 난리 치더니만. 김태형의 진심어린 축하를 듣고 몇분동안 신나는 수다를 하고서야 나는 전화를 끊었다. 솔직히 실기 평가때 내가 생각한대로 그림이 나오지 않아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완전 재수 각이라서 낙심하고 있었는데 신이 드디어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셨다.
내가 인서울이라니!
방탄대에 간다니!
아 빨리 3월이 왔으면 좋겠다.
작곡과 민윤기 00
w. 꽃비누
숨이 목까지 차올랐다. 미친 입학식 날부터 늦잠이라니 내가 진정 미친거야. 오티때 만난 동기들, 선배들과 늦게까지 단톡을 하고(정확히 말하자면 눈팅, 사실 소심해서 인사밖에 못했다) 앞으로의 캠퍼스 생활에 대한 망상을 하느라 설레서 밤잠을 설쳤더니 결국 김태형과 만날 약속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오늘부터가 진짜 대학생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늦잠이라니, 화장도 제대로 못하고 어째 불안불안하다.
'어쭈 빨리도 온다, 김탄소?"
"아 김태형 아직도 기다렸냐? 먼저 가지 미안."
"뭐 너가 늦은 것도 한두번도 아니고 첫 날이니까 오늘만 기다려주는거다. "
"올 김태형~ 고맙다 짜식."
"입학식 아직 시작 안했지?"
"이제 곧 시작할듯."
내 과를 찾아 부랴부랴 자리에 앉자 마자 입학식이 시작됬다. 주변을 보니 다들 벌써 친해졌는지 자기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는다. 오티가면 뭐하나. 친해지지도 못하고. 아무래도 난 소위 말하는 '아싸'가 될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입학식이 끝나고 과별로 모이는 시간도 끝나고 김태형을 기다렸다. 몇 분째 오지 않아 전화할려고 폰을 드니 연락이 온다. 그새 동기들과 친해진건지 오티도 안간 놈이 친구들과 밥을 먹으러 갈껀데 같이 가잔다. 가봤자 어색하고 불편해질것 같아서 괜찮다고 말했다. 다들 친구나 애인들과 어디론가 떠나고 혼자 아직 쌀쌀한 캠퍼스를 걸었다. 아 춥다. 둘둘 매어진 목도리를 더 위로 끌어당겼다.
집에 가려고 발걸음을 내뻗으려는 찰나, 고요한 캠퍼스 안에 악기소리가 울려 퍼진다.
피아노 소리다.
아는 곡에 마음이 들떠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한 복도를 따라가니 열려있는 레슨실 한 곳이 보인다. 조심스레 안을 보면 누군가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저물어가는 노을을 배경으로 물흘러가듯 건반을 누르는 하얀 손가락과 잔잔한 미소를 띤 얼굴을 홀린 듯 쳐다보았다.
곡이 끝나고 기쁜 마음에 박수를 쳤다.
"Acoustic Cafe- Last Carnival."
그가 고개를 돌렸다.
"맞죠. 제가 그 노래 엄청 좋아해서요. 진짜 잘 들었어요."
눈이 마주쳤다.
잠시 아무말 없던 그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봤던 잔잔한 미소와 함께. 갑자기 뭔가 훅 들어온 것 처럼 난 그 자리에 굳었다. 몇 초간 그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듯 건물을 빠져나왔다. 꿈꾼 것처럼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고 얼굴에 열기가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정말 오랜만에 '설렘'이란 감정을 느꼈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나에게 '이상형'이란 것이 생긴 것 같다.
'피아노 치는 남자'
아는 정보는 이것 밖에 없다. 난 그 사람을 찾기로 마음먹엇다. 그 사람이 동기든 선배든 간에 어떻게든 꼭 다시 찾아낼 것을 다짐했다.
그렇게 소심한 나의 인맥쌓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
잘 부탁드립니다. 암호닉 신청 받아요! (그렇게 아무도 신청을 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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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고 영향력이 크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