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벌진트 - 굿모닝 (Inst.)
브금도 함께 들어주시는 센스 ♥
후배님. 이 말을 듣자마자 온 몸에 소름이 제대로 돋았다. 그냥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기억하고 있었을 줄이야. 내가 지나가는건 또 어떻게 안건지 정말 눈치빠르다. 설마설마 했지만 진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민윤기이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괜시리 아까 스윗하게 나를 데려다주고 사라진 김남준 선배가 미웠다. 그 선배도 민윤기한테 부탁받은거였겠지만.
강제로 자리에 앉게 된 나는 가시방석마냥 불편하게 꼿꼿이 앉아있었다. 긴장한 상태로 치마 자락만 꼭 붙잡고 민윤기의 눈치만 봤다. 본 적없는 표정에 제대로 겁먹은 나는 저 차가운 얼굴에 어떤 쌍욕이 나오더라도 다 수긍하고 닥치고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분째 민윤기는 말이 없었다.
뭔 말이라도 화라도 내주길 바랬지만 민윤기는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아먹으며 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이도저도 아니게 된 나는 몇분간 멀뚱멀뚱 앉아 눈치보는 것도 지쳐 멍을 때렸다. 왜 아무 말도 안하는거지. 도저히 이 분위기를 못견딜것 같은 나는 결국 선수를 치기로 했다. 여기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나는 머리박고 무작정 빌기로 결심했다. 결국 침묵 속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죄송합니다!"
작곡과 민윤기 02 : 사(4)자대면과 노예계약 上
W. 꽃비누
"....."
"전 정말 선배님인줄 몰랐어요.. 제 친구가 선배님이 동기인것 같다길래, 전 진짜 그 말만 믿은건데, 그 과방에 찾아가자고 한 것도 제 친구고 아무튼 그것 때문에 불편하셨다면 정말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솔직히 선배님이라는 말 듣고 겁먹긴 했는데 정말 끝까지 피해다닐 생각은 아니었어요. 진짜 죄송합니다. 조용히 살테니까 염치없지만 소문만 내지 말아주시면....
"가 봐."
"..네?"
나는 정말 머리까지 테이블에 박으며 사과를 했다. 이 정도는 해야 될 것 같았다. 한 살 차이도 아니고 무려 복학생 선배님이신데, 정말 큰 실례라서 이렇게까지 안하면 정말 제대로 찍힐 거 같아서. 그렇게 내 비굴한 사과를 무표정으로 보던 민윤기는 허- 하고 바람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뭐야 어떡해 화나셨나봐.... 난 이제 망한거야 ^^......
그 소리에 또 쫄아 덜덜 고개도 못들고 있는데 다음에 나오는 한마디에 고개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엥 가보라니? 얼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을땐 민윤기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게 비웃음이든 용서의 웃음이든 나는 민윤기가 정색을 하지 않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표정없는 민윤기는 존나 무섭거든. 쭈굴대는 목소리로 되묻자 이유 없이 그냥 가라고 한다. 그래도 주춤대자 내 가방을 챙겨주고는 등까지 떠밀어준다.
아니 용서해주는건지 안해주는건지 말도 안해주고 대뜸 가라고 하면 소인이 어떻겠습니까.....예? 저 진짜 이렇게 가도 되는 겁니까? 진짜요? 말 듣고 나가다가 칼맞는거 아니야, 나? 내 안에서 두 개의 영혼이 난리를 친다. 한쪽은 이때가 기회라며 나중에 빡치기 전에 빨리 나가자는 쪽과 지금 나가면 나중에 후폭풍이 쩔게 올지도 모르니 다시 매달려서 그 자리에서 커피물을 뒤집어쓰더라도 대답을 듣고 가자는 쪽. 착한 후배인 나는.....
당연히 누구보다 빠르게 카페를 나가는 쪽을 선택했다. 뭔가 마음 한구석은 찜찜했지만 나가라는데 뭐. 인사를 하고 재빨리 튀어나왔는데..... 미친, 폰을 두고 나왔다. 망할. 어쩔 수 없이 되돌아가야했다. 다시 가자 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알 수 없는 미소를 띤 민윤기가 내 폰을 건네준다. 감사합니다... 하고 또 다시 그 지옥같은 장소를 빠져나왔다.
앞으로 저 사람과 인연은 없겠지 이제.
없어야만 한다.
는 개뿔.
***
시련이 계속되면 행복이 온다는 말은 구라임이 틀림없다. 완전 개구라.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저 톡의 정체는 무엇인가... '안녕' 안녕이라니???? 그 밑의 톡을 보니 '잘들어갔어/후배님/?' 이라니. 비몽사몽한 상태로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민윤기의 톡. 아니 전번은 언제 저장한거냐고? 대화명이 '윤기 센빠이'....... 세상에. 나는 서둘러 대화명을 '작곡과 민윤기 선배님'으로 바꿔놓았다. 소름이 또다시 돋았다.
어제의 카페 만남이 마지막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랐건만. 정말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지는구만. 갑자기 속이 미식거린다. 만약 민윤기가 선배가 아니었거나 내가 그 불편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 상황이 절-대 이렇지 않았을거다. 좋아서 날뛰고 있겠지. 그리고 김태형은 나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고기와 버거킹을 배터지게 얻어먹고도 남았을 것이다. 아 진짜 그 새끼만 아니었어도....
이 톡을 남들이 보면 분명 썸타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나를 빡치고 허탈하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불편한 관계가 된 것이 얼마나 괴로운지 아는가? 아 갑자기 눈물이..... 착잡한 마음을 추스리고 있을 때쯤 톡이 더 온다. 그 내용은 또 다시 나를 벌벌 떨게 만들었다.
[지금 일어났나 보네] 10:56
[그럼 좀 나와] 10:56
[남은 얘기나 하자] 10:56
[카페 토토로 와] 10:57
[안나오면] 10:59
[어떻게 할까] 10:59
아니 뭘 또 만나? 엉? 얘기는 어제 끝난것이 아니었나요? 선배님? 난 할 얘기가 없어요 님아....... 하필 대화창을 켜둔 상태라 '카톡을 못봤어요~' 같은 피의 쉴드를 칠 수도 없다. 나 카톡 왜 켰니... 그냥 바로 머리나 감을껄. 타이밍도 참, 처음으로 오늘이 토요일인 것이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다. 또 뭔 얘기를 하려는거야. 난 정말 이상형이고 뭐고 저 선배와 인연을 끝내고 싶었다.
***
카페 토토. 이 카페도 정말 질린다. 오늘 두번째 와보는 거지만, 뭔가 자주 오게 될 것같은 예감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카페에 들어서자 어제 그 구석자리에 앉아있는 민윤기가 보인다. 씨익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경련이 일어날것 같았지만 억지미소를 지은 후 옆을 봤는데, 익숙한 사람들이 보인다.
어제 나를 이 지옥으로 데려다 준, 스윗한 자세로 나를 반겨주시는 김남준 선배와 '안녕 탄소야...' 겁먹은 표정으로 말을 거는 치즈돈가스 새끼. 넌 이따가 뒤졌다. 눈빛으로 온 빡침과 비속어를 보내주고 옆에 앉았다. 내 눈빛을 읽었는지 안절부절 못하는 김태형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깡그리 무시했다. 나를 묵묵히 쳐다보던 민윤기가 말을 건다.
'뭐 마실래."
"네?... 아 저는 바닐라라떼요."
"남준아, 우리 후배님이 바닐라라떼가 먹고 싶으시단다. 좀 사와라."
"네, 형. 잠깐만 기다..."
"아니요, 아니요!!!!! 제, 제가 사올게요!!!!"
???? 아니 이건 뭔 상황이야? 나는 재빨리 일어나려는 남준 선배를 다급하게 말리고 빛의 속도로 커피를 주문하러 갔다. 나 놀리는 거지 지금? 와 진짜.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누르고 커피를 받아와 자리에 앉았다. 나 지금 골탕먹이려고 부른건가. 저 선배 장난아니다. 제대로 잘못 걸렸다. 괜히 김태형을 슬쩍 흘겨보자 딸기 케이크를 한 입 먹으려던 손이 덜덜 떨리더니 내려놓고는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자, 그럼 돌려말하는건 내 성격 아니니까... 그냥 말한다."
"....."
"나 어제 너 완전 용서한거 아닌거, 알지?"
"네..."
"그래서 앞으로 너가 고생 좀 더 할거야."
고생? 지금도 충분히 하고 있는뎁쇼. 뭘 더 고생하라는 건지? 정말 날 말려죽일 셈인가 잠시 진지하게 고민했다. 내가 아무 말 안하자 종이 하나를 꺼내는 민윤기다. '계약서'. 계약서라니? 제목을 보고 어이가 없어진 나는 다음 장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러자 손수 넘겨주시는 친절하신 선배님이시다. 정성스레 타이핑 된 내용을 본 나는 말문이 제대로 막혔다. 탄소야 노예가 된 것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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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와 윤기 계약 체결 축하(짝짝짝)
계약 내용은 다음화에...
앞으로 일어날 일들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직 안 나온 인물들이 나올 때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후후...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길.
(변명타임) 예......... 일주일만이군요..
죄송해요.... 사실 요즘 바쁩니다.
뭔가 일요일마다 올리게 되는 거 같네요.
그래도 윤기 분량 많이 넣었으니 봐주세요..
우럭....8_8
댓글은 저에게 글 쓸 힘을 줍니다♥
항상 보고 댓달아주시는 암호닉분들 사랑합니다♥
물론 제 누추한 글 귀한 포인트 내고 봐주시는 다른 독자님들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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