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화 읽고 오셔야 이해 가능합니다.
potentátus umbrácŭla (포텐타투스 움브라쿨라)
w. Martina
01
*사이코 메트리 -시계나 사진 등 특정인의 소유물에 손을 대어, 소유자에 관한 정보를 읽어내는 심령적인 행위 .
"..."
정국은 책상에 놓여있는 'potentátus umbrácŭla 입학 추천서' 를 가만히 내려보다 찢으려는 듯 움켜쥔다. 그 순간 정국아, 하고 간절히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와 동작을 멈춘다. 한숨을 내쉬며 종이를 내려놓은 정국이 머리가 아파오는 듯 안경을 벗고 이마를 짚는다. 이로 꾹 깨문 입술이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빨개진다.
[귀하는 입학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지만, 총장의 재량으로 입학이 허가되었습니다. 본교에서는 귀하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재로 생각하여 이 문서를 보내오니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시기 바랍니다.]
"헐, 엄마!!"
이름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로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하던 이메일 수신함에, 드디어 기다리던 메일이 나타났다. 이름이는 자리에서 펄쩍 뛰며 부모님을 불렀다. 세 가족이 서로를 끌어안고 감격했다. 다시 자리에 앉은 이름이 믿기지 않는 듯 [potentátus umbrácŭla 입학 허가서] 라고 쓰인 글을 몇 번이고 반복하여 읽어본다.
[귀하는 potentátus umbrácŭla 입학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입학과 함께 기숙사가 배정되니 짐을 챙겨 학교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일정과 기숙사 안내는 홈페이지 참조.]
3월 2일.
포텐타투스 움브라쿨라가 오랜만에 부산스럽다. 일년에 한 번인 큰 행사, 입학식을 앞두고 있기 때문. 각자 개성에 맞게 변형된 교복을 입은 2,3,4학년들과 달리, 꺠끗하고 반듯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신입생들이 어색한 기류를 뿜어내며 앉아있다. 나는 교복 가디건만 만지작거리며 주위를 힐끔 힐끔 둘러봤다. 그렇게 원했던 입학인데, 다른 신입생들을 보니 친해지기가 쉬워보이진 않는다. 두리번거리며 빈자리를 찾는데, 하필 맨 앞자리에 딱 두자리가 비어있다. 어쩌겠는가, 늦게 왔는 걸. 조용히 걸어가 자리에 앉았더니, 옆에 앉은 주황머리 남학생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어!안녕!"
"어..어 안녕."
"난 김태형이야. 몇 살이야?"
"스물 둘."
"헐, 동갑이네! 반가워!"
김태형이라는 애는 사람 자체가 친화력이 좋은건지, 좋은 척 하는건지. 해맑게 웃어보이는 얼굴을 왠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불쑥 내밀어지는 손에 악수도 하고.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얘기를 이것 저것 한다. 사실은 21살 때 입학했었다, 학기말 시험을 보지 못해서 유급되었다, 등등. 이런 이야기는 막 해도 되는건가. 내가 김태형을 빤히 바라보자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인다. 이윽고 비밀 하나를 얘기해 주겠다며 나에게 가까이 붙는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게 깔더니 한다는 말이,
"여기 밥 진짜 맛있어."
김태형이랑은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겠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우리 앞의 테이블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선배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내 옆자리에 누가 와서 앉는다. 검은 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낀 남학생이었다.가만히 앉아만 있는데도 풍기는 분위기가 나를 위축되게 할 정도로 강했다. 게다가 나는 김태형만큼 친화력이 좋은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가만히 앞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옆에서 조잘대는 김태형의 말은 무시하려고 노력하며.
"제 54회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총장님이다. 마치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은 신기함에 눈을 반짝거리며 집중했다. 먼저 학칙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기숙사는 어떻게 배정되는지 말씀해 주셨다. 나를 비롯한 신입생들은 매우 흥미롭다는 듯이 듣고 있는데, 내 옆에 앉은 동그란 안경의 남학생은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땅만 바라보고 있다. 잠깐 시선을 돌렸다가, 괜히 오지랖 부리지 말자는 생각에 다시 총장님께 집중했다. 위엄있는 목소리로 설명을 끝내신 총장님은, 기숙사를 배정하겠다며 신입생들 앞으로 걸어오셨다. 자연스레 온 학생과 교수님들의 시선을 받게 된 신입생들은 긴장한 상태가 겉으로 다 드러났다.
"입학을 축하합니다, 여러분."
분명 웃으면서 하시는 말씀인데, 위압감에 눌려 아무도 크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저 침만 꼴딱꼴딱 삼킬 뿐. 모두의 시선이 총장님께 쏠려있는 와중에도, 내 옆의 남학생은 땅만 바라보고 있다. 진짜 쟤는 뭘까. 빤히 보던 내 시선을 느낀건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움찔 놀라 시선을 피했다. 드디어 총장님께서 한명씩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그니스, 템푸스, 템푸스, 이그니스. 벌써 열 명이나 불렀는데 사이코메트리는 한 명도 없다. 설마 나 밖에 없겠어, 하는데 그 순간 처음으로 사이코메트리가 호명되었다.
"박지민!"
"네."
"트란슬레고!"
박지민이라는 남자아이가 밝게 웃으며 트란슬레고 선배들 쪽으로 다가가자, 다들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환영한다. 기숙사복이 검정과 와인이 섞인 옷인가보다. 속으로 예쁘다.. 생각하는데 내 시선에 옆의 남학생이 들어왔다. 아마 트란슬레고 쪽을 보는 것 같았다. 얘도 설마 사이코메트리인가, 생각하는데 내 이름이 불려 흠칫 놀라며 일어섰다.
"트란슬레고!"
아직도 긴장이 풀리지 않아 작게 쉼호흡을 하며 트란슬레고의 테이블 쪽으로 향했다. 다들 웃으며 환영해준다. 인사를 하며 선배들을 한명씩 살펴봤는데, 다들 뭔가 모범생 이미지다. 대체적으로 어두운 머리색에, 단정한 교복차림. 자리에 앉았더니 방금 전에 봤던 박지민이 인사를 건네온다. 잘 지내보자며.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온 몸으로 착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나를 바라보는 귀여운 얼굴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선배들의 질문에도 간간히 답하며 적응하는 중인데, '전정국' 이라는 이름이 들려 총장님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궁금하던 전정국이 대체 누군가 싶어 먹고있던 과자도 얼른 삼키고 기다렸다. 그런데, 일어난 사람은 아까까지 내 옆에 앉아있던 그 남학생이었다.
"트란슬레고!"
사이코메트리라니. 총장님께 살짝 고개숙여 인사하더니 이쪽으로 다가온다. 여전히 표정은 처음 그대로. 선배들도 전정국에 대해서 들어본 듯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런 선배들이 안중에도 없는 듯 간단히 인사만 하고 걸어와 내 앞자리에 앉는다. 와, 얘 진짜 뭐지. 오히려 반가워하던 선배들이 머쓱해하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추천서 받아서 들어왔다고 무게 잡는 건가. 살짝 시기심이 들었지만 애써 참고 박지민과 대화를 했다. 어디서 왔냐, 시험은 어땠냐 등등. 생긴것 만큼 착해서 친해지고 싶어졌다.
"김태형!"
"네~"
"트란슬레고!"
처음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한 듯 생글생글 웃으며 배정을 받는다. 나풀거리는 이상한 몸짓으로 다가오더니 이미 친한 선배들과 장난을 주고받는다. 작년에 입학했을 땐 막내였을테니 온갖 귀여움을 다 받았을거다. 올해는, 내가 아는 게 맞다면 전정국이 제일 어리다. 스물 하나. 친화력이 없는건지, 원래 성격이 저런건지. 김태형이 옆에 달라붙어 이것저것 말을 걸어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망부석 같은 전정국에게 어떻게든 대답을 얻어내려 애쓰는 김태형을 애잔하게 바라보다가, 나를 부르는 선배들의 목소리에 얼른 고개를 돌렸다.
"성이름? 스물 두살이야?"
"네!"
"올해에 여학생이 많이 안들어와서 어색할까봐. 괜찮지?"
"아,네! 괜찮아요."
회장 쯤 되보이는 반듯한 이미지에 상냥하기까지 하다. 걱정하지 말라며 웃어보이자 씩씩해서 좋다며 내 어깨를 두드려준다. 선배들이 내가 어색하지 않게 장난도 치고 학교에 대해서 알려준다. 한참을 선배들과 이야기하다 문득 앞을 바라보니, 김태형이 입을 쭉 내밀고 과자만 오독오독 씹어먹는다. 아마 전정국 입 열기에 실패한 것 같다. 실패할 것 같더라니. 지민이도 선배들과 이야기하느라 바빠보여서 나도 혼자 과자만 오독오독 씹어먹었다. 신기하게도 올해 신입생 중에 여자가 거의 없다. 40명 중 13명뿐인 트란슬레고에서는 나를 포함해서 여학생이 단 두명이다. 그 한명을 찾기 위해 두리번 거리는데. 새까만 긴 생머리를 한 여학생이 보인다.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그 여학생 옆자리에 앉았다. 같은 여자를 보자 뭔지모를 반가움이 생겼다. 그 여학생은 내가 앉자 살짝 놀란 눈치다.
"안녕!"
"..안녕.."
"여자가 너랑 나밖에 없어서. 우리끼리는 친하게 지내야겠다 그치!"
"응.."
자신의 이름이 강시호라고 말한 이 여자애는 성격 자체가 굉장히 소심한 것 같았다. 내가 계속 말을 걸어도 고개를 좀처럼 들지 않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작고 여리여리한 몸집에 꽤나 어울리기도 했다. 계속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남자들만 가득한 이 기숙사에서 어떻게 잘 지내려나 걱정되기도 했다. 친해지려고 노력하던 와중에, 선배들이 불러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급하게 부르길래 왜 그러냐고 했더니 다들 전정국을 손으로 가리킨다.
"얘 추천서로 들어왔대!"
"세상에. 유명해서 들어는 봤다만 그정도일 줄이야."
"3년 만이지??"
"대박이지 이름아!"
"아.."
난 이미 알고 있었는데. 선배들은 어떻게 안거지? 전정국 성격에 스스로 말했을리는 없고. 잔뜩 흥분해서 소리치는 선배들이 내가 그렇게 놀란 기색이 없자 설마 알고 있었냐고 물어온다. 선배들의 물음에 전정국이 가만히 물을 마시며 나를 쳐다본다. 그 눈빛이 뭔가 나를 무시하는 듯 한 기분이다. 아, 자격지심인가.
"네, 알고 있었어요."
"어떻게??"
"아..그게.."
그럼 우리 아버지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그럼 집안 자랑하는 철없는 애로 보일 것 같다. 선배들과 동기들이 눈을 반짝이며 물어오지만 대답을 게속 망설였다. 어떡하지, 아빠 이야기를 해야되나. 아직은 껄끄러운데. 입술만 꾹꾹 깨물고 있자 선배들이 나를 잡고 흔들어댄다. 궁금해 죽겠다며. 아, 아무래도 괜히 얘기한 것 같다. 대충 변명으로 둘러대려 입을 여는데, 나보다 한 발 빨랐던 전정국에 의해 입이 다물어졌다.
"저랑 아는 사이여서."
언제부터 나랑 쟤랑 아는 사이였지. 내가 표정관리를 못하고 멍하게 전정국을 바라보자, 눈치를 좀 가지라는 듯 살짝 인상을 쓰고 나를 바라본다. 그 살벌한 눈빛에 흠칫해 얼른 정신을 차리고 어색한 연기를 시작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부모님끼리 친하셔서~ 하는 뻔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내 변명이 미심쩍지는 않았는지 아무도 더 파고들지 않았고, 전정국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고비를 한 번 넘기긴 했는데, 앞으로 어쩌려고 저러지. 쟤는. 상황이야 어찌 됐든 고맙긴 한데,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 근데 이제 재랑 친한 척 해야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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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정쿠와 여주는 시작부터가 극과 극이네여. 이 관계가 앞으로는 더 잘 드러날거에여
1. 자까는 시험기간
2. 그래서 짧아요 미앙..8ㅅ8
3. 대충 주인공들의 분위기를 나타내봤어요
4. 1화니까 떡밥만 여기저기 ㅎ
5. 다음화는 아마 조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
6. 혹시 암호닉 같은 거 신청하실 분들 있으면
7. 조금만 참아요 (없으면..머..네..김칫국)
8. 난 암호닉 받을만큼 조은 자까가 아니야..!
9.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10. 다음화는 꼭 더 재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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