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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에 누구나 그렇듯 불쾌지수는 상승곡선을 그려냈다. 에어컨 작동은 꿈에도 꾸지 말라는듯 아예 학교에서 전원을 꺼버려 탈탈탈탈 하는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이 가득하다. 4교시가 끝나가고 이제 막 점심시간이라는 종이 울리자 마자 너나 할 것 없이 축 늘어져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급식실로 향했다. 혼자 자리에 엎드려 교복을 펄럭이던 태민이 끼익 소리 내는 의자를 뒤로 빼며 음악실로 향했다.
새 음악실이 생기면서 원래 쓰던 음악실이 악기를 두는 창고로 바뀌면서 점심시간에나, 홀로 있고 싶을 때 는 항상 구 음악실로 향하는 태민이었다. 그늘 막에 걸쳐있는 교실이라 선풍기가 없어도 충분히 시원한 이유도 있었지만.
“ 어… ”
오늘도 아무도 없겠지 하고 향한 음악실에는 누군가 음악실 중앙에 누워 자고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던 태민이 아무렴 어때 하며 음악실 안에 들어가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아 엠피쓰리를 켰다. 자는 이가 누군가 싶어 힐끗 보니 제 집 안방 마냥 잘 자고 있다. 곧 있으면 코 까지 골듯 잘 자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점심시간이 시작 된 지 몇 분이 흘러가고 이 곡 저 곡 들어보던 태민이 순간 귀에서 이어폰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고개를 돌려보니 낯선 얼굴이 제 앞에 떡하니 있다. 솔직히 놀라서 움찔하자 남자가 픽 웃고는 제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 야, 너 뭐야. ”
놀랐던 것도 잠시 1학년을 나타내는 노란색 명찰에 태민이 인상을 찌푸렸다. 검은색 머리카락이 눈을 덮을 정도로 길어 저를 쳐다보는것도 노려보는것 처럼 보일 정도의 인상이다. 무튼간에 처음보는 사이면서 멋대로 이어폰을 가져가 버리는 행동에 인상을 찌푸린 태민이 뺏어가듯 이어폰을 빼버렸다. 그러자 그제야 하하 하는 웃음을 보인다.
“ 이거 노래 뭐에요? 좋네. ”
“ 미쳤냐? ”
“ 아뇨, 그냥 깨고 나니까 노래 듣고 있길래. 뭐 듣나 싶어서. ”
날카로운 말에 미꾸라지 담 넘듯 유하게 대답한 녀석이 또 웃는다. 가만히 있을 때는 날카로운 인상이 웃을 때 는 유하게 풀린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괜히 머쓱해진 태민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이어폰을 귀에 꼽았다. 힐끗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 끝날 시간이 20분 가량 남았다.
“ 선배님 ”
어깨를 톡톡 치며 말하는 목소리에 뭔데? 하듯 고개만 돌려 녀석을 쳐다봤다. 우 지 호. 노란 명찰에 적힌 이름에 녀석 이름이 우지호 구나 생각했다. 불러놓고는 아무말도 없던 녀석이 내 명찰을 툭 치더니 피식 웃는다. 무슨 행동인가 싶어 한쪽 눈썹을 올리고 쳐다보니 또 웃는다. 뭘 이렇게 잘 웃나 싶다.
“ 이태민 선배님? ”
“ 뭐하는 짓이냐. ”
“ 아뇨, 그냥. 이름이 뭔가 싶어서. ”
허- 어이없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맥 빠지는 행동에 아예 무시하자 생각하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녀석도 딱히 더 할 말은 없었던 것인지 아무런 행동도 않고 가만히 있는다. 귀에서 들려오는 노래 외에는 쥐 죽은듯 조용하다.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있으니 어느새 한곡이 다 되가던것이 4곡 정도 흘러가버렸다. 곧 종이 칠 것 같다는 생각에 감았던 눈을 뜨니 녀석의 얼굴이 두 눈 앞에 떡하니 있다. 방금전에 놀랬던것 과 같이 이번에도 움찔하니 또 웃는다. 괜히 비웃는것 같아 목 주위가 뜨겁다.
“ 뭐 … ”
뭐냐고 묻기도 전에 듣고 있던 엠피쓰리를 가져가더니 이어폰만 빼고 일어선다. 뭐하는 짓인가 싶어 두 눈만 따라가니 엠피쓰리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이내 제 주머니에 넣는다.
“ 뭐 하는거야, 내놔. ”
“ 이제 종 치겠다. ”
“ 야, 내 놓으라고! ”
“ 수업 끝나면 찾으러 와요. 아까 노래 뭐냐고 물었을 때 대답 안해줬잖아. ”
어린애 같은 대답을 늘어놓더니 음악식을 뛰어 나가버리는 바람에 귀에 달랑 거리는 이어폰 만 남았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다, 뭐 저런 미친새끼가 다 있냐는 생각이 들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듯 경쾌하게 울리는 종소리에 아오! 뭐 이런 재수가 다 있어! 하고 발을 구르다 음악실 바닥에 눈길이 멈췄다.
[ 1학년 5반 나는 당신의 수호천사 뿌잉뿌잉 ]
먼지가 가득한 음악실 바닥에 손가락으로 쓴 건지 글자가 적혀있다. 미친,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글에 허- 하고 다시 어이없는 웃음이 터졌다. 1학년 5반? 내가 너 이 새끼 가만 안 놔둔다. 종이 쳐버려 하는 수 없이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상하리 만큼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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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발 퇴갤 되도 걍 읽어줘요..........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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