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323199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BBB 전체글ll조회 579
무언가 나를 강하게 자극했다. 나는 냄새나는 반지하에서 빛을 만났다.     

    

    

    

01. 모든 것의 시작.    

    

    

    

너와의 이야기의 시작이자, 내 사랑의 시작. 끝없이 펼쳐진 이 연장선 위에서 너는 춤추고 나는 너를 쫓는다. 닿을 듯 멀어지는 너는 그 자체로 빛난다.     

    

    

    

'아빠, 여기에 누가 있어요!'    

    

    

    

빛이라곤 들어오질 않던 반지하 창문이 열리던 날. 그 단단해보이던 문이 부서지고, 쇠창살이 부서지고, 목줄이 부서지고, 아빠가 부서지고. 나는 말할 줄 몰랐고, 읽을 줄 몰랐고, 웃을 줄도 몰랐다.     

    

    

    

'너는 느이 엄마를 참 많이도 닮았구나.'    

    

    

    

여기저기 생채기가 난 두꺼비같은 손에서 벗어난 기쁨. 나에게서 엄마를 찾던 짐승의 숨소리. 내 앞에서 부서지는 희열. 그래, 그 때 나는 처음으로 내 의지로 웃었던 것 같다.     

    

    

    

내 손을 잡은 손. 하얗고 말랑말랑한. 내 연장선의 시작.    

    

    

    

    

    

***    

    

    

    

    

    

"차학연."    

    

"운아, 이제 와?"    

    

"어디 있었어?"    

    

"..왜?"    

    

"어제 집에 안 들어왔었잖아."    

    

"친구 집에 놀러갔었어."    

    

    

표정이 순간 굉장히 구겨진다. 어제는 우리의 첫만남, 그러니까 내가 말그대로 개같은 생활을 했었던 그 반지하에서 처음으로 나온 날이었다. 모든 것의 시작. 니가 나에게 연민을 품고, 동정을 하고. 나는 너에게 내 첫 마음을 주고. 너는 손에 쥔 것이 내 마음인 줄도 모르고 나를 뒤흔든다.    

    

"친구?"    

    

넌 친구가 없잖아. 강한 불신이 눈에 가득 찼다. 조금 더 그럴듯한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거짓말하지 말고.."    

"..."    

"어디갔었어?"    

    

정의 온도는 내가 감당하기엔 조금 벅차다. 내 상담의는 어릴 때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해서 라고 했다. 갑자기 다가오는 너의 그런 애정과 관심은 나를 숨막히게 하고, 동시에 흥분시킨다.    

    

"..학연아."    

    

미안해. 사랑해. 내 방법이 평범하지 않을 수는 있어. 그래도 너라면 받아줄 것 같다고 생각해. 이건 이기심일까.     

    

"진짠데.."    

    

팽팽하게 늘어난 고무줄처럼. 너는 내가 말할 때까지 마냥 서있을 것 같이 나를 쳐다본다. 숨쉬기가 곤란하다. 이내 한숨을 길게 내쉰 택운이가 발을 뗀다.    

    

"오늘 저녁은 같이 먹어."    

    

나는 너에게 뭘까. 이건 단순히 가족이라는 범위에게 허용된 관심일까?     

    

    

***    

    

    

"선생님."    

"맡씀하세요."    

"저 요새 헷갈리는게 있어요."    

"뭔데요?"    

"제가 지금 느끼는게 단순히 가족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인지, 아니면.."    

    

상담의는 웃었다. 그 웃음이 내게 힘을 실어 주는 느낌이다. 밖에는 눈이 내렸다.     

    

"눈이 오니까 겨울인게 확 느껴지죠?"    

    

상담의가 창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방 안을 채운다. 아침에 택운이가 목에 매준 목도리를 다시 고쳐맨다.    

    

"며칠전까진 가을이었던 것 같은데. 그쵸?"    

    

내게 공감을 얻어내려는 것 같은데, 나는 상담의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겠다.    

    

"감정이라는 것도 그렇죠. 어느 순간 꽃이 피고, 비가 오고, 단풍이 만발하고, 눈이 내리죠. 그리고 사람은 그제서야 아, 꽃이 피었구나. 이제 봄이다. 하고는 해요."    

"..."    

"꽃이 피었나요?"    

"잘..모르겠어요."    

"잘 생각해봐요."    

"아뇨, 이해가 잘 안 가서요."    

    

상담의는 창문을 닫더니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천천히 하죠. 천천히."    

    

더 복잡해진 기분이다. 내가 너한테 느끼는 사랑이, 택운아. 이건 단순히 가족애인걸까? 난 잘 모르겠어. 내가 가족에게서 느꼈던건 이런 느낌이 아닌걸.    

    

    

***    

    

    

'사랑해, 사랑..해..'    

    

역한 냄새. 기분 나쁜 손길. 목줄에 묶여있던건 나였지만, 그곳에 짐승은 내가 아니라 아빠였다. 내 얼굴을 쓰다듬다가도 어느 순간 화를 내고, 나를 안고 미안하다며 울다가 결국 쾌락에 무너진다. 아빠가 나가고 나면 차가운 방바닥에서 헐떡이던 어린 나는 울 줄도 몰라서. 눈물이 나오는지 콧물이 나오는지. 아니면 어린 꽃망울에서 짐승의 흔적이 흘러나오는지. 깊은 심연에 빠진 것처럼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생각나지 않고 그냥 눈을 감고 싶었다.     

    

만약 아빠가 나에게 줬던 것이 사랑이라면, 그것도 정말 사랑의 형태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과연 너에게 어떤 형태의 사랑으로 존재해야 할까.     

    

    

***    

    

    

그 날, 학연이 감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날. 홍빈은, 그러니까 학연의 상담의는 기분 좋은 보람을 느끼다가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처음 학연을 맡았을 때보다 훨씬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연은 점점 깊어지기만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캄캄한.     

    

"선배, 밥 먹으러 가요."    

"어? 어, 아냐. 너네끼리 먹어."    

    

홍빈은 그 이후로도 몇 분 동안 그자리서 꼼짝 않고 학연의 차트를 뒤적이다가 저녁해가 지고 밖에 어두워져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빅스/택엔] 그대를 위해 살다 01  2
12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와 정말 글 잘쓰시네요! 하교니에게어떤 캄캄한ㅜㅠ 과거가있는건지 안쓰러울따름이네요 ㅠ.ㅜ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당 헿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학연이과거가불쌍하네요ㅠㅠㅠㅠ다음편기다릴게요!!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6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4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