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호 고양이의 의식의 흐름]
항상 코트를 벗지 않던 나그네에게 코트를 벗게 한 것은 살을 에는 바람도 차가운 눈도 아니었다.
정작 나그네의 코트를 벗긴 것은 한 여름의 미친듯한 햇빛이었다.
너는 내게 미친듯한 한 여름의 더위 같은 사람이었다.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둘러싸던 나의 코트를 너의 여름으로 벗게 했으며, 나를 더위에 취하게 한다.
나는 오늘도 네가 말하는 외국어를 듣지 못한 척 딴청을 부린다.
솔직하지 못한 네가 뜨겁게 내뱉는 그 타국어가 나는 좋았다.
내 마음을 뜨겁게 헤집고 가는 널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그래. '또라이'.
또라이, 예상치 못한 너는 나를 예상할 수 없게 만든다.
너는 항상 무심한 듯 보이는 눈과 따뜻한 빨강색이 입혀진 입술을 한채 나를 바라본다.
나는 오늘도 자꾸 너에게로 향하는 렌즈와 자꾸 찰칵거리는 마음의 셔터를 꾹 참으며 너를 몰래 본다.
[444호 또라이의 의식의 흐름]
나는 사람들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혹자는 나를 사차원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또라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 또라이라는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한 고양이 앞에서는 또라이라도 된 것 같다.
나만의 세계에 무단으로 침입한 고양이. 고양이 너는 어쩜 그리도 겨울을 닮아서 사람 마음을 시리도록 만드는가.
나는 몇몇개의 네 별명이 좋았고 그 말이 내입에서 터져나오는 것이 좋다.
너의 애교있고 사랑스러움을 알아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나는 억지로 하던 언어가 너 때문에 즐거워 지는 것이 무섭다.
나만의 내면의 공간을 자꾸 고양이 네가 너만의 세계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무섭다.
심지어 내 주위의 모든 세계가 너로 물들어 가는 사실도 무섭다.
그 사실이 그토록 무서워서일까?
고양이, 너에게 지금도 나는 진실되지 않은 타국어를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