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이신 분들은 움짤이 많아 스크롤 압박이 있을 수도 있어요 *
남자친구가 생기면 같이 손을 잡으며 공원을 돌면서 아이스크림을 나눠먹고 오리 배에서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 이것은 바로 나의 버킷리스트 제7장에 기록되어있는 문장이었다. 아직 사랑을 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니, 아예 모른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로맨스에 대한 환상만큼은 넘쳐난다는 점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제일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로맨스이기도 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봐서인지 현실에 대한 자각 인지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지만 최근에 본 나의 소녀시대가 그 영향을 끼친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상사병, 그 이상이다.
ch. 1
" 좋은 장소가 있다더니 고작 데려온 곳이 오리배 타는 데냐."
" 그럼 뭘 기대한 건데."
" 자기 발로 스스로 입장을 하는구만."
지민이 내 어깨에 팔을 걸치고선 물었다. 난 미리 사전답사도 할 겸 겸사겸사로 온 것이라고 당당히 답을 전했고 지민은 그런 나를 보곤 한심한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 어딜 스스로 입장을 한다는거야. 아직까지 멀쩡히 입구 앞에 서 있는데."
" 저길 봐도 모르겠냐. c. o .u .p .l .e의 핫 플레이스지, 어디긴 어디야."
알파벳을 띄우며 얘기하던 지민이 이마를 아프지 않게 때렸다. 바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은 요즘 인스타그램이며 페이스북이며 인터넷이며 어디든 할 것 없이 커플명소라는 태그만 들어가도 1순위로 나오는 아주 유명한 장소이다. 사실 이 곳이 제일 유행을 하고 있는 이유가 걷기만 해도 좋은 아름다운 산책길이 있기도 하지만 아마 그 미신때문일 것이다. 아니, 확신한다. 지금 걷고 있는 산책길 옆에 작은 못이 하나 있는데 그 곳에서 번호가 8번인 오리배를 타면 같이 탄 사람과 사랑에 이루어진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내려져오고 있었다. 동성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을 제외하고선 썸을 타는 사람들이나 연인들은 당연스레 이 곳을 찾아왔고 그로 인해 8번 오리배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역시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 역시 주말에는 오는 게 아니었어. 그냥 갈까?
" 꼭 오고 싶었다며. 곧 빠지겠지."
"그래도. 전에 왔을 때는 이렇게 많진 않았는데."
그 말에 지민이 의자에 축 늘어져있던 몸을 온 힘으로 트램폴린처럼 튕기고선 똑바로 앉아 나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시작했다.
" 언제 누구랑 몇 시에 왜 여기 왔어. 1분 1초도 빼먹지 말고 세밀하게 육하원칙으로 말해봐."
" 어떻게가 빠졌잖아. 3개월 전에 전정국이랑 7시에 오리배 타러 왔지. 야간에도 운행하는 줄 알았는데 안 하더라고."
" .........."
" 그래서 못 탔어. 8번 오리배 꼭 타고 싶었는데 정국이랑 같이."
" 어떻게는 들어봤자 뻔하니까 안 물어본건데. 알고 좀 말하지."
" 예예, 너 잘났다. 그게 네가 왜 궁금한데."
" ㄱ...그거야 네가 또 연애에 눈이 멀어 혹시 이상한 놈 만날까봐 친구로서 걱정되서 그랬지."
" 살짝 감동했다, 박지민. 걱정도 다해주고."
" 근데 넌 전정국 뭐가 그렇게 좋냐. 성격 지랄맞지 제멋대로지 걔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
" 그냥 다 좋아. 제멋대로 하는 전정국도 나 모르게 뒤에서 챙겨주는 전정국도. 근데 웃긴 게 뭔지 아냐."
" 뭔데, 하나도 안 웃기면 죽는다."
" 너 남대문 열렸어. 나여서 다행이지 여자친구 앞이었어봐."
"........"
" 내가 다 속상하다. 지민아."
다급히 시선을 아래로 내린 지민이 일을 수습하고선 조용히 날 올려봤다. 우쭐하던 어깨는 어디로 도망간건지 별 일 아니라는 자그마한 위로에도 움츠려든 그의 어깨는 더 이상 날개를 펼치지 못했다.
얼마가 지났을까, 우리가 탈 오리배가 저멀리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는 고개를 숙이고서 욕을 읊조리는 지민에게 민망해하지 말라며 그를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쫌생이 박지민은 배에 올라타고서도 침묵을 유지했다. 부푼 꿈을 껴안고 올라탄 나는 3분도 되지 않아 기진맥진이었고 역시 환상은 환상일뿐이였다. 오리배를 타는 순간부터 미친듯이 발을 굴리고 또 굴리고, 그러다 가만히 있자니 너무 더워 정신이 반쪽씩 가출하는 경지까지 다달랐다. 쉽게 바스라지는 낙엽처럼 나약했던 난 더위를 더 이상 이길 수 없어 햄스터가 쳇바퀴를 돌리듯 폭풍발길질을 하다 결국 진이 빠져 녹초처럼 기절해있었다. 그런데 여기도 커플, 저기도 커플, 아주 그냥 눈만 뜨면 커플인데 어째 우리만 이렇게 찌들어있는건지 괜히 주변 사람들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오리배를 타러왔으면 페달에만 집중하던가!!!!!!!!! 왜 서로의 손을 탐내는가!!!!!!!!!! 가슴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불난 속을 이내 불경으로 다스렸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그러다 문득 노트북으로 본 영상 하나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뽀뽀와 키스의 차이점은?
혀의 유무래요.
맞아요. 그대들이 생각하는 그것이 굉장히 궁금해졌다.
" 지민아, 나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근데 내가 막 그런 영화를 본 건 아니고 어쩌다가 들었는데- “
" 변명하지 말고 말해. 지금 굉장히 우울하다.“
"뽀뽀와 키스의 차이점이 정말 혀의 유무야? 뽀뽀는 알겠는데 키스는..... 진짜 그런가 궁금해가지고."
지민이 순간 당황했는 듯 마시고 있던 물을 죄다 뿜어버렸다. 그래, 아주 많이 직설적이긴 했지.
" 무슨 여자애가 필터링 하나 없이 말해."
" 괜히 나땜에 옷만 젖었네. 미안하다."
" 넌 그런 야시꼬리한 질문을 왜 이런 무드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그러냐. 할 거면 분위기 좋은데 가서 좀 애기하면 어? 가르쳐주기도 하고 그럴텐데.“
지민이 힐끗힐끗 눈치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아니, 넌 왜 얼굴까지 빨개지고 난리세요. 키스라는 단어가 그렇게 야한가. 아니면 저렇게 순수한 아이였나. 그저 더워지는 날씨 탓에 풀려가는 눈을 바로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를 보던 박지민이 갑자기 턱을 괴었다.
" 왜 알려줘? “
" 지금 타이밍에 이건 또 무슨 시발라야 허스키같은 소리지."
" 선생이 되어서 학생이 질문을 하는데 모른척 할 순 없지. 그건 선생의 의무가 아니잖아.“
박지민이 능청스럽게 눈을 접으며 웃었다. 그러다 턱을 괴고 있던 손을 풀더니 한순간에 내 뒤통수를 잡았다. 이게 더위 먹더니 사고 회로까지 정지됐나.
" 뭐하냐, 너 지금."
" 알려달라며. 거부하지 말고 이리와."
" 내가 언제. 잘 밤에 심장 후려치는 헛소리하지 말고 손 떼라."
지민이 입술을 다물고는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손 떼라고 했어. 오지 마, 진짜 오지마. 뭔 짓을 할 지 몰라. 온갖 협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지민이 서서히 다가왔다. 이럴 땐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온 몸에 신경이 굳었다.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딸아 딸아, 개딸아 남자는 다 늑대여.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지민에 난 눈을 질끈 감으며 오지 말라는 외마디와 함께 그의 어깨를 힘껏 밀었다. 그러자 지민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사람이 물에 빠지는 소리가 났다. 어?!?! 잣됐다. 이게 아닌데. 감았던 눈을 단번에 치켜떴다. 당장 앞에 있어야 할 박지민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난 병신같게도 지금 우리가 물 위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분명히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으니 물에 떠야 되는데 지민이 보이질 않아 도움을 청하기 위해 담당 아저씨의 번호를 입력하다 방금 전 지민이 너무 더워 못 버티겠다면서 구명조끼를 벗었던 기억이 순간 떠올랐다. 말렸어야 했는데 큰 일이 있겠나며 보고도 신경쓰지 않았다. 나쁜 생각들이 머릿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겁이 나 미친듯이 소리치며 찾기 시작했다. 어디있는거야, 제발 살아만 있어, 박지민. 울면 안 되는데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위험한 걸 알면서도 방관했던 내 잘못이 더 컸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 119가 도착했고 다행히 못의 수심이 얼마 되지 않아 지민을 구조대원 분들이 안전하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위험한 상황이 일어났을지도 모를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 항상 박지민은 나한테 생각이 짧다며 생각을 길게 하라고 했는데 그 말이 다 맞았다. 마주 잡은 지민의 손이 차가웠다. 그리고 지민이 이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눈을 천천히 떴다.
" 깼어? 괜찮아? 미안.... 다 미안해."
" 네 잘못 아냐. 오늘은 내가 장난이 좀 심했어, 그렇게 밀어버릴 줄은 몰랐지만."
" 그래도..."
" 근데 너 꼴이 그게 뭐야. 나 죽는 줄 알았는데 용케도 살았네, 또 살았어.“
"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끄윽- 위에 구명조끼만 떠다니고 너는 보이지도 않고 안 보이길래 죽는 줄 알고 놀랬잖아, 이 개자식아. 분명히 거기에 벗지 말라고 써져 있었는데 상식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너 수영 못하는 거 다 알면서 생각도 못 하고 흐읍- 미안해. 잘못했다간 진짜 죽을 뻔 했어."
나는 그 말에 더 서럽게 울었다. 이 개새끼야, 왜 그렇게 태연하게 말하냐고. 사람 더 미안하게.
남자치고는 작은 지민의 따뜻한 손바닥이 내 등을 자꾸만 토닥였다.
조금 있다 퇴원하면 반 죽여놔야겠다.
♥ 고마운 나의 탄님들 ♥
[콧구멍] [바다코끼리] [종구부인짱짱] [캔디] [몬랭] [멜류] [계란두뷰] [모비] [무네큥]
잘 지내셨어요 ㅠㅠㅠ 보고싶었숨돠 ㅠㅠㅠㅠㅠ
항상 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해요♥
이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ㅠㅠㅠㅠㅠ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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