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봐도 보였다 내가 네 신경을 건들기 위해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신경쓰고 있을 거란 게
며칠 전부터 기침에 콧물에 안 그래도 거슬리던 네 목소리가 더욱 더 탁해지고 말수도 줄어갔다. 진짜 쓰러지기 직전 정도가 아니면 병원을 절대 안 가려하는 성격이라 나날히 네 상태가 더 안 좋아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거였다.
잊고 싶고 알기 싫은데 너무나 저절로 떠오르는 네 습관, 모습들에 실소를 터트렸다.
언제 쯤 완전히 잊혀지려나. 잊혀질 날이 오긴 할까.
난 여전히 네가 밉다 아니 싫다.
근데도 이 수많은 사람 중 네가 아픈 걸 한 눈에 알아 채는 사람이 나 뿐이란 게 참 모순적이다.
*
빌어먹을 로맨스 J
구질구질 구 여친 김팀장 X 구 남친 권신입
권순영과 함께 한 연애는 불같이 활활 타오르지도 그렇다고 물처럼 차갑지도 않은 그 중간쯔음 어딘가였다
남들의 눈에는 심심하다고 비춰질지 모르겠으나 평화로웠고 사소했고 그래서 행복했다.
0에서 시작해서 하나하나 날 위해 늘어나는 네 배려가, 반응이, 나에겐 너무나 크게 와 닿았으니까.
권순영이 널 사랑했냐,라고 물으면
글쎄.
5년이나 사귀었지만 당당하게 걔 나 없이 못 살았잖아,라는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아마 사랑했을걸.
사랑한다고 말 해준 적은 없지만 아마 사랑했을거다 자그마치 5년이니까.
넌 내가 아프거나 울면 너도 꽤 아픈 표정을 짓곤 했으니까.
내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헤어지자고 말하던 그 날에도 넌 꽤 아파 보였으니까
애초에 네가 감정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한 연애라 기념일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다.
네 메세지 하나가 전화 한 통이 귀한데 기념일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
주변에서 난 이번 100일 때 남친이, 난 이번 생일 때 선물로,
매번 자랑을 해도 난 네 늘어나는 전화가, 데이트 횟수가 너무나 기뻤기에 전혀 내 자신이 초라하지 않았다.
물론 주변에선 기념일 선물이나 이벤트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나에게 도대체 왜 사귀는 거냐고 물음을 던지며 안쓰러워 했지만.
나는 만족하지만 주변은 불만 투성이인 연애가 1년 반 쯤 지났을 무렵 내 생일 이었다.
권순영에게 생일이라고 알리지 않은 건 당연했다.
그냥 그 날 권순영이 시간이 되서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했다.
나만 아는 기념일. 나만 챙기는 기념일. 그럼에도 권순영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그냥 사온 척 선물을 건낸 그 시간들.
전혀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다.
슬퍼진다는 건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때 겪는 감정이지만 난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생일이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다만 널 만나는 날 이란게 큰 의미였지.
네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내가 좋아하는 카페를 가고.
이젠 너와 손잡고 걷기도 하고
너무나 소소한 것들이지만 너와 함께라서, 내가 꿈꾸던 것들이 현실이 돼서
마냥 좋았던 것 같다.
어느새 네가 집까지 데려다 주는 게 일상이 되어버려서 너무나 당연해진 이 상황도 좋았고.
"조심히 가 순영아!"
생일인데 너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선물을 받은 것 같아
첫 번째 생일 때는 오직 나만 들이대느라 너와 데이트도 못했는데
올해가 내 생일 중에 제일 기뻐
날 보며 피식 웃는 순영이에게 마음 속으로 감사하며 손을 흔들어대는데
순영이가 다가오더니 손에 무언가를 쥐어준다
네모난 곽. 티비에서만 보던 그건,
너랑 언젠가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도 못했던, 기대도 안 했던 그것이었다.
네가 처음으로 건넨 반지는 울컥을 넘어 대성통곡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앞으로 잘할게. 생일 축하해"
애정표현에 너무나도 서툰 네가 용기 내서 해준 그 말, 우는 나에게 어쩔 줄 몰라하며 눈물을 닦아주는 그날의 너.
나 정말 네가 너무 좋다.
진짜로 사랑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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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삘받아서 폭풍 연재중인 권호랭이예여....ㅎ_ㅎ 무리 하는거 아니냐고 걱정해주시는 독자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ㅠ_ㅠ 저도 글을 쓰고 댓글을 읽으며 힐링을 하기 때문에 매일 날아오고 싶어서 날아오는거지 부담감 때문에 빨리오는 건 아니니 걱정 안하셔도 되여...:) 다만 제 걱정은 나중에 제가 연재가 더뎌졌을 때 기다리기 힘드실까봐ㅠ_ㅠ 그때도 기다려 주실꺼죠? ㅎ_ㅎ 모두모두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요즘 아프신 분들도 보이던데 아프지 마시구요 추운데 따숩게 입으시고 현실에선 달달하지 못해서 달달한 과거를 살짝쿵 써봤는데 달달한가여....?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ㅠ
암호닉 받습니다! 오타랑 오류 지적도 받아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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