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기약 - 가을방학
by.쮸쀼쮸쀼
남자친구의 바쁜 일정 탓에 정말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우리 둘. 그런데 만나는 장소가 다름아닌 병원 앞. 그동안 이리저리 치여다니며 몸이 약해진건지 독감에 걸려 정신을 못차리는 남자친구. 내가 그러게 몸좀 챙기라고 그렇게 타박을 줘도 괜찮다고만 하더니…. 몸이 재산이라는 운동선수가 몸관리도 못하고 대체 이게 뭐야…. 하여간 꼴 좋다 내 말 안듣더니 아주…. 훌쩍대는 남자친구 휴지 챙겨주랴, 병원 접수하고 따뜻한 물 한잔 가져다주고 차에 있다는 옷도 가져다 챙겨주고…. 내가 데이트를 하는건지 간병을 하고 있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1. 손흥민
"…으으 추워…"
못산다 진짜. 아까부더 춥다며 덮어준 패딩속에 들어가지도 않는 저 어깨를 구겨넣으며 몸을 움츠리고 부들부들 떠는 남자친구. 걱정도 되고 속상하기도 하고 화도 난다. 그러게 왜 내 말을 흘려듣냐구…. 꼴이 이게 뭐야 진짜. 내 맘은 아는지 모르는지 덜덜덜덜 떨며 연신 춥다고만 말하는 너. 눈치가 없는건지 없는 척 하는건지…. 그 와중에 아무말도 않고 굳어있는 내가 이상했는지 팔꿈치로 내 어깨를 자꾸만 툭툭 건드리는 너.
"…………왜"
"…오랜만에 봤는데…나 얼굴 안보여줄거야?"
"아파서 온 주제에…뭐가 예쁘다고…"
"에이…누나…삐졌어? 응?"
"…누나는 무슨…"
애교 떨 힘은 남았나보지? 꼭 이럴때만 누나래…. 평소엔 남자다워야 한다며 누나라고 부르지도 않으면서 퉁명스러운 내 모습에 누나 하면서 내게 스리슬쩍 기대는데 속상한 마음이 금새 사그라 드는 기분…. 그래도 여자는 세번은 튕겨야 하는거 아닌가. 애써 떨리는 가슴 감추고 정색하며 눈길도 주지 않자 슬쩍슬쩍 불쌍한 눈빛으로 내 눈치를 보는 남자친구. 아픈데 너무한가….
"그렇게 삐져 있을거야?"
"…………"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볼에 닿는 뜨거운 입술. 아니 지금…갑자기 이렇게…그것도 사람많은 병원에서….
"야 너 지금…!"
"…입술엔 못하겠다… 감기 옮으면 안되니까…"
"야 너 그런 말이 나와? 너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나 너무 아파…열나나 봐주세요…응?"
감기도 아닌데 얼굴은 왜이렇게 화끈거려…. 당황한 내 마음은 몰라주고 아프다고 칭얼대며 내 어깨에 머리를 부비적부비적 비비는 남자친구.
2. 지동원
겨우겨우 아픈 몸 이끌고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오는 길. 아프다며 찡찡대는 오빠를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을 하는 나. 대체 얼마나 몸을 굴려댔으면 이렇게 감기가 걸려. 직업이 축구선수라는 사람이… 가뜩이나 떨어져서 얼굴도 못봐서 속상한데 병까지 얻어오면 나보고 어쩌라는거야. 내가 따라가서 같이 지낼 수도 없고… 곧 있으면 출국인데 그 전까진 나아야 할텐데. 자꾸만 속상한 마음에 화부터 나는 나. 그런 내 마음도 몰라주고 저 커다란 덩치로 자꾸만 운전하는 내게 안기려는 오빠.
"아 쫌…! 가라고! 옮으면 어쩌려고 그래!"
"……아…알았어… 화났어…?"
"…………"
"…아 미안해 ㅇㅇ아…나는 오랜만에 보니까 니가…"
"…됐어. 집에 갈 때까지 잠이나 좀 자"
"………"
본의아니게 아픈 오빠에게 소리를 빽 질러버린 나. 지르자마자 후회했지만 미안해 하는 오빠에게 뭐라고 해 줄 말이 없다. 걱정돼서 그런거라고 말 하면 될껄… 말 할 타이밍도 놓쳐 차 안은 금새 묵직한 어색함으로 가득찼고, 결국 집 앞에 도착해 주차를 할 때까지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리고 있는 오빠. 그래… 아픈사람한테 내가 너무 심했지. 지금이라도 사과 해야하나….
"오빠…자…?"
"………"
"내가 미안해…"
"………"
"아니…나는… 떨어져있는데 아파서 돌아오니까… 오랜만에 봤는데…우리…그러니까…거, 걱정…걱정돼서…"
"…………"
쭈뼛쭈뼛 겨우 내 속사정을 말했는데도 아무런 미동조차 없는 오빠. 많이 화났나…? 아님 자고있나…. 슬쩍 확인하기 위해 안전벨트를 풀고 오빠쪽으로 몸을 빼 숙이는데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는 오빠. 그런데… 내가 너무 몸을 뺀건지 너무 가까운 우리 둘 사이의 거리. 묘한 분위기…. 그래도 몸도 안좋은데 이러면 안될것 같아 차에서 내리려 몸을 돌리자 내 허리 감싸 백허그를 하는 남자친구.
"…오,오빠…"
"……나 걱정했어?"
"………"
"착하네. 걱정할 줄도 알고…"
"………"
"…근데… 아무리 내가 아파도 그렇지 오랜만에 봤는데 뽀뽀도 안해줄거야?"
열 때문에 벌개진 얼굴로 내 어깨를 돌려 가볍게 키스하는 오빠.
*
늦죠 많이? 감기 조심하세요ㅠㅠ 전 독감이라 지금 어디도 못가고 끙끙 앓고 있답니다. 지독하네요 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