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시간이었다. 12시. 한 한 시간 후쯤이면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었다. 내 카페의 메뉴들은 주로 디저트로 먹기 좋은 것들이었으니까. 손님이 한 분도 없는 휑한 카페의 카운터에서 나 혼자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쯤이었다. 딸랑. 출입문에 매달아놓은 종이 울리자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카운터에 내려놓고 몸을 일으켜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다. 변백현?"
written by. 17
"도경수 녀석이랑은 연락 계속하더라? 연락도 없고, 내가 얼마나 찾았는 줄 아냐."
딱 2년 만이었다. 내가 김종인과 함께 살던 집을 아무 말없이 나가버리고 연락을 끊은지 딱 2년. 사실 그때 많이 괴로웠던 것 같다. 더 이상은 못 견디겠기에 나왔던 집이었는데 다시 돌아갈뻔한 충동이 몇십 번은 일었으니까. 그렇게 내가 괴로워했는데 김종인은 아무렇지 않았나. 여전히 장난기 있게 웃으며 말을 거는 걸 보니. 2년 만에 만난 김종인은 변함없었다. 나와는 다르게.
"무슨 일이야."
"나 결혼해. 너랑 나랑 몇 년을 알아왔는데 너한테 말없이 그냥 식 올리기는 뭔가 떨떠름해서."
나와 김종인의 사이에 있는 테이블에 하얀 청첩장에 놓였다. 결혼, 결혼, 결혼. 그래, 일찍도 하네. 여자는 괜찮아? 목 안에서는 넘쳐흐를 것 같은 말들이 정작 입 밖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왜 말이 없냐."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나대로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고 김종인은 오랜만의 만남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뚱한 표정이었다.
"좋아해."
"..."
"좋아했고,"
"야."
"아직도 좋아해."
"변백현."
본능적으로 나온 말이었다. 당황스러웠다. 몇 년 동안 참아온 마음이 김종인의 결혼이라는 그 사소한 사건 하나에 무너졌다.
"시발."
김종인은 아직도 뚱한 표정을 풀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더 격해진 표정이었다.
"야, 난 솔직히 네가 게이일 줄은 몰랐다."
"..."
"그리고 그게 나일지도 몰랐고."
"종인아."
"간다. 청첩장은 알아서 버리든지 해."
딸랑. 현관문이 다시 움직였다. 결국 끝났다. 혼자 앓던 그 긴 시간은 외면받은 채 허무하게 우리의 관계는 끝나버렸다. 그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걸어 현관문에 밖을 향해 OPEN이라고 걸려있는 팻말을 돌렸다. 이 작은 팻말도 내게 열렸다고 말해주는데. 너는. 너는 왜. 너는 왜 내가 들어가려 애쓰던 너의 마음에 단호히 창살까지 친 채 나를 외면하는지. 종인아, 너는 나를 왜 계속 외면해?
"종인아."
"..."
"종인아."
아무리 불러도 넌 대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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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우 짧은 글이라 10P나 받아도 될까 많이 망설였어요.
하지만 제가 이 글을 쓰는 동안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이 다 전달 되었으면 합니다.
미칠정도로 못 쓰는 글 솜씨로 이 바람은 불가능하겠죠. 그래도 조금이나마 희망 가져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