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연애 아니고 배틀 썸
둘 아닌 셋
너 때문이냐고?
네가 그랬었냐고?
네가 왜 그랬냐고?!
나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싶었다.
파란 풍선 정중앙에 유성매직으로 속상함이라는 글자를 직직 그어놓고서
꽉 안아버려 터진 것만 같다.
되려 울어버린 내가 무색할 만큼 너는 당황스러워했다.
얘가 이렇게 당황했다는 건 오늘의 일들이 날 엿 먹이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건데,
그럼 타고난 소질인 건가?
아- 어쩌면 소질인 편이 더 암울하겠다.
의미 없던 너의 행동들에 하루 종일 진이 빠져있던 나를 떠올리자니 참 어이가 없었다.
나도 어디 가서 당하는 사람이 아닌데 얘 진짜 뭐하는 앤가 싶었달까?
지금 그 누구보다 혼란스러워하는 그의 얼굴은 마치
이모티콘을 빼다 박은 마냥 천방지축 어린이 같았다.
왜 동네마다 꼭 있는 말썽꾸러기 같은 그런 꼬맹이들 말이야.
너는 이 곳에서 나를 마주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건지 낮의 네 모습과는 차원이 달랐다.
오한이 들 정도의 두려움은 아니었지만 한눈에 보더라도 깔끔한 패션과
보너스로 그 주변으로 다가설 수 없는 하나의 막이 씌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도 편안한 차림 그 자체였다.
후드를 푹 눌러쓰곤 기다란 줄로 앙증맞게 리본을 맨 것이 꽤나 허접해서 더 웃겼다.
아니 무슨 리본이 찌그러졌어?
그의 품은 누가 봐도 따뜻해 보였으나 꽉 조인 후드에 잔뜩 삐져나온 볼살은 그렇지 못했나 보다.
빨개진 코 끝과 양쪽 볼이 인상을 바꾸는데 한몫 한 듯했다.
아니 나 진짜 셔틀 그거는 장난이었는데.."
"누가 뭐래요?"
"분명 김학우 님이 그냥 달라 하면 안주실 게 뻔하니깐,
그래서 나름 이유 잘 지어낸 것 같았는데.
나 때문에 많이 상처받았어요?"
연신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자 당신에 대한 앙금은 어느 정도 풀어졌다.
근데 이게 잘 된 건지 뭔 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걸로 화가 났던 게 아닌데요..?
대충 그에게 밖이 춥다며 얼버무리고서야 집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미리 울어버린 탓에 뛰어가는 내내 눈물 대신 쪽팔림을 흘릴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집 앞에서 도어록을 열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임과 동시에
화기애애한 여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내 뒤에서.
코가 막혔어도 알아맞힐 만큼 지독하게 풍기는 고기 냄새에 갓 꺼낸 열쇠를 떨어트렸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우정을 쌓기 위해 억지로 만든 송아지 인형이 차가운 땅바닥을 향했을 때
나는 차마 뒤를 돌 수 없었다.
내가 늦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알지만
서운함이 떨치지 못하는 건 역시 내가 못났기 때문일까.
다시 주워올린 송아지도 하필이면 나처럼 울상이다.
놀이터로 도망이라도 칠까 했음에도 방 안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지막 남은 선심이었나 보다.
누군가의 손이 나를 잡았으나 누군지 확인할 자신이 없었기에 뿌리치고야 말았다.
또 부모님과 동생의 가슴에는 대못을 박고 말았다.
마음 같아선 소리 내어 울고 싶었으나 듣는 이들이 있기에 그러지 못했다.
더 이상의 감정 소모는 내일의 내가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니
맥주 두 캔 만 깨끗이 비우고 잠들어야겠다.
어쩐지, 마지막에 잘 풀린다 했더니
내가 하는 게 늘 그렇지 뭐.
주량이 센 나라고 한들 안주 하나 없이 꼴깍 넘기려니 속이 쓰려왔다.
나 오늘 먹은 거라곤 이 맥주뿐이구나.
카페에서 뭐라도 시켜 먹을걸.
이 상황에서 괜찮냐고 물어봐 줄 사람이 원우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21년간의 시간이 허무했다.
전원우 이 새끼한테는 말하면 걱정하다 덩달아 자신이 우울해하는 바람에 입도 뻥긋거릴 수 없었다.
진짜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모르는 사람한테 하소연이나 할까?
아니야 미친년으로 보겠지.
물론 미친년인 건 맞지만 들키면 부끄럽잖아.
관두자.
우울하다 못해 뼈가 시려오는 하루의 끝은
베개의 촉촉함과 함께 드디어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눈이 잔뜩 부어 올라서 마카롱 두 개를 연상시키는 모습에 아침부터 기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자체 휴강이라도 해야 하나.
아직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생각을 짜내고 있었다.
때마침 떠오른 결정과 동시에 울리는 카톡 알람이 이 아침 댓바람부터 팡파르를 울렸다.
[ 저 혹시 눈은 다 뜨셨죠? ] 오전 8:56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눈을 못 뜬 사실이 들킨 듯해얼굴이 확 달아오를 뻔했으나,
이름을 보자마자 차갑게 식어갔다.
권순영
이 정직한 세 글자부터 프사를 셀카로 올리는 의외의 대범함까지.
나를 놀라게 하기로서 충분했다.
프사를 제대로 보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눌렀더니
사진 속의 그는 난생처음 활짝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또 얼굴을 가리 고서 도망치는 여성의 모습도 함께 찍혀졌다.
오 그렇게 안 생겨서 여자친구 있나 보네?
그래놓고 내 번호를 낚아챘고?
나는 이제 오해받을 일만 남은 거고?
[ 미안한데 올 때 초콜렛 칩 민트 프라푸치노 한 잔만 사와줘요. ] 오전 8:58
[ 돈은 강의실에서 ㄷ득릴겡ㅛ. ] 오전 8:59
[ 제밪ㄹ요ㅇ ] 오전 8:59
[ 저 오늘 자체휴강요^^ ] 오전 9:00
얌전히 누워서 노래를 듣자니 이제는 얄궂은 내 성격이 말썽이였다.
결국 자리를 박차고선 숟가락을 얼리기 위해 주방을 향했다.
어제와 같이 조용한 집 안을 보고 있자니 확실히 가슴 한 켠이 불편했다.
이래서 불효자는 웁니다. 엉엉..
무거운 마음을 떨치기 위해 씻고 뭐라도 해먹기로 결심한 나는
길지만은 않은 단발머리를 이미 많이 헐거워진 머리끈으로 질끈 동여매고선 냉장고를 열어 재꼈다.
냉장고의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냄비의 위엄은 나를 움츠리게 했다.
저 음식부터 처리해야 요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퀘스트 같달까?
그 커다란 냄비의 내용물을 확인하려 뚜껑을 열었고
그 결과 빨간 소고기 뭇국이 이 냄비를 독차지 하고 있었다.
이건 분명 엄마의 고요한 사과다.
오늘따라 늦게 출근하신 어머니의 정성은 다 나를 향해 있었던 것이다.
우리 집에서 소고기 뭇국에 환장 하는건 나뿐인 걸 아시면서
한 솥 가득 끓이셨단 사실에 감동 또 감동 무한의 감동이다.
오늘 꼭 엄마 오시면 뽀뽀나 왕창 해드려야지.
그리고 나는 감동에 심취한 때 마침 울리는 벨소리에
역시 우리 모녀는 텔레파시도 통한다 생각했었다.
"여사님 오늘 외식 콜?♥"
_ 허허, 나는 외식말고 카페 가고 싶은데.
"예? 누구세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비웃음 소리에 드디어 화면을 켜본 나는 좌절 할 수 밖에 없었다.
_ 나도 어떤 울보 하나 때문에 자체휴강 했거든요.
_ 뭐 집에서 하는 거 없으시면
_ 어제 다 못한 얘기들 마저 풉시다, 우리.
_ 아 저,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데이트신청 아닙니다.
막 오해하지 마세요.
또 꾸미고 가면 설레발치냐고 닦달할 게 뻔한 그를 위해 오랜만에 후드티를 꺼내들었다.
오묘한 빛깔과 핏이 괜스레 날 붕 뜨게 했다.
아직은 퍼석한 머릿결을 감기에는 짧은 외출인 점이 맘에 걸렸다.
설령 긴 외출이라 하더라도 높게 묶어 올렸을 테지만?
가벼운 화장을 끝마치고서야 빨간 컨버스화를 신어 보였다.
[ 언제 나와요? ] 오전 10:33
[ 아 내가 어디서 만나는지 말 안 했네. ] 오전 10:34
[ 어제의 그 편의점이요. ] 오전 10:34
[ 빨리 나와요. ] 오전 10:34
[ 자꾸 꼬맹이들이 나 보고 이상한 사람이래요. ] 오전 10:35
더보기 안 누르면 성수부인. |
우선 너무 늦게 업로드 한 점에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전하겠습니다. 분량을 늘리다보니 도중에 싹 날라가서 새로 썼기에 이 시간에 올립니다ㅠㅠㅠ 정말 죄송해요... 하도 정신이 없어서 오타나 중복이 눈에 아른거리네요ㅠㅠㅠ흐잉 너무 급한 전개가 진행 될까봐 차츰차츰 발전하는 모습을 담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왜 벌써 썸 같죠????????? 그래도 천천히 발전하는 절 보며, 늘어나는 댓글 수를 보며 매일이 즐거운 수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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