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우왕~짱 재미따!!"
꼬맹이의 놀거리가 부족한것같아 미끄럼틀을 사줬다.
어린아이가 매일 티비만보고, 컴퓨터만하면 정서발달에도 안좋고 시력도 빨리나빠진다고 박경이 말해줬기때문이다.
...물론 이백 사십만원이나 들긴했지만...뭐,잘놀면 된거지.
"아빠아-이거 짱재미있어여!! 파파도 타봐여!!"
"내가 타면 그거 무너질껄-?"
"엥? 아빠 몇키론데여?"
"65"
"....뚱..뚱한..건가..?"
"정상체중보다 덜나가지. 내 키가 182인데, 뭐 182에 65면 딱 각나오네"
미끄럽틀에서 주르륵 내려오며 피식피식 날 비웃는 꼬맹이를 이번에 새로 산 폴라로이드로 찍고선 불렀다.
"야야, 빨리와봐"
"우옹 뭔데여?"
커다란 전지와 깔별 매직을 준비해두고서 꼬맹이를 부르니 눈을 빤짝이며 도도도 달려온다.
"뭐할꺼에여?"
"이번년도 계획 짜야지. 아무 생각없이 일년 다보낼려고했어?"
"..헿,사랑해여 아빠아. 내맘 알죠?"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애교스럽게 웃는 꼬맹이의 모습을 또 카메라로 찍고선 머리를 퉁-하고 가볍게 쳤다.
"어디서 날로먹을라고. 자, 종이 왼쪽은 나. 오른쪽은 너. 2014년에 하고싶은거 적어봐."
"...네넹"
입에 마카를들고선 입을 오물오물거리는 꼬맹이를 찍었다.
"아-진짜!!!왜 계속 찍어요?!"
"아빠가 아들 사진 찍는다는데 왜?"
"신경 거슬리잖아-!!!"
"야, 남는건 사진밖에없데. 솔직히 까고말해서 우리 언제 헤어질지모르는데. 사진첩에 사진 장식해서 서로 하나씩 가지고있음 얼마나 좋아?"
으으...사진찍는거 시른데...
웅얼거리며 날 노려보다가 이내 고개를 픽 돌리고선 리스트를 작성하는 꼬맹이를 또다시 카메라로 찍고 나도 리스트를 작성했다.
음....일단 꼬맹이가 가지고놀 장난감을 많이 사줘야지. 그래야 재미있게 놀수있을테니까.
동화책 좋아하는것같으니까- 동화책도 일러스트 예쁜걸로다가 시리즈별로 사주고
고양이 좋아하는것같던데-...다음에 시간나면 고양이카페나 같이갈까?
내일은 1월 1일이니까 송편도 만들고..떡국도 만들고. 저녁에 한복맞추러 가야겠다.
학교갈땐 애혼자 집에두고가면 위험하지. 암,위험하지. 그니까 학교에 데려가고...?
봄에 벚꽃피면 다같이 벚꽃놀이도가고...학생회 멤버인 지용선배랑 영배선배랑 승현선배 두분이랑 대성선배랑, 경이 범이 권이는 걍 데려가고
지훈이랑..지훈이 친구인 민호랑 태현이랑 승윤이랑 갓빈이랑 진환이랑 지원이도...뭐 걍 있는애들 다데려가야지.
수학여행갈때 잴 데려갈수있을까? 가능하면 데려가고 안된다고하면 뭐..수학여행 안가면되지.
여름엔 바다도가고 쟤 수영도 가르치고싶고. 계곡으로 캠핑가면 재미있겠다.
가을되면 학교축제하니까 꼭 보여주고. ㅋㅋㅋ고등학생 사이에 저 쪼꼬만게있으면 엄청 귀엽겠네.
가을엔 또 단풍놀이도 가고 겨울엔 스키장..? 놀이공원도 가야되고.
사진첩 내꺼하나 꼬맹이꺼하나해서 내꺼엔 꼬맹이사진채우고 꼬맹이꺼엔 내사진 채워줘야겠다.
이제 가족이니까..같이 옷도 맞추고ㅋㅋ
여러 잡생각을하며 리스트를 쓰다보니 벌써 20을 넘겼다.
곁눈질로 꼬맹이를 보니 나와 다를바없이 놀러가는 걸로만 가득차있다.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쭈욱 내밀고 내가적은걸 보는꼬맹이이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무실코 카메라로 또 찍어버렸다.
"으헥..이게 뭐야. 왜 다 나랑 관련된거에요?"
"헹, 그야 니가 이곳저곳 다니면서 때깔좋게 다녀야 아빠인 내가 안쪽팔리지"
"...헐..진짜..완전 상천데 ㄱ-"
"는 구라고. 아빠가 제 자식 생각하는건 당연한거지"
"..."
"감동했냐? 근데 당연한거야. 어느 부모가 제 자식을 안예뻐하겠냐. 물론 니가 내 피는 안섞였다지만 내 아들인건 명백한 사실인데. 원래 부모들은 다-아 생각이 자식위주로 돌아가는거야 임마"
"헤헤헤헿"
아빠아-하며 내 품에 안겨오는 꼬맹이에 '왜이래 징그럽게'라고 말하며 더 세게 안았다.
"헤헤헤, 아 진짜..아빠가 내 아빠라 넘 조은거가타요"
"그래. 나도 니가 내 아들이라 좋아"
백구마냥 베실베실 웃으며 내 품에 어리를 비비는 꼬맹이를 꼬옥 안고선 살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우지호, 니 인생에 이런날도 오는구나.
진짜 내 가족. 진짜, 진짜 가족.
꼬맹이의 머리를 살살 정리해주며 꼬맹이를 때어냈다.
우리 둘이서 적은 리스트를 거실 벽 중앙에 걸고선 우리 모두 뿌듯하게 웃었다.
"아빠, 우리 이거 다 할수있겠죠?"
"당연하지"
"다 못하면 구백만원!!"
"다 하면 너 평생 내꺼"
"엑..그건 쫌.."
"헐, 싫어?"
"나도 나중에 아저씨보다 더 커지면, 긍까 나이 마나지면 결혼해야되여!!"
바람빠지듯 푸스스 웃으며 꼬맹이를 안아들었다.
이런 일반적인 가정. 일반적인 행복.
이 작고 소소한것들이 나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태일아, 이태일. 널 만난건 정말 행운이야.
그러니까 계속 우리 이렇게있자.
이렇게 소소하게 행복해하면서 살자.
-가랑비에 옷 젖어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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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글거려어....ㅎㄷㄷ.... 아마 2부가 끝나면 지호의 과거도 나올것같네요...이 글은 대강 5부?6부?정도로 나눠쓰고 그 후엔 짘경을 쓸생각이랔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