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Baby Driver - Spring I Love You Best
더 아프기 전에,
더 상처 받기 전에,
그만 헤어집시다, 우리
[EXO/징어] 헤어집시다, 우리 (부제: 동상이몽) 04
찬열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였다. 코너만 돌면 보이는 편집샵을 바라보며, 눈을 댕그랗게 뜨고는 숨을 가다듬었다. 스무 살, 사내라기엔 소년에 가까운 모습을 한 찬열이 주
머니를 뒤적거리다 이내 앙증맞은 고양이가 그려져 있는 손거울을 꺼내들었다. 눈곱? 없고. 구렛나루? 괜찮아.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마냥 굳건한 표정을 지은 찬열이,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운동화를 내딛었다. 편집샵이 가까워 질 수록, 쿵쾅,쿵쾅. 찬열의 심장 박동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듯 했다. 괜찮아, 박찬열 너 이새끼 사나이야. 그래. 주문이
라도 거는 듯 중얼거린 찬열이 편집샵의 문을 밀었다. 딸랑. 청아한 종소리와 함께 들어온 편집샵은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의외로 한산한 내부를 이리저
리 둘러보던 찬열이, 내려가요! 윗 층에서 들려오는 낭랑한 목소리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타다닥. 계단과 마찰하는 발걸음 소리에 맞추어 찬열의 가슴도 뛰어대고 있었다.
" 어! "
오랜만이야!! 자신에게 다가오며 함박 웃음을 짓는 이를 바라보며 찬열이 수줍게 미소지었다. 오징어. 일 년전, 누나와 함께 쇼핑 차 들렸던 편집샵에서 만난 알바생은 찬열이
이후로 끈질기게 편집샵으로 발걸음을 하게 만드는 장본인이였다.
" 그 동안 왜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었던 거야? 나는 또 무슨 일 있나하고 걱정했잖아. "
" 실은..나, "
" 응? "
" 데뷔하게 됬어. "
찬열의 입에서 나온 말에, 징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찬열을 바라보다 이내, 우와!! 찬열의 두 손을 덥석 잡고는 발을 동동 굴렸다.
" 드디어, 데뷔하는 거야? 진짜, 진짜 축하해. 진짜로!! "
" ..고,고마워. "
찬열은 그저, 마주 잡은 두 손에 얼굴이 홍당무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빨개졌으려나? 아, 병신같이 진짜!!
" 그런데, 데뷔하면..많이 바빠지겠다. 얼굴 보기 더 힘들어 지겠다. 그치? "
들뜬 기색이 역력했던 징어의 눈빛이 금새 시무룩해졌다. 그런 징어를 바라보던 찬열이, 당황한 듯 손사래를 쳤다.
" 아,아니야. 연락할게!! "
" 연락? "
징어가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찬열과 눈을 마주해왔다. 동그란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것이 꼭 토끼 마냥 귀여워 찬열은 징어를 끌어 안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그래서, 이거! "
징어는 자신에게로 휴대전화를 내미는 찬열을 한번, 휴대전화를 한번 번갈아 가며 물끄러미 쳐다보다 이내, 아! 탄식하며 휴대전화를 건네 들고선 자신의 번호를 꾸욱, 정성
들여 눌렀다.
" 흐흐, 나도 드디어 연예인 친구가 생긴건가? "
신난다! 저를 향해 미소짓는 징어를 바라보며 찬열은 마음 한 구석이 간질거렸다. 친구. 찬열은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계단을 오르듯, 한 걸음씩. 친근한 관계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한 계단, 한 계단 씩 오르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벅찬 마음을 전할 날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어정쩡한 고백으로, 관계를 망
치기 보다 자연스럽게 징어의 울타리에 스며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신이 데뷔를 하고, 일 위를 하고 징어에게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진 사람이 된 후에, 징어에
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리라 스무 살, 소년 박찬열은 다짐했다.
**
" 루한 형, 늦었는데 어디가요? "
" 나, 한강에 바람쐬러. 오랜만에 자전거도 탈 겸. "
" 형, 어젠가 민석이 형이 자전거 탔다가 브레이크 어쩌구 하던데, 형도 조심해요."
" 아, 고마워. 백현. "
저 형은 춥지도 않나 봐. 이 날씨에 자전거라니. 못말린다는 듯 고개를 내어 저은 백현이 조심히 다녀오라 말하고선 자신의 방으로 쏘옥 들어갔다. 루한은, 잔뜩 어질러져 있는
신발장에서 겨우 자신의 운동화를 찾아 신고는, 숙소 문을 나섰다. 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지는 날씨에 루한이 옅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층에 도착한 뒤,
묶여져 있는 자신의 자전거를 찾아 잠금을 풀고는 조심스레 빼낸 루한이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와 걸음을 맞추었다. 3년. 한국에 온 지 3년이 되었다. 티저가 뜨고,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지금 얼마 후면 쇼케이스를 하겠지. 루한은, 이 순간이 꿈결처럼 느껴졌다. 이내, 한강 둔치에 다다른 루한이 자전거 위로 몸을 실었다.
**
징어는 생각이 많아질 때면 한강을 찾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한강의 구석진 곳을 제 아지트처럼 지내던 징어는, 바닥에 내려놓은 여러 종류의 옷감들을 하나,둘 씩
들어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어떡하지. 디자인 구상은 완벽한데 옷감이 영…. 대회가 코 앞이였지만 징어는 엄습하는 막막함에 어깨를 추욱 늘어트렸다. 접자, 접어. 잠이
나 자자. 옷감들을 대충 보조가방에 쑤셔 넣은 뒤, 이어폰을 귀에 구겨 넣은 징어가 볼륨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나타나는 징어의 좋지 못한 습관이였
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머릿 속이, 시끄러운 음악으로 가득 찰 때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 좋았다.
" ..저기요!! 저기요!! "
자꾸만, 음악 소리에 섞여 드는 소음에 징어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내, 불길한 느낌이 든 징어가 몸을 돌렸다.
"..어,어..!! "
내리막길을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려오는 자전거가, 점점 자신을 향해 가까워져 왔다. 일순간 사고가 멈춘 징어는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루한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였
다. 평소처럼, 내리막길 코스에 접어들었는데 이 미친 자전거가 브레이크가 걸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설상 가상으로, 점점 가까워져 가는 인영은 겁에 질린 얼굴로 목석처럼
서 있었다. 아, 젠장 미치겠네!! 눈 앞의 여자가 눈을 질끈 감는 것을 본 루한이, 자전거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여자를 향해 몸을 던졌다.
" ...으으.. "
빠른 속도로 달려가던 주인 잃은 자전거가, 이내 가로등에 처 박혔다. 여자를 감싸 안은 팔이 까지기라도 했는지, 시큰거렸다. 품 안의 여자 또한 다치기라도 한 것인지 이어진
신음에 루한이 찡그린 눈을 뜨고는 상황을 확인했다. 넘어질 때, 잘못 짚은 것인지 여자의 손목이 꺾여 있었다. 눈물이 잔뜩 고인 눈동자를 바라보다, 루한이 여자를 안아들었
다. 징어는,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손목의 아린 통증에 입을 앙 다물고 루한에게 몸을 기대었다.
**
" 금이 갔네요. "
의사의 말에 징어가 울상을 지었다. 동시에, 붕대를 감아오는 간호사를 바라보며 징어가 더욱 우는 얼굴을 했다. 진짜, 망했다. 이 손으로는 대회는 커녕 재봉틀도 못다룰거야.
의사가 차트를 뒤적이다,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옆에서, 안절부절한 남자를 힐끔 바라본 징어가 히유- 한숨을 내쉬었다.
" 미안, 미안해요. "
" 괜찮아요, 일부러 그러신 거 아니잖아요. "
" 그래도 미안, 미안해요... "
안절부절. 제자리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며 두 손을 꼬옥 모아 잡은 체 연신 사과를 해오던 남자가,보호자 분, 수납하셔야 되요! 멀리서 들려오는 간호사의 외침에 수납?
수납! 반복적으로 말하며 후다닥 창구로 달려갔다. 사과를 담아내는 발음이 둥글둥글 한 것이 한국어가 퍽 서툴어 보였다. 한국 사람이 아닌가? 잘생기기는, 겁나 잘생긴 것 같
은데..아참, 내가 이럴 정신이 아니라. 가방을 뒤져 휴대전화를 찾은 징어가 전화부를 넘기다 이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어어, 수정아. 나 징어.. "
무슨일이냐 물어오는 수정이에게, 손목의 상태를 말하고는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까지 전한 뒤 통화를 끝맺었다. 숙인 고개를 돌리자, 멀찍이 서서 저를
바라보고 있는 맑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은 불안함도, 걱정도 들어 있지 않았고 담담했다. 좀 전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 될 정도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가 없는 눈이였다. 그가, 한발자국 조금씩 가까워졌다. 이내, 침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전화를 집어들더니 몇 번 손가락을 움직이고는 나를 향해 내밀었다.
" 내 번호예요, 꼭 연락해요. "
남자가 몇 번 입술을 짓이겨 물었다. 허공에서 마주친 두 쌍의 눈동자가 집요하게 서로를 향해 머물렀다. 징어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남자의 맑은 눈동자를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소독약 향기가 진하게 머물고 있는 응급실에, 분홍색 벛꽃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
" 준면 오빠, 저 복도예요. 아, 죄송합니다. 오빠 대기실이 어딘데요? 아니, 여기 문이 한 두개야? 좀 구체적으로 말해봐요! "
김준면. 엄마 친구 아들. 나보다 한 살 많은 그는 중학교 때 부터 가수가 되겠다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7년 간 지치지도 않고, 꾸준하게 연습생 생활을 하는 것 같더니 얼
마 전에는 데뷔를 하게 되었다고, 쇼케이스를 보러 꼭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랬다. 그 덕에, 팔자에도 없는 연예인 공연을 보러 온 나는 그의 등살에 못이겨 대기실을 찾고 있는 중이였다. 이리저리,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복도를 스쳐 가던 찰나, 내 옆으로 다급하게 뛰어가는 갈색 뒷통수를 바라보다 문득, 몇일 전 만났던 남자가 떠올랐다.
연락하라고, 말하던 그 눈동자가 지워지지 않아 몇날 밤을 하얗게 불태웠었지. 끝내, 어떠한 연락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어떤 말을 해야할까, 뭐라고 보내야 하나. 온갖 생각들
로 망설여졌지만 무엇보다...부끄러웠다.
' 어,아니 거기 자판기 보이지? 징어야, 너 봉사야? 보일건데? '
" 말하는 것 봐. 못됬다니까, 정말. 아,어디...어,찾았다! 코카콜라 적혀있는 빨간 자판기 맞죠? "' 어, 그래. 그래. 그 바로 맞은 편 문이야. "
" 아, 보여요. 전화 끊을게요. "
준면과의 통화를 끝낸 후, 징어가 바로 앞에 보이는 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EXO. 엑소. 문에 야무지게 붙여 있는 종이를 바라보며 징어가 대기실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 준면 오빠, "
분명 준면의 이름을 불렀는데, 모든 이목이 징어에게로 집중되었다. 당황한 징어가 주춤 주춤 뒷걸음 질 쳤다. 자신에게 집중되는 얼굴들을 둘러보다, 이내 익숙한 얼굴에 징어
가 눈을 크게 떴다. 찬열은 잠시 자신이 꿈이라도 꾸고 있는 줄 알았다. 조심스럽게 오늘, 와줄 수 없냐고 물었을 때 선약이 있다고 미안함을 표했던 징어가 눈 앞에 있었다. 거기다 리더인 준면 형과 아는 사이라니? 찬열은, 이건 분명히 징어와 운명이라는 의미라고 철썩같이 믿으며 징어를 부르려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 자신의 앞으로
루한이 걸어나가 징어의 두 손을 잡는 것이 아닌가? 맞잡아진 두 손을 바라보며 찬열이 입술을 짓이겨 물었다. 징어는, 시선이 마주친 순간부터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루한을바라보며 또 다시, 병원에 있었을 때 처럼 무언가가 자신을 홀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자신의 손을 맞잡아 오는 따스한 온기에 징어가 루한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루한이 징어를 바라보며, 따뜻하게 미소지었다.
" 징어씨, 왜 연락 안했어요. 기다렸어요, 나. "
봄의 시작과 함께, 벚꽃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 암호닉 ♡ |
피자 님/ 형광팬 님/ 루루 님/ 김치만두 님/ 요지 님/ 지우개 님/ 씅 님/ 불낙지 님/ 만두 님/ 준짱맨 님/ 크림치즈 님/ 찡 님/ 비타민 님/ 원주민 님/ 치킨 님/ 라바 님/ 슈밍 님/ 민트초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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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과거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과거 전개는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진행 될 예정이예요. 많은 분들이 눈치 채셨다 시피 찬열징어루한의 삼각관계입니당.
2편에서 찬열이의 차에서 징어와 찬열이가 나누었던 대화들을 기억하시나요? 음, 기억해주세요 :-> 그리고, 부제도 신경써서 봐주시면 글 읽는 재미가 2배가 될것입니다.이번 편은, 동상이몽. 부제 그대로 같은 상황에 있지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세 사람의 상황을 쓰고 싶었어요. 많은 분들께서, 이전 편들에서 느낄 수 있는 헤시우의
아련한 분위기를 좋아해주셨는데요, 글 전개상 과거초반에는 아련함이 덜 하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니까 골고루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ㅠ_ㅠ항상, 독자님들의 댓글에 리버는 힘을 얻고 갑니다. 다음편에서 만나요 X-)
참! 암호닉은 꾸준하게 신청받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