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OST (Jason piano ver)
유난히도 추웠던 것만 같았던 봄날이었다. 준면은 아침에 TV에서 기상캐스터가 오늘은 꽃샘추위가 오니 따뜻하게 챙겨 입고 나가라고 하는 말을 듣고는 제 옆에 동그랗게 말려있던 두꺼운 목도리를 손에 쥐어들었다. 물론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 혹시라도 더러운 게 묻어 있지는 않을까, 하고 꼼꼼하게 체크하고는 준면은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을 열자 바로 보이는 사람의 인영이 있었다. 이제 추우니까 찾아오지 말래도, 라고 말하지만서도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는지, 입꼬리는 서서히 올라갔다. 그러면서도 제 옆에 있던 사람이 교복 위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다는 걸 자각하자마자 표정을 굳힐 수 밖에 없었다.
"오세훈, 내가 너…,"
"괜찮아요, 아직까지는 안 추워."
"안 춥기는 뭐가 안 추워, 너 오늘 일기예보 안 봤지? 오늘 엄청 춥다고 막 기상캐스터가 그랬는…,"
"아, 그만 그만. 내가 안 추운데 뭘 더 껴입어요. 여기서 더 입으면 더워, 짜증나."
이제 그런 잔소리 따위는 듣기 싫다는 듯 손을 절레절레 내젓는 세훈을 보는 준면의 표정이 씁쓸해 졌다. 나는 아직도 그대로인데, 너는 벌써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줄도 아는, 어른이 되어가는 구나, 싶어서. 몇년 전 내가 보던 어린 날의 세훈은 아직도 제 뇌리 속에 깊게 박혀있었다. 그 곳에서 세훈은 여전히 걱정 없이 잘 뛰어 놀고 있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의 수험생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예비 어른이었다. 준면은 하루하루 변해가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며 발을 살짝 들어 세훈의 목에 제가 애지중지하며 손에 꼭 쥐고 나왔던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이거라도 해, 오늘 엄청 춥대. 덥다고 풀지 말고, 응?
형은 아직도 내가 애긴줄 알지. 그치? 살짝 웃으며 장난기 가득 담긴 목소리로 물어오는 세훈에도, 준면은 허를 찔린 듯 대답하지 못했다. 너는 이런 내 마음을 알까. 애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널 내가 어른이 되어간다고 널 챙기지 않을 거란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넌 내 마음속에 항상 남아있어라, 하고 살짝 주문을 걸어보던 준면이 세훈의 손을 잡고 끌었다. 우리 늦겠다, 빨리 가자.
"형."
"응?"
"형은 왜 회사 출근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이렇게 빨리 가?"
"아니 뭐…, 일찍 가면 이미지도 좋아지고 그런거지 뭐. 일찍 간다고 나쁠 거 있나?"
"그런가, 난 커서도 절대 형처럼 못할 거 같은데."
자신처럼은 못할 것 같다며 배시시 웃어오는 세훈을 보던 준면의 마음이 착잡해졌다. 너는 내가 왜 이렇게 일찍 나오는 지도 모르지? 사실 아침마다 준면도 일찍 준비하는게 힘들었다. 전날 회식이 있으면 숙취로 인해서 일어나기 싫고, 속이 쓰릴 때가 다분했고,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면 머리가 띵했다. 또 그뿐인가, 날씨가 유독 좋은 날에는 세훈이고 뭐고 밖으로 나가서 시원한 공기 마시고 싶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래도 세훈과 함께 항상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버스를 타고 매캐한 공기가 있는 번화가로 나가는 이유는, 세훈과 함께하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유독 일어나기 싫을 때에도, 세훈이와 함께하는 약 20여분 남짓한 소소한 시간만 생각하면, 저절로 몸이 움직이기 마련이었다. 이런 자신의 마음도 모른 채 속없이 웃어대는 세훈만 보자니 준면의 가슴만 타들어갔다.
"어, 도착했다! 저 먼저 갈게요, 형 잘가요!"
"어?어, 잘 가, 수업 열심히 듣고!"
이렇게 약 20여분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세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고등학생으로, 자신은 답답한 사회인으로 스며들어가는 시간이 돌아왔다. 준면은 이 시간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나도 한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나도 커서 저렇게 살아야지! 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거의 사치 수준으로 자신에게 되돌아 왔다. 정말 어릴 때 다 해보는게 좋은거야, 라며 혼자 살짝 웃던 준면이 버스에서 내려 회사로 걸어 들어갔다. 오늘은 또 다르지만, 여전히 같은 하루의 반복되는 시작이었다.
[형, 회사 일 잘하고 있어요?] PM 12:31
-공부나 해. 학생이 학교에서 핸드폰이나 하고.
[헐, 그런 형은 회사에서 핸드폰이나 하고. 이거 안되겠네.] PM 12:33
[그리고 저 지금 점심시간이거든요?] PM 12:33
-아, 벌써 그렇게 됬네, 점심은 어때, 맛있게 먹었어?
[뭐 항상 똑같죠, 고기에 김치에 국에…,등등. 형은요?] PM 12:35
-나는 아직, 보고서 다 끝내고 먹을거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어제 마무리짓지 못했던 보고서를 쓰고 있자니 세훈의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를 하다 보니 지금이 점심시간이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구나. 조금 쉬는 시간을 가지자 싶어 이어가던 연락은 준면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답장이 오지 않았다. 친구들하고 재밌게 노나 보네, 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은 씁쓸해지는 건 감출 수 없었다. 좀 더 연락하고 싶었는데. 쓰던 보고서를 마저 다 작성하려 다시 컴퓨터의 잠금을 풀었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세훈의 연락에 준면은 도저히 손에서 핸드폰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정말 미련하다, 나. 중얼거리던 준면이 뒤에서 자신을 툭, 쳐오는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돌았다.
"왜 그렇게 놀라요, 야한 거 봤어?"
"아, 깜짝이야…, 어? 너 여기 어떻게 왔어?"
"형 회사랑 우리 학교랑 2정거장 밖에 차이 안나는 거 몰라요? 그냥 와 봤지."
"너, 정규 수업 시간에 이렇게 막 학교 밖으로 나와도 되는거야?"
뭐, 안되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라며 어깨를 들썩이던 세훈을 살짝 노려보던 준면이 뒤 이어 들려오는 세훈의 말에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소중한 형이 아직까지도 미련하게 밥을 안 드셨다는데, 내가 어떻게 그냥 있나?"
"너, 너…."
"왜, 너무 감동받았어요? 사람은 밥심이잖아요. 이거 먹고 해요."
뒷짐을 지고 있던 세훈의 손이 풀리고 앞으로 나오면서 세훈의 손에 들려있던 도시락이 준면의 책상 위에 놓여졌다. 맛있기로 유명한 브랜드의 도시락이었다. 포장을 풀자 딱 봐도 먹음직스럽게 생긴 도시락의 모습이 준면의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꼴에 동생이라고 형 챙기기는. 바람 새는 소리를 내며 살짝 웃은 준면이 일어나서 세훈의 엉덩이를 살짝 쳤다.
"아, 지금 뭐해요!"
"왜, 내가 내 동생 귀여워서 토닥토닥 좀 해주겠다는데."
"진짜, 아…"
그래도 아직까지는 버틸 만 하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가 매번 똑같은 일상은 아닌 것 같다, 라고 생각하며 준면이 세훈의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 세훈이와 준면이는 친형제 관계가 아닙니다. 오해 금물! 진짜 볼거 없는 글이네여; (((((((쥐구멍에 들어간다.)))))짧고, 내용도 별거 없고, 나는 운당.....됴르르.......... 잔잔하고 일상적인 걸 써보려고 했는데 표현이 제대로 됬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세준 행쇼(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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